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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디자이너가 기획한 모바일 클래식 방송 JTBC <고전적 하루>
쉽게 구분할 수 있을 것 같던 디자인의 영역은 모호해지는 동시에 넓어지고 있다. 디자이너의 역할 또한 분야를 넘나들며 이루어진다. 특히 조직에서 디자이너의 기획력이나 브랜딩 역량은 중요한 키워드가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1월 26일 시작한 JTBC의 모바일 콘텐츠 <고전적 하루>는 더욱 흥미롭다. 클래식 음악가를 초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연주를 듣는 이 클래식 프로그램을 기획한 사람이 교양이나 예능 프로듀서가 아닌 디자이너이기 때문이다. 남궁유 JTBC 디자인실장이 기획과 연출을 맡고 무대와 조명, 촬영, 편집까지 모두 JTBC 디자인실에서 만든다는 이들의 <고전적 하루>가 궁금했다.


<고전적 하루>의 메인 포스터. 사진제공 남궁유 
“아, 하는 거예요 지금?” 〈고전적 하루〉 1회는 조명이 켜지며 진행자 김호정 기자의 방송인 듯 아닌 듯한 이 멘트로 자연스럽게 시작된다. 30여 분 분량의 1회 차 방송은 연주자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음악을 듣는 형식으로 이루어진다. 구성은 여느 클래식 프로그램과 비슷하지만 그와는 또 다른 캐주얼함이 있다. 매주 목요일 오후 6시, 페이스북과 팟캐스트, 유튜브 등으로 시청하면 되고 오디오만 따로 들을 수도 있다. 노래방에 가면 박미경의 ‘이브의 경고’를 부른다는 소프라노 임선혜, 유명해지는 것이 싫었다는 피아니스트 손열음의 솔직한 이야기부터 곡을 해석하다 보면 베토벤은 유머러스한 사람이 아니었을까 싶다는 피아니스트 김선욱의 이야기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음악은 아티스트들이 직접 선정하고 진행자는 연주자 옆에 서거나 뒤에 앉아 경청한다. 김선욱이 베토벤 소나타 14번 3악장을 연주할 때는 실수로 핀 마이크를 빼지 않아 연주할 때 다소 거친 호흡이나 음계를 따라 읊조리는 세밀한 허밍까지 고스란히 녹음되어버린 에피소드도 있다(https://youtu.be/tRSWwhEW8tU). 일반적인 경우라면 방송 사고 내지는 재녹화할 일이었지만 연출자는 생생한 느낌이 좋아 그대로 살렸고, 덕분에 우리는 김선욱이 연주 내내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고스란히 들을 수 있었다. 연출자는 녹화 중간에 즉흥적으로 포맷을 바꾸거나 새롭게 추가하기도 한다. 이런 자유로운 형식은 모바일 콘텐츠라는 옷을 입고 훨씬 친근하게 다가온다.


<고전적 하루>의 로고 디자인. 글자는 안삼열체를 기반으로 제작했고, 수평이나 적층으로 다양하게 배열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사진제공 남궁유 
〈고전적 하루〉는 중앙일보에서 클래식·국악 전문 기자로 일하는 김호정 기자와 클래식 애호가인 남궁유 JTBC 디자인실장이 7년 전에 진행한 같은 제목의 팟캐스트에서 시작했다. 언젠가 다시 이 콘텐츠를 살려보자는 이들의 생각이 빠르고 민첩하게 실현할 수 있는 모바일 콘텐츠로 부활한 셈이다. 여기에 더해 JTBC는 몇 년 전부터 보도 부문과 예능 분야에서 디지털 콘텐츠에 대한 여러 시도가 있었고, 이를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부서도 생겼다. 이들과 아이디어를 나누다 디자인실이 디자인 가이드 외에 콘텐츠를 직접 만들면 다른 작품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여기에는 진행자의 전문성과 디자인실의 촬영·편집 역량에 대한 믿음도 있었다. 그렇게 시작한 〈고전적 하루〉는 레코딩을 제외하고는 모두 JTBC 디자인실의 손을 거친다. ‘다락방 키친 테이블에서 세계적인 연주자의 음악을 듣는 시간’을 콘셉트로 정하고, 이태원의 스트라디움이나 파주 스튜디오와 같이 사운드가 최적화된 장소에서 촬영하는 방식을 택했다. 식탁을 연상케 하는 테이블은 직접 제작한 것이다. 지금까지 피아니스트 손열음과 김선욱, 소프라노 임선혜,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 바수니스트 유성권, 수원시립교향악단 등이 함께 했다. 총 24회로 기획한 방송은 한 연주자로 2회 분량을 구성한다. 이런 세계적인 인물들을 섭외할 수 있었던 데는 김호정 기자의 역할이 컸다. 클래식·국악 전문 기자로서의 오랜 경력도 있지만 그녀 자신이 대학에서 피아노를 전공한 음악인이기에 연주자와 나누는 유대감이 연주자는 물론 시청자를 무장해제시키는 역할을 한다.










