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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13개 부처 175개 조직의 아이덴티티를 하나로 네덜란드 국가 정부 비주얼 아이덴티티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브랜드의 순위를 정하던 전문가들은 이제 국가조차 하나의 브랜드로 인지하고 각국의 경쟁력까지 등수를 매기기 시작했다. 국가 브랜드의 경쟁력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아이덴티티다. 그저 나라 이름을 딴 것이 아닌 하나의 디자인 아이덴티티로 일컬어지는 ‘더치 디자인’의 나라, 국가와 국민의 정체성을 반영한 국가 정부 아이덴티티로 새롭게 거듭나고 있는 네덜란드를 만나본다.


국가의 정통성을 반영한 공식 문장을 재해석했다. 복잡한 디테일을 정리하고 색상도 단일화했다.

네덜란드는 2008년에 국가 정부 비주얼 아이덴티티 재정비 작업을 시작해 올 초 애플리케이션 적용 단계까지 마무리했다. 프로젝트의 목적은 쉽게 인지할 수 있으며 친근감을 주는, 정부 부처 간의 통일된 로고와 이를 아우르는 스타일을 만드는 것이었다. 이 프로젝트는 브랜딩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인정받아온 스튜디오 둠바르(Studio Dumbar, 대표 톰 도레스테인)에서 진행했다. 스튜디오 둠바르가 정의하는 비주얼 브랜딩이란 브랜드의 정체성을 모든 채널과 시각적 표현으로 발현시키는 것. 현대 사회는 텍스트 중심에서 비주얼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는데, 이는 사람들이 점점 집중해 텍스트를 읽을 시간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0.5초, 찰나의 순간에 기업과 정부는 자신이 누구이고, 무엇을 원하는지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어야 한다. 스튜디오 둠바르는 이것이 바로 비주얼 브랜딩의 영역이라고 말한다.

네덜란드 국가 정부 비주얼 아이덴티티 프로젝트의 공식 로고. 충분한 여백을 남겨 자유롭게 응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정부, 부처, 부서 순으로 이름을 적어 소속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다.

스튜디오 둠바르는 국가 전체를 하나의 브랜드로 인지해 네덜란드 정부 13개 부처 175개 조직의 아이덴티티 개편 작업에 착수했다. 국가 정부의 로고에 대한 영감은 상징주의, 즉 심벌리즘에서 나왔다. 정부를 대표할 만한 심벌을 찾아 연구하는 과정에서 국민들이 네덜란드 정부의 공식 문장에 각별한 애정과 관심을 갖고 있음을 발견했다. 스튜디오 둠바르는 공식 문장에 있는 로고를 현대적인 기호로 리뉴얼했다. 로고와 더불어 국가 서체와 색상 팔레트도 새롭게 만들었다. 특히 서체는 네덜란드인의 국민성이 드러나도록 디자인했다. 이들은 바다를 메꾸어 땅을 만들고 온 나라 구석구석을 손수 디자인해가며 네덜란드라는 국가를 이룩했다. 깨끗하고 올곧으며 기능적이고 완성도 높은 서체는 바로 네덜란드 국민의 세계관을 반영했다고. 그렇다면 색상 팔레트는 어떤 기준으로 선별했을까? 바로 네덜란드 화가 렘브란트 판 레인(Rembrandt Harmenszoon Van Rijn), 반 고흐(Van Gogh),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를 그린 요하네스 얀 페르메이르(Johannes Vermeer)의 작품 속 색상을 참고해 정리했다. 그리하여 네덜란드의 역사가 온전히 담긴 공식 문장을 활용한 로고, 네덜란드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서체와 예술의 토양에서 발굴해낸 색상 팔레트까지 삼박자를 고루 갖춘 네덜란드 국가 정부 비주얼 아이덴티티가 탄생했다.

<국가 서체 Letterrijk>는 국가 정부를 위해 개발한 ‘정부 지정 산세리프와 세리프체(Rijksoverheid Sans
and Serif)’에 대한 모든 것을 담은 책이다. 이를 위해 스튜디오 둠바르는 글꼴 디자이너 페터르 베르횔(Peter Verheul)을 초빙했다고.


