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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한국 스타트업들의 새로운 플랫폼 [코워킹 스페이스] 카우앤독


1층의 카페형 코워킹 스페이스. 가변성이 높은 테이블 디자인이 눈길을 끈다. ©yadahphoto

최근 몇 년간 한국에 불어닥친 스타트업의 기세는 실로 대단했다. 1990년대에 불어닥친 IT 벤처 붐이 무색할 정도로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비즈니스가 줄을 이었다. 하지만 창업이 곧 성공으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아니, 오히려 스타트업 신화는 차라리 실패의 무덤 위에 세워졌다고 할 만큼 숱한 시행착오와 낙오가 이 열정 넘치는 사업가들 앞에 기다리고 서 있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젊은 사업가들에게 절실한 것은 든든한 파트너, 그리고 같은 길을 걷는 스타트업 동지들이 아닐까?


카우앤독 외관. 옥상에 설치한 태양 패널은 카우앤독을 상징하는 또 다른 아이덴티티다. 다양한 볼륨이 공존하는 건물이라는 것이 밖에서도 느껴진다. ©yadahphoto 

지난 1월 성수동에 오픈한 카우앤독은 열정 넘치고 재기발랄한 인재들이 만나는 접점이자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다. 소셜 벤처 인큐베이팅 회사 SOPOONG은 이런 시너지를 뿜어낼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공일스튜디오 조재원 소장과 다년간 지속적인 교류를 이어왔다. 카우앤독은 이런 대화와 고민 속에서 나온 첫 결과물인 셈. ‘개나 소나’를 연상시키는 얄궂은 네이밍은 누구에게나 창업의 기회가 열려 있음을 재치 있게 표현한 말. ‘협업(co-work)’과 ‘좋은 일을 한다(do Good)’의 합성어이기도 하다. 성수동은 편리한 교통과 상대적으로 저렴한 사무실 임대료 덕분에 루키 스타트업이 몰리는 지역.


2층 회의실은 1인실, 6인실, 12인실 등으로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다. ©yadahphoto 

이런 특수성은 카우앤독이 성수동에 터를 잡는 데 결정적 요인이 됐다. 건물은 코워킹이라는 특수한 목적에 최적화되어 있다.조재원 소장은 “모든 공간이 각기 다른 이야기를 갖고 있다”라는 말로 카우앤독의 공간적 특성을 규정했다. “카우앤독에 오는 모든 사람들이 각자 일하는 방식에 따라 공간을 활용할 수 있길 바랐다. 조용히 홀로 일하고 싶은 사람부터 열띤 회의가 필요한 사람까지 모두의 필요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공간을 다양하게 구성했다.” 공일스튜디오는 아주 디테일한 요소 하나가 업무 태도와 방식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하고 각각의 공간을 구성했다. 2층은 이런 생각이 가장 잘 드러난 곳으로 혼자 업무를 보거나 투자자와 긴밀한 통화를 할 수 있는 1인용 폰 부스부터 12인용 회의실까지 다양한 공간을 갖추었으며 2층 한편에는 50명가량 수용할 수 있는 콘퍼런스 룸도 마련했다.

50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콘퍼런스 룸. ©yadahphoto 

SOPOONG 을 중심으로 한 스타트업들이 입주해 있는 3층과카셰어링 서비스를 제공 하는 스타트업 쏘카가 들어선 4층은 출입이 제한적이지만 2층 회의 공간과 회원제로 운영하는 1층 카페형 코워킹 공간은 좀 더 개방적이다. 카우앤독의 또 다른 감상 포인트는 바로 가구. 공간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업무 환경 을 이상적으로 뒷받침하는 이곳의 가구는 용도와 상황에 따라 쉽게 변형이 가능하다. 특히 비스듬한 각도의 카페 테이블은 입체적으로 활용할 수 있고 수도원 탁자처럼 하나로 이을 수도 있다. 이 밖의 모든 요소는 ‘따로 또 같이’를 지향한다.


