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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말없는 지니어스 애플



<디자인 바이 애플 인 캘리포니아 Designed by Apple in California> 

출간일 2016년 11월 15일 
조너선 아이브(Jonathan Ive) 
사진가 앤드루 주커만(Andrew Zuckerman) 
판형 260×324mm(중형), 330×413mm(대형) 
페이지 300쪽 
가격 22만 9000원, 36만 9000원 

수십 년간 현대 인류의 미래를 제시하느라 앞만 보고 달려온 회사가 처음으로 자신의 과거를 돌아봤다. 2016년 11월 15일, 애플은 그해 첫 신제품을 발표했다. 지난 20년간 애플 디자인을 450장의 초고화질로 담은 이 사진집은 스티브 잡스에게 바치는 헌사나 다름없다. 제목과 서문, 판권 정도의 제한적인 텍스트는 애플의 타이프페이스 ‘샌프란시스코체’로 기록했다. 책 겉표지는 독일산 비스포크 염색을 거친 린넨으로 감싸고, 책등에는 꽤 긴 제목을 음각으로 새겼다. ‘디자인 바이 애플 인 캘리포니아.’ 애플 제품에서 공통적으로 볼 수 있는 그 문구다. 미국도 아니고 콕 집어 ‘캘리포니아’, made in도 아니고 ‘디자인 바이’라고 한 단어 한 단어 의미를 담아 눌러쓴 듯한 애플 특유의 고집을 여기서도 만난다. 수석 디자이너 조너선 아이브는 <월페이퍼>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대부분의 애플 제품은 새하얀 색이기에 기존의 프린트 방식으로는 제품의 컬러와 표면 재질감을 생생히 담아낼 수 없다고 봤다. 그래서 우리는 책을 위한 종이와 잉크부터 커스터마이징해서 만들었다.” 세상에 없던 기기를 탄생시키기 위해 도구와 기계부터 새로 디자인하고 공정을 실험했듯, 종이는 영국의 제지 회사 제임스 크로퍼(James Cropper)의 주문 생산 컬러로, 잉크는 ‘커스톰 로우 고스트 이플 잉크(Custom low ghost Epple inks)’를 주문 제작해서 찍어낸 것이다. 북 디자인과 타이포그래피, 제작 공정 모두 아름다운 이 책은 애플 팬은 물론 디자이너들에게 완벽한 크리스마스 선물이 되었을 터. 하지만 단순히 연말 시즌을 겨냥한 과시용 프로젝트는 결코 아니었다.

같은 인터뷰에서 조너선 아이브는 “너무 현재와 미래에만 몰두해서 그런지, 문득 우리가 만드는 물리적 제품을 모아둔 카달로그가 하나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8년 전쯤부터 아카이빙을 염두에 두기 시작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사진집에 나오는 제품 대부분은 사실 우리가 직접 매장에 가서 구매한 것이라는 점이다. 부끄러운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우리가 그간 신경을 잘 안 써서 물리적인 아카이브 구축에 매우 서툴렀다”라고 말했다. 애플이 개발한 모든 제품을 담은 것은 아니다. 1998년 1세대 아이맥부터 2015년 애플 펜슬에 이르기까지 애플의 역사에 중요 분기점이 된 제품, 기술적으로 큰 깨달음이 있었던 제품, 혹은 디자인팀이 특히 애착을 갖는 제품 등을 선별했다. 모두가 각 제품에 대해 느끼는 바가 비슷했기에 그 작업은 어렵지 않았다고. 사용성의 맥락을 배제하고 객관성을 극대화한 포토그래피는 날것의 재료가 소비자 제품이 되기까지 어떤 기술의 진화를 거쳤는지 냉철하게 기록한다. 소리 없이 눈빛으로만 읊조리는 듯한 애플의 언어로 해석하자면 왼쪽 페이지에는 아이맥을, 오른쪽 페이지에는 이를 찍어낸 주형을 대조한 한 판의 사진은 이렇게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기본 부품인 15형 분유리 음극선관을 토대로 고안된 1999년 초창기 아이맥(2세대)은 금형에 텍스처를 입히는 기존 방식을 탈피해 빛 분산 입자를 폴리머 재료 성분과 혼합해 사용함으로써 하우징의 투명도를 구현했습니다.” 혹은 빨간색 가죽 휴대폰 케이스를 만드는 과정을 단계별로 여러 번에 걸쳐 찍은 사진은 “아이폰5s의 가죽 케이스는 8단계의 공정을 거쳐 제작되는데요, 먼저 가죽을 0.4mm 두께로 깎고, 깎은 가죽을 다이컷한 후에 가죽으로 폴리카보네이트 셀을 감싸고 극세사 안감으로 마감한답니다.”라고 친절히 소개하고 있다.

이러한 사진은 오랜 기간 애플의 제품 프로모션 사진을 맡아온 사진가 앤드루 주커만이 이번 책을 위해 모두 재촬영한 것이다. 예전에 찍어둔 사진도 많게는 20년 전의 것이었기에 최신 사진 기술로 촬영한 근래 제품 사진의 톤을 맞추기 위해서였다. 조너선 아이브는 서문에서 “이것은 디자인에 관한 책이지만 디자인팀이나, 그 창의적인 과정, 혹은 제품 개발 비화를 다루지는 않는다. 그러나 우리의 작업 결과물을 객관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역설적이게도 우리가 누구인지를 말해준다. 그렇게 이 책은 우리의 작업 방식, 우리의 가치, 우리의 집착, 우리의 목표를 드러낸다. 우리는 언제나 말보다는 결과로 평가받기를 바랐으니까”라고 말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우리말을 알았다면 애플은, 조너선 아이브는 꽤 자주 이 표현을 빌리지 않았을까. 공식 온라인 웹사이트와 몇몇 오프라인 플래그십 스토어에 한정된 수량만을 판매하는 애플은 이 책을 전 세계 주요 디자인 대학교에 보냈다고 한다. 아마 조너선 아이브가 디터 람스의 디자인 유산을 만지며 감성을 키웠듯, 애플의 디자인을 사고 경험하고 그 무엇보다 열망하는 젊은이들의 손에 ‘만져지길’ 바라는 마음을 말 없이 담아서.



1999년 출시한 2세대 아이맥.


2013년 출시한 아이폰 5S 가죽 케이스.


2007년 출시한 1세대 아이폰.


2004년 출시한 아이팟 미니.


2015년 출시한 애플 워치.


2012년 출시한 애플 이어팟.


2005년 출시한 iSight가 탑재된 아이맥 G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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