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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두 필살기가 만난 티타늄 안경 로우로우+대한하이텍


(왼쪽부터) 대한하이텍 박승영 대표, 로우로우 이의현 대표.

로우로우(대표 이의현)
2011년 론칭한 패션 잡화 브랜드 로우로우는 ‘날것’을 뜻하는 ‘raw’와 ‘행렬’을 뜻하는 ‘row’의 합성어로 ‘본질의 반복’을 지향한다. 로우로우에게 가방은 ‘담는 도구’, 신발은 ‘충격, 땀, 냄새로부터 발을 보호하는 것’이다. 만듦새와 쓰임새에 중점을 두어 쓰면 쓸수록 멋있는 가방, 안경, 신발, 모자를 디자인하고 판매한다. 고객을 절친한 친구처럼 챙기는 일명 ‘존경 마케팅’으로 팬덤을 형성하며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다양한 협업 이벤트로 콘텐츠를 만든다. www.rawrow.com


대한하이텍(대표 박승영)
대구에 있는 100% 순 티타늄 제조 수출 전문 업체로, 1985년 설립해 용접 설비와 가공 설비를 갖추고 안경과 카드 플레이트, 전자 제품 부품 등을 생산한다. 다품종 소량 생산이 가능해 모델별 생산을 할 수 있다는 게 강점이다. 특히 대한하이텍이 세계 최초라고 자신 있게 말하는 베타 티타늄 기술은 독보적인 개발 과정을 통해 확보한 것으로, 스테인리스급의 탄성과 금속에 침투하는 코팅 방식을 구현하는 등 사용이 가장 편하고 인체에 무해한 제품 개발에 주력한다.
dtow.co.kr 주소 대구시 북구 노원동3가 1156-5 문의 053-353-2257



두 필살기가 만난 티타늄 안경
좋은 제품이란 무엇일까? 단순하지만 가장 어려운 이 질문에 소신껏 답을 던져온 6년 차 젊은 회사가 있다. 그리고 32년 동안 못 말리는 호기심으로 순도 높은 베타 티타늄 안경을 만들어온 연륜 깊은 회사가 있다. 본질만으로 생활 잡화를 만드는 브랜드 로우로우(RawRow)와 일본 장인들 사이에서 더 유명한 대구의 티타늄 제조 공장 대한하이텍이다. 2016년 5월 이 둘이 만나 로우로우의 100% 베타 티타늄 소재 안경 ‘R EYE’가 탄생했고, 안경다리 안쪽에는 ‘RAWROW X DAEHAN(대한)’이 새겨졌다. “제가 자주 쓰는 표현이 ‘필살기’예요. 로우로우의 필살기가 제조부터 마케팅까지 본질에 집중한다는 철학이라면, 대한하이텍은 순도 높은 티타늄 가공 기술이 독보적이죠. 기발한 마케팅 전략 대신 있는 그대로만 알려줘도 충분히 승산이 있겠다 싶었어요.” 로우로우 이의현 대표는 2014년, 현대카드에 다니던 지인에게 처음 대한하이텍 이야기를 들었다. 국내 금융업계 최초로 티타늄 카드를 만드는 작업을 위해 일본과 독일의 유명한 제조 공장을 찾아다녔는데, 수소문 끝에 찾아간 일본의 어느 공장에서 ‘멀리서 찾을 것 없이 대구에 가면 티타늄 박사가 있다’고 하더란다. 동대구역에서 차로 20분 떨어진 북구 제3공단에 있는 대한하이텍에 ‘티타늄 박사 박승영 대표가 있었다.

