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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자유자재로 움직이고 하늘로 솟구치는 무대 <마타하리>


뮤지컬 <마타하리> 중에서 ‘사원의 춤’을 추는 주인공 마타하리. 
흔히 ‘블록버스터’ 하면 영화를 떠올리지만 뮤지컬 공연에도 통용되었다. 그리고 사실 그동안은 대부분 수입 뮤지컬의 전유물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창작 뮤지컬로 확장되고 있다. 2016년 3월 블루스퀘어에서 세계 최초로 초연한 <마타하리>(EMK 컴퍼니)는 무대 위에 블록버스터를 성공적으로 구현한 결과물이다. 언론에 공개한 뮤지컬 <마타하리>의 제작비는 250억 원. 실제 그만한 비용이 들었겠느냐는 논란도 있다. 하지만 이런 논란을 전제하더라도 이 작품은 마땅히 박수받을 만하다. 물랭루즈를 콘셉트로 한 이 작품의 화려한 볼거리는 그 자체로 주인공의 인생을 상징하는 미장센이다. 여기에 한정임 의상 디자이너는 유럽 역사상 가장 화려했던 벨에포크 시대의 의상 200여 벌을 재현해 관객의 눈을 사로잡았다.

무엇보다 <마타하리>의 매력은 디자이너 오필영이 만든 무대에서 기인한다. 무대가 마치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끊임없이 움직이며 공간적 배경을 창조해낸다. 초연의 연출과 안무를 맡았던 제프 칼훈(Jeff Calhoun)은 월트 디즈니의 <하이 스쿨 뮤지컬>과 <뉴시스> 등 자신이 연출한 다수의 브로드웨이 뮤지컬에서처럼 자연스러운 장면 전환을 위해 암전 대신 무대 테크놀로지를 활용한 극 전개를 택했다. 덕분에 무대는 암전 하나 없이, 마치 영화의 신(scene)을 보듯 장면이 전환되고 하늘이 갈라지거나 비행기가 백스테이지로 날아오르기도 한다. 특히 마타하리의 처형 장면으로 시작하는 오프닝에는 전진과 후진은 물론 회전, 경사 조절까지 가능한 데크가 스펙터클하게 움직이고 ,네 조각의 세트가 천장에서 내려와 결합된다. 신기해 보이기까지 한 이 무대 디자인의 비법은 바로 29기나 되는 전자동 기기의 활용을 가능케 한 무대적 재미다. 카메라의 이동에 따라 시선을 변화시킬 수 있는 영상물과 달리 무대에서는 관객 시선의 각도를 변화시키기 어렵다.

그러나 역으로 고정된 무대를 변화시키면 자연스레 화각(畵角)이 변화되는 별난 체험이 가능해진다. 무대만이 줄 수 있는, 무대라서 경험할 수 있는 재미다. 영상과 달리 무대는 라이브 엔터테인먼트의 속성을 지닌다. 현장 예술이라는 말도 그래서 생겨났다. 거꾸로 말하면 시간과 공간적 제약을 벗어나기 힘들다는 의미다. 매일 매일 배우와 스태프들이 다시 꾸며야 하는, 재생이 아닌 재연의 예술장르다. 무대 디자인의 중요성도 여기에 뿌리를 두고 있다. 관객을 공연장으로 끌어들이는 마법 같은 매력의 무대 디자인은 현대 상업 뮤지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절대적인 흥행 요소다. <마타하리>는 대형 창작 뮤지컬에서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국내 기술력으로 그 어려운 과제를 말끔히 이뤄낸 작품이라는 데 큰 의의가 있다. 오는 6월 세종문화회관에서는 더 변화된 무대를 선보인다. 한국 창작 뮤지컬의 무서운 상승세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새삼 궁금해진다.


<마타하리> 무대는 작품의 배경이 되는 1900년대 초, 화려하고 장식적인 벨 에포크 시대의 양식을 재현했다.

Interview
이진호 <마타하리> 무대감독

“거대한 공간을 빌려 무대 리허설을 따로 진행했다.”