카우앤독 1층은 계단을 기준으로 카페 공간인 B존과 로비 역할을 하거나 대여가 가능한 A존으로 나뉘어 있다. A존에 비치한 테트리스 모양의 가구는 필요에 따라 조합해 사용할 수도 있다. 모두 합쳤을 때는 작은 단상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진효숙 

개방된 공간에서 교류하다가도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을 때는 충분히 ‘숨을 구석’을 마련해둔 것. 이런 세심한 배려가 사용자들에게 자연스럽게 전달된 까닭일까? 오픈한 지 겨우 반년 정도 지났지만 이미 국내 스타트업들의 새로운 플랫폼으로 각광받고 있다. 프로그래머, 기획자, 디자이너가 삼삼오오 팀을 이뤄 이곳을 찾는 일이 차츰 늘어나고 있는 것. 이곳에서는 자체 프로그램을 진행할 뿐 아니라 다양한 외부 행사도 진행하는데 카우앤독 이은진 프로그램 매니저는 “앞으로 좋은 외부 프로그램 을 많이 유치해 양질의 콘텐츠를 가진 사람들을 공간으로 지원해줄 것”이라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카우앤독의 프로젝트 초기 이름은 ‘외양간’이었다고 한다. 이곳을 통해 앞으로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나갈 명마 같은 스타트업 들이 배출되길 기대해본다.


계단은 또 다른 커뮤니케이션이 일어나는 공간으로 규정했다. ©진효숙 

지역 한국 서울
오픈 시기 2015년 1월
건축·공간 디자인 공일스튜디오(소장 조재원), www.01studio.net
주소 서울시 성동구 왕십리로2길 20
주요 특징 코워킹에 최적화된 건축·공간 디자인
웹사이트 www.cowndog.com


카우앤독 멤버십에 가입하면 사물함과 우편함을 사용할 수 있다. ©진효숙 

Interview
조재원 공일스튜디오 소장
“공통의 가치를 지닌 사람들이 모여 의미 있는 생산을 이뤄내는 공간이 되길 바랐다.”
오늘날 코워킹 스페이스가 새로운 업무 공간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코워킹 스페이스는 다양한 의미가 함축된 곳이다. ‘공유’라는 키워드에서 바라볼 수도 있고 새로운 비즈니스를 양산하는 창조 경제의 일환으로 바라볼 수도 있다. 하지만 좀 더 근본적으로는 역시 일하는 방식의 변화가 불러온 현상 아닌가 싶다. 예전처럼 소속도 공간도 정형화되어 있지 않은 시대에 걸맞은 공간이란 뜻이다. 코워킹 스페이스가 대두된 배경에는 전통적인 산업 시스템의 붕괴와 IT 등 디지털 기술의 발전이 깔려 있다. 최근에는 말레이시아 발리가 코워킹 스페이스로 각광받기 시작했는데 여기에는 ‘디지털 노매드’라는 키워드가 결부되어 있다. 굳이 비싼 월세를 내면서 뉴욕이나 샌프란시스코에 머물지 않아도유연한 방식으로 일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지역이 계속 부상하는 듯하다.

그런 시대적 특성이 카우앤독의 디자인에도 반영되었나? 그렇다. 우리는 코워킹 스페이스의 속성이 SNS나 온라인 포털 등의 속성과 유사하다고 생각했다. 흩어져 있던 개인이 플랫폼을 통해 생산적인 그룹으로 거듭나듯이 카우앤독 역시 다소 모호하지만 공통의 가치를 지닌 사람들이 모여 의미 있는 생산을 이뤄내는 공간이 되길 바랐다. 유연하고 유동적인 우연한 공동체랄까? 따라서 공간 디자인에서도 온라인 네트워크의 특성을반영할 필요가 있었다.

