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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한국에 매혹당한 외국인 디자이너]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 디자이너에게 물었다 한국의 디자인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7년 전 한국에서 활동하는 외국인 디자이너를 만날 때만 해도 그들은 한국이 ‘아직은 척박한 땅인 것 같다’는 얘기를 하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좀 달라졌다. 한국 기업과 학생들이 iF, 레드돗 등 세계 주요 디자인상을 석권하고 있으며, 유럽과 미국 디자인에 열광하던 과거 모습은 점차 사라지는 가운데 한국 문화와 디자인에 매력을 느껴 정착한 외국인 디자이너들이 적지 않게 증가하고 있다. 게다가 유럽에서도 K-POP이 유행할 정도로 한류 열풍이 강세라고 하니 요즘 부쩍 어깨에 힘이 들어간다. 외국인 디자이너가 말하는 한국 문화의 매력. 그들을 통해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우리 디자인과 문화를 재발견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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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당신이 한국을 처음 접했을 때와 지금 한국 디자인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변했나?
2 현재 한국 디자인의 가장 큰 문제점이나 화제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3 한국을 대표하는 디자인을 딱 하나만 고른다면?



1 크리스 로 Chris Ro 국민대학교 학생
“온돌은 가장 뛰어난 한국 문화이다.”

1 미국에서는 한국 디자인에 대한 그 어떠한 자료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일본 디자인 잡지 <아이디어Idea>에서 한국 디자인을 특집으로 다룬 것을 본 것 이외에는 없을 정도다. 그래서 오히려 더욱 궁금해져 한국을 찾았다. 한국 문화의 발전 속도는 굉장히 빠르다. 한국 디자인을 움직이는 단체와 디자이너들도 적극적이고 활발하다. 한국 디자인을 공부하기에는 지금이 최적기라고 생각하며, 내가 지금 한국에 있다는 것이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2 한국 사람들은 대부분 디자인에 대한 생각이 제한적인 것 같다. 판박이처럼 쉽게 찍어낼 수 있고 기능이 우수하고 저렴하면 더 좋다는 인식이 만연해 있다. 서울이 디자인에 관심을 쏟고 있고 긍정적이라고 말하지만 극히 일부분에 관한 이야기인 것 같다. 하지만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는 디자인을 전공하는 한국 졸업생들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가지 더, 한국 디자인은 무엇보다 아이덴티티를 정립해야 할 것이다. 한국에서는 ‘글로벌’이라는 단어가 모든 것의 키워드처럼 사용되고 있다. 한국 사회는 속도에 맞춰 모든 일을 진행하는 것 같다. ‘빨리빨리’가 낳은 산물은 소모성밖에 없다. 빨리 만들고 다음 것이 나오면 이전 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쓰면 된다는 정신이 만연해 있는 것 같다. 유럽과 미국을 예로 들면 그들은 건물만 보더라도 옛것을 보존하기 위해 투자하는데 한국은 15년도 안 된 건물이 붕괴 직전이거나 허물고 다시 짓기를 반복한다. 이런 인식은 디자인에도 적용되는 것 같다. 그리고 역사를 기록하는 것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 같다. 1980년대에 나온 디자인 관련 서적을 구한 적이 있는데 한국 디자이너에 대한 자료나 기록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한국 디자인 역사를 재정립해야만 진정한 ‘한국 디자인’이 나올 것이다.
3 온돌이 가장 뛰어난 한국 문화라고 생각한다. 기술도 훌륭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준다. 심금을 울릴 정도로. 겨울만 되면 집에 도착하자마자 따뜻한 방바닥에 눕는 일이 제일 즐겁다. 온돌이야말로 한국의 과거와 현재 모습을 담고 있는 문화라고 생각한다.

2 마리 태 맥더모트 Marie Tae McDermott <아트 & 서울> 편집장
“한국 디자인의 문제점은 결과물이 아니라 과정에 있다.”

1 처음 한국에 도착했을 땐 한국 사람들이 아름다움과 디자인에 그토록 관심이 많은지 미처 몰랐다. 그 사실은 서울의 건물 외관이 대변해줬다. 서울이 다른 아시아 도시들과 구별되는 특징이 어떤 것인지를 깨닫지 못했다. 한국에서 생활한 지 1년이 지나고서야 느낀 점은 한국 사람들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과거에 집착하지 않고 끊임없이 허물고 새로 만든다. 아파트와 인공 섬을 비롯해 심지어 고궁까지. 일관성 없는 서울의 모습에 실망스럽다. 하지만 아름다움을 위해 끊임없이 변화하며 그에 맞춰 사람들이 적응하는 모습이 놀랍기도 하다.
2 한국 디자인의 문제점은 결과물이 아니라 과정에 있다. 한국 디자이너들은 스스로 자신의 디자인을 자각해야 하지 서양의 것과 비교하면 안 된다. 자신의 생각과 아이디어를 상대방에게 변호하기도 하고 때론 싸워 이겨야 한다. 이런 훈련을 거쳐야만 한국의 특색이 묻어나는 개성 있는 디자인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3 칸 국제광고제에서 수상한 제일기획에서 선보였던 홈플러스 지하철 가상 마트가 인상적이다. 한국 사람들이 얼마나 새로운 기술에 적극적인지를 보여준 사례였다. 가상 마트의 콘셉트와 기술력의 명쾌함을 보며 감탄했다. 미국 사람들은 새로운 기술에 대한 적극적인 연구가 부족하다. 예를 들어 미국 지하철에서는 와이파이가 터지기는 커녕 휴대폰 수신이 전혀 안된다.


