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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뮤지션을 뮤즈로 삼은 뮤지엄의 실험 <핑크 플로이드: 그들의 유해>전


<더 디비전 벨The Division Bell> 앨범 커버의 거대한 금속 동상을 재현해낸 것이 인상적이다.


<핑크 플로이드>전.

철학적 메시지를 담은 앨범 커버, 시대를 풍자한 음악, 화려한 퍼포먼스와 패션을 선도하는 무대 의상까지. 지난 몇 년간 런던의 주요 미술관들은 한 시대를 풍미한 뮤지션을 주제로 대규모 전시를 기획해왔다. 지난해 사치 갤러리에서 열린 롤링 스톤스 50주년 기념전 〈익스히비셔니즘Exhibitionism〉과 1950년대 팝 시장에 불어닥친 ‘글램(Glam)’을 테마로 한 테이트 리버풀의 〈글램! 더 퍼포먼스 오브 스타일Glam! The Performance of Style〉전이 그 예다. 그중에서도 빅토리아 & 앨버트 뮤지엄(이하 V&A)은 이러한 전시 트렌드를 이끈 선구자로 평가받는다. 2013년 데이비드 보위의 음악 세계와 그가 패션계에 미친 영향력을 조망한 〈데이비드 보위 이즈David Bowie Is〉로 큰 성공을 거둔 이들은 최근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 핑크 플로이드를 통해 다시 한번 청각의 시각화를 극대화한 모습이다.

지난 5월 13일 개막한 〈핑크 플로이드: 그들의 유해Their Mortal Remains〉전(이하 〈핑크 플로이드〉전)은 실험적 사운드와 다양한 특수 효과로 공연 예술을 발전시킨 밴드의 발자취를 더듬었는데 그중에서도 사회·문화적으로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친 20세기 중·후반의 결과물에 집중했다. 흥미로운 것은 350여 점에 이르는 방대한 전시품을 소개하는 데에서 단순 나열식 구성을 피하고 마치 거대한 공연장을 세팅하듯 전시장을 연출했다는 점. 전시장은 앨범 커버와 이들이 사용했던 사운드 장비를 중심으로 꾸몄는데, 어두운 조명을 따라 홀에 들어서면 핑크 플로이드의 사진과 앨범 재킷, 그들이 착용했던 무대 의상 등을 만나게 된다. 특히 전시물 앞에 다가섰을 때 관련 음악이 흘러나오는 첨단 시스템이 눈길을 끈다.

전설적인 공연 건축가 마크 피셔(Mark Fisher)가 이끄는 스투피시 엔터테인먼트 아키텍츠(Stufish Entertainment Architects)는 〈애니멀스Animals〉 〈어 모멘터리 랩스 오브 리즌A Momentary Lapse of Reason〉 등 전설적인 앨범 커버를 공간 안에 구현해냈는데 명반 〈더 월The Wall〉의 앨범 재킷을 재해석한 섹션은 그야말로 압권이었다. ‘소통의 부재와 갈망’을 다룬 앨범 재킷 속 흰 벽돌 배경을 실제 사이즈로 설치하고 그 주변으로 공연장에서 사용했던 퍼포먼스 오브제와 주요 커버 아이콘들을 매달아 마치 핑크 플로이드의 음악 세계에 진입한 듯한 몽환적인 느낌을 주었다. 10월 10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는 데이비드 보위를 다룬 이전 전시와 비교했을 때 음악에 좀 더 초점을 맞췄다는 호평을 듣고 있다.

이 같은 팝 뮤지션들의 전시는 시대 저항과 비평의 메시지를 담은 음악인들의 실험성을 디자인으로 구현했다는 점에서 전시 관계자들은 새로운 도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V&A의 시니어 큐레이터 빅토리아 브로크스(Victoria Broackes)는 “박물관학(museology)에서 뮤지션을 테마로 한 전시는 분명 새로운 트렌드”라고 설명한 뒤 “박물관을 즐기는 뮤지엄고어(museumgoer)들이 소장품보다는 지식을 경험하도록 하기 위한 새로운 시도”라고 덧붙였다. 그녀의 말처럼 뮤지션을 뮤즈로 삼은 일련의 전시는 단순 감상을 넘어 체험을 선사하고자 하는 뮤지엄들의 새로운 실험이라고 할 수 있다.


구조물로 재현한 <애니멀스> 커버 속 배터시 화력발전소.


<더 월>을 압도적 스케일로 구현해낸 섹션.




<어 모멘터리 랩스 오브 리즌>을 재해석한 전시 공간. 설치 작품 너머로 <델리케이트 사운드 오브 선더Delicate Sound Of Thunder>를 입체화한 작품이 보인다.


