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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소형 가전업계의 애플, 발뮤다 [디자인 강소기업] BALMUDA

그린팬 이중 구조 날개 
100년간 변함없었던 선풍기 날개 모양에 변화를 준 디자인이다. 안쪽에 5개, 바깥쪽에 9개, 총 14개의 날개로 이루어졌다. 두 가지 속도의 바람이 서로 부딪히면서 자연스러운 바람이 탄생한다. 선풍기 바람을 장시간 쐴 경우 발생하는 피로감이 없다. 

17세에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뮤지션의 길을 가겠다며 10년이나 밴드 생활을 했던 데라오 겐(寺尾玄, Gen Terao). 록 스타가 되고 싶다는 그의 원대한 꿈은 연예 기획사의 재정 악화로 한순간에 무너졌다. 그러다 우연히 디자인 잡지를 보고 디자인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무형의 결과물을 판매하는 소프트웨어 사업인 음악과 달리 형태가 있는 물건을 판매하는 하드웨어 사업의 단순함이 신선했다. 공장을 전전하며 제조업도 배웠다. 현장에서 손에 기름 묻혀가며 직접 기술을 익힌 것이다. ‘음악이든 제조업이든 나에게는 창조적 작업이라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라는 게 데라오 겐의 생각. 그가 사용하는 도구가 기타에서 드라이버로 바뀌었을 뿐이다.

그는 2003년 발뮤다를 설립했다. 초기 발뮤다는 노트북 받침대, 책상 조명등 같은 제품을 주로 생산했다. 발뮤다에게 중요한 전환점은 2008년 세계 경제 침체기에 찾아왔다. 팩스가 고장 났나 싶을 정도로 주문이 없었다. 회사는 도산 위기에 처했다. 이때 발뮤다 이념에 변화가 생겼다.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물건만 남게 될 것이다. 지구온난화와 에너지 문제에 대비한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미래를 생각하면 소비 전력 1000W인 에어컨을 사용하는 것은 시대를 역행하는 일이다. ‘좀 더 적은 전력으로 상쾌함을 얻을 수는 없을까?’ 고민에 빠진 그는 사양산업으로 치부된 선풍기에 집중했다.

그린팬(Greenfan) 
초절전 기능을 갖춘 선풍기다. 전용 배터리팩 유니팩 (Unipack)을 이용해 콘센트 연결 없이 최대 14시간 야외에서 사용할 수 있다. 조작 버튼이 몸체 윗부분에 있어 버튼을 누르기 위해 발로 버튼을 누르거나 허리를 굽히지 않아도 된다. 

일본의 도시바 같은 기업조차 선풍기 시장에 신제품을 내놓은 지 오래였다. 그는 전기의 힘을 빌리지만 자연의 바람을 재현한 선풍기를 떠올렸다. 당시 직원은 고작 3명. 4만 엔대 가격의 선풍기를 팔겠다는 데라오 겐의 계획에 대출 은행들은 고개를 저었다. 2010년 천신만고 끝에 이중 날개 구조의 선풍기인 그린팬을 출시했다. 일반 선풍기는 소용돌이 모양으로 바람이 생겨 피부에 자극이 심한 반면 그린팬은 중앙과 외곽의 두 부분에서 보내는 풍속이 달라 소용돌이가 없어지면서 자연에 가까운 바람을 느낄 수 있다. 더구나 다른 선풍기가 교류 모터를 사용한 것과 달리 고가의 직류 모터를 사용해 전력 소비도 대폭 줄였다. 기존 선풍기의 1/10 수준이다. 일반 선풍기보다 10배나 비싼 가격이지만 동일본 대지진으로 전력난이 발생하면서 그린팬은 대히트를 쳤다.

발뮤다에서 출시하는 선풍기 그린팬, 가습기 레인, 공기청정기 에어엔진 등은 세계 디자인 어워드에서 수상할 만큼 인정받았다. 발뮤다를 두고 ‘소형 가전업계의 애플’이라 부르기도 한다. 절제되고 단순한 디자인에서 애플 디자인의 미학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발뮤다의 디자인 철학을 구축한 건 발뮤다 경영자이자 발뮤다 디자인 디렉터를 겸하는 데라오 겐 사장이다. 그는 디자인의 처음부터 끝까지 관여한다. 그가 생각하는 발뮤다의 디자인 철학은 ‘최소에서 최대를’. 최소한의 부품으로 제품을 만들어 최대한의 아름다움을 추구하자는 뜻이다. 성공 신화를 꿈꾸며 틈새시장을 찾는 사람들에게 데라오 겐 사장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충분한 규모의 시장을 잘 관찰해보라. 그 시장에서 판매하는 제품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그 제품에 혁신의 여지가 얼마나 남아 있는지 깊이 생각할 필요가 있다.”

