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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포럼 디자인적 사고가 기업을 혁신한다
최근 국내에서 IDEO 대표 팀 브라운의 저서 <디자인에 집중하라>(본지 6월호 신간 소개 뉴스 참고)가 번역 출간되었다. 이번 칼럼은 팀 브라운이 자신의 회사 IDEO를 운영하며 디자인적 사고로 경영 혁신을 이룬 또 다른 사례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들의 목표는 더 이상 물리적인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생산해내는 것은 새로운 프로세스, 서비스, 오락 그리고 의사소통 및 협력이다."

토머스 에디슨은 전구를 발명하여 전기등과 관련된 산업 전체를 평정했다. 흔히들 전구가 그의 가장 유명한 발명품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전기 발전과 송전 시스템과 설비가 없다면 전구는 아무 쓸모가 없는 것이었음을 에디슨은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전기 발전 및 송전 시스템까지도 창조해냈다. 그는 사람들이 얼마나 전구를 사용하길 간절히 원하게 될지 훤히 짐작하고 있었고, 그래서 자신의 통찰을 굳게 믿고 이를 현실화하기 위한 계획을 추진한 것이었다. 이 이야기는 디자인적 사고(design thinking)를 대변해주는 초기 사례다. 여기서 디자인적 사고란 인간 중심적인 디자인 습관이 담긴 혁신적인 활동을 고취시키는 방법론을 뜻한다. 그리고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그들이 생활에서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그리고 그들이 특정 제품에서 어떤 점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속속들이 이해하는 것을 원동력으로 삼아 행하는 혁신을 뜻한다. 혁신을 차별화와 경쟁력 우위의 핵심 원천으로 여기는 기업 리더라면 디자인적 사고를 기업 내 활동의 모든 프로세스에 두루 잘 적용할 것으로 믿는다.

겉모습 뒤 이면을 볼 줄 알아라
역사적으로 디자인은 개발 과정에서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하위 이동 단계’라고 여겨져 왔다. 무슨 말인고 하니, 개발 과정 초기에 저 멀리 밀려나 있던 디자이너들이 개발 과정 후기에 어디선가 갑자기 등장하여 제품 아이디어에 보기 좋은 포장지를 덧입히는 역할을 해왔다는 말이다. 그러나 오늘날 기업들은 디자이너들에게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소비자의 요구와 욕망에 좀 더 잘 부응하라고 지시한다. 과거엔 디자이너들의 역할이 전술적인 데 그쳤기 때문에 가치 창조(value creation)라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반면 오늘날 디자이너의 역할은 전략적이며, 이전과 달리 새로운 형태의 가치 창조를 선도하는 것이 되었다. 어디 그뿐인가. 선진국에서 경제 활동의 범위는 과거의 생산 위주에서 지식 노동과 서비스 전달 및 혁신이라는 범위로 확장되고 있다. 그들의 목표는 더 이상 물리적인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생산해내는 것은 새로운 프로세스, 서비스, 오락 그리고 의사소통 및 협력이다.

특히 서비스 분야 비즈니스는 서비스 창조와 보급 면에서 매우 놀라운 혁신을 이룩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예를 들어보자. 미국의 대형 종합 보건 관리 서비스 단체인 카이저 퍼머넌트(Kaiser Permanente)는 의료 종사자에게 새로운 아이디어 착상을 고무하기 위해 디자인적 사고 방법을 간호사, 의사와 행정 직원에게 가르치기 시작했다. 카이저 퍼머넌트가 운영하는 병원 4곳에서는 간호사의 임무 교대 체제를 바꾸는 프로젝트를 추진했는데, 이것은 전체론적 디자인 접근 방식의 가치를 잘 표현해준 사례다. 이 프로젝트를 이끈 팀은 전직 간호사였던 전략가 1명, 조직 개발 전문가 1명, 테크놀로지 전문가 1명, 프로세스 디자이너 1명, 노동 조합 대표자 1명, 그리고 내가 이끄는 회사인 IDEO가 파견한 디자이너 1명, 이렇게 총 6명으로 구성되었다. 이 팀은 병원 4곳에 파견되어 혁신 분야 최전방 전문가들과 함께 작업했다. 그 결과 간호사들이 업무 일과를 마치고 교대하기 직전에 간호사실에서 환자들의 상태 보고를 하는데 관례적으로 45분가량을 소모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간호사들의 의사소통 방식은 병상 기록을 통한 보고 방식에서부터 교대 간호사들끼리 얼굴을 맞대고 일대일 대화하는 방식에 이르기까지 병원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었다. 그 과정에서 간호사는 환자들에 대한 모든 것을 전달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고, 환자들은 간호사가 교대할 때마다 환자 서비스에 구멍이 생긴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간호사 교대 시간에 벌어지는 정보 교환 방법의 혁신은 디자인적 사고로 이루어졌다. 간호사 임무 교대 보고를 간호사실에서 하지 않고, 병실에서 환자가 지켜보는 앞에서 하는 방법이 바로 그것이었다. 이 새로운 방법이 도입된 지 단 일주일 만에 프로젝트 팀은 간호사가 업무 교대를 시작하는 시점부터 끝마치는 시점까지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간호 절차와 취합된 의료 데이터 포맷에 관한 프로토타입을 구축할 수 있었다. 그 결과 간호사 사이에서 환자에 관한 병상 정보 전달력이 향상되었다. 또 간호사도 환자와 아침 일찍부터 만나 정확한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게 되었고 임무 교대 소요 시간도 절약되었다.

