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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대림자동차 시티 100



1987년 3월 3일 자 <동아일보>에 시티 100(Citi 100)의 첫 광고가 실렸다. 당시 광고에는 ‘대림혼다의 첨단 기술력만이 이룰 수 있다-100cc급 혁신작, 시티 100’이라는 글귀가 전면에 부각됐다. 대림자동차의 시티 100은 1990년대 말부터 시티 플러스(Citi Plus), 시티 에이스(Citi Ace)가 차례로 나오면서 시티 시리즈로 이어졌다. 이 모델의 원형은 원래 일본 혼다의 슈퍼 커브(Super Cub)다. 혼다와 기술 제휴한 개발 초기에는 혼다 엔진을 사용하다가 1990년대 초부터는 대림자동차가 자체 제작한 엔진을 장착했다고 한다. 시티 100은 2004년 단종할 때까지 대림자동차 공식 집계로만 64만 대가 팔리면서 모터사이클 단일 기종으로는 국내에서 최고 판매를 기록한 모델이다. 슈퍼 커브 또한 1958년 출시한 이래 50년 만에 6000만 대라는 경이적인 판매 기록을 세웠다. 게다가 바이크를 처음 접하는 사람도 쉽게 조작할 수 있고 연비가 좋다는 점, 시대를 초월한 세련된 스타일 덕분에 디스커버리 채널이 역사상 가장 위대한 모터사이클로 선정하기도 했다.
혼다 스토리를 보면 슈퍼 커브 개발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대학 졸업반 때 혼다 공장을 보고 감명받은 기무라 조자부로(Jozaburo Kimura)가 혼다에 취업해 처음 맡은 프로젝트가 ‘스페셜 M(Special M)’이라는 슈퍼 커브 개발이었다. 슈퍼 커브의 핵심 콘셉트는 혼다 회장이 내놓았다. 그는 일반적으로 핸들과 안장 사이에 위치한 연료 통을 안장 아래로 옮기도록 지시했다. 그로 인해 바이크에 타는 동작이 한결 쉬워졌고, 이것이 슈퍼 커브, 시티 100의 대표적인 특징이 되었다. 키무라가 최종 목업을 완성했을 때 혼다는 ‘이것은 모터사이클도 아니고 스쿠터도 아닌 새로운 형식’이라고 단언했다. 슈퍼 커브 시리즈의 가장 큰 외형적 특징은 철판 프레스로 가공한 몸체와 폴리에틸렌으로 성형한 큰 흙받이 부분이다. 바이크의 전체 외형을 잡아주는 이 요소는 대림의 시티 시리즈에도 유지됐다. 초기의 슈퍼 커브 광고 이미지는 청춘의 낭만이 물씬 풍겼다. 특히 1963년에 제작한 광고에는 예쁜 여학생을 뒤에 태우고 즐거운 표정으로 캠퍼스를 가로지르는 남자 대학생의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이때 혼다가 내세운 타이틀은 “당신은 혼다를 타면서 가장 멋진 사람들과 만납니다(You meet the nicest people on a Honda)”였다. 하지만 현실에서 우리가 만난 시티 100은 광고와는 많이 달랐다. 여대생이 타던 뒷자리를 차지한 건 주로 배달 통이었다. 시티 100은 우편물 배달부터 신문 배달, 차와 음식 배달까지 일상생활에 필요한 각종 서비스를 담당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영화 <퀵>을 보면 시티 100을 비롯한 각종 바이크가 한국에서 존재하는 가장 큰 명분이 배달임을 보여준다. 영화에서는 폭주족 출신 배달원의 스쿠터부터 주인공의 BMW 오토바이까지 모두 배달을 위해 달리지 않는가. 배달용이라는 이미지가 너무 강한 나머지 시티 100의 진가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다고 아쉬워하는 사람도 있다. 고객과 약속한 시간을 지키기 위한 위험한 질주, 최저 임금의 생계형 아르바이트 등의 부정적인 이미지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시티 100이 배달 오토바이의 대명사라는 것을 부끄러워할 일은 아니다. 최소한 디자이너에게는 훌륭한 바이크였다. 빠르고 정확하게 물건을 주고받게 해줄 뿐만 아니라 사무실에서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은 채 끼니를 해결할 수 있게 해주었으니 말이다. 여전히 중고 오토바이 시장에서 시티 100이 거래되고 있다는 사실과 사용자의 필요에 따라 개조되는 모습도 흥미롭다. 혹시 길에서 시티 100을 보게 된다면 이제 선입견을 벗고 다시 한 번 눈여겨보기 바란다.

김상규
몇몇 기업과 기관에서 디자이너와 큐레이터로 활동했고 현재는 서울과학기술대 디자인학과 교수로 있다. 한국의 디자인을 주제로 전시와 단행본을 기획해왔고 포스트 공공 디자인 시대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저서로 <어바웃디자인>, 번역서로 <사회를 위한 디자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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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12년 3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