국가 정부 로고와 서체를 다양하게 사용하기 위한 21가지 색상을 담은 가이드북 <국가 색상Kleurrijk>. 기본 로고에 적용한 파란색은 ‘대부’라는 별칭이 붙어있다.


국가 서체와 색상 팔레트를 응용한 정부 부처의 브로슈어. 눈에 띄는 색상 조합이 흥미롭다.


INTERVIEW
톰 도레스테인(Tom Dorresteijn) 스튜디오 둠바르 대표

“국가 정부 아이덴티티는 친근감과 국가의 권위가 조화를 이루는 것이어야 한다”

스튜디오 둠바르에 합류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2005년부터 스튜디오 둠바르의 CEO를 맡고 있다. 1995년 당시 다니던 회사에서 비주얼 아이덴티티 작업을 할 때 스튜디오 둠바를 디자인 파트너로 삼아 함께 일한 것이 인연이 됐다. 내가 상하이에 스튜디오 둠바르 차이나를 합작 법인으로 설립하고자 제안했고, 이를 계기로 우리는 새로운 단계로 진전됐다. 이곳에서 여전히 컨설턴트로 일하며 상하이 지사의 파트너이기도 하다.

스튜디오 둠바르의 조직이 궁금하다. 스튜디오 둠바르 직원은 로테르담에 20명, 상하이에 7명이 상주한다. 우리는 위계질서가 없는 거의 수평적인 조직이라 할 수 있다. 3명의 경영진이 독립적인 영역을 맡고 있다. 리자 에네베이스(Liza Enebeis)는 크리에이티브를, 카르멘 케킥(Karmen Kekic)은 운영을, 나는 전략을 담당한다. 로테르담과 상하이 사무실은 각각의 경영진, 조직, 디자인 팀을 운영한다. 그리고 프로젝트의 과정과 결과에서 시너지를 얻을 수 있다고 판단하면 항시 협업한다. 로테르담의 디자이너가 상하이 지사의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도 하고 반대의 경우도 있다. 모든 과정이 매끄럽게만 흘러가지는 않지만 중요한 것은 클라이언트를 위한 최고 수준의 디자인 해결책을 제공하는 것이다.

네덜란드의 수많은 디자인 스튜디오 중 스튜디오 둠바르의 정부 아이덴티티 리뉴얼 작업에 선정될 수 있었던 경쟁력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네덜란드 국가 정부는 정부 아이덴티티 리뉴얼 작업으로 국제 사회에 네덜란드의 창의력을 선보이고자 했다. 우리는 네덜란드에서 가장 창의적인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 중 하나로 알려져 있지만, 정부 아이덴티티 디자인에는 창의력 외에도 염두에 두어야 할 요소가 많다. 이번 프로젝트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네덜란드 정부와 국민 사이를 최대한 가깝고 친근하게 느껴지도록 하는 것이었다. 13개 부처, 175개 조직으로 구성된 정부의 아이덴티티를 만들어본 디자인 스튜디오가 세상에 얼마나 될까? 모범 사례를 찾는 것조차 어렵고 고된 작업이었다. 국가 정부를 명확하고 투명하게 느끼도록 디자인하는데 집중했고, 정부의 디자인 커뮤니케이션 항목을 쉽게 구하고 응용할 수 있게 했다. 공공 디자인일수록 완성도 높은 디자인이 필수라고 생각했기에 더욱 최선을 다했다. 질문에서 말한 대로, 네덜란드에는 아주 적은 인원이 모여 만든 스튜디오가 많다. 오히려 우리보다 창의력 측면에서는 더 뛰어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35년 가까운 역사를 지닌 디자인 회사는 창의력 외에도 다양한 장점을 보유한다.

