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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단 하나뿐인 디자인의 보편적 가치 크리스티나 김 Christina Kim


스톤 필로우 프로젝트의 중심이 되는 직물 앞에서 포즈를 취한 크리스티나 김.
크리스티나 김 (1957년생) 서울에서 태어나 현재 LA에 살고 있는 패션 디자이너이자 브랜드 도사 대표다. 1971년에 미국으로 이주해 워싱턴 대학교에서 제이콥 로렌스의 지도 아래 순수 미술을 전공했다. 제작 과정과 수공예를 중시하는 디자이너로, 여러 나라의 전통 공예 장인과 협업하기 위해 전 세계를 여행한다. 자투리 천을 활용해 자원 낭비 없이 새로운 공예품을 만드는 재활용 프로젝트를 선보여왔고, 그러한 활동이 알려지면서 ATA(Aid to Artisan) 재단이 주관하는 ‘혁신적 공예’(2006), <타임>이 주관하는 ‘올해의 혁신가’(2003)에 선정됐다.

직사각형의 유기농 캔버스에 동그라미 3개를 가득 차게 그린다. 원과 원 사이의 빈 공간을 다시 크고 작은 직사각형으로 채운다. 커다란 동그라미 3개와 11개의 직사각형을 잘라내고 남은 자투리 부분은 조약돌을 닮은 동그라미로 빼곡히 채워 재단한다. 하나의 천에서 3개의 동그란 쿠션과 네모난 패치워크, 여러 개의 작은 브로치(애뮬럿)를 만든다. 이렇게 했을 때 폐기되는 자투리 천 조각은 원래 직물의 고작 1% 남짓. 도사(dosa) 대표이자 패션 디자이너 크리스티나 김이 ‘스톤 필로우 프로젝트(Stone Pillow Project)’로 보여주는 그녀만의 디자인 프로세스다. 천연 염색한 회갈색 캔버스 천에는 그의 유년 시절 기억 속 제주도 돌담이 담겨 있다. 대지 예술처럼 느껴지던 제주의 돌담을 현대 건축 세계로 불러들인 ‘스톤 필로우 쿠션 프로젝트’는 2015년 미국 퓰리처 예술 재단에서 첫 전시를 한 데 이어 2016년 4월 밀라노 트리엔날레 한국관 전시로, 그해 10월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로 이어졌다. 그리고 지난 6월 29일을 시작으로 오는 8월 5일까지 통의동 갤러리팩토리에서 전시가 열린다. 전시 오픈 첫날, 크리스티나 김을 만났다. dosainc.com


도사의 스톤 필로우가 쌓여있는 모습. ©DOSA INC
1984년에 시작해 의류와 침구류, 인테리어 소품을 선보이는 도사는 한국보다 뉴욕 소호의 부티크 숍이나 런던의 에그(Egg), 도쿄 도버 스트리트 마켓 등 해외에서 더 각광받는 브랜드로 알려졌습니다.
저는 중학교 때 미국 LA로 이민을 갔고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했습니다. 1982년 이탈리아에서 유학을 하던 도중 스카라보치오(Scarabocchio)라는 남성복 브랜드에서 패브릭 디자이너로 반 년간 일하기도 했고요. 이후 미국으로 돌아와 옷 만드는 솜씨가 훌륭해 ‘옷 도사’라고 불리던 어머니와 합심해 브랜드 ‘도사’를 론칭했습니다. 제가 옷을 하게 될 줄은 전혀 몰랐어요.

‘스톤 필로우 프로젝트’는 2015년 처음 선보였는데요, 미국 세인트루이스의 퓰리처 아트 파운데이션 박물관이 리뉴얼을 거쳐 다시 문을 열면서 갤러리 안팎에서 사용할 쿠션과 매트를 도사에 의뢰했죠.
퓰리처 부인이 제게 프로젝트를 제안했을 때 세 가지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어요. 오가닉 재료, 천연 염색, 수작업. 이 세 가지 원칙을 지키는 한 어떤 상상력을 동원해도 된다고 말이죠. 안도 다다오가 지은 콘크리트의 회색 박물관 건물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보는 순간 따뜻하고 아름다운 텍스처가 마음을 움직였어요. 또한 저희 부모님이 제주도 출신이어서 제가 어릴 적 종종 그곳에서 지냈는데, 저는 제주의 돌을 참 좋아했어요. 저의 어린 시절의 기억을 담아내보자고 생각한 것이 이 프로젝트의 시작이었습니다.