그린팬 서큐(Greenfan Cirq) 
공기 순환을 돕는 그린팬 서큐는 빨래 건조, 옷장 환기와 제습, 화장실이나 부엌 등 물기가 많은 공간의 곰팡이 방지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이중 날개 구조로 바람의 직진성을 높였다. 


Interview
데라오 겐 발뮤다 CEO
“경영자가 디자인의 의미를 얼마나 깊게 고민하는지가 중요하다.”


발뮤다를 두고 ‘소형 가전업계의 애플’이라 부른다. 우리 제품을 애플 제품과 비슷하다고 말해주는 것은 대단한 영광이다. 제품에 디자인이 얼마나 중요한지 증명한 회사가 애플이니까. 그러나 시대는 지금 이 순간에도 흘러가고 있다. 가능한 한 빨리 ‘애플스럽다’가 아닌 ‘발뮤다스럽다’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

고온다습한 일본에서는 에어컨 사용이 당연시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선풍기의 어떤 점에 주목했나? 일본에서 선풍기의 연간 출하 대수는 약 800만 대다. 에어컨 출하 대수도 거의 800만 대에 육박한다. 일본에서 선풍기 시장은 결코 틈새시장이 아니라는 뜻이다. 단지 싸고 품질이 좋지 않은 제품밖에 없기 때문에 매출 규모에서 차이가 날 뿐이다. 발뮤다 그린팬은 당시 일반 선풍기의 가격보다 10배나 높은 가격으로 시장에 선보였지만 대히트를 쳤다. 가격이 높았기 때문에 선풍적인 인기를 끈 것이 아니다. 기존 선풍기와 다른 혁신적인 포인트로 무장한 ‘새롭고 좋은 선풍기’였기 때문이다. 이전 선풍기에서 느낄 수 없었던 부드러운 바람, 기존 선풍기의 1/10 수준의 초절전 성능, 그리고 조용함을 그린팬이 이루어냈다. 그린팬을 시작으로 형성된 프리미엄 선풍기 시장은 현재 전체 선풍기 시장의 20%가량을 차지할 정도다. 발뮤다의 전 제품에서 일관된 디자인이 느껴진다.

레인(Rain) 
물항아리에서 영감받아 디자인한 가습기다. 항아리에 물을 채우듯 물을 부으면 된다. 물을 채우기 위해 무거운 물통을 들고 오가는 번거로움을 없앴다. 따로 버튼을 누르지 않고 본체 상부의 컨트롤 링을 회전시켜 가습기를 조작할 수 있다. 

발뮤다의 디자인 철학은 무엇인가? 현대의 도구인 가전제품은 사용자에게 무엇을 제공해야 할까? 기능? 불편함의 해소? 우리는 ‘가전제품이 제공해야 하는 것은 오로지 좋은 체험’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이 오감으로 느끼는 게 체험이다. 예를 들어 사람은 피부의 촉각을 통해 선풍기 바람을 느낀다. 그 바람이 피부에 닿을 때 느껴지는 기분이 중요하다. 사람은 청각적으로 조용히 불어오는 바람을 기분 좋게 느낀다. 또한 시각적으로 아름다운 곳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기분 좋게 느낀다. 즉 오감으로 느끼는 정보 하나하나가 제품을 체험하는 품질을 높인다.

일상에서 사용하는 가전제품 대부분은 눈에 보이는 곳에 있다. 이는 가전제품 디자인이 사용자의 체험을 향상시키기 위해 매우 중요한 요소라는 뜻이다. 우리는 디자인의 중요성을 이해한 후 두 가지 부분에 집중해 작업한다. 첫 번째는 ‘너무 과하지 않을 것’. 집 안의 주인공은 사람이기 때문에 가전제품이 너무 눈에 띄어서는 안 된다. 두 번째는 ‘아름다움’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여기에는 디자이너들이 빠지기 쉬운 함정이 숨어 있다. 이는 ‘아름다움’과 ‘새로움’에 관한 것이다. 디자이너는 무심코 항상 새로운 것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새로움과 아름다움은 같은 의미가 아니다. 새로운 것은 며칠만 지나도 옛것이 되어버린다. 반면 아름다운 것은 100년이 지나도 아름답다.