네덜란드가 ‘디자인 천국’이라 불리는 큰 이유 중 하나가 디자인 산업에 대한 정부의 개방적 태도와 높은 미적 안목 때문이라 들었다. 네덜란드 정부 크리에이티브 산업에 대한 태도와 정책 방향이 많은 도움이 된 것은 사실이다. 최근 정부는 네덜란드 경제 에서 가장 주요한 산업군이 크리에이티브 산업(디자인을 비롯해 창의적 사고가 요구되는 산업)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크리에이티브 산업이 국가 경제를 위한 우선 산업의 하나로 선택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고용 창출 같은 직접적인 효과도 있지만 경제 생활에 혁신적인 에너지를 제공하는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특히 무한 경쟁 시대에 성숙한 시장에서는 디자인이 주요한 기능으로 작용한다. 중소기업은 물론 개인 스튜디오도 훌륭한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갖고자 많은 노력을 한다. 그리고 정부는 소규모 스튜디오와 신진 디자이너들을 지속적으로 지원해주며 격려한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말하자면 양과 질이 공급과 수요 두 부분에서 모두 높다.

스튜디오 둠바르가 생각하는 올바르고 잘 만들어진 정부·도시 아이덴티티란 무엇인가? 우선 정부나 도시가 명확하고 강력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런 정체성을 잘 반영해 아이덴티티 디자인을 완성해야 한다. ‘정체성’이라는 것은 보기 좋은 남의 것을 베끼는 것이 아닌 진짜 ‘내 것’을 말한다. 종종 이런 정체성의 의미를 잘못 이해하고 있는 듯한 디자인을 만나기도 한다. 게다가 친근함과 국가의 권위가 조화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 삶의 면면에서 만나는 공공 기관과 공공 디자인이 다가가기 어렵게 느껴지면 안 되니까. 마지막으로 다양성과 겸손함을 유지하는 아이덴티티여야 한다. 드러내놓고 자신을 내세우지 않아도 어디에든 어울릴 수 있는 디자인, 위의 여러 가지 요소가 잘 어우러진 디자인이 좋은 정부·도시 아이덴티티다.


유명 SPA(Speciality retailer of Private label Apparel) 브랜드가 비즈니스 이해의 문제로 로고를 바꾸었다가 소비자들의 반발로 다시 이전 로고로 회귀한 일화는 세계의 커뮤니케이터들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스튜디오 둠바르 역시 완성된 비주얼 아이덴티티에 대한 피드백을 받을 때 부정적이고 공격적인 토론에 대비해 많은 대체안을 마련했다고 한다. 총 3번의 모임에 100여 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자리였으니 염려도 되었을 터. 하지만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논쟁보다는 감사와 격려의 인사가 대부분이었다. 전문가들이 발견한 새로운 아이덴티티의 가장 큰 장점은 ‘자유로움’이었다. 충분한 여백을 두고 꼭 필요한 요소만 넣어 디자인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 다양하게 응용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 것이다. 네덜란드 국가 정부 아이덴티티는 최근 네덜란드 디자인 공모전에서 여러 카테고리에 걸쳐 최고의 디자인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공공 디자인 비주얼 아이덴티티 분야에서 스튜디오 둠바르의 성공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헤르트 둠바(Gert Dumbar)가 스튜디오 둠바르를 설립하기 전인 1968년 텔 디자인(Tel Design)에 소속되어 있던 시절 디자인한 네덜란드 철도 아이덴티티, 그리고 1992년부터 1993년까지 스튜디오 둠바르가 디자인한 네덜란드 경찰 아이덴티티는 네덜란드 현대 디자인의 대표 사례 중 하나로 손꼽힌다. 웅진그룹 CI를 비롯해 이미 한국에서 몇 번의 프로젝트를 진행한 바 있는 스튜디오 둠바르는 얼마 전 한국의 브랜드 전략 회사인 코블리스(대표 박상훈)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인구 1600만의 작은 나라지만 ‘레고 랜드’로 불릴 만큼 예쁘고 체계적으로 계획된 디자인 강국 네덜란드에서도 이렇듯 매력적인 스튜디오 둠바르가 앞으로 한국에서 어떤 비주얼 아이덴티티 작업을 보여줄지 사뭇 기대된다.

