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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편리를 넘어 평등을 디자인하다 계원예술대학교 광고∙브랜드디자인과 김남형 교수
지난 4월 김포공항에서는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서울시 관계자 및 관련 기관 임직원들이 직접 휠체어를 타고 서울시 지하철을 이용하여 교통 약자들의 관점에서 불편한 부분을 실제로 경험하고 지하철 이용 개선 방향을 도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서울시 관계자 휠체어 체험 행사’였다. 김포공항역에서 출발해 공덕역을 거쳐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까지 총 40분 정도 소요되는 이 행사는 한 대학의 교수와 제자들이 프로젝트 형식으로 제작한 ‘교통 약자를 위한 지하철 환승 안내 지도’에서 비롯되었다. 이를 통해 서울디자인재단과 사회적 기업 ‘무의(MUUI)’는 본격적으로 안내 지도를 제작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계원예술대학교 광고·브랜드디자인과 김남형 교수가 있었다. ‘서울 지하철 교통 약자 환승 안내 지도’를 제작한 그의 스토리를 들어보았다.



교통 약자를 위한 지하철 환승 안내 지도를 제작하게 된 특별한 계기나 배경이 있나요?
장애인 인식개선과 이동권 확대 운동을 하는 사회적 기업 무의(MUUI)의 홍윤희 이사장과 독서클럽에서 인연이 되면서 그의 하반신이 불편한 딸의 사정을 알게 되었고 엄마의 딸을 사랑하는 마음에 공감이 되어 시작되었습니다.

10대 소녀의 바람이 이루어지도록 돕고자 하는 마음에서부터 시작된 프로젝트가 인상 깊은데요, 본격적인 진행 과정이 궁금합니다.
교통 약자를 위한 지하철 안내 지도가 기존에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기존의 안내 지도가 실제 교통 약자들에게 얼마나 도움을 주는지에 대해선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교통 약자의 입장에서 실제로 경험해보고 그것을 바탕으로 유익하고 활용 가치가 있는 지도를 제작한다는 것을 기본 계획으로 설정했습니다. 프로젝트 시행에 앞서 가장 고민했던 부분이 안내 지도가 얼마나 제 역할을 하느냐였기 때문입니다. 장애인 입장에서 지하철 환승을 체험했을 때 느끼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발견하고 그것을 정확히 표시만 해도 의미 있는 지도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우선 환승 경로가 복잡한 14개 역을 선정했습니다. 가산디지털단지역, 건대입구역, 고속터미널역, 김포공항역, 노원역,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대림역, 서울역, 석계역, 신도림역, 영등포구청역, 왕십리역, 이수역, 종로3가역이 이 프로젝트의 첫 번째 선정 지역이었습니다. 이곳들은 환승 단계가 9개에서 12개까지 이르는, 비장애인도 헤매기 십상인 복잡한 구간입니다. 그곳에서 학생들이 휠체어를 탄 교통 약자로 변신해 더운 여름날 익숙하지도 않은 휠체어를 타고 가장 붐비는 복잡한 환승역에서 현장 체험을 했으니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그 덕분에 장애인의 환경이 얼마나 열악한지를 극명하게 알게 되었습니다.

교통 약자의 관점에서 확인한 내용을 비주얼적으로 표현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지도의 구성 내용은 어떻게 담아냈나요?
서울 지하철 교통 약자 환승 안내 지도는 환승 경로에 따라 소요 시간과 과정이 순서대로 표기되었습니다. 휠체어나 유모차를 이용해 지하철을 환승하려면 여러 층을 오르내려야 하는 점에 착안해 층별 평면 지도를 만들어 시각적 이해도를 높인 점도 특징입니다. 비장애인은 지하철을 환승하다 길을 잘못 들면 되돌아가면 그만이지만 교통 약자에게는 길을 잘못 들었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두려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유모차나 휠체어를 끌고 계단이 전부인 길을 마주했을 때, 그래서 왔던 길을 되돌아가야 한다는 게 정말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그래서 휠체어로 탈 수 있는 열차 칸 위치와 수리 중이나 공사 중 같은 것을 알리는 안내 표시를 하여 교통 약자도 처음 가는 지하철역에서 쉽게 환승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 프로젝트에서 특히 주력한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휠체어 사용자를 구체적으로 설정했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장애인이 아니더라도 부상 등의 이유로 일시적인 장애를 겪는 분들도 있습니다. 또 유모차를 사용하는 경우도 비슷한 상황으로 설정할 수 있습니다. 외국인, 어린이, 학생 등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하게 될 상황을 데스크 리서치로만 제작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직접 현장에 나가 각각의 입장에서 사람들의 인식은 어떤지, 리프트가 고장 난 곳이 있는지, 안내 표시는 문제가 없는지 등을 살피며 철저하게 사용자 입장을 고려해서 제작했습니다. 공급자 관점이 아닌 체험을 통한 사용자 경험의 디자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고 생각합니다.