교류 없이 개별적으로 자기 업무만 본다면 카페 공간과 다를 바 없겠지만, 코워킹 스페이스라고 해서 매 순간 공간을 공유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웹 플랫폼에서 로그인, 로그아웃이 자유롭게 이뤄지듯이 상황과 기분에 따라 자유롭게 타인과 컨택트 포인트가 생겼다가 떨어질 수 있도록 공간을 구성해야 했다. “모든 공간이 각기 다른 이야기를 갖고 있다”라는 디자인 콘셉트는 이런 배경에서 나온 것이다. 물론 이런 아이디어가 단박에 나온 것은 아니고 소셜 벤처 인큐베이터 회사인 SOPOONG와 지속적이고 긴밀한 대화를 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도출된 것이다.


다양한 스타트업들이 입주해 있는 3층 회의실에는 데스크 상판을 슬라이딩할 수 있도록 디자인해 가변적인 공간 구성이 가능하다. ©진효숙 

카우앤독에 비치한 가구도 대부분 직접 디자인한 것으로 안다. 카우앤독을 설계하면서 가장 고민했던 부분 중 하나가 이 공간의 일원으로서 정신을 공유하되 타인과의 거리가 지나치게 가까워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응시는 할 수 있지만 노출은 되지 않는 공간을 곳곳에 마련했다. 시각적인 소통은 이뤄지되 진짜 접촉은 필요에 따라서만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가구는 이런 적정한 거리감이 반영된 또 다른 오브제다. 커피 테이블의 비스듬한 각도는 둘러앉은 사람들의 시야를 가리지 않는 동시에 옆사람과의 거리를 적절히 유지시키는 역할을 한다. 물리적 거리와 정서적 거리가 적당하게 유지되도록 폭이나 각도를 정하는 데에서 여러 번 고민하고 연구했다.

신축 건물임에도 다소 거칠고 공장 같은 느낌이 든다. 의도한 연출인가? 성수동이 공장 지대라는 점을 고려했다. 따라서 지나치게 패셔너블하거나 세련된 공간은 오히려 지양했다. 생산의 플랫폼 역할을 하는 공장의 감성을 건물로 끌어들여 지역의 기억을 담고 있는 건축을 만들려고 했다. 아연도골강판이나 폴리카보네이트 같은 가공하지 않은 소재를 주로 사용한 까닭도 여기에 있다. 중간중간에 타일이나 합판 등을 사용해 친숙한 느낌이 들도록 했는데 이는 자칫 차갑게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을 상쇄시킨다. 이 밖에도 빛을 공간 안으로 끌어들이는 방식을 고려해 역동성이 느껴지도록 했다.


카우앤독의 BI와 그래픽 디자인은 에그플랜트팩토리(대표 이지윤)가 맡았다. eggplantfactory.co.kr

현재 정림건축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셰어하우스 통의동집에 거주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일상에서 공유를 실천하는 것이 건축할 때도 도움이 됐나? 통의동집에서 살게 된 것은 하나의 작은 실험이었다. 사무 공간뿐 아니라 삶의 방식과 터전도 유연해지고 있는 이 시대에 지나치게 전통적인 방식을 고수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코워킹 스페이스와 마찬가지로 셰어하우스에서 중요한 것 역시 적절한 거리감이다. 셰어하우스에서 배운 것은 바로 이런 감각이 아니었나 싶다. 사실 처음 입주를 결심했을 때만 하더라도 타인과 어우러지는 삶이 가능할지 스스로도 확신이 서지 않았는데 이런 체험이 확신으로 이어졌고 카우앤독의 디자인에도 영향을 미쳤다. 코워킹 스페이스나 셰어하우스의 의미는 결국 선택지가 많아졌다는 데에 있다고 본다. 정형화된 일원적 삶의 방식이 아니라 성향과 목적에 맞게 공간을 선택함으로써 주거의 질이 향상되고 다채로움 속에서 흥미로운 문화가 생산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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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최명환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15년 7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