사용한 재료나 제작 방식이 참 투명하고도 간단합니다.
스톤 필로우는 석류 가루와 황산염으로 천연 염색한 유기농 캔버스를 베갯잇으로 사용하고, 100% 면으로 베갯속 커버를, 천연 솜과 메밀로 베갯속을 만들어요. 제작 과정은 마치 음식을 요리하는 것과 같습니다. 뜨거운 물에 회색빛의 베이스가 되는 황산염을 넣어 시럽처럼 만들고 캔버스 천을 넣었다 뺀 뒤 석류 가루를 흩뿌려요. 이를 찜기에 넣고 찌면 이런 캔버스 직물이 됩니다. 인도 뭄바이의 천연 염색 작업장에서 모두 직접 손으로 했죠. 돌멩이를 닮은 둥근 형태의 쿠션의 테두리 마감은 일본 산업 디자이너 후지시로 시게키와 협업해 완성했고요.

유독 핸드메이드를 고집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뉴욕에서 브랜드를 론칭 한 후 줄곧 뉴욕에서 살다가 1996년 공장이 있는 LA로 이주하면서 제작 과정에 더 관여하게 됐어요. 패턴을 익히고 패브릭 다루는 법을 배웠지요. 이를 배우고 나자 디자인에 대한 생각이 많이 달라졌어요. 종이에 아이디어를 스케치하면 의도일 뿐이지 절대 끝이 아니더라고요. 디자인의 정수는 드로잉이 아니라 직접 만드는 것에 있다는 걸 알았어요. 물론 오늘날 모든 패션에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니겠지만요. 우리 한복이 매우 좋은 예죠. 소매 동정을 굴릴 때는 뾰족한 다리미로 다려가며 반드시 다 손으로 해야 하잖아요. 모양이나 재단보다 만드는 사람의 손 감각이 더 중요한 거죠. 제작 과정에 깊숙이 관여하지 않으면 개성 있는 캐릭터를 지닌 그 무엇도 만들 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디자인할 때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최대한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지만 움직이지 않는 원칙이 몇 가지 있어요. 어디서 온 소재인가, 이 제작 방식으로 얼마만큼의 물량을 감당할 수 있나, 제작 과정에서 사용되는 (화석 연료) 에너지를 얼마만큼 핸드메이드(사람의 노동력)로 대체할 수 있나, 제작자에게 얼마만큼 디자인에 대한 결정권을 맡기나 하는 것이죠. ‘스톤 필로우 프로젝트’의 가장 작은 부산물인 이 애뮬렛의 경우, 우리는 제작자들에게 어떤 것을 만들어야 하는지 정도만 아이디어를 제시한 뒤, 세세한 자수 방식이나 실의 컬러 선택 등은 그들에게 맡겼어요. 이를 통해 제작자가 디자인에 애착과 책임감을 갖게 될 뿐 아니라 구매자 입장에서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것을 얻을 수 있다고 봤습니다.

수작업으로 아트워크를 하는 듯하지만, 도사는 디자이너가 만드는 제품을 파는 브랜드임을 강조합니다.
저는 스스로를 아티스트가 아닌 디자이너라고 말합니다. 하나의 생산 단위(unit)를 만드는 것, 그리고 다른 여러 사람과 협업해 만드는 과정을 즐기지만 과도한 대량생산을 하고 싶지는 않아요. 저는 이 모든 과정이 투명하고 분석적이기를 바랐어요. 브랜드의 재정 상황뿐 아니라 사회에 미치는 영향도요. (숫자가 빼곡히 적힌 엑셀 시트가 꽂힌 두꺼운 투명 파일을 보여주며) 보통 패션 산업계에서 폐기되는 자투리 부자재의 비율이 15% 정도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번 ‘스톤 필로우 프로젝트’ 전시에서 보여주듯 폐기율을 1%대로 유지합니다.