교통약자 지하철 환승지도 앱 화면. 다양한 장애인의 유형에 따라 직접 현장리서치를 실시하고 유니버셜 디자인과 서비스디자인의 방법론을 적용해 장애인들이 보다 지하철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웹스마트 기기에서 볼 수 있는 BF(barrier-free) 솔루션을 제작했다.





앞으로도 새로운 지하철이 개통할 예정입니다.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지하철 노선도의 역만큼 교수님의 프로젝트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향후 계획은 무엇인가요?
제가 평소 UI / UX를 포함한 서비스디자인 연구와 프로젝트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퍼소나 모델링,고객여정지도 등이 방법론으로 장애인의 입장에서 현장에서 지하철 환승을 체험해 봤을 때 느끼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발견하고 그것을 정확히 표시만 해도 의미 있는 지도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또한, 장애인 입장에서는 지하철 이용시 일반인보다 최소 3배 이상의 이용 시간과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지하철 이용 전에 집에서 미리 환승에 필요한 루트를 미리 살펴보고 이를 사전에 간접 경험에 볼 수 있는 것이 중요합니다. 장애인 전용 스마트폰 지하철 실내 환승 네비게이션이 음성까지 실시간으로 지원되기 때문에 시각장애인에게도 중요합니다. 추후에 실내 위치 관련 기술과 더불어 네비게이션이 나오기 전까지 미리 간접 경험해 볼 수 있는 교통약자용 지하철 환승 네비게이션 시뮬레이션 영상을 제작하였습니다. 추가로 VR(가상현실, Virtual Reality) 기술을 적용해 처음가본 곳도 두렵지 않도록 장애인 눈높이에서 지하철을 환승하면서 경사나 사인물들을 시각적이고 물리적인 주변상황을 가상으로 시뮬레이션을 해볼 수 있는 기능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서울 지하철 교통 약자 환승 안내 지도 외에도 서비스, 유니버설 디자인 같은 사용자 경험 중심으로 진행 중인 교수님의 프로젝트가 있나요? 또 앞으로 디자인을 통해 담아내고 싶은 스토리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현재 경기도쪽에 위치한  생명의 집이라는 미혼모 센터의 공간에 대한 이용 경험을 높이고자  기존의 관행을 넘어서 새롭게 공간디자인이 회사와 함께 UI / UX, 서비스디자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공간을 직접 사용하게될 미혼모, 수녀님, 사회복지사등의 이해관계자들은 물론 건축가, 공간디자이너, 연구자, 실무 전무가 등 다양한 전문가들과 함께 연구 및 실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디자이너는 소비자가 느끼는 한계에 공감하고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배려’를 바탕으로 사람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디자인. ‘나보다 상대방이 더 힘들다’고 생각하는 인식이 확산되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나뉘지 않고 누구나 차별 없이 똑같은 경험을 나눌 수 있는 세상이 되길 바랍니다.

김남형 교수의 디자인을 보며 "디자인의 시작은 인간에 대한 사랑이다"라는 필립 스탁의 말이 떠오른다. 사회적 위치와 경제력에 구애받지 않고 그 제품을 사용할 사람에 대한 존경심과 사랑으로 디자인한다는 필립 스탁처럼 장애인도 일반 사람과 같이 마음껏 돌아다닐 수 있고, 모두가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이 되길 바란다는 김남형 교수. 그가 제작하는 ‘지하철 환승 안내 지도’ 이후 스토리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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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인터뷰: 정은진, 사진: 김정한(예 스튜디오)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17년 10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