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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가 바라본 서울의 북 레볼루션 [책의 미래를 찾는 여행, 서울]

지난 6월 1일 일본에서 발간된 <책의 미래를 찾는 여행 서울>의 겉 표지와 띄지를 제거한 뒤 표지 부분.

지난 6월 초, 국내 몇몇 서점 운영자와 편집자, 디자이너의 SNS에 올라온 일본 책 한 권이 있다. 일본어 제목 아래 표기된 영어 제목은 ‘Book Revolution in Seoul’, 뒤 표지에는 한글로 ‘책의 미래를 찾는 여행, 서울’(이하 <책의 미래>)이라 적혀 있다. 책에 소개된 곳은 땡스북스, 북 바이 북, 더 북 소사이어티, 워크룸프레스, 유어마인드, 매거진B , 알라딘, <스트리트H>, 책과사회연구소 등 온·오프라인 서점과 출판사, 잡지사, 연구 기관, 책과 관련된 활동을 하는 개인 등 다양하다. 책에 관한 일을 하는 이들을 골고루 만나 그들의 활동과 생각을 기록한 것. 책을 펴낸 곳은 일본의 아사히 프레스(Asahi Press)다. 아사히 프레스는 1962년 대학생용 어학 교재로 시작해 사전, 참고서, 영문 잡지를 중심으로 취급하다가 사상지 <에피스테메Episteme>를 비롯해 인문서와 사진집, 일반 서적으로 확장해온 출판사다.

<책의 미래>는 2013년 말 아사히 프레스에서 펴낸 <책의 역습>과 연결 고리가 있다. 책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의 역습>은 도쿄 시모키타자와에 있는 서점 B&B의 경영자이자 북 코디네이터인 우치누마 신타로가 집필하고 아사히 프레스 편집장 아야메 요시노부가 편집을 맡은 책으로, 2016년 봄에 한국어판을 출간했다. 저자 우치누마와 편집장 아야메는 2016년 6월 출판 기념 토크 행사차 서울을 방문해 다양한 서점을 구경했고, 그 개성과 아이디어에 매료돼 책을 기획해서 한 달 만에 다시 서울을 방문해 본격 취재에 돌입했다. 편집장 아야메는 서울의 서점과 출판 시장에 대해 “단지 놀랐다기보다 미지와의 조우에 가까웠다”고 표현했다. 그리고는 마치 “한 번도 본 적 없는 곤충을 잡은 소년과 같은 마음으로, 바로 이웃나라에 배울 점이 있는 상대가 있다는 것을 일본 독자들에게 알리고 싶은 마음으로 책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그와 북 코디네이터 우치누마, 그리고 사진가 다나카 유키코와 함께 지난해 7월 22일부터 8일간 서울 시내의 서점, 출판사를 중심으로 30여 곳을 방문했고, 약 1년 만인 지난 6월 1일 드디어 책이 나왔다. 7월 5일 도쿄에서 열린 출간 기념 토크에는 땡스북스의 이기섭, 북 바이 북의 김진양, 사적인 서점의 정지혜가 참여해 도쿄의 서점 직원, 북 큐레이터 등과 함께 서울의 서점 실태와 출판 근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한국 출판업계에 대한 일본의 관심은 뜨거웠다. 약 100명의 참가자가 모인 행사에는 주요 신문사의 취재가 이어졌으며 당일 저녁 도쿄TV에서는 토크 현장 모습이 방영되며 높은 관심을 끌었다. ‘요즘 세상에 이런 감성이라니’ 하는 뜻밖의 감동이 책의 미래를 밝혀주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점에 가까운 형태로 운영하는 각기 다른 규모와 지향점을 가진 서점이 이를 계기로 선으로 연결되고 면으로 나아갈 때 모종의 가능성이 논의될 것이며, 어떠한 변화라도 함께 만들어갈 수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일본의 아사히프레스는 2016년 7월 22일부터 8일간 서울 시내를 중심으로 온·오프라인 서점과 출판사, 잡지사, 연구 기관, 책과 관련된 활동을 하는 개인 등 30여 팀을 만나 그들의 활동과 생각을 기록했다. 책에 수록된 이미지는 모두 사진가 유키코 타나카(Yukiko Tanaka)가 촬영했다.
 
