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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서울도시건축주간 리뷰 런웨이에 오른 건축, 일상으로 들어오다

최초의 패션 위크는 전쟁 통에 개막했다. 20세기 중반까지도 미국 패션지 기자들은 다음 시즌의 컬렉션을 취재하기 위해 매번 대서양을 건너야 했는데, 당시 패션의 성지였던 프랑스 파리의 패션쇼, 오트 쿠튀르를 봐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1943년 제2차 세계대전을 치르고 있던 유럽으로 건너가는 것은 불가능해졌고, 패션 홍보 담당자 엘리노어 램버트(Eleanor Lambert)는 이 위기를 패션계 변방에 머무르고 있던 미국의 입지를 다질 절호의 기회로 삼았다. 그는 디자이너들의 작업을 모아 뉴욕의 패션 관계자와 기자들에게 공개하는 행사인 ‘프레스 위크(Press Week)’를 기획했고, 53개의 쇼로 구성된 램버트의 이 전화위복은 오늘날 패션계에서 가장 중요한 행사 가운데 하나인 패션 위크의 시초가 되었다. 앞으로도 어디선가 전쟁이 터지지더라도 패션쇼는 계속될 것이다. 총탄이 날아다니는 순간에도 누군가는 옷을 골라 입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이미 복식 문화가 우리가 누리는 일상생활의 영역 안으로 깊게 들어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2017년 9월 첫 주, 서울시의 서울도시건축주간은 다소 생경한 구석이 없지 않다. 왜일까. 그것은 아마도 지금껏 우리가 건축을 패션과 같은 일상적 소비 대상으로 여겨온 시간이 그리 길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소위 부동산 공화국이라 불리는 나라에서 건축이 일상적 소비와 무관하다는 말은 일견 아이러니하게 느껴지겠지만, 부동산에 경제 기반을 두고 있는 사회에서 건축이 문화와 디자인으로 인식되지 못하는 것은 무척이나 자연스러운 귀결이다. 익히 알고 있듯이 지금껏 우리가 사고팔았던 것의 대부분은 건축의 ‘디자인’이 아닌 건축의 ‘자산 가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동시다발적으로 건축 행사가 열리는 것은, 지난 시절과 달리 시민들이 건축과 도시를 일상생활의 일부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이처럼 서울의 건축이 시민의 눈앞에 서기까지는 얼마간의 시간이 필요했고, 새로운 조짐은 9월 첫째 주, 서울 여기저기서 나타났다.

<행복의 건축>의 저자 알랭 드 보통(Alain de Botton)은 책을 출간한 지 4년 만에 자신이 쓴 글을 실천에 옮기기로 했다. 그는 사회적 기업 ‘리빙-아키텍처(Living-architecture)’를 설립하고, 경관이 좋은 대지에 피터 춤토르(Peter Zumthor), MVRDV 등 세계적인 건축가들이 설계한 펜션을 지어 수준 높은 현대 건축을 저렴한 비용으로 대중이 경험할 수 있게 함으로써 건축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전환시키고자 했다. 나아가 그는 이 같은 소비 경험을 통해 체득한 대중의 취향 혹은 안목이 일상의 공간과 장소에 투사되어 그들이 주변의 형편없는 도시와 건축에 대해 불평한다면 그것은 자연히 사라지게 될 것이라 했다. 또한 이에 따라 도시와 건축의 모습이 한층 더 나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알랭 드 보통이 우리에게 주문하는 불평의 권리는 이미 오래전 프랑스 철학자 앙리 르페브르(Henri Lefebvre)가 주창하여 1968년 유럽의 시위 현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구호가 된 ‘도시에 대한 권리’와 다르지 않다. 시민으로서 도시와 건축에 대한 권리를 자각하는 것, 즉 ‘도시권’은 앞으로 우리가 서울의 도시와 건축을 관람하기 위해 끊어야 할 일종의 입장권과 같은 것이다. 1943년 뉴욕에서 시작한 패션 위크는 초대권을 받은 소수의 관계자만 입장할 수 있지만, 도시를 산책할 때 펼쳐지는 건축의 런웨이를 감상하고 품평할 자격은 누구에게나 있다. 당신이 일상을 둘러싼 건축과 도시에 대한 권리를 느끼고 있다면 말이다.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주제 공유도시
기간 9월 2일~11월 5일
개최 장소 DDP, 돈의문박물관마을, 세운상가, 창신동 특별 전시장 등
주요 프로그램 주제전: 아홉 가지 공유, 도시전: 공동의 도시, 현장 프로젝트 생산 도시, 식량 도시, 똑똑한 보행 도시, 시민 참여 프로그램 등
총감독 배형민, 알레한드로 자에라 폴로

잔치에는 그에 걸맞은 장소도 필요하다. 도시와 건축을 화두로 서울시와 서울디자인재단이 주최하는 첫 번째 비엔날레인 이번 행사는 서울 도심 곳곳에서 다양한 프로그램과 전시를 진행한다. 특히 DDP에서는 50개의 세계 도시가 참여한 ‘도시전’이, 돈의문박물관마을에서는 ‘아홉 가지 공유’를 주제로 한 38개의 ‘주제전’이 열린다. DDP는 우여곡절을 겪었으나 지금까지 서울에 지은 공공 건축물 가운데 가장 뚜렷한 성과와 한계를 드러낸 공간이며, 돈의문박물관마을은 고궁 옆의 아파트 재개발이라는, 지난 시대로부터 이어져온 관성으로부터 서울시가 지켜낸 상징적인 장소다. 비엔날레 총감독을 맡은 배형민 서울시립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는 개막 전 기자들을 만나 ‘향후 도시는 무엇을 새로 지을 것인가가 아닌, 기존의 것을 어떻게 새로운 쓰임에 적응시킬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돈의문박물관마을은 이에 가장 부합하는 장소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의 주제와 전시가 펼쳐진 두 장소는 모두 서울의 도시와 건축이 시민의 공공재라는 인식에서 비롯되었다. www.seoulbiennale.org


