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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운동으로 번역된 디자인 <운동의 방식>


1층 ‘운동의 방식’ 전경. 
디자인의 개수와 종류만큼이나 디자인에 대한 생각과 관점 또한 다양하다. 혹자에게 디자인은 그저 상품을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장식일 수도 있고 또 누군가에게는 전문 경영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핵심 전략이 되기도 한다. 권준호와 김어진, 김경철이 결성한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 일상의 실천에게 디자인은 그 자체로 운동이요, 사상이자 발언이다. 2013년 이후 때로는 자체 프로젝트로, 또 때로는 클라이언트와의 협업을 통해 묵묵히 자기 목소리를 내온 이들이 최근 자신들의 첫 단독 전시 〈운동의 방식〉을 선보였다. 4월 10일부터 28일까지 마포구 탈영역 우정국에서 열린 이번 전시에는 지금까지 걸어온 일상의 실천의 행보와 신념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전시는 크게 자체 프로젝트를 모은 ‘운동의 방식’과 클라이언트 잡으로 진행했던 ‘작업의 방식’으로 구성됐다. 1층 ‘운동의 방식’에서 가장 먼저 관람객을 반긴 것은 권준호 대표가 영국 RCA 유학 시절 선보인 설치 작품 ‘Life: 탈북 여성의 삶’. 이번 전시를 위해 일상의 실천은 텍스트가 새겨진 목재 부분을 영국에서 직접 공수했고 나머지 틀 역시 다시 제작, 조립했다는 후문이다. 그 뒤로는 스튜디오 결성 이래 처음으로 진행한 자체 프로젝트 ‘나랑 상관없잖아’, 세월호 참사를 기리는 작품 ‘그런 배를 탔다는 이유로 죽어야 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등을 선보였다. 애증의 눈길로 서울의 근현대사를 바라본 콜라주 작품 ‘서울살이: Life in Seoul’에선 디자인에 동시대성을 반영하고자 하는 일상의 실천의 의지를 느낄 수 있었다. 이 포스터는 본래 지난해 AGI(국제그래픽연맹)가 서울에서 개최한 ‘Open/ Congress’ 기간에 맞춰 DDP에서 열린 전시 〈Special Project〉를 위해 디자인한 것이었지만, 이번 전시를 위해 국정 농단 사태의 핵심 인물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등의 사진을 추가했다. 이번 전시의 백미는 NIS.XXX. 지난해 코리아 디자인 어워드 디지털 디자인 부문 최종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던 웹사이트를 공간으로 확장한 점이 주목을 끌었는데, 과거 우체국이었던 전시장의 금고 자리를 국정원 취조실처럼 꾸며 분위기를 극대화했다.

권준호 대표는 “우리의 디자인이 운동이 되려면 어떤 요소가 필요한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면서 “결국 우리는 ‘꾸준함’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것이 우리가 1년에 한두 개 이상의 자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2층 ‘작업의 방식’은 좀 더 간결하게 구성했다. 이곳에선 녹색연합, 국제앰네스티, 후마니타스 출판사, 테이크아웃드로잉 등 시민 단체, 문화·예술 단체와 협업해 완성한 포스터와 책, 웹사이트 등을 만날 수 있었다. 특히 수작업이 많은 스튜디오의 특징을 보여주기 위해 레코드판, 직조한 실 등 포스터의 그래픽 요소가 된 실제 제작물을 함께 배치한 점이 돋보였다. 사실 이번 전시는 아카이빙 전시의 정석을 따랐기 때문에 전시 디자인의 묘미를 맛보기엔 조금 부족했다. 하지만 과하지 않고 담백한 구성이었기에 오히려 각각의 디자인이 돋보였다. 최근 들어 자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디자인 스튜디오가 늘어났지만 보통 클라이언트 잡을 베이스로 한 프로젝트와는 괴리감이 느껴지는 것이 사실인데, 이번 전시에선 그런 이질감을 느낄 수 없었다는 것 또한 특징이다.

〈불찬성의 디자인〉을 엮은 디자이너 밀턴 글레이저 (Milton Glaser)는 “그래픽 디자인은 분명히 행동주의의 한 형태이다. 디자이너가 좋은 시민이 되기 위해 책임감을 가지고 의미를 전달하는 것은 위협받는 민주주의에 저항하는 방법이기도 하다”라고 말한 바 있다. 〈운동의 방식〉전은 일상의 실천이 현재 국내 디자인계에서 가장 충실하게 이 명제를 이행하는 스튜디오라는 사실을 방증하는 듯했다.



2층 ‘작업의 방식’ 전경.


NIS.XXX. 우체국이었던 곳을 이용한 전시장의 특성을 활용해 금고였던 공간을 취조실처럼 꾸몄다. 이런 공간 연출은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을 다룬 웹사이트의 느낌을 극대화했다. 일상의 실천은 웹사이트 제작을 위해 약 6개월간 <시사IN>과 협업해 자료를 모았다.


테이크아웃드로잉을 위해 제작했던 신문을 들고 있는 김어진(왼쪽)과 권준호.


‘운동의 방식’ 포스터. 


텍스트-이미지 변환 장치. 2014년 KCDF에서 열린 전시 <프린팅 스튜디오 쇼>를 위해 제작했다. 타자기를 치면 텍스트가 28가지 색상으로 변환되어 종이 위에 분사되는 것이 특징. 일상의 실천 작품으로는 드물게 사회적 발언이 담기지 않은 디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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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글: 최명환 기자, 사진: 김정한(예 스튜디오)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17년 5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