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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한국 로컬 SPA 브랜드의 색을 더하다 에잇세컨즈 브랜드 아이덴티티 리뉴얼

한글, 영어, 한자 3개 언어로 구성된 기본 시그너처.

최신 유행, 저렴한 가격, 빠른 상품 회전으로 패스트 패션 문화를 선도하는 SPA 브랜드. 패션계 지각변동의 신호탄이었던 SPA는 불과 몇 해 전까지만 해도 국내에 그 용어조차 생소했다. 하지만 불과 몇 년 사이에 글로벌 SPA 브랜드가 공격적으로 시장을 넓히며 소비자의 옷장을 점령하기 시작했다. SPA 브랜드의 현재를 확인 하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자신의 옷장에 걸린 SPA 브랜드 제품의 개수를 세어보는 것인데 보통 열 손가락 이상이 필요할 것이다. SPA는 ‘Specialty store retailer of Private label Apparel Brand’의 약자로 기획부터 디자인, 생산, 유통까지 모두 맡아 대량으로 판매하는 브랜드를 의미한다.

1, 2 숫자와 기호로 이뤄진 모노그램은 소비자가 사용하는 언어에 관계없이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도안화 했다. 

2012년 제일모직에서 론칭한 브랜드 에잇세컨즈는 부담없는 가격과 최신 유행이라는 SPA의 강점에 한국인의 입맛을 더해 색을 달리했다. 한국에서 지나치게 튀는 디자인이라거나 소매와 바지 밑단을 한 뼘은 잘라내야 제 몸에 맞는다는 해외 SPA 브랜드를 향한 소비자의 소리에 귀 기울인 효과였을까? 한국인의 취향과 체형에 맞는 디자인을 제품에 적극 반영한 덕분에 시장을 선점한 해외 거대 SPA 브랜드를 상대로 약진을 펼쳤지만 고무적인 매출액 달성이라는 이면에는 몇 가지 문제점이 존재했다. 그중 하나가 매출액에 비해 인지도가 낮다는 점이었다. 제품력과 더불어 고객 충성도를 높이는 브랜드 파워, 즉 탄탄한 브랜드 이미지가 수반되어야 지속 가능한 성장이 약속되는 법. 브랜딩의 재정비가 요구되는 시점이었다.

소비자와의 직접적인 프로모션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개발한 SNS 메신저용 이모티콘 캐릭터.

숫자 ‘8’을 활용한 로고의 가독성이 떨어진다는 문제점에서 시작된 고민은 중국 시장을 첫 무대로 뻗어나갈 글로벌 브랜드로서의 도약, 한국 SPA 브랜드임을 알리고자 하는 의지 등 브랜드 행보 전반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그 고심의 결과는 2014년 10월 공개한 새로운 브랜드 아이덴티티에 담겼다. 비스듬히 누워 있던 숫자 ‘8’이 반듯하게 세워졌고 가는 타이포그래피는 굵고 선명한 모습으로 다시 태어났다. 어렵지 않게 시선을 끌고 성숙한 분위기로 소비자층을 넓히겠다는 의도다. 글로벌 브랜드이면서 한국 로컬 브랜드라는 DNA는 영어, 한글, 한자를 세 가지 언어를 사용해 표현했다. 브랜드 아이덴티티 자체를 하나의 다이얼로그 개념으로 접근한 결과다.

1, 2 브랜딩 리뉴얼에 맞춰 변화를 준 매장 인테리어와 새로운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적용한 에코백.

적극적인 프로모션을 위한 이모티콘 캐릭터도 개발했다. 프로젝트에서 읽을 수 있는 흥미로운 점은 잘나가는 글로벌 SPA 브랜드의 이미지를 따라가거나 한국 브랜드임을 굳이 내세우지 않으려는 대다수 국내 패션 브랜드의 시도와 상반되는 에잇세컨즈의 행보다. 세계 무대를 상대로 한국 패션 브랜드의 힘을 보여주겠다는 정면 승부의 의지를 리뉴얼 작업으로 선언한 것이다. 대표적인 한국 SPA 브랜드를 꿈꾸는 에잇세컨즈, ‘8초’라는 짧은 시간 안에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겠다는 브랜드 네이밍에 담긴 의지처럼 이번 브랜드 아이덴티티 리뉴얼은 글로벌 시장 진출의 초석을 다지는 터닝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3 브랜드 아이덴티티 리뉴얼 전과 후.
4 새로운 아이덴티티의 다양한 적용 방식과 레이아웃. 만국 공통 문자인 초(second)를 형상화한 에잇세컨즈의 러브 사인(love sign)이 눈에 띈다. 참고로 전 세계적으로 유일하게 미국에서만 초와 인치(inch)를 같은 기호로 사용한다.