세계 초연인 창작 뮤지컬이었던 만큼 시행착오도 많았을 것 같다. 국내 창작 뮤지컬의 개념은 무엇인가?
순수 국내 창작과 라이선스 뮤지컬이 있는데 라이선스 뮤지컬의 경우 콘텐츠를 거의 그대로 가져오는 형태와, 음악과 대본만 가져오는 형태가 있다. 여기에도 변화를 줄 수 있는 경우가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다. EMK 컴퍼니가 진행하는 뮤지컬은 대부분 음악과 대본만 가져오고, 그 자체도 많이 수정하고 보완하기 때문에 <마타하리>는 세계 초연이라 할 수 있다. 이런 경우 같은 작품이라도 나라마다 무대와 이야기가 다르게 진행된다.

무대감독은 어떤 역할을 하나?
기술감독의 지시에 따라 장치, 기술 등을 관리하고 무대와 소품, 조명, 음향 등이 공연 중 원활하게 구현되도록 한다.

<마타하리>는 대형 공간을 따로 빌려 무대와 비슷하게 구현해 세트만 리허설하는 방식을 썼다. 보통 해외 대규모 무대에서 볼 수 있는 것으로 국내에서는 거의 최초다.
무대 리허설은 따로 하면서 동시에 연습실에서는 부무대감독이 리허설을 진행하고, 배우들의 동선을 체크해 연습에서 수정한 동선을 녹화된 영상으로 바로 전송받아 세트의 움직임을 그에 맞게 바로 수정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배우들의 연습실에는 리허설 초반부터 동선에 필요한 세트인 웨이와 연습용 타워 등을 설치했다. 기계에 의존하는 시스템이다 보니 예상할 수 없는 오류가 생기지 않아야 했고, 무엇보다 기계 오작동으로 인해 배우나 스태프가 다치는 일이 없도록 하는 데에 가장 신경 썼다.

세계 초연을 제작할 만큼 국내 공연 시장이 성장했다. 앞으로 보완해야 할 점이 있다면?
국내 공연 기획사 중 뮤지컬 컴퍼니들은 상대적으로 제작 기간을 길게 주지만 그럼에도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정리하고 안전을 신경 써가며 완성도를 높이기에는 시간이 부족할 때가 많다. 특히 새로운 기술을 접목할 때는 충분히 연습하고 또 개발할 여유도 있어야 한다. 시장 규모가 안정적이어야 가능한 일이겠지만, 전문 인력도 더 많이 늘어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이연구 <마타하리> 제작감독

“<마타하리>는 전문 기술진과 무대 제작소의 경험이 완벽히 협업한 결과다.”




제작감독은 공연에서 어떤 역할을 하나?
포괄적으로 작품 기획, 투자자 유치, 배급과 예산 관리를 맡고 배우와 스태프들이 순차적으로 공연을 제작해나갈 수 있도록 돕는다. 최근에는 제작비와 스태프 관리만 담당하고 배우 관리는 제작 피디가 따로 맡는 경우도 많아졌다.

<마타하리>에는 어떤 기술을 적용했으며 그 기술을 구현하는데 어떤 부분이 가장 어려웠나?
무대 위의 기계나 유압 장치는 다른 기술과 크게 차이가 없지만 그런 기술을 무대에 접목하는 부분이 어렵다. 특히 무대 위에 1톤이 넘는 세트를 콘크리트 바닥이 아니라 나무로 된 바닥에 고정해야 해서 세트 자체의 무게도 최대한 줄여야 했다. 올해는 공연장이 바뀌기 때문에 작년처럼 2~3개월간의 세트 리허설 기간을 준비하고 있다. 경기도 이천의 대형 창고를
임대할 예정이다.

제작이나 운영에서는 각각 어떤 식으로 협업이 이루어졌나?
<마타하리>의 수많은 전자동 무대 장치와 상부의 화려한 무대 전환이 가능했던 것은 전문 기술력에 더해 오랜 역사를 가진 무대 제작소 ‘처음무대’와 완벽히 협업한 결과다. 특히 세트 제작은 처음무대가 해외 업체에 맡기려다가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국내에서 완벽히 개발 ・ 구현해낸 것이다.

새로운 미디어나 기술의 등장에 맞춰 무대 디자이너에게는 어떤 역할이 요구되나?
막의 장치나 고정 세트의 아름다움을 구현하는 시기는 지난 듯하다. 이제는 영상이나 전자동 장치, 플라잉 같은 새로운 기술의 접목이 필수 요소가 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무대 디자이너의 넓은 안목과 새로운 기술에 대한 이해는 향후 다양한 무대 구현에 주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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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글: 원종원(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교수ᆞ뮤지컬 평론가), 사진 제공: EMK 컴퍼니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17년 5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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