순서대로 수원시향과 지휘자 김대진,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 피아니스트 김선욱, 손열음, 바수니스트 유성권. 그래픽에는 JTBC 전용 서체와 산돌백종열펜, 산돌공병각필만 사용한다. 03, 04, 07 사진제공 남궁유

남궁유 디자인실장은 “방송 콘텐츠로 브랜딩하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 수단이 꼭 TV 방송일 필요는 없다. JTBC는 비주얼부터 공간, 로고송까지 아우르며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성공적으로 안착시켰고, 이를 통해 디자인이 단순히 콘텐츠를 포장하는데 그치지 않음을 보여주었다. 〈고전적 하루〉는 지극히 단순하고 현실적인 이유로 모바일을 선택했지만 그 때문에 오히려 능동적인 포맷을 짤 수 있었다. 또한 디자이너는 정해진 예산과 제약 안에서 최적화된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이고, 따라서 그 노하우를 모바일 콘텐츠를 통해 십분 살릴 수 있었다는 얘기다. 〈고전적 하루〉는 한번 업데이트되면 사진, 인터뷰, 연주곡 등이 2차 콘텐츠로 확대·재생산된다. 이런 다양한 장치를 통해 클래식이 꼭 공연장을 찾아가 듣는 음악이 아니라 언제 어디서든 편하게 즐길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또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계층으로, 특히 젊은 층으로도 확대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같은 소재를 얼마나 다른 이야기로, 또 어떤 수단을 통해 효과적으로 보여주느냐가 더 중요하다. “잘하려고 하기보다 다르게 연주하려고 한다”는 〈고전적 하루〉 속 피아니스트 손열음의 얘기는 그래서 더욱 와 닿는다. 물론 여기에는 조직의 유연한 시스템과 도전을 독려하는 분위기도 필요하다. 아이디어만 있다면 디자인을 통해 얼마든지 새로운 영역의 콘텐츠로 파생되는 기회로 이어질 수 있다. 그것이 〈고전적 하루〉와 같은 흥미로운 시도가 더 많아지기를 바라는 이유이기도 하다.


영상은 블랙과 화이트, 흐림과 선명함이 교차되는 몇 개의 모션 규칙만 사용한다.


데스크에는 레드라인으로 디자인 아이젠티티를 적용했다.


이벤트용으로 제작한 <고전적 하루> 배지.


바수니스트 유성권과의 촬영 모습. 사진제공 남궁유

연출 남궁유(JTBC 디자인실장)
진행 김호정(중앙일보 클래식·국악 전문 기자)
브랜드 디자인 이혜연(JTBC 디자인실 콘텐츠디자인팀장)
촬영·편집 김은호, 정원도(JTBC 디자인실 콘텐츠디자인팀)
모션 그래픽 이연지, 한소연(JTBC 디자인실 콘텐츠디자인팀, 제작디자인팀)
무대 디자인 윤진희, 정동필(JTBC 디자인실 무대디자인팀)
영상 보정 김래석(JTBC 디자인실 제작디자인팀)
온라인 마케팅 방지현, 서계원, 손경희, 이은지(JTBC 콘텐트허브 디지털사업본부)


Interview
남궁유 JTBC 디자인실장, <고전적 하루> 연출자

“콘텐츠를 시스템화하는 것이 디자인의 마지막 단계다.”



<고전적 하루>의 제작 방식이 궁금하다.
사실 제작보다는 섭외가 우선이다. 하지만 연주자들이 한국에 없는 경우도 많은 데다 스케줄도 워낙 바쁘기 때문에 상황이 계속 바뀌고 미리 촬영하기도 한다. 본래 하던 JTBC 디자인 업무도 소홀히 할 수 없기 때문에 가능한 한 민첩하고 간단한 제작 방식을 구축했다. 촬영은 보통 4시간 정도 걸리고 동영상 전용 카메라 5대에 시네마 렌즈를 달아서 촬영한다. 보통 한 사람이 두세 가지 역할을 한다. 나는 디렉션을 하면서 사진도 찍는다. 영상 편집은 콘텐츠디자인팀에서 담당하는데 3명의 팀원이 티저나 채널 아이덴티티, 프로모션 등을 만들면서 2~3년간 훈련한 결과가 나오는 것 같다.