1 에어엔진(Airengine) 
공기 흡입과 송풍을 위해 이중 구조 날개를 2개 탑재한 공기청정기다. 
2, 3, 4, 5 스마트히터(Smartheater) 
라디에이터 모양을 살짝 변형해 디자인한 히터. 복사열과 대류라는 과학의 원리를 이용해 공기가 건조해지지 않고 공간을 따뜻하게 한다. 완전히 새로운 제품을 만들기보다 발뮤다의 방식으로 제품을 재해석한 점이 잘 드러난다. 

발뮤다 제품 리뷰를 보면 패키지부터 놀랍다는 이야기가 많다. 소비자와 가장 먼저 만나는 패키지는 회사의 인상을 좌우한다. 발뮤다는 제품 패키지로 고객에게 어떤 느낌을 주고자 했나? 소비자와 제품 사이에 최초로 만남이 시작되는 게 포장이다. 우리가 고객에게 전달하고 싶은 것은 결국 ‘좋은 체험’이다. 정성스러운 포장에 신경 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고객이 상자를 열 때 ‘내가 지금 여는 것은 매우 좋은 제품의 상자구나’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발뮤다의 디자인 철학을 내부 직원들과 어떻게 공유하나? 평소 직원들에게 내 생각을 자주 이야기한다. 특히 2주마다 있는 전체 미팅이 중요하다. 직원들에게 직접 프레젠테이션도 한다. 나의 생각은 매일 진화한다. 직원들의 생각 역시 매일 바뀐다. 서로에 대해 아무것도 말하지 않으면 어느 순간 경영진과 직원 사이에 거리가 생긴다. 직원은 경영진의 의향을 알고 싶어하고 경영진 역시 직원의 생각을 알고 싶어한다. 발뮤다에게 디자인은 회사를 구성하는 여러 요소 중 하나다. 동시에 절대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6 발뮤다 본사 내부 공간. 한쪽에 세워둔 기타가 눈에 띈다. 
7 발뮤다 패키지 
검은 리본을 풀면 상자가 자연스레 해체된다. 제품을 보관할 때 꼭 필요하기 때문에 상자를 버리면 안 된다. 제품을 상자에 다시 담는 법을 상자 표면에 상세히 그려놓은 세심함이 돋보인다. 

중소기업이 디자인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제품 디자인을 향상시키는 데 필요한 것은 많은 투자가 아니다. 중소기업의 디자인 투자라면 능력 있는 디자이너를 고용하는 인건비와 제품 프로토타입 개발 비용 정도다. 설비 투자와 마케팅 비용에 비하면 적은 금액이다. 회사의 디자인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경영자가 디자인의 의미를 얼마나 깊게 고민하는지가 중요하다. 나는 디자인 전공자나 디자이너는 아니지만 아름다운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디자인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일본은 독일과 함께 세계에서 중소기업이 가장 발달한 나라다. 일본에서 중소기업이 발달한 이유는 무엇인가? 일본, 독일 양국 모두 기계 공업이 국민성과 잘 맞는 나라인 듯하다. 컴퓨터 프로그래밍 같은 산업이 미국 국민성과 잘 맞는 것처럼 말이다. 물론 일본 정부와 일본 지방자치단체가 펼치는 중소기업 지원책도 많다. 그러나 발뮤다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을 받은 적이 없다. 다양한 중소기업이 발달한 일본이지만, 기존 사업 형태에서 탈피하지 못한 중소기업은 점차 도태되는 상황이다. 발뮤다 본사가 있는 지역에도 옛 형태의 작은 공장들이 많이 사라졌다. 전진하고 발전하려면 반드시 많은 노력과 혁신이 필요하다. 나는 회사가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을 때 진정 필요한 것은 외부 지원이 아닌 스스로의 혁신이라고 믿는다.


설립 연도 2003년
설립자 데라오 겐
직원 수 50명
디자이너 수 5명
디자인 철학 ‘최소에서 최대를’
가장 많이 팔린 제품 그린팬 시리즈
주요 수출 국가 한국, 중국, 독일
홈페이지 www.balmuda.com/j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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