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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맛으로 오감을 확장하다 현대카드 쿠킹 라이브러리


쿠킹 라이브러리 1층은 델리와 오픈 키친, 테이블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서가 쪽으로는 천장이 오픈되어 있다. 
기획 현대카드
공간 디자인 원오원 아키텍츠(www.101architects.com)
실내 디자인 블랙쉽(blacksheep.uk.com)

현대카드가 2013년 서울 가회동 디자인 라이브러리를 시작으로 청담동 트래블 라이브러리, 한남동 뮤직 라이브러리에 이어 네 번째로 쿠킹 라이브러리를 열었다. 어디서도 구하기 힘든 희귀본과 다량의 컬렉션 북으로 디자인에 대한 심미안을 넓혀주는가 하면 공간 자체를 여행지로 삼기도 하고, 청각적 경험을 공간에 구현하는 방식으로 우리의 감각을 깨워왔다. 그리고 이번에는 그들만의 미각을 선보인다. 맛집 열풍, 먹방과 쿡방의 인기에서 알 수 있듯 ‘요리하고 먹는’ 행위는 곧 현대인의 가장 소박하고 내밀한 힐링 과정이고, 현대카드는 그런 우리에게 맛과 요리에 대한 진지한 체험을 권한다. 도산공원 뒤편에 위치한 지하 1층, 지상 4층 건물은 이를 위한 최적의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엄마의 부엌’을 콘셉트로 한 쿠킹 라이브러리는 작은 동굴 혹은 다락방처럼 아늑한 전통 한옥의 부엌을 떠올리게 한다. 외관의 불투명한 폴리카보네이트와 투명한 창유리를 통해 내부가 보일 듯 말 듯 구성해 더욱 호기심을 자극한다.

내부로 들어오면 높은 천장이 시야를 터주고 곳곳의 통유리창으로 볕이 자연스럽게 들어온다. 각 층이 뚜렷하게 구분되어 있지 않은 개방형 층고로, 1층 델리와 식료품 코너에서부터 마치 맛과 향을 따라 유영하듯 위층으로 올라가게 된다. 눈으로는 공간을 보고 코를 통해 음식 냄새까지 자연스럽게 공유하게 되는 독특한 구조다. 조리 도구가 부딪히는 소리와 조리하며 나는 냄새가 높은 천장을 타고 공간 전체에 퍼진다.


건물이 곧 그릇이 된 쿠킹 라이브러리
쿠킹 라이브러리는 본래 있던 건물을 리뉴얼한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쿠킹 라이브러리를 염두에 두고 만든 건물이다. 특히 내부에 사용한 철제 트레이와 철골 등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연스럽게 색이 변한다. 이는 많은 한국 음식이 시간의 흐름을 필요로 하는 발효 음식이나 저장 음식이라는 데에서 착안한 것으로, 공간을 이루는 모든 요소 또한 고정 불변의 물성이 아니라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다양하게 변하도록 한 의도다. 무엇보다 라이브러리라는 명칭에 걸맞게 가장 눈에 띄는 건 2층과 3층의 서가다. 지역별, 재료별, 조리 방법별로 큐레이션한 1만여 권의 책이 마련된 서가는 명확하고 편리하게 구분되어 이해를 돕는다. 서가 인근 혹은 복도 곳곳에 놓인 의자와 테이블은 큐레이션과 사용자의 동선에 맞춰 세심하게 배치한 것이다. 이 공간에서 가장 독특한 섹션은 150여 종의 실제 향신료와 허브를 비롯해 20종의 소금, 20종의 오일을 구비해놓은 ‘인그레디언츠 하우스(Ingredients House)’다. 공간 속 또 하나의 공간 형태로, 작은 실험실 같은 이곳은 곧 쿠킹 라이브러리가 라이브러리 이상의 체험을 제공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종이 책을 넘어 체험을 위한 공간
3, 4층으로 올라가면 1, 2층에서 경험한 후각과 시각, 촉각이 한층 확장되는 키친 공간이 펼쳐진다. 마치 코스 요리를 먹듯 방문자는 1층부터 위로 올라갈수록 깊이 있고 전 방향적인 체험을 하게 된다. 이곳은 전문 셰프보다는 요리에 관심이 많은 일반 방문자를 위한 홈 쿡 형태의 공간이다. 2, 3층 라이브러리 서적에 등장하는 요리의 재료를 구비해놓고 직접 요리를 체험해볼 수 있도록 하는 셀프 쿠킹 프로그램과 쿠킹 클래스도 연다. 특히 4층 테라스에는 최근 도심 건물에서 종종 볼 수 있는 미니 가든을 조성했다. 그 옆에는 예약제로 점심과 저녁, 단 한 팀씩만 손님을 받는 그린하우스를 마련해 도심 속 자연을 느끼며 식사를 즐길 수 있다.