<고전적 하루>의 전체적인 디자인 가이드라인은 어떻게 결정했나?
클래식 음악을 최대한 편안하게 듣는 분위기를 살리고 싶었다. 넓은 무대와 조명등이 과연 필요한가 하는 생각도 했다. 이야기와 음악이 더 잘 들리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춰 최대한 컬러를 절제했다. 그래픽 작업을 할 때도 클래식 프로그램에 어울리는 농도의 타이포로 조절했다. 누구보다 우리가 프로그램 성격을 가장 잘 알니까 그만큼 일이 빠르고 수월하다.

온라인 콘텐츠인 만큼 장점도, 단점도 있을 것 같다. 특히 짧고 빠르게 소비되는 모바일 콘텐츠로 연주 시간이 다소 긴 클래식을 선택했는데 TV와 같은 기존 방송과 어떤 차이점이 있나?
온라인이기 때문에 시청자 스스로 검색하고 찾아와야 한다. 클래식 음악 애호가 자체도 그리 많지 않은데, 대신 이들의 시청 패턴은 좁고 깊다. 이들의 반응은 가볍게 ‘좋아요’를 누르는 차원이 아니다. 연주에 대한 깊이 있는 장문의 글을 올리기도 하고, 연주 장면이나 재미있는 인터뷰 장면은 다양한 방식으로 공유하면서 성원을 보내준다. 우리의 목적은 좋은 콘텐츠다. 유통이나 마케팅, 활용법은 그 이후에 찾아내고 발견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완성도 높은 방송분은 TV에서 심야 특집으로 방송할 예정이다. 편성 부서와 이야기 중인 사항인데, JTBC는 그런 유기적인 의견이 오갈 수 있는 분위기가 있다.

<고전적 하루>를 보는 사람들이 무엇을 느끼기를 바라나?
업데이트 시간을 저녁 6시로 정한 이유는 직장인들이 퇴근 시간에 편안하게 클래식 음악을 접할 수 있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능한 전문적인 이야기로 흘러가지 않게 하려고 한다. 그게 클래식 음악이 갖는 일종의 벽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클래식은 순간의 선택과 즉흥성, 예술적인 집념이 결합된 예술이다. 피아니스트 김선욱이 베토벤 ‘월광’ 소나타를 선곡해 왔을 때 너무 흔한 선택이 아닌가 했는데 실제로 눈앞에서 감상한 연주는 극한의 긴장감을 줬다. 그런 분위기를 최대한 담고 싶었다. 클래식을 전혀 모르는 스태프가 촬영하면서 눈물을 찔끔거리는 모습을 볼 때마다 그 힘을 느끼게 된다.

<고전적 하루>는 클래식 프로그램이 모바일 플랫폼을 만난 새로운 형식의 브랜드다. 디자이너로서 이를 통해 무엇을 보여주고자 하는가?
디자인에 관한 생각보다는 콘텐츠가 우선이다. 이야기 혹은 시나리오라 할 수도 있다. <고전적 하루>는 사실 김호정 기자가 없이는 불가능한 포맷이다. 나는 여기에 구체적인 아이덴티티를 얹어 표현했을 뿐이다. 내가 생각하는 최종 디자인은 이런 포맷을 하나의 브랜드로 일관되게 유지하고 시스템화시키는 단계까지 이어진다. 그렇다면 내가 아니더라도 지금의 시스템이 계속 잘 운영되고 발전할 가능성이 생긴다.

24회로 기획한 <고전적 하루> 이후의 계획도 궁금하다. <고전적 하루> 시즌 2나 다른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나?
일단 회사에서 지원받은 제작비로 24회를 채울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걱정이 앞선다.(웃음) 그래도 디자인실에서 기획해 만든 방송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큰 것 같다. 시즌1이 종료되고 나서 기회가 주어진다면 <고전적 하루> 출연자들을 모아 멋진 음악회를 열어보고 싶기도 하다. 사실 그 외에 수없이 많은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정말 JTBC 채널은 바쁘다). 나는 늘 동료들에게 "우리는 못해서 안하고 있는게 아냐, 그렇지?" 라고 말한다. 분명 디자이너이기 때문에 여러 시도를 할 수 있고 잘 만들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디자이너로서 이런 다양한 실험과 시도를 계속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디자이너는 클라이언트 없이는 작업할 수 없는 직업적 숙명을 갖고 있다. 그걸 깨고 디자이너 스스로 다양한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어떤 시도든 해보는 게 중요한 게 아닐까? 결과가 제대로 안 나올 수도 있지만 무의미한 시도는 없다고 본다. <고전적 하루>처럼 새로운 콘텐츠로 재탄생하거나 아예 다른 아이디어를 발견하게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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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글: 오상희 기자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17년 4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