Interview
하종주 제일기획 BE 크리에이티브 그룹 디자인 랩 디자인 디렉터
“글로벌 브랜드면서 한국 브랜드의 정체성을 담으려 노력했다.”

이전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비교해 굉장히 많은 변화가 눈에 띈다.
에잇세컨즈가 브랜딩 리뉴얼을 결정하게 된 계기는 로고의 가독성이 떨어진다는 점 때문이었다. 이전 디자인은 숫자 ‘8’과 도트(dot) 무늬로 이어지는 시각적 부분이 어떤 면에서는 지나치게 발랄하고 어린 이미지라는 지적이 있었다. 에잇세컨즈의 타깃은 10대부터 30대까지인데 이전의 커뮤니케이션 방법은 10대 위주라고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중국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둔 시점에서 글로벌한 브랜드면서 동시에 한국 브랜드임을 알릴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방법이 필요했기에 대대적인 변화가 불가피했다. 로고에 성숙한 느낌을 더하고 장식적인 면을 덜어낸 건 유행을 타지 않는 디자인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패션 프로덕트는 그 자체로 시즌별 변화의 폭이 굉장히 큰 분야다. 따라서 패션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는 트렌드에 휩쓸리지 않는 중립적인 이미지여야 한다.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의 아이덴티티 대부분이 클래식하고 단순한 이유다. 이번 리뉴얼을 통해 에잇세컨즈 브랜드의 포지셔닝도 자연스럽게 재정립될 것으로 기대한다.

세 가지 언어를 한 공간에 표기한 이유가 있나?
한국 로컬 SPA 브랜드로서 세계 시장의 트렌드를 이끌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자 브랜드 아이덴티티 자체를 하나의 커뮤니케이션 도구로 생각해서다. 브랜드 아이덴티티 리뉴얼을 진행하며 중점을 둔 부분은 로고, 매장 인테리어, 매체 커뮤니케이션 등의 도구를 구별하지 말자는 것이었다. 이런 이유로 기본 시그너처는 언어별로 각각 분리해서 사용하지 않고 영어, 한글, 한자를 한 공간 안에 표기해야 한다는 점을 브랜드 가이드라인에 넣었다.

빨간색을 에잇세컨즈의 브랜드 자산 중 하나로 설정한 것 같다.
2012년 론칭 당시부터 빨간색을 유독 선호하는 중국 시장을 염두에 두고 선택한 색으로 에잇세컨즈의 중요한 브랜드 자산 중 하나다. 리뉴얼 전 로고에 적용했던 빨간색은 채도가 높아 다른 색과 함께 사용했을 때 흡수되지 않고 눈의 피로도가 높다는 의견이 있었다. 이에 몇 번의 테스트 끝에 채도를 낮춰 성숙한 느낌을 더하고 지속적으로 노출되어도 싫증이 나지 않는 빨간색을 선택할 수 있었다.

에잇세컨즈가 사람들에게 어떤 브랜드로 자리 잡길 바라나?
SPA 브랜드마다 패스트 패션이라는 큰 축을 기본으로 실용성, 럭셔리 등 나름의 포지셔닝으로 고객에게 어필한다. 브랜드 아이덴티티 리뉴얼을 진행하며 에잇세컨즈를 통해 떠올린 이미지는 ‘펀(fun)’이었다. 다양한 제품에서 느껴지는 에너지와 밝은 느낌, 그리고 실제 매장에서 만난 고객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나름 멋을 아는 사람들이었다. 이런 부분이 다른 SPA 브랜드와 비교할 수 있는 경쟁력이라 생각했고 그걸 브랜딩에 담았다. 브랜딩은 끝나지 않은 스토리다. 가꿔나가는 단계가 더욱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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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우해미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15년 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