로그인 해주세요!
본문 바로가기
Design News
극한의 실험을 즐기는 건축가 렘 콜하스


(왼쪽) <뉴욕타임스>에서 건축 비평을 전문으로 하는 허버트 무샴프(Herbert Muschamp)가 “30년 동안 건축 리뷰를 하면서 가장 흥분되는 새 건물”이라고 극찬한 시애틀시립도서관. 
(오른쪽) 출판되자마자 비평계의 주요 주제가 되고 각종 디자인상을 휩쓴 렘 콜하스의 책 . 북 디자이너 브루스 마우(Bruce Mau)와의 공동 작업으로, 몽타주 기법을 이용해 책을 디자인했다.


전 세계를 통틀어 렘 콜하스(Rem Koolhaas)만큼 매력적인 건축가가 있을까. 건축계의 무서운 아이에서 이제는 거물이 된 OMA의 수장. 그의 이름이 주는 영향력은 빌바오의 신화를 이끌어낸 프랭크 게리나 유선형 곡면으로 대표되는 자하 하디드와는 다른 의미를 갖는다. 그의 건축이 갖는 힘은 형태적인 결과물이 아니라, 모든 금기와 한계를 거부하는 태도와 멈추지 않는 실험에 있다. 그는 마치 짓궂은 농담을 던지듯 모든 건축의 가능성을 극한으로 끌어내며, 냉철하고 명확한 시선으로 현대의 도시와 건축을 진단한다. 그리고 말한다. “아름다움은 내 1차적인 관심사가 아니에요. 내 작업의 아름다움은 ‘무작위성과 의외성’에 있죠.”
렘 콜하스가 작가와 기자였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헤이그 포스트>지 기자로, 또 러스 마이어를 위해 <할리우드 타워> 각본을 쓴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한 이력을 두고 사람들은 그가 건축에 대한 사고를 풀어내는 다양한 방식에 영향을 미쳤을 거라고 짐작한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 가장 실험적인 건축 담론을 만들어내던 런던의 AA스쿨에서 건축 수업을 받고 미국으로 건너가 집필한 <광기의 뉴욕>(1978)은 맨해튼의 생성 과정을 치밀하게 분석한 보고서로 꼽힌다. 이후 렘 스스로 ‘건축에 관한 소설’로 부른 (2005)을 내놓으며 자신의 건축을 집대성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주목할 것은 ‘거대도시’와 ‘밀집 문화’에 대한 그의 관심이다. 1975년 설립한 그의 사무실, OMA는 ‘대도시 건축을 위한 사무소(Office for Metropolitan Architecture)’의 약자다. 혼돈과 떼어놓을 수 없고, 통제될 수 없는 도시의 한 측면을 인정하면서 그의 건축적 사고를 확장해 도시의 영역으로 뻗어간다. 그뿐만 아니다. 그는 한편으로 건축가의 사회적 역할과 정치적인 양심을 가진 구식 건축가라고 말하지만, 현대 사회가 지닌 욕망에 배타적이지 않다. 오히려 그는 이념 대신 시장의 요구에 아첨하는 건축의 현실을 인정하고,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한다. 대량 소비 시대에 대중이 지닌 미학적 욕망을 건축에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것. 그가 프라다 매장을 통해 보여준 상업 공간과 문화 공간의 접목도 그 사례 중 하나다. 공공 공간과 개인 공간을 전복시킨 시애틀 도서관이나, 수직 타워의 한계를 넘어 허공에서 3차원 공간을 형성하는 베이징의 CCTV는 그의 극한의 발상을 보여준다. 고맙게도 그의 논리적인 건축 사고는 한국에서도 볼 수 있다. 장 누벨과 마리오 보타라는 강한 오브제를 표현한 두 건축가 사이에서 대지와 프로그램, 동선을 드러나지 않게 조율하고 있는 리움 삼성아동교육문화센터나 강력한 사선의 단면을 만든 서울대 미술관이 그것이다. 여기에 올해 봄, 서울 경희궁에 설치할 예정인 프라다의 ‘트랜스포머’에 이르면, 그는 중력의 힘을 견디며 서야 하는 건축의 숙명마저도 뒤흔든다. 각각 다른 형태인 4면체를 기중기로 들어 올려 회전하는 유기체를 설계한 것이다. 그의 농담은 구조적인 실험에도 계속된다. 이런 에피소드도 있다. 그의 건축적 실험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은 아럽과 같은 막강한 구조설계 파트너십이 있기에 가능하다. 그리고 그에 대해 렘은 이렇게 말한다. “그들은 절대 ‘노’라고 말하지 않아요.” 건축의 대중성과 유연성을, 도시의 자율성과 불확정성을 말하는 그의 건축은 이렇듯 지칠 줄 모르고 극한을 밀어붙이며 오늘도 건축의 한계를 실험하는 중이다.

Share +
바이라인 : 임진영 월간 <공간> 기자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09년 3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