서울국제건축영화제



주제 도시/나누다
기간 9월 4~24일
개최 장소 서울역사박물관, 아트하우스 모모, 마포문화비축기지
주요 프로그램 올해 상영작 프로그램, 마스터 & 마스터피스, 건축 유산의 재발견 등
조직위원장 정태복

대한건축사협회가 주최하는 서울국제건축영화제(SIAFF)는 2009년 시작한 이래 매년 꾸준한 호응을 얻고 있다. SIAFF는 오늘날 가장 대중적인 영상 매체 가운데 하나인 영화를 통해 도시, 건축과 시민들 사이의 접점을 찾았다. 지금까지 상영한 작품들의 스펙트럼을 보면 이 영화제가 대상으로 하는 관객이 누구인지를 알 수 있다. 위대한 건축가의 마스터피스를 다룬 것부터 사회적 문제의식을 다룬 것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영화가 지난 9년간 건축 전공자와 학생, 건축가, 건축주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이 문화로서의 건축에 수월하게 접근할 수 있게 해주는 교두보 역할을 해왔다. 올해에는 ‘도시/나누다’라는 주제를 통해 ‘공유도시’의 의미를 되짚고자 했으며, 총 5개 부문으로 나눈 21개국 34편의 영화를 상영하고 정재은
감독의 <아파트 생태계>를 개막작으로 선정했다. www.siaff.or.kr


UIA 서울세계건축대회



주제 소울 오브 시티(Soul of City)
기간 9월 3~10일
개최 장소 코엑스, DDP
주요 프로그램 기조 포럼, 학생 및 젊은 건축인 포럼, 페이퍼 & 디자인 웍스, 여름 국제 스튜디오 프로그램 등
조직위원장 한종률, 석정훈

1963년 가입국이 된 후 거의 반세기 만에 서울이 스물여섯 번째 UIA(Union of International Architects) 총회 개최지가 되었다. 세 번의 시도 끝에 이뤄낸 성과였다. UIA는 1948년 스위스 로잔에서 27개국의 참여로 시작한 비영리·비정부 기관으로 현재 124개국 약 130만 명의 건축가로 구성되어 있으며 UN으로부터 인정받은 유일한 건축 분야 단체이다. 5개 대륙에서 번갈아가며 3년마다 총회를 개최한다. 올해 대회 기조연설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은 ‘한강의 기적은 이제 잊어달라’며 건설의 시대에서 건축의 시대로의 전환을 역설했다. 주제 역시 ‘도시의 혼’으로, “외피와 내장을 제거하면 닭의 혼을 보게 될 것”이라는 장 뤼크 고다르의 묘사에 빗대어 이를 설명했다. 말하자면 과거 50년은 바쁘게 서울의 외피와 내장, 즉 육체를 형성해온 과정이었고 서울의 영혼은 때때로 외면받았다. 이제야 돌아볼 수 있게 된 그것은 바로 수백 년의 역사 위에서 공존하는 이질적인 문화와, 그 속에서 지속되어온 시민의 삶 그 자체일 것이다. www.uia2017seoul.org


서울건축문화제



주제 경계를 지우다
기간 9월 1~24일
개최 장소 마포문화비축기지
주요 프로그램 주제전, 올해의 건축가 수상작 전시, 한강건축상상전, ‘서울, 건축에 이야기를 더하다-스토리텔링’전, 지진 가상현실 체험관 등
총감독 이기옥

제9회 서울건축문화제(SAF 2017)는 2010년부터 건축인들만의 잔치에서 탈피하고 시민들의 참여를 확대하기 위한 방법을 점차적으로 모색해왔다. 올해의 주제는 ‘경계를 지우다’이며, 서울건축문화제는 실제 여러 행사를 통해 그 경계를 지워가고 있다. 여기에서 경계란 일제와 군부 정권 시절 그어져 접근이 제한되거나 심지어 그 존재조차 알기 어려웠던 장소와 시민의 공적 영역 사이에 위치한 일종의 장벽을 뜻한다. SAF의 주요 전시와 행사가 벌어지는 마포문화비축기지 역시 그런 장소 가운데 하나다. 본래 석유 비축 기지였던 이곳은 40년 만에 시민들에게 열린 시설로 바뀌었다. 그리고 이 같은 흐름은 먼 거리에 있는 분야로 인식되던 도시, 건축과 시민들 간의 경계를 지우는 데에도 일조할 것이다. 올해 SAF는 주제에 관한 전시 외에도 UIA 개최를 기념하여 총 8차례 건축 투어 프로그램을 진행함으로써 시민과 함께하는 답사 등을 통해 도시와 건축의 의미를 공유했다. 나아가 시민 스스로가 주변 도시와 건축에 관심을 기울이도록 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www.saf.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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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글: 정평진(격월간 건축 전문지 <와이드AR> 에디터)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17년 10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