1 안드레아스 두셰크 Andreas Duschek <아트 & 서울> 아트 디렉터
“근본적인 문제는 뒷전인 것 같다.”

1 한국을 접하기 전 한국에 대한 나의 막연한 생각은 일본 만화처럼 화려하고 경쾌하며 귀여운 이미지였다. 또 중국 서예에서 느껴지는 짙은 먹 냄새를 상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내 예상과 달리 한국 디자인은 굉장히 절제되어 있고 깨끗한 이미지다. 디테일에 집착하기도 한다. 동시에 재미와 전통적인 요소를 적절하게 어울리도록 디자인하는 것 같다.
2 한국 사람들은 항상 속도에 맞춰 변화하는 듯하다. 변화가 굉장히 빠른 만큼 경제도 날로 성장하는 것 같다. 한국은 속도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디자인도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빠르게 변화하고 실용적으로 만들어야 하는 것 같다. 하지만 그런 속도감 때문에 때론 디자인이 겉모습만 예쁘게 하는 수단으로 쓰일 뿐 근본적인 문제는 뒷전인 것 같다.
3 딱 한 가지만 고르기는 어렵다. 구체적인 한국 디자인은 없다. 전반적으로 한국 디자인은 독특하고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2 더글러스 윌스 Douglas Wills 인노바로(Innovaro) 근무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의 컵은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기에 최적화된 디자인이다.”

1 대학원 시절 한국 문화와 디자이너들을 경험한 적이 있다. 솔직히 2007년 한국을 다시 찾았을 때 별 기대는 없었다. 그 당시 한국 디자인은 스칸디나비안 스타일이나 일본 디자인의 특징을 따르고 있었다. 한국 디자인은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어린아이 같지만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한국은 디자인이 역동적으로 살아 숨 쉬는 나라다.
2 아직은 실수나 헛점이 많아 보이지만 그런 경험을 발판 삼아 앞으로 발전하리라 본다. 기성세대에서는 볼 수 없었던 감각적인 디자인 안목이 젊은 디자이너들 사이에서 싹트기 시작한 것 같다.
3 식당에서 사용하는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의 컵. 적당한 크기에 여러 개 차곡차곡 쌓을 수 있고 소독기에서도 잘 버티며 세척이 용이하다. 잘 부서지지도 않고 재활용도 가능하다. 재미없는 디자인처럼 보이겠지만 수백만 명이 사용해도 편리할 수 있도록 디자인이 최적화되어 있다. 앞으로 수십 년간 계속 애용될 것 같다.

3 리라 자콥하스 Lyra Jakabhazy 제일모직 근무
“식당 호출기가 한국인의 특징을 대변한다.”
1 6년 전만 해도 서울에서는 외국인을 쉽게 찾아볼 수 없었고, 나같은 외국인에게는 서울시 자체가 복잡하고
이동도 불편했다. 공공장소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고 온 국민이 일에만 전념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때 한국에서는 브런치라는 단어도 생소했다. 하지만 지금의 서울은 시민들이 쉴 수 있는 청계천이 있고 자전거 도로, 인공 섬, 공원 등이 있다. 이제 여행할 때 경유하는 서울이 아니라 방문을 목적으로 하는 서울이 되었다. 개인적으로 ‘다이내믹 코리아’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지만 부인할 수는 없다. 다이내믹 코리아는 더 많은 사람, 더 많은 공해, 더 많은 디자인과 공공장소, 돈, 소비 등으로 몰아가는 것 같다. 하지만 때론 단순함을 미덕으로 삼는 것 같기도 하다.
2 한국의 디자인은 과다 디자인이다. 디자인 피로증이 생길 정도다. 한국에서는 디자인이라는 단어가 만연해 있지만 의미는 상실되어 있다. 한국 디자인은 시민을 좀 더 배려해주었으면 좋겠다. 특정 집단에서는 디자인 정보 교류가 활발하나 그 외에는 외면과 무시가 빈번하다.
3 식당에 있는 호출기가 한국 사회를 대변하는 디자인인 것 같다. 디자인도 가지각색이다. 크거나 작고, 테이블에 고정되어 있기도 하고 둥그런 모양이거나 세모난 모양이기도 하다. 기능 자체가 한국인의 특징을 말하는 것 같다. 즉각성, 실용성, 심플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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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11년 10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