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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브랜드가 예술적으로 단계를 넘어가는 방법 메종 에르메스 도산 파크


1층 실크 컬렉션. 넓게 확 트인 느낌으로 실크 제품을 양면 모두 볼 수 있게 진열한 체리 우드 격자무늬 프레임이 개방형 칸막이 역할을 한다.


핑크 베이지색의 스투코 벽면, 로즈색 대리석 테이블, 브라운색의 카펫 등 따스한 색감으로 꾸민 2층 여성 컬렉션.

지난 5월 20일, 새롭게 단장한 메종 에르메스 도산 파크의 시작을 알린 것은 안무가 윌리 도너(Willi Dorner)가 연출한 퍼포먼스였다. 여러 명이 몸을 포개고 겹쳐 도심 속 조형물을 형상화한 이 공연은 매장 밖에서 시작해 안으로 이어졌다. 벽과 벽 사이, 코너 등에 오브제처럼 존재하며 각 층별 섹션을 상징하는 컬러 블루(1층 남성 컬렉션), 마젠타(2층 여성 컬렉션), 옐로(3층 홈 컬렉션)를 주제로 한 스타일링과 함께 유쾌한 에너지를 뿜어낸 것이다. 여기에 프랑스 아티스트 위고 가토니(Ugo Gattoni)가 라이브로 선보인 윈도 드로잉 퍼포먼스와 아뜰리에 에르메스에서 진행하는 〈오 친구들이여, 친구는 없구나〉 전시 오프닝까지 메종 에르메스 도산 파크의 새로운 시작을 알린 이벤트 모두 예술을 사랑하는 브랜드, 에르메스다웠다.

2006년 파리의 르나 뒤마 건축 사무소(RDAI)가 설계한 메종 에르메스 도산 파크의 이번 레노베이션은 10여 년 만에 대대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2014년 한 차례 리뉴얼했지만 3층을 홈 컬렉션 전용 공간으로, 지하 1층을 아뜰리에 에르메스와 카페 마당으로 바꾸는 데에 그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3개 층에 걸쳐 섹션과 제품군을 교체하고 내부 분위기에 모던함을 더하며 밀도 있는 변화를 이뤄냈다. RDAI 아티스틱 디렉터 드니 몽텔(Denis Montel)의 지휘 아래 별도의 증축이나 구조의 변화 없이 훨씬 밝고 넓어진 느낌의 공간으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특히 실크 제품을 진열한 격자무늬 프레임은 매장 곳곳에서 개방형 칸막이 역할을 하며 섹션을 구분 짓는 동시에 전반적으로 확 트인 느낌을 주는 효과를 주었다.

이 밖에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각 층별 섹션과 제품의 이동으로 2층에 있던 남성 컬렉션이 1층으로 내려오고 2층에서는 여성 컬렉션과 가죽 제품, 패션 액세서리 섹션을 새롭게 선보였다. 또한 기존과 동일하게 홈 컬렉션 섹션이 자리한 3층에는 편안한 분위기의 VIP 라운지를 마련해 에르메스의 전통적인 노하우를 바탕으로 한 남성복 맞춤 제작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했다. 한편 3층 천장에 새롭게 설치한 양혜규 작가의 작품 ‘솔 르윗 뒤집기’ 역시 눈길을 사로잡는다. 흰색, 금색, 은색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입방체가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내며 다시 한번 에르메스와 현대미술의 강한 결속력을 확인시킨다. 그동안 에르메스는 전시 공간인 아뜰리에 에르메스 운영 외에도 에르메스 재단 미술상을 만들어 국내의 젊은 창작자들을 지원하고, 쇼윈도 프로젝트를 통해서는 국내 디자이너와 작가들의 작품 세계를 널리 알리는 등 입체적인 예술 후원 활동을 펼쳤다. 이번에도 새롭게 바뀐 메종 에르메스 도산 파크 곳곳에 다양한 작가의 작품, 오브제를 두었으며 윈도 디스플레이에는 지난 10년간 잭슨홍, 플라잉시티, 지니서, 배영환이 선보인 윈도 프로젝트 중 몇몇을 엄선해 설치했다.

2006년 르나 뒤마가 ‘정원의 리듬에 맞춰 심장이 뛰는’ 한옥에서 영감받아 디자인한 메종 에르메스 도산 파크는 정육면체 형태에 유리로 된 외벽이 영롱한 황금빛을 내뿜으며 하나의 상징처럼 자리했다. 그로부터 10여 년이 지난 뒤 대대적인 리뉴얼을 마친 메종 에르메스 도산 파크는 “기어처럼 자연스럽게 단계를 넘어간다”는 에밀 에르메스 전 회장의 철학을 떠올리게 한다. 제품뿐 아니라 브랜드의 역사와 전통, 비전을 함축적으로 녹여낸 메종 에르메스 도산 파크 역시 시대에 맞게 거듭남으로써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보여주는 방식에서는 “우리의 행동이 우리를 정의한다”라는 에르메스 재단의 기본 정신을 발견할 수 있다. 에르메스는 예술을 사랑하는 브랜드다.










