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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서점을 다시 읽은 디자이너 교보문고 리뉴얼 프로젝트


교보문고 부산점 1층 전경. 콘크리트 기둥과 노출 천장으로 세련된 느낌을 준다. ©Space Studio 

교보문고 부산점의 베스트셀러 코너. ©Space Studio

청핀 서점(대만), 다이칸야마 쓰타야(일본), 팡수오 서점(중국)…. 최근 수년간 체류형 공간으로 변신을 꾀한 아시아의 대형 서점들이다. 디지털 광풍에 맞선 소형 서점들이 개성 넘치는 콘셉트와 아이덴티티를 내세우며 생존 전략을 펼쳤다면, 대형 서점들은 ‘판매하는 공간’에서 ‘머물고 싶은 공간’으로 진화하며 이런 시대의 변화에 조응하고 있다. 지난해 10월과 12월 각각 리뉴얼을 마친 교보문고 부산점과 광화문점에서도 이런 특징을 찾아볼 수 있었다. 교보문고 허정도 대표는 “35년간 많은 책과 열린 서가를 통해 책 만나는 기쁨을 선사한 교보문고에 편안함과 새로운 즐거움이 더해졌으면 했다. 이에 따라 디자인 역시 책을 만나고 발견하고 즐길 수 있는 진화된 공간으로 구성되길 바랐다”라고 말했다.

리뉴얼은 교보문고 내 개설TF팀과 WGNB(월가 & 브러더스)의 협업으로 이뤄졌는데 핵심은 독자가 편하게 책을 읽을 수 있는 다양한 독서 쉼터를 만드는 것이었다. 백종환 WGNB 공동 대표는 공간의 콘셉트를 고대 그리스의 아고라 광장에서 찾았다. “도시국가 폴리스(polis)에 형성된 이 시장은 단순히 상거래만 이뤄지던 곳이 아니었고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시민들의 스토리텔링이 살아 숨 쉬는 공간이었다. 교보문고가 바로 그런 공간이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또 김성자 교보문고 점포사업본부 단장은 과거처럼 책을 쌓아놓고 판매만 하는 서점이 아니라 머물수 있는 공간, 머무르고 싶은 공간 만들기에 역량을 집중시켰다고 덧붙였다. 사람들의 체류시간을 늘림으로써 자연스레 매출을 향상시키겠다는 것이 이들의 전략.

공간 콘셉트는 부산 서면에 위치한 부산점에서 특히 두드러졌다. 모던한 인테리어와 노출 천장, 호텔 객실을 연상시키는 은은하고 낮은 조도 등은 기존 대형 서점에서 찾아보기 힘든 요소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포인트는 다양한 형태의 독서 공간. 지상 1층, 지하 1층으로 이뤄진 서점 곳곳에 공간에 맞게 설계한 의자와 테이블 등을 배치해 도서관을 방불케 한다. 서가 앞에서 쪼그려 앉아 책을 읽는 모습이 서점의 일반적 풍경이었다는 것을 상기해보면 매우 흥미로운 변화라고 할 수 있다. 교보문고의 용감한 결정이 이런 변화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좋은 디자인은 좋은 클라이언트로부터 나온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시키는 대목. 교보문고의 극적 변화는 광화문점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정식 리뉴얼 오픈 이전 이미 1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카오리 소나무 독서 테이블로 많은 화제를 낳은 광화문점 역시 부산점의 아고라 광장 콘셉트를 이어받아 다양한 독서 공간을 확보했다. 또 다른 특 징은 각 코너별 성격을 좀 더 명확히 드러냈다는 것. 예를 들어 외서 코너에는 고벽돌을 사용해 중후한 느낌을 강조하고 어린이 책 코너는 밝은 분위기를 강조했다. 또 문학이나 에세이 코너에는 어두운 톤의 나무를, 취미나 잡지 코너에는 중간 톤의 나무를, 그리고 어린이 코너에는 밝은 톤의 나무를 각각 사용해 특징과 분위기를 구분 지었다. 교보문고와 WGNB는 앞으로 동대문과 일산 등지에도 새로운 공간을 선보일 계획이다. 이들이 디자인을 통해 보여줄 다음 페이지는 과연 어떤 모습일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어린이 도서 코너에는 박공지붕 형태로 책 읽는 공간을 마련했다. ©Space Studio



다양한 형태의 도서 공간. 