 
<인터뷰>
이야메 요시노부 아사히 프레스 편집장 
©植原正太郎(Shotaro Uehara)
 
이번 여행은 어떻게 시작됐나요? 
<책의 역습> 한국어판 출간을 기념하는 토크 이벤트에 참여하려고 1년 전 서울을 찾았습니다. 서울에서 이틀간 머무르는 동안 북 코디네이터로 활동하던 정지혜 씨와 한국어판 편집자 문희언 씨에게 서울 시내 서점 몇 곳을 안내 받았는데 서점의 다양성과 다양한 아이디어에 매료되었습니다. 개성 있는 독립 서점이 많은 것을 보고, 어쩌면 서울의 서점에 ‘밝은 책의 미래’를 찾을 수 있는 실마리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로부터 약 한 달 뒤 <책의 역습> 저자, 사진가와 함께 본격적으로 여정을 시작했습니다. 앞으로는 대만이나 베이징 등 동아시아 지역으로 여정을 계속하고 싶습니다. 
 
취재한 서점이나 기관, 인물은 어떻게 선정했나요? 
작년 6월에 한국에 왔을 때 추천받은 서점을 시작으로 정지혜 씨와 문희언 씨의 추천을 받아 취재할 곳을 늘려갔습니다. 선택 기준은 ‘우리가 재미있다고 느끼는가’였지만, 정보가 적었기 때문에 최종적으로는 사실 느낌으로 골랐습니다. 북노마드의 <우리, 독립책방>, 남해의 봄날의 <작은 책방, 우리 책 쫌 팝니다!> 같은 책도 참고해 총 100곳 이상을 후보로 살폈습니다. 충북 괴산의 숲속작은책방이나 통영의 남해의봄날 등 지방에 있는 서점도 매우 흥미로웠지만 이동 시간이 녹록지 않아 이번에는 서울로만 대상을 좁히기로 했습니다. 취재를 했지만 이후 문을 닫아 아쉽게 게재하지 못한 곳도 있고요. 책방 만일, 책방 무사, 햇빛 서점(Sunny Books) 모두 가보고 싶었지만 시간이 맞지 않았습니다. 취재를 7월 말에 했기 때문에 여름휴가로 휴업한 가게도 많았고··· 타이밍이 좋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서울의 서점, 편집자, 북 디자이너 등을 만나면서 인상 깊었던 점이 있다면? 
인상적이었던 것은 ‘한국의 출판업계는 한 차례 멸망했다’는 얘기를 몇 분에게 들은 것입니다. 겨우 멸망을 면하고 있는 일본 출판계에 안심했다기보다 오히려 한 번 멸망을 겪은 뒤 새로운 시도를 모색 중인 한국 출판업계가 시원하게 느껴져 부럽기도 했습니다. 취재하고 이 책을 출판하기까지 9개월 정도 걸렸는데 그동안 서울의 변화는 압도적이었습니다. 자신의 서점을 내거나 새롭게 2호점을 시작하거나 서점을 옮기거나 또는 서점이 없어지기도 하고, 그사이 책을 13권이나 쓴 분, 이직을 한 분도 있었습니다. 한국의 변화 속도는 일본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빠릅니다. ‘이 책은 빨리 만드는 것이 좋겠다’고 서울 분들이 걱정해주신 의미를 잘 알게 되었습니다.
 
한국과 일본의 출판업계 종사자의 차이점이 있다면 뭘까요? 
가장 확연한 차이점은 개개인의 기질이라고 느꼈습니다. 개인차는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내가 먼저 해보자’ 하는 진취력, 도전 정신, 일단 결정하면 단번에 뚫고 나가는 스피드, 변화나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 땡스북스의 이기섭 씨에게서 배운 ‘아님 말고’라는 표현이 이를 잘 나타낸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인이라면 보통 ‘잘 안 될 것 같으면 하지 말자, 좀 더 생각해보자’라고 주저할 것입니다. 이러한 한국인의 기질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요구 시위에 모인 많은 사람들에게서도 엿볼 수 있었는데요, 저도 참가해 노래하며 행진했습니다. 일본에서는 아직까지 이처럼 정치적 시위가 전 국민적인 일이 된 적이 없습니다.
 