이러한 실천이 사회적 책임 차원을 넘어 도사에 재정적으로도 이득이 되나요?
새로운 패브릭으로 제품을 처음 생산할 때, 그 패브릭를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은 전체 공정 비용의 25% 정도입니다. 이는 다음 단계에서 그 천으로 재단과 바느질하는 데 드는 비용 16%보다 높습니다. 하지만 패브릭의 자투리 천으로 또 다른 제품을 만들 때는, 패브릭을 마련하는 데 드는 비용은 9% 정도로 뚝 떨어지고 대신 재단과 바느질 비용이 30%로 올라가요. 즉 무엇을 만들든지 수익의 마진은 비슷하게 유지되지만, 재활용으로 더 뽑아 쓸수록 20% 이상 더 많은 수량을 만들어내는 겁니다. 전 세계 70억인 인구는 계속해서 늘어나지만 천연 자원의 양은 그대로입니다. 재활용 방안을 고안해내는 것이 아주 중요한 이유이지요.

이번 전시 오픈과 함께 워크숍도 진행합니다. 15명의 참가자들이 각각 3개의 베개 안감을 직접 바느질하고 완성된 3개의 베개를 각각 참가자 본인, 갤러리팩토리, 자선 단체에 기증하는 방식인데요.
핵심 아이디어는 이런 거예요. 누구나 조금씩 양보하고, 조금씩 얻습니다. 잃는 게(lose) 아니라 포기함으로써(give up) 얻는다(gain)고 표현하고 싶어요. 단, 이 경우 쿠션을 기증받는 마지막 그룹인 자선단체는 예외지요. 워크숍 참가자들은 참가비를 내고 기존보다 저렴한 가격에 쿠션 한 개를 가져갑니다(기자 주: 워크숍 참가비는 160달러이고, 스톤 필로우의 일반 소비자가는 250달러다). 갤러리팩토리에 기증된 두 번째 쿠션은 전시되거나 도사에서 파는 것보다 할인된 가격으로 갤러리팩토리에서 판매합니다. 누군가가 무료로 제품을 갖게 하기 위해 참여 주체들이 각 단계에서 어느 정도씩 손해를 보면서 결과적으로 나눔의 이치와 의미를 경험하는 거죠. 저는 일할 때 늘 여러 사람과 둘러 앉아서 함께 만듭니다. 사람들에게 ‘내가 참여하고 있다’, ‘팀으로서의 노력의 일부가 되었다’ 하는 감정은 손으로 직접 만들 때만 가능하다고 봐요. 어릴 적 한국에서 김장할 때 저도 도와서 하루 종일 무만 썰었거든요.(웃음) 어떠한 새로운 움직임의 일부가 되는 풀뿌리 운동이 제겐 매우 중요합니다.

도사는 의류 브랜드임에도 패션쇼를 한 적이 없고 계절별 컬렉션도 발표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방식으로 커뮤니케이션하나요?
기존에도 S/S, F/W라는 표현보다 ‘여행자의 컬렉션’과 같은 식으로나마 새로운 라인을 선보이긴 했지만 2017 컬렉션을 끝으로 이제는 하지 않습니다. 지금처럼 여러 아트 프로젝트를 병행하면서 두 가지를 다 할 수가 없을뿐더러 더 이상 도사의 최대 관심사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지금 저에겐 세상의 핸드메이드 산업에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게 가장 중요해요. 지난달 일본에 갔다가 홍화를 사용해 염색하는 장인들이 많이 노쇠한 걸 봤습니다. 훌륭한 전통을 현대적 방식으로 기록하고 싶어요. 가치는 그대로지만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조금 구식일 때가 있거든요. 그 장인을 모시고 제가 아는 가구 디자이너들과 워크숍을 가졌는데, 디자이너는 장인의 염색 방식을 활용해 가구를 염색하는 방안을 궁금해하더군요. 그러자 장인이 홍화에서 어떻게 연료를 추출해 그림을 그리는 지 알려줬고요. 도사는 앞으로도 이렇게 전통과 미래를 연결하는 역할을 이어가고자 합니다.


2008년 볼로냐 국제 음악 박물관에서 선보인 도사의 잠다니(Jamdani) 인스털레이션. ©Mark Schooley


2014년 베니스에 설치한 4 field of color(199점) 일스털레이션. ©Michael Govan


미국 뉴욕 아마간세트의 편집숍 티나 더 스토어(Tiina the Store)에 진열된 도사의 제품. ©Christina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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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김은아기자, 사진제공: 갤러리팩토리(©galleryfactory),도사(©dosa inc)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17년 8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