Interview 

백종환 WGNB 공동 대표
김성자 교보문고 점포사업본부/점포지원단 단장
 
“서가의 높이를 낮춰 아고라 광장의 개방성을 강조했다.”

독서 공간을 확충해 자연스럽게 체류 시간을 늘린 점이 흥미롭다.
베스트셀러는 평소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이 책을 구매했을 때 만들어진다. 영화관을 즐겨찾지 않는 중장년층까지 끌어들여야 영화가 흥행하듯 평소 책을 잘 구매하지 않는 사람들까지 서점 안으로 유입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단순히 책을 파는 공간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만남이 이뤄지는 공간을 조성하는데 집중했다. 쉽게 말해 서점 자체가 핫 플레이스가 되도록 한 것인데 독서 공간의 확충 역시 이런 생각의 일환이었다. 청핀 서점이나 다이칸야마 쓰타야처럼 이미 많이 회자된 프로젝트를 일부 참고했지만, 서가의 높이를 낮춰 오픈된 느낌을 강조한 점은 이들 서점과 다른 점이다. 책에 둘러싸여 다소 폐쇄적인 느낌을 주는 기존 서점과 달리 아고라 광장의 개방된 느낌을 연출한 것이다.

부산점의 경우 조도가 상당히 낮더라.
낮은 조도는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데 도움을 준다. 광장을 콘셉트로 한 교보문고 부산점의 경우 낮고 은은한 조도가 자칫 개방된 공간에서 느낄 수 있는 불안함을 상쇄시키는 역할을 한다. 카페 같은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전체적인 조도를 300룩스(lux) 정도로 낮췄다. 대신 천장에만 조명을 설치하는 다른 서점과 달리 공간 곳곳에 조명을 추가 배치해 서가와 책에 집중 조명을 둠으로써 책을 고르고 독서하는 데 지장이 없도록 했다.

공간에 맞춰 디자인한 가구와 설치물도 인상적이었다.
부산점의 경우 디테일한 요소 하나하나에도 많은 공을 들였다. 서점에서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 이전에는 책 때문에 선반이 처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책장에 주로 철제 선반을 사용했는데 문제는 이것 때문에 전체적으로 따뜻한 느낌을 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목재를 적극 활용했다. 각 가구에는 휴먼 스케일을 적용해 사람들이 책을 읽거나 책을 꺼내기 위해 손을 내밀었을 때 편안함을 느껴지도록 배려했다. 또 유아 코너 가구의 모서리를 둥글게 처리해 안전성을 확보하고 베스트셀러 코너의 진열대를 고객의 눈 높이에 맞추는 등 일관성을 유지하면서도 각 독자의 특징에 맞게 색상과 디테일을 달리 적용했다.

최근 아시아의 여러 대형 서점이 체류형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는 추세다. 이런 변화의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홀로 머물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해진 탓 아닐까? 온전히 자신에게 시간을 쏟으며 라이프스타일을 가꾸고 싶어 하는 사람이 늘어난 반면 이를 발현할 만한 마땅한 공간이 없다. 이런 점을 간파한 대형 서점들이 카페, 혹은 다른 시설과는 차별화된 문화 공간으로 이런 개인들이 즐겨 찾을 만한 공간을 마련한 것이다.




교보문고 부산점의 콘셉트를 보여주는 일러스트. 백종환 소장은 “기존 서점의 경우 정보가 머무르는 이미지가 강했다면 최근에는 정보가 흐르는 느낌이 더 우세하다”라고 말했다.


교보문고 광화문점의 모습. 각 코너를 부분적으로 리뉴얼해 완성했다. ©Space 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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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글 최명환 기자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16년 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