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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특별한 책 읽기를 위한 새로운 방법 전문가가 선별한 DIY 셀렉션, 더 라이브레리아


라이브레리아 내부. 깊고 좁은 공간에 물결치는 듯한 책장이 인상적이다. 사진제공 라이브레리아(ⓒIwan Baan) 


전문가 추천 도서 옆에 전문가의 추천 이유를 적어 독자들의 관심을 더욱 높인다. 사진제공 박나리

주소 65 Hanbury St, London, E1 5JP WEB

‘런던의 홍대’라 할 수 있는 젊음의 거리 브릭레인 지역에 들어선 ‘더 라이브레리아(The Libreria)’의 운영 방식은 근래 들어선 서점 가운데 가장 독보적이라 할 만하다. 빈티지 마켓이 성행하고 그라피티 아트가 온 거리를 빼곡하게 채우는 한버리 스트리트(Hanbury Street) 끝자락에 들어선 이 아담한 독립 서점은 그냥 지나치기 쉬울 만큼 소박한 모습이다. 크리에이티브 집단 ‘세컨드 홈(Second Home)’에서 운영하는 이곳은 공간 자체를 지극히 사적으로, 마치 익숙한 지인의 서가처럼 따뜻하고 편안하게 디자인했다. 스페인 듀오 건축 스튜디오 셀가스카노(SelgasCano)가 폭이 좁고 깊은, 아담한 이곳은 공간감을 불어넣기 위해 천장을 높이고 거울로 마감한 것이 특징. 자로 잰 듯 반듯한 책장 대신 물이 흐르는 듯한 곡선 형태로 마감해 율동감을 주기도 한다.

더 라이브레리아의 가장 큰 특징은 책을 분류하는 방식이다. 자신들의 큐레이팅 방식을 ‘뜻밖의 재미를 극대화하는 것(maximise serendipity)’이라 칭하는데, 이를테면 문학, 과학, 예술과 같은 틀에 박힌 책 분류 방식을 탈피한 것이다. 대신 이곳의 서가는 ‘방랑벽(Wanderlust)’, ‘환상을 깨는 매혹(Enchantment for Disenchanted)’, ‘그 도시(The City)’ 같은 분류표에 의해 책을 선별해놓았다. “카테고리를 따라 책을 탐험하다 보면 생각지 못했던 어떤 분야에 빠져들게 될 것”이라는 서점 큐레이터 베치(Betsy)의 설명이다. 각 테마별 도서 리스트는 공신력 있는 전문 게스트들이 채운다. 큐레이팅 테마도, 책을 선별하는 전문가도 정기적으로 교체된다. 신간에 좌우돼 책을 판매하고 수익을 올리는 대신, 이곳만의 시선으로 선별한 테마와 그에 어울리는 최적의 서적으로 자신들과 주파수가 맞는 애서가들을 공략하는 셈이다.

가장 반응이 좋았던 테마는 ‘이상적인 책장(Utopia Shelf)’. 톰 매카시, 카프카의 소설은 물론 플라톤의 〈국가〉,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 데얀 수직의 저서 등 흥미롭고 폭넓은 셀렉션을 제공한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월 11파운드(약 1만 7000원)를 지불하면 매달 첫날 더 라이브레리아 팀이 엄선한 픽션 한 권을 집에서 받아볼 수 있는 ‘라이브레리아 구독(Libreria Subscriptions)’ 서비스를 이용할 수도 있다. 스페셜 게스트 큐레이터가 선별한 더욱 사적인 책을 원한다면 매달 3파운드를 추가하면 된다. 자신의 독서 취향이나 선호하는 작가 등에 관해 서점 측에 전달하면 매달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북 큐레이팅을 받는 셈이다.

전문가들의 도서 큐레이팅 외에 독자적으로 운영하는 책방 내 문화 프로그램도 이색적이다. 이곳은 책을 소개하고 판매하는 수동적인 공간에 머물지 않고 문화 경험까지 판매하는 ‘영감의 공간’이 되기를 어필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더 라이브레리아 프린트 전문가가 2시간 동안 진행하는 ‘리소그래프 프린팅 워크숍(Risograph Printing Workshop)’, 서점 내부에서 맥주와 안주를 즐기며 〈러키 호러 쇼〉를 관람하는 영화 이벤트, 신간 출간을 기념하는 라이브 공연, 유럽의 유명 시를 읽는 ‘유러피언 포이트리 나이트(European Poetry Night)’, 매달 1회 정기적으로 열리는 독서 토론회 ‘북 클럽’ 등 이 작은 서점을 아지트 삼아 한 달에도 수 차례의 크고 작은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더 라이브레리아는 그간 우리가 보아온 ‘책방’이라는 수동적 공간이 아니라, ‘복합 문화 공간’이라는 한 차원 확장된 공간으로 또 다른 수익과 활로를 모색한다. 여기에 ‘디지털 디톡스 존(Digital Detox Zone)’이라는 자신만의 운영 철학으로 철저히 디지털 세상과 선을 그으며 아날로그 전략을 고집하는 것도 뚝심 있다. 방문객은 책을 읽는 동안 휴대폰과 태블릿 PC를 사용할 수 없다. 이는 독서에 좀 더 집중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이 서점 안에서 사진 촬영은 가능하지만 문자 작성이나 인터넷 검색, SNS 포스팅 등 휴대폰을 통한 커뮤니케이션은 직원으로부터 정중하게 중단을 요청받는다. 더 라이브레리아 대표인 패디 버틀러(Paddy Butler)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반드시 고집하는 아주 강경한 룰은 아니지만, 우리는 디지털 문화가 넘쳐나는 세상과 조금이나마 단절돼 좀 더 창조적인 공간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싶다. 깊이 있는 학문 연구와 철학적인 성찰은 스냅챗 대화 창 너머에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소신을 밝힌 바 있다.

비록 규모는 작은 동네 서점의 모습이나 더 라이브레리아가 오픈 이래 시도한 여러 행보가 가져온 파급력은 여러 면에서 다양한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책과 문화, 나아가 디지털 시대의 대안으로 자리 잡고자 하는 이곳의 운영 철학은 초반의 우려와 달리 꽤 성공적으로 안착했고, 오픈한 지 약 2년이 지난 지금 더 라이브레리아는 여전한 존재감을 드러내며 이스트 런던을 대표하는 문화 공간으로 자리하고 있다. libreria.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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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글: 박나리(영국 통신원)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17년 9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