서울에 머무르는 동안 실제로 시민들이 책을 접하는 방식을 본 적이 있나요? 
취재할 때는 대부분 택시로 이동했기 때문에 공공장소나 개인적인 공간에서의 독서를 관찰할 기회가 많지 않았습니다. 다만 1년 전 <책의 역습> 토크 이벤트 때 일본에 비해 여성 참가자가 두드러지게 많았던 점이 인상 깊었고, 2016년 방문한 언리미티드 에디션 행사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현장에서 책을 구매하는 광경이 매우 놀라웠습니다. 일본의 책 관련 행사에서는 진열된 책을 구경만 하고 지나치는 사람이 많거든요. ‘책으로부터 멀어지는 것’은 한국과 일본 모두 겪는 문제이지만, 한국 독립 서점의 인스타그램처럼 수만 명의 팔로어가 있고, 300개가 넘는 ‘좋아요’를 지속적으로 받는 일은 일본에서는 상상할 수 없습니다. 애초에 인스타그램을 하지 않는 서점이 많기도 하고요. 이러한 SNS나 인터넷의 발달 환경을 고려한다면 어쩌면 잠재적 독자(인터넷상에서 읽거나 쓰거나 하는 사람)의 비율은 한국이 일본보다 높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책으로부터 멀어지는 것’은 한국과 일본 모두 겪는 문제이지만, 한국 독립 서점의 인스타그램처럼 수만 명의 팔로어가 있고, 300개가 넘는 ‘좋아요’를 지속적으로 받는 일은 일본에서는 상상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SNS나 인터넷의 발달 환경을 고려한다면 어쩌면 잠재적 독자의 비율은 한국이 일본보다 높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여전히 한국 사람들은 일본인은 종이로 된 책과 잡지를 선호하고, 지하철에서도 조용히 작은 문고본을 읽는 것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상황이 크게 변했습니다. 지금은 일본 지하철에서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독서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모바일 게임을 하거나 라인 등의 메신저로 대화를 하죠. 편의점 잡지 판매 코너의 책도 요즘은 비닐 포장지를 씌워놓아 옛날처럼 간단하게 서서 읽는 것이 불가능해졌습니다. 이제는 책이 ‘시간 때우기’의 주인공이 아닌 것이죠.  





<책의 미래>를 펴낸 아사히 프레스의 편집장 이야메 요시노부는 “마치 한 번도 본 적 없는 곤충을 잡은 소년과 같은 마음으로, 바로 이웃나라에 배울 점이 있는 상대가 있다는 것을 일본 독자들에게 알리고 싶은 마음으로 책을 기획했다”고 말한다. 책에 수록된 이미지는 모두 사진가 유키코 타나카(Yukiko Tanaka)가 촬영했다.
 
일본에서는 북 큐레이터라는 신흥 직업이 주목받고 있고, 과감하고 독특한 큐레이션으로 승부하는 서점이 많다고 알고 있습니다.  
책을 전달하는 방식이 다양화되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도쿄 이케부쿠로에는 판매하는 책 2000권에 전부 북 커버를 씌워 제목과 내용을 알 수 없게 한 서점, 후쿠로 쇼사보(Fukuro Syosabo)가 생기기도 했습니다. 다만 어떤 큐레이션은 책을 패션화하거나 라이프스타일 속 오브제로 변모시키기도 합니다. 자주 찾아오는 방문객을 고려해 매일 책장의 책을 바꾸는 묵묵한 노력을 기울이고, 손님 한 명 한 명에게 친절한 설명을 해주는 이름 모를 서점도 많이 있을 것이고요. 표면적인 신선함보다 그러한 근본적인 태도야말로 북 큐레이션의 근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이번 서울 여행에서 발견한 책의 미래는 무엇인가요? 
책에서 북노마드의 윤동희 씨가 말했듯이, 미래 우리 아이들 세대가 ‘책의 미래’라고 할 때의 책이란 완전히 다른 대상이 될 것입니다. 따라서 ‘책의 미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결코 결말은 없으며, 무엇인가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미래에 조금이라도 더 나은 것으로 끊임없이 나아가는 활동뿐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두렵게도 ‘책의 미래를 찾는 여정’은 결코 끝나지 않습니다. 이러한 탐구를 하는 데에서 ‘닮았지만 다른’ 한국과 일본의 출판업계는 서로에게 배울 수 있는 여지가 많습니다. 그 교류에서 이 책에 그려진 서울의 발랄함과 경쾌함이 일본 독자들에게 잘 전달되었으면 합니다. 기쁘게도 많은 일본 독자들이 ‘이 책을 들고 서울의 서점을 둘러보고 싶다’는 감상을 보내오고 있습니다. 저도 어서 다시 한국에 가고 싶네요.  
 
“미래 우리 아이들 세대가 ‘책의 미래’라고 할 때의 책이란 완전히 다른 대상이 될 것입니다. 따라서 ‘책의 미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결코 결말은 없으며, 무엇인가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미래에 조금이라도 더 나은 것으로 끊임없이 나아가는 활동뿐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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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글: 김은아 기자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17년 9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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