시스템적 시각으로 바라보라
때때로 혁신은 확연히 다른 문화의 사회・경제적 조건을 고려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런 경우 디자인적 사고는 선진 국가에서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들을 고집하기보다는 창조적인 대안을 짜낼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인도의 한 업체인 아라빈드 눈 건강 시스템(Aravind Eye Care System)은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눈 전문 건강 보건 업체다. 2006년 4월부터 2007년 3월까지 1년 동안 아라빈드사는 230만 명의 환자를 치료했고 27만 건의 수술을 시행했다. 1976년에 벤카타스와미(G. Venkataswamy)가 설립한 이 보건 단체는 특히 인도 농촌의 가난한 사람들이 제때 치료하지 못하고 방치했다가 어이없이 실명하는 일을 없애보고자 효율적인 눈 건강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사명감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아라빈드 병원은 두 가지 제약을 극복하기 위해 디자인적 사고를 창조적 발판으로 활용했다. 환자들이 가난하고 병원과 멀리 떨어져 있다는 거리상의 제약, 그리고 값비싼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는 것이 그 두 가지 제약이었다. 예컨대 아라빈드에서는 서구 기준으로 한 쌍에 200달러에 달하는 안구 내 렌즈(intraocular lens)를 가난한 환자들에게 권유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서구의 안구 내 렌즈 공급자들에게 생산 방식이나 가격을 바꿔달라고 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병원 측은 병원 내 지하실에 렌즈 생산 공장을 짓고 안구 내 렌즈를 직접 생산해내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비슷한 품질의 제품을 한 쌍에 단 4달러로 생산할 수 있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기술을 개발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다시 겉모습을 살피라
위대한 디자인은 우리의 필요와 욕망을 둘 다 충족시켜준다. 흔히 우리가 첫눈에 어떤 제품에 반하는 것은 그 제품이나 제품 이미지에서 풍기는 정서적 교감이 우리를 자극했기 때문인 경우다. 애플의 아이팟(iPod)은 최초의 MP3 플레이어는 아니었지만, ‘그것이 얼마나 우리를 즐겁게 해주었는가’ 하는 측면에서는 더할 수 없이 선구적인 제품이었다. 우리는 기본 요구가 충족되면 충족될수록 정서적으로 만족스럽고 의미 있는, 한층 더 세련된 경험을 안겨주는 제품을 갈구하게 된다. 단순한 제품으로는 그런 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다. 우리는 여러 가지 제품, 서비스, 공간, 정보가 융합된 제품으로 교육받고 오락을 즐기며 건강을 유지하고 서로 공유하며 소통하게 될 것이다. 디자인적 사고는 바로 이러한 경험을 보기 좋은 형태로 창조해내는 일 일뿐 아니라, 그런 경험을 상상하게 해주는 도구다.
2005년 말 즈음 미국 뱅크 오브 아메리카(Bank of America)는 ‘잔돈은 가지세요(Keep the Change)’라는 새로운 저축 통장 상품을 내놨다. 이 은행에서 파견된 팀과 작업하게 된 IDEO는 많은 사람이 공감할 만한 재미있는 소비자 행동 심리를 찾아냈다. 많은 사람들이 물건을 사고 받은 거스름돈을 집에 있는 저금통에 모아두었다가, 저금통이 꽉 차면 그것을 은행으로 가져가 입금한다는 사실이다. 이렇듯 많은 사람들에게 잔돈 모으기는 돈을 저축하는 쉬운 방법이 된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는 바로 이러한 고객 행동을 응용해 저축 통장과 연계한 직불 카드를 출시했다. 이 직불 카드를 사용하는 고객은 지불해야 할 물건 값을 달러대에서 반올림해 낸다. 그리고 1달러 이하의 잔돈 차액을 다시 이 저축 통장으로 되돌려받는 것이다. 이 혁신의 성공 비결은 작은 돈이라도 어딘가 손쉽고 보이지 않는 곳에 저축해두고 싶어 하는 인간의 본능적인 심리를 꿰뚫었다는 데에 있다. 그 결과 이 통장 가입자는 현재 500만 명을 넘어섰고 이 고객들이 이 통장에 넣어둔 돈의 액수가 5억 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언뜻 보면 완벽해 보일지 모르지만 혁신을 통해서 개선될 수 있는 요소는 어디에나 산재해 있다. 그리고 이 문제점들이 관심을 두고 있는 대상은 인간이다. 최선의 아이디어와 궁극적인 해결책을 찾기 위해서는 인간 중심적(human-centered)이고, 창조적(creative)이며, 반복적(iterative)이자 실용적인(practical) 접근 방법이 반드시 필요하다.

팀 브라운 Tim Brown
팀 브라운은 미국 캘리포니아 팰러 앨토에 본사를 둔 혁신 및 디자인 회사 IDEO의 CEO이다. IDEO의 디자인은 수차례 상을 받았으며 뉴욕 근대미술관(Museum of Modern Art), 도쿄 액시스 갤러리(Axis Gallery) 그리고 런던 디자인 뮤지엄(Design Museum) 등에서 널리 전시된 바 있다.

이 글은 <뉴욕타임스> 신디케이트 저작권하의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2008년 6월 1일 자에 실린 팀 브라운의 글 ‘디자인적 사고 Design Thinking’를 번역 출판하는 것입니다.
2008 Harvard Business School Publishing. Distributed by The New York Times Syndic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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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10년 8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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