<더 다크 사이드 오브 더 문The Dark Side Of The Moon>을 재해석한 작품.

Interview
빅토리아 브로크스 V&A 시니어 큐레이터

“앨범 커버 속 오브제와 건축물의 미학성을 창의적으로 풀어냈다.”



담당 큐레이터로서 이번 전시의 감상 포인트를 소개하자면?
<핑크 플로이드>전은 약 350점의 오브젝트를 소개한 대규모 전시다. 창단 멤버였던 시드 배럿(Syd Barrett)이 여자 친구에게 보낸 편지와 직접 쓴 ‘해브 어 시가(Have a Cigar)’의 가사, 밴드 초기 앨범 디자인을 담당했던 힙노시스(Hipgnosis)의 커버 아트와 세계 공연 건축가 마크 피셔의 오리지널 스케치 등을 만날 수 있다. 또 <애니멀스> 앨범의 커버 배경인 배터시(Battersea) 화력발전소를 재해석하고 <더 월The Wall> 앨범 커버 속 흰 벽돌을 초대형 조형물로 구현해낸 스투피시 엔터테인먼트 아키텍츠의 전시 디자인도 하나의 감상 포인트다.

데이비드 보위와 핑크 플로이드를 테마로 한 전시를 모두 기획했다. 두 전시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말해달라.
아티스트의 업적을 둘러보는 통로로 마련한 전시라는 점에서 동일하다. 관람객은 지금껏 보지 못했던 뮤지션의 개인 소지품을 들여다볼 수 있었는데 이는 특정 아티스트의 팬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멋진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의 위대한 유산, 특히 청각적 요소를 시각 및 촉각과 복합적으로 결합했다는 점도 닮았다. 그러나 그 결과물을 표현하는 방식에는 다소 차이가 있는데 <데이비드 보위 이즈>전의 경우 60여 점의 의상을 비롯한 그의 디자인 취향 그리고 그를 뮤즈로 삼은 디자이너들에게 초점을 맞췄지만 핑크 플로이드의 경우 그러한 의상이 거의 없다. 대신 핑크 플로이드의 음악과 록이란 장르가 당시 사운드 기술 발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그리고 그들의 앨범 커버 속 오브제와 건축물의 미학성을 창의적으로 풀어내는 데 집중했다.

근래 런던에서 뮤지션을 테마로 한 전시가 성행 중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V&A가 있다.
확실히 뮤지엄 신에 불고 있는 새로운 트렌드다. 특히나 V&A처럼 아트, 디자인, 퍼포먼스에 관한 국가 컬렉션을 소장하고 있는 뮤지엄에서는 새로운 테마에 대한 접근이 필요했고 이를 위해 우리는 오랜 시간 록과 팝에 관한 자료, 특히 예술가이자 디자이너로서 창조적 그래픽과 앨범 커버, 의상, 무대 디자인 등을 창조해온 뮤지션들의 자료를 모으고 조사했다. 우리는 20세기 후반 음악에 집중했고 이것이 문화 전반을 설명하는 확실한 열쇠라고 생각했다.

무엇을 보여주느냐만큼 어떻게 보여주는지도 중요할 것 같다.
방대한 수집 자료가 컬렉션의 핵심이지만 이를 디스플레이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20세기 후반의 음악은 창조 분야에서 매우 중요한 소재이고 공부할 만한 요소 또한 많다. 음악을 둘러싼 이야기와 특별한 주제 의식을 소개하는 데에는 선별된 시각이 필요하다. 또 우리는 음악 관련 전시가 어떻게 관객들을 장시간 몰입할 수 있게 만드는지를 연구하는 데 오랜 시간을 투자했다. 라이브 공연 현장을 갤러리 안에 어떻게 하면 생생하게 담아낼 수 있을까 하는 것들 말이다. <데이비드 보위 이즈>전에서 한 차례 시도한 바 있는 첨단 사운드 시스템, 즉 전시품에 가까이 다가갔을 때 음악이 흘러나오도록 한 기술을 이번 전시에서 다시 한번 적용했는데 시시각각 변하는 청각 요소가 몰입도를 높여준다. 이는 오디오 가이드에 의지해 전시를 수동적으로 관람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풍경이다. 관람객은 감상을 넘어 체험을 할 수 있다. 감성적인 전시 내러티브, 방대한 자료와 몰입도를 높이는 여러 시각적 방식이 관람객 개개인의 경험을 창조한다는 것이 흥미롭다. 이런 기술은 앞으로 전시 기획에 더욱 자주 활용되리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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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글: 박나리 통신원, 정리: 최명환 기자, 사진 제공: V&A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17년 9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