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해주세요!
본문 바로가기
Design News
Design Promotion 지역 문화를 살리는 공예와 디자인


담양 죽공예 명인 황미경과 정소이 보머스디자인 대표가 대나무 살로 제작한 행잉 조명 렌더링 이미지. 

지역 문화에는 그 지역의 역사적 경험과 정체성이 깃들어 있지만 급속한 경제성장과 정보화로 지역 간의 구분마저 무의미하며 과거 지역 문화의 독특함은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이에 빠르고 다양하게 변하는 대중의 기호에 맞춰 지역의 전통문화를 계승해온 장인과 새로운 트렌드를 주도하는 디자이너가 손을 잡았다. 전통과 현대, 이상적인 만남이지만 현실의 간극은 생각보다 컸다. 재질과 물성의 차이, 이론과 실제의 차이 등 전통에 현대적인 요소를 접목시키는 일은 생각보다 더 복잡한 과정이 필요했다. 기존 작업 방식에 살짝만 변형을 가해도 완전히 새로운 영역이 재창조되는 일이었다. 마감이라는 한정된 시간 속에서 원하는 패턴과 디자인이 나오기까지 시행착오가 거듭되었다.

한국전통문화전당의 전통문화창조센터에서는 지역의 전통문화 기술에 현대적 디자인을 더한 창조적 융·복합 상품을 개발 중이다. 옛것을 살려 새로운 것을 만드는 온고창신(溫故創新)의 정신을 바탕으로 전통 공예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색다른 시도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는 지역 문화를 담은 생활 명품을 만들어간다는 취지에서 강신재 보이드플래닝 대표, 박현주 포트콜린스 대표, 박형원 어반웍스 대표, 정소이 보머스디자인 대표, 최경란 국민대 교수, 최웅철 웅갤러리 관장 6명의 디자이너와 성남 나전장 배금용, 남원 목기장 이건무, 마포 두석장 양현승, 완주 도예가 진정욱, 담양 죽공예 명인 황미경 등의 공예가들이 참여해 진행했다. 이 결과물 중 몇 가지를 소개한다.


양현승과 강신재. 



서울 마포의 두석장 양현승과 강신재 보이드플래닝 대표가 소반을 재해석해 디자인한 작품 스케치. 
서울 마포의 두석장 양현승과 강신재는 이번 전시 주제인 ‘만찬의 상차림’에 쓰일 소반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두석은 대부분 가구의 부자재로 장식성을 더하지만,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전통 소반의 단아한 비례감과 품격은 그대로 유지하되 재료와 형태의 변형을 시도했다. 또한 대나무, 백자 같은 독특한 소재로 받침을 만들고 옻칠한 목기에 기하학무늬의 두석 장식을 입혔다. 가구부터 옥새까지 쓰임의 변주가 다양한 장석은 장식 효과뿐만 아니라 문고리, 잠금장치 같은 기능 부분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고가구 전문 거리가 형성되었던 아현동 일대에서 흔히 볼 수 있었으나 일부 명인만 남은 현재, 양현승은 마포로 자리를 옮겨 전통을 고수하고 있다.

완주 도예가 진정욱과 박형원 어반웍스 대표. 

완주의 도예가 진정욱과 박형원은 ‘작품’ 하면 비싸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작가와 소비자 간의 간격을 좁혀 저변을 확대해보자는 데에 의기투합했다. 완주군 위봉사 인근에 터를 잡고 활동해온 진정욱은 조선 시대부터 내려온 분청사기 기법의 명맥을 이어왔다. 완주에서 활발하게 제작하던 분청사기를 재현하고 복원해 계승, 발전하는 것이 그의 목표다. 사기는 옛 그릇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사용자의 편리에 따라 무엇이든 보관할 수 있는 기능성과 세련된 디자인을 위해 형태적인 변화에 초점을 맞췄다. 



황미경과 정소이. 
담양의 죽공예 명인 황미경과 정소이 역시 누구나 어렵지 않게 구입해서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생활용품을 만들어보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토양의 물 빠짐과 성질이 좋아 대나무가 잘 자라는 담양에서 대나무를 사용한 공예는 삶 그 자체였다. 황미경은 대대로 이 지역민의 일상이던 대나무 공예를 아들에게 전수하며 새로운 세대의 시각과 감성을 불어넣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대나무 살의 그림자가 투영되는 형태로 달을 형상화한 행잉 조명, 원하는 컬러와 형태를 그날의 분위기나 기분에 따라 믹스 & 매치할 수 있는 DIY 촛대 등 반제품 형태의 생활 공예품을 선보인다.

전통적인 색채는 유지하면서 어떤 공간에도 잘 스며드는 유연한 디자인, 오랫동안 사랑받을 수 있는 디자인은 전통이라는 이름이 주는 거리감을 줄이는 데에서 시작한다. 문화수준이 높아질수록 대중의 안목이 높아지면서 제품을 구입하려는 수요 역시 증가한다. 작가의 손길이 묻어 있는 디자인을 즐기고 싶어 하고 조금씩 돈을 모아 제품을 구매하고 직접 사용해보는 일이 늘어나는 건 반가운 현상이다. 명품은 생활 속에 실제로 쓰인다. 어떤 브랜드를 소비하는지 드러내기 위해 비싼 가격을 감수하는 것처럼 실생활에 쓰여야 명품이다. 놓고 보기만 하면 문화재나 골동품일 뿐이다. 공예를 통해 지역의 문화 자산을 개발하고 상품화하는 것은 단순한 경제적 가치 상승 이상의 문화적 가치를 높이는 중요한 일이다. 지역의 자원과 전통을 계승해 선보이는 전통 공예의 새로운 해석은 현대적인 라이프스타일에 오래된 것이 더해졌을 때 빛나는 진가를 어김없이 보여줄 것이다. 오는 3월 8일부터 12일까지 5일간 코엑스에서 열리는 서울리빙디자인페어에서 ‘만찬’이라는 주제로 선보이는 새롭고 모던한 지역 공예 명품을 만날 수 있다.


Share +
바이라인 : 글: 정유미, 사진: 물나무사진관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17년 3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페이스북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