(왼쪽) 다양한 채도의 파란색에 국가 정부 로고를 넣어 디자인한 현수막


로고 디자인의 모티브가 된 공식 문장으로 만든 커프 링크스와 넥타이. 단정하면서도 위엄이 느껴진다.


(왼쪽) 네덜란드 국가 정부 건물.
(오른쪽) 통일된 레이아웃의 안내판은 중요한 공공 디자인 영역이다.


(왼쪽) 국가 정부에서 운영하는 배에 로고와 스튜디오 둠바르 특유의 사선 줄무늬를 적용했다. 
(오른쪽) 네덜란드 국가타이프로 정부 공무원의 신분증. 파스텔 톤의 색상이 감성적으로 느껴진다.


얼마 전 스튜디오 둠바르는 또 다른 정부 아이덴티티를 리뉴얼했다. 카리브 해에 위치한 세인트 마틴(Sint Maarten) 정부는 2010년 10월 10일부로 네덜란드 왕국의 구성 국가가 됐다. 강하고 결단력 있는 정부를 표현하기 위해 공식 문장을 간결하게 정리해 로고 타이프으로 디자인했다.


INTERVIEW
박상훈 코블리스 대표

“스튜디오 둠바르와의 협업은 한국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줄 것이다”

인터브랜드 코리아 대표로 재직했는데, 새롭게 출발하는 코블리스(Cobliss)도 브랜드 컨설팅 회사인가? 2011년 7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하는 코블리스는 B.I.D(Branding, Innovation, Design) 컨설팅 회사다. 디자인을 기반으로 튼튼한 브랜드를 만들고, 혁신을 창조해 기업과 조직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일을 하는 곳. 성격은 조금 다르지만 IDEO와 유사한 업무를 한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또한 코블리스는 ‘함께’라는 뜻의 ‘Co’와 ‘더없는 행복’이라는 뜻의 ‘Bliss’의 합성어다. 창조적이고 지적이며 열정적인 사람들이 함께 일하면서 세상에 더없는 행복을 선사하고자 하는 의지를 담아 만들었다. 슬로건은 ‘협력적인 창조성(Collaborative Creativity)’이다.

스튜디오 둠바르와는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되었나? 2010년 특별한 계기로 만나 함께 일해볼 것을 의논해왔다. 스튜디오 둠바르와 코블리스는 크리에이티브 철학인 ‘프리 스프릿(Free Spirit: 자유로운 사고로 세상을 변화시키는 열정)’을 공유한다. 같은 비전을 갖고 있기에 시너지를 창출하는 협업의 가능성을 믿고 함께하기로 했다.

앞으로 스튜디오 둠바르와 코블리스는 어떤 관계를 유지하게 되나? 현재 스튜디오 둠바르와 한국 내 독점적인 협력 파트너로 일할 것을 계약했다. 장기적으로는 합작 법인의 설립도 기획하고 있다. 세계적인 수준의 크리에이티브 능력을 가진 스튜디오 둠바르는 핵심 비주얼 브랜딩 부분과 글로벌 인텔리전스, 리소스를 담당할 예정이다. 코블리스는 새로운 사업 모델을 개발·수주·관리하고 혁신과 브랜딩 전략에 대한 부분을 맡는다. 따라서 두 회사는 서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주면서 브랜딩, 혁신, 디자인 부분에서 새로운 시도를 창출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스튜디오 둠바르를 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궁금하다. 최근에는 미국보다 유럽 지역의 디자인이 더 강세를 보이는 추세다. 합리적이지만 대중 시장을 타깃으로 하는 미국 산업 디자인 특유의 성격에 식상해지면서, 작가주의적이고 전통이 담긴 유럽 지역 디자인에서 신선함을 느끼는 것이다. 스튜디오 둠바르는 한국 시장에 신선하고 실험적이며 의미있는 결과물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된다. 대규모 그룹에 속해 있지 않기 때문에 자유롭고 여유로워 프로젝트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많다는 것 또한 이곳을 택한 이유다. www.cobli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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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신정원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11년 7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