미술사학자이자 건국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교수인 이주은은 저서 <미감>에서 이제는 ‘아무거나’가 아닌 ‘맛과 멋을 즐거이 선택하는’ 우리로 살자고 말한다. 현대카드가 생각하는 미감의 지형도 이와 다르지 않다. 쿠킹 라이브러리는 매일 맛보고 즐기는 음식을 통해 숨어 있던 감각을 깨우는 동시에 요리에 대한 새롭고 다양한 접근을 시도한다. 우리는 맛을 매개로 한 이곳의 식당, 도서관, 주방에서 공감각적 체험을 할 수 있다. 현대카드는 또 이렇게 그들이 가장 잘하는 방식으로 우리의 미감을 확장시키고 있다.



2층 라이브러리에서는 1층 델리가 한눈에 들어오고 3층으로도 시야가 트인다. ©김정한(예 스튜디오)


폴리카보네이트와 콘크리트로 마감한 쿠킹 라이브러리 외관.


오픈 테이블형 키친은 주방 도구부터 동선까지 최적화된 디자인으로 구성했고, 수전 등 여러 요소는 황동과 철제를 사용해 공간과 통일성을 이룬다.




황동 물 펌프, 바퀴 등 이색적인 오브제를 곳곳에 배치했다. ©김정한(예 스튜디오)


2층 인그레디언츠 하우스에서는 다양한 향신료를 마음껏 배합하고 테스트해볼 수 있다.


4층 미니 가든과 그린하우스.


2층 라이브러리는 1960년대 이후 출간하거나 재발행한 책 중 레시피 이상의 지식과 영감을 주는 책으로 구성된다. 보통 건물 밖으로 향하는 발코니를 실내로 들여온 작품 마인드 오버 매터(작가 엘름그린 &드라그셋)를 벽에 전시했다.


Interview
최욱 건축가, 원오원 아키텍츠 대표

“요리와 미식에 관한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




크지 않은 건물인데 볼드한 철골을 사용한 점이 특별하다.
대지 면적이 작다 보니 벽 두께를 줄여야 했는데 그런 면에서 철골조가 효율적이라고 생각했다. 창문에 철골을 대각선으로 노출시켜 설치해 외부의 빛을 끌어들이기에도 좋다.

외관에 농장 등에서 주로 사용하는 폴리카보네이트를 사용한 이유가 무엇인가?
폴리카보네이트는 미관상 별로 아름답지 않아 걱정이 되긴 했다. 하지만 강남 한복판이라는 트렌디하고 세련된 장소에 지극히 평범하고 무덤덤한 표정의 건물이 있어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공간 곳곳에 도르레로 된 펌프나 커다란 지게 바퀴, 밀짚 등 전통 부엌을 연상시키는 소품을 세심하게 배치했다.
부엌은 시간의 흐름, 사람의 손길과 냄새가 반영된 곳이라고 생각한다. 대각선 형태의 철골이나 거친 느낌의 벽과 바닥 재료를 그대로 노출하고, 첨단 조리 설비에 스틸을 사용해 만졌을 때 지문이 묻게 했다. 소재에 집중하면서도 지나치게 장식적이지 않은 범위 내에서 사용했다.

층별로 명확한 구획이 없으면서 전체적으로 오픈된 공간을 위해 어떤 요소를 사용했나?
한 층의 규모가 132m2 정도밖에 되지 않아 공간 자체를 무척 알뜰하게 써야 했다. 효율적인 공간 분할을 위해 모형만 수십 개 만든 것 같다. 재래시장의 다양한 기능을 쌓아 올리는 느낌으로 좁은 계단은 골목길을 연상시키도록 했고, 전체적으로 협소한 느낌을 들지 않도록 시선 닿는 곳마다 창문이 보이도록 배치했다. 2층의 인그레디언츠 하우스나 4층 실외의
그린하우스에 모두 투명 창문을 사용한 것도 그런 이유다. 공간 어디에 있든 답답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

현대카드 쿠킹 라이브러리는 체험형 문화 콘텐츠의 확장이자 완성이라는 생각이 든다. 방문자들이 어떤 경험을 하기를 바라는가?
현대카드는 이곳이 ‘열린 공간’이자 ‘요리하는 사람이 보이는 공간’이기를 바랐다. 공간은 건축가가 누구인가보다 사용자가 누구인지, 또 장소와 사람이 일체화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쿠킹 라이브러리가 요리와 미식에 관심 있는 이들이 가능한 모든 체험을 하는 편안한 곳이 되었으면 한다.

홍익대학교에서 건축학을, 이탈리아 베네치아 건축대학에서 건축 설계 및 이론을 공부했다. 2006년 베니스 비엔날레, 2007년 센젠 홍콩 비엔날레에 초청되었으며 학고잭 갤러리, 두가헌,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와 영등포 사옥을 맡았다. 현대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로 2013년 DFAA 대상 현대카드 영등포 사옥으로 2014 김종성 건축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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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글: 오상희 기자, 사진 제공: 현대카드(©신경섭)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17년 5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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