대구가 섬유 도시로 떠오르면서 안경과 우산 산업도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한 1970년대 중반, 그는 고향 의성에서 대구로 고등학교 유학을 와 낮에는 공부하고 밤에는 안경 공장에서 용접 아르바이트를 하며 학비를 벌었다. 그리고 1985년, 그간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조그마한 공장을 시작한 이후 줄곧 대구 안경 산업 단지를 지켰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국내 안경 제조업체의 80%가 이곳에 집결해 우리나라 안경 총수출액의 90% 이상을 차지했지만 2000년대에 접어들며 중국 제조업의 성장과 일본, 독일, 이탈리아의 굳건한 품질과 브랜드로 인해 입지가 약해졌다. 현재 신소재 개발과 렌즈 가공 기술력을 가진 고수들만 남아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데, 박승영 대표도 그중 하나다. 고도의 기술과 정밀성이 필요한 순 티타늄 안경테 생산은 진공 상태에서만 용접이 가능하고 정밀한 절삭·절단 가공 기술이 필수다. 일본 티타늄 공장 견학을 다녀와 자체적으로 설비를 구축했지만 부품과 개발 인프라까지 따라잡을 순 없었다. 국산 안경테는 시장에서 일제보다 가격이 낮아 일본 공장이 하루에 300개를 생산한다면 박 대표는 1000개 이상을 생산해야 공장이 유지될 수 있었다. 박승영 대표는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가격을 낮추고 생산량을 늘리는 한편, 독자적인 제조 기술 개발로 방향을 틀었다.

“일본은 티타늄만으로 된 알파 티타늄은 많은데 더 고난도인 베타 티타늄 안경은 별로 없더라고요. 합금을 넣어 경도를 높인 베타 티타늄은 순 티타늄보다 50%가량 가볍고 복원력이 뛰어나요. 다만 열에 상당히 민감해서 열이 고르게 퍼지는 게 중요한데, 일본 기기의 전기 공급 장치를 보니 흐름이 들쭉날쭉했어요. 금속은 열이 고르게 닿지 않으면 조직이 균열돼 바로 경계선이 생기고 톡 부러지지요.” 그는 트랜스(변압기) 기술자와 밤낮으로 씨름해가며 기기 프로그램 수정을 반복해 베타 티타늄으로는 제일가는 전문가로 입지를 굳혔다. 군수 산업계 자문을 비롯해 아멕스, BC, 마스터 등 대형 고객사와 일하지만 여전히 베타 티타늄 안경은 로우로우에게만 독점 공급한다. 로우로우가 처음 주문한 1000개 물량이 출시 48시간 안에 동이 나자 다른 업체에서도 주문과 문의가 쏟아졌지만 로우로우와 비슷한 디자인은 모두 거절했다. 입담 좋은 이의현 대표는 말한다. “일본의 YKK 지퍼, 시마노 기어, 미국 듀퐁사의 고어텍스 모두 부품과 소재 자체가 대명사가 됐잖아요. 우리나라도 이제 품질과 취향, 어디 내놓아도 결코 뒤처지지 않는데 ‘눈팅 그만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어요. 일등과 일류의 차이는 선도력이라고 봐요. 규모가 크건 작건, 사업이 흥하건 망하건 장르를 개척하고 도전하는 정신이 살아 있는 게 선도력 아닐까요?”

대한하이텍 박승영 대표는 세상 최고 좋은 물건도 산골 구석에 처박아두면 무슨 소용이냐며 마케팅의 공이 90%라고 로우로우를 치켜세운다. 이의현 대표는 제조를 기초 체력에 비유하며 근사한 슈트를 걸치기 전에 몸을 만드는 과정이라고 존중을 표한다. 잊혀가는 ‘진짜’에 대한 갈망을 공통의 필살기로 삼은 두 고수는 이 시대의 ‘선도력’을 재정의 중인지도 모른다.




대구 북구에 있는 대한하이텍 공장에는 대표를 포함한 4명의 기술자가 일한다. 작업대 위에 놓인 가공 장비는 티타늄의 굵기, 폭, 커브 등에 따라 전기 전달량을 조절할 수 있도록 그가 직접 고안한 트랜지스터와 연결돼 있다.




로우로우의 베타 티타늄 안경 ‘R EYE 100’은 4g의 무게, 100%의 물체 복원력, 100도의 내열성, 그리고 대한하이텍으로 대변되는 장인의 기술력을 내세우는 담백한 제품이다.




박승영 대표는 도안을 사용하지 않는다. 이의현 대표가 그린 도안을 머릿속에 스캔한 뒤 기계를 세팅해가며 바로 샘플을 만든다. 베타 티타늄은 티타늄에 합금이 더해져 탄성이 더욱 뛰어난 만큼 가공 난도가 높아 수작업이 필수다.


공장 한편에 놓인 다양한 안경테 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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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글: 김은아 기자, 사진: 김정한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17년 8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