5월 20일 새롭게 개장한 에르메스를 알리는 이벤트 및 오프닝 파티. 안무가 윌리 도너가 연출한 퍼포먼스와 함께 남성 컬렉션은 블루, 여성 컬렉션은 마젠타, 홈 컬렉션은 옐로로 스타일링해 유쾌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Interview
드니 몽텔 RDAI 아티스틱 디렉터

“구조의 변화 없이 새로운 공간으로 만들었다.”



2014년에 이어 비교적 짧은 주기로 이루어진 레노베이션이다. 무엇에 중점을 두었는지 궁금하다.
고객에게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보통 매장을 오픈하고 7~10년 정도 지나면 레노베이션을 진행한다. 메종 에르메스 도산 파크는 2006년에 오픈했으니까 10년이 넘었다. 2014년에 3층 공간을 홈 컬렉션으로 탈바꿈하면서 한 차례 레노베이션했지만, 제품을 전시하고 보여주는 방식은 매년 발전한다. 또 새로운 컬렉션이 출시되면 그에 맞춰 메종 에르메스 도산 파크의 분위기와 디스플레이를 다양하게 바꿔 보여주는 것 역시 중요하다. 이번 레노베이션으로 좀 더 모던해진 분위기에 기능적인 공간을 강조한 메종 에르메스 도산 파크를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메종 에르메스 도산 파크의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가?
보통 레노베이션을 진행할 경우 건물 구조를 바꾸거나 증축을 하는데, 이번에는 인테리어에만 집중했기 때문에 그 자체가 매우 특별했다. 결과적으로 매장 내부가 전체적으로 넓어 보이고 밝아져서 새로운 공간처럼 느껴질 것이다. 또 한 가지, 남성 컬렉션이 2층에서 1층으로 이동했다. 레노베이션할 때 어떤 제품군을 무엇과 함께 어디에 배치하느냐는 매장 디렉터와 에르메스 직원들이 결정하는데, 도면을 보고 수많은 회의를 통해 최상의 제품 컴비네이션을 찾는다. 이번 레노베이션에서 남성 컬렉션을 1층으로 이동시킨 것은 남성 고객이 매장에 들어왔을 때 관심 있는 제품에 접근하기 쉽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바로 이 부분에서 고객들은 마치 새로운 매장에 온 것 같은 느낌을 받을 것이다.

전 세계 에르메스 매장의 건축 책임자다. 브랜드의 통일성을 유지하면서 각 나라의 개성과 특징을 적절히 혼합한 디자인을 적용하는 것이 쉽지 않을 텐데. 특별한 원칙이나 전략이 있다면?
전 세계 에르메스 매장은 저마다 특징이 있지만 공통적인 코드 네 가지가 존재한다. 첫 번째는 세라믹 모자이크로, 어느 매장을 가든 이 모자이크 문양을 볼 수 있다. 두 번째는 유리로 둥글게 만든 그리스 양식 조명으로, 이는 1925년 에르메스를 위해 특별히 디자인한 것이다. 세 번째 코드는 에르메스를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엑스-리브리스(ex-libris) 로고인데 일종의 환영의 표시로 모든 매장 입구의 바닥에 새겨져 있다. 마지막은 에르메스를 상징하는 그림으로, 전 세계 매장에 철로 만든 프레임과 함께 걸려 있다. 이 모두는 창립자 티에리 에르메스가 파리에 메종 에르메스를 설립한 후 다른 지역에도 매장을 오픈하면서 일관성을 부여하기 위해 만든 것으로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백화점이나 공항 면세점 등에 있는 매장과 달리 메종을 디자인할 때 가장 염두에 두는 것은 무엇인가?
매장 규모에 관계없이 모든 프로젝트에 똑같이 관심을 갖고 작업한다. 하지만 전 세계에 5개(파리, 뉴욕, 도쿄, 서울, 상하이)밖에 없는 메종 에르메스가 특별한 프로젝트인 것은 사실이다. 단순한 매장이 아닌 하나의 도시와 에르메스가 함께 만나는, 일종의 대사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메종을 디자인할 때는 에르메스와 그 도시의 지역 문화를 어떻게 융합해서 잘 보여줄 수 있는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한다.

그렇다면 메종 에르메스 도산 파크만의 특별함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각 나라의 메종은 나름의 역사가 있고 건물도 다르며, 무엇보다 고유의 특별함이 있다. 메종 에르메스 도산 파크를 건축할 때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에르메스만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건물 자체가 매우 현대적이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또 당시 주변에는 상징적인 건물이 없었기 때문에 이 지역의 특별한 존재감이 되길 바랐다. 물론 건물 자체가 너무 튀어서도 안 됐는데 이는 서울이라는 지역의 문화를 이해하고 거기에 조화를 이루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이에 메종 에르메스 도산 파크를 건축할 때 두 가지를 염두에 두었는데 첫 번째가 균형이다. 알다시피 이 건물은 큐브 형태로, 내부를 보면 공간을 다 채우지 않고 반은 비어 있다. 채움과 비움의 균형을 맞춘 것이다. 이는 한국 전통 가옥의 특징을 반영한 두 번째 아이디어와도 연관된다. 한국의 전통적인 생활 방식을 알아보다가 몇 세대가 한 집에 같이 살며 그 집 중앙에는 마당이라는 빈 공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바로 이 개념을 적용한 것으로, 어떤 면에선 추상적일 수 있지만 지역의 문화를 충분히 이해하고 녹여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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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글: 김민정 기자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17년 7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