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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체인지 메이커들에게 말을 거는 플랫폼 헤이그라운드


헤이그라운드 로고. 건물의 특징이기도 한 벽돌 적조 방식을 모티브로 했다. 볼드하지만 서체 끝부분을 깎아 위트를 주었으며, 로고 중앙의 영문을 세로로 읽었을 때 ‘YOU’라는 글씨가 보이도록 했다. 헤이그라운드는 로고타이프와 어울리는 서체도 따로 개발했다. 

헤이그라운드
주소 서울시 성동구 뚝섬로1나길
오픈 2017년 6월
공간 기획 및 디렉팅 루트임팩트 rootimpact.org
건축 디자인 종합건축사사무소 디엠피 www.dmppartners.com
공간 및 가구 디자인 국보디자인 www.ikukbo.com
아이덴티티 디자인 더블비디자인 www.wvdesign.kr
웹사이트 heyground.com

바야흐로 공유 사무실 전성 시대다. 불과 3~4년 전만 해도 생소하게 느껴졌던 공유 사무실이 위워크, 현대카드 스튜디오 블랙, 성수동의 카우앤독 등을 통해 빠르게 스타트업들의 베이스캠프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최근 성수동에 또 하나의 공유 사무실이 등장했다. 비영리 사단법인 루트임팩트가 기획 및 운영을 총괄하는 헤이그라운드가 그 주인공. 무려 2년을 공들여 완성한 공유 오피스이자 코워킹 커뮤니티로 지상 8층, 지하 1층 규모다. 소셜 벤처, 비영리 기관 등 사회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하는 ‘체인지 메이커’들을 위해 마련한 이 플랫폼은 지금껏 국내에 선보인 여느 공유 사무실과 비교해봤을 때 가히 역대급이라 할 만하다. 모던하고 시크한 분위기로 최근 공유 사무실의 트렌드를 반영한 동시에 밝은 컬러의 외관과 햇빛이 잘 드는 비워 쌓기 공법 등으로 자칫 차갑게 느껴질 수 있는 분위기를 영리하게 중화시켰다. 공간과 가구 구성도 돋보인다. 4인실부터 30인실까지 다양한 규모로 이뤄진 회의실, 몰입을 돕는 1인 공간 등은 업무 효율성을 높여주고 적재적소에 배치한 각양각색의 가구는 입주자들에게 매번 새로운 자극을 준다.

하지만 무엇보다 주목해야 할 점은 파격적이라고 할 만큼 넓은 부분을 할애한 공용 면적이다. 수익률만 따져본다면 공용 면적보다는 최대한 전용 면적을 늘리는 것이 상식. 그렇다면 이들은 왜 이런 공간 전략을 취했을까? “헤이그라운드는 단순한 임대차 관계를 넘어 함께 성장하고 고민을 나누며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커뮤니티를 지향한다”는 루트임팩트 정경선 CIO1)의 말 속에 그 답이 담겨 있다. 헤이그라운드는 입주사를 단순한 공간 서비스 이용자가 아니라 함께 사회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동반자로 바라본다. 지속 가능한 동행을 위해선 관계를 촉진시키는 공간 전략이 필수적인데 그런 의지가 바로 공용 공간의 확장으로 이어졌다. 단순히 공용 면적만 넓힌 것이 아니다. 헤이그라운드는 2층과 3층, 4층과 5층 등을 엮은 복층 라운지와 순환하는 동선 계획 등을 통해 공간 곳곳에서 구성원 간의 자연스러운 교류와 마주침이 일어날 수 있도록 했다. 일련의 장치는 소통과 경청을 바탕으로 마련된 것이다.

루트임팩트는 기획 단계부터 잠재 입주사 24곳을 발굴해 이들과 기나긴 논의 과정을 거쳤다. 이곳에서 실제로 일하고 생활해나갈 이들과 건축 설계부터 커뮤니티 운영 정책까지 일일이 대화하며 필요를 파악하고 공간에 반영하고자 노력한 것이다(루트임팩트는 이 과정을 ‘그라운드 빌딩 프로세스’라고 부른다). 이와 같은 소통 과정을 거친 결과, 3개월도 채 되지 않아 거의 모든 사무 공간이 채워졌다. 또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이곳에 적잖은 디자인 회사와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지닌 브랜드들이 입주해 있다는 것. 디자인 컨설팅 회사 슬로워크, 건축 설계 디자인 회사 동네건축가들, 위안부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제품에 담아내는 마리몬드, 시각장애인까지 배려한 손목시계 브래들리 타임피스를 생산하는 이원코리아 등은 디자인이 사회의 긍정적 변화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헤이그라운드라는 지붕 아래 모인 500여 명의 혁신가들. 이들은 “혼자 꿈꾸면 영원히 꿈이지만, 함께 꿈꾸면 현실이 된다”는 훈데르트바서(Hundertwasser)의 말을 몸소 증명하고 있다.


Interview
정경선 루트임팩트 CIO

“체인지 메이커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구심점 역할을 한다.”


헤이그라운드의 건립 취지가 궁금하다.
루트임팩트를 통해 여러 체인지 메이커를 지원하면서 느낀 점 중 하나가 이들이 업무에 필요한 좋은 환경과 인프라, 각종 프로그램 및 서비스를 갖추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체인지 메이커가 빠르게 성장하고 더 많은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도록 지원하는 방법 중 하나로 우리는 물리적 공간을 기반으로 한 커뮤니티를 생각했다. 현재 루트임팩트는 안정된 주거 환경을 제공하는 코리빙 커뮤니티 디웰 하우스와 업무 환경을 개선하고 지원하는 코워킹 커뮤니티 헤이그라운드를 운영하고 있다.

물리적 거점 공간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인가?
먼저 입주 멤버들 간의 협업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다. 가령 디웰 하우스에서는 탈북자를 지원하는 비영리 단체에 근무하는 한 입주민이 기금 모금의 어려움을 토로하자 비트코인 거래소를 운영하는 또 다른 입주민이 비트코인으로 기부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한 적이 있다. 헤이그라운드에서도 대학생을 대상으로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끼리 모여 서로의 노하우를 공유하고 협업의 기회를 찾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헤이그라운드는 체인지 메이커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구심점 역할도 한다. 또한 건물 안에 50여 개의 회사가 모여 있다 보니 자연스레 규모의 경제가 발생해 여러 기관으로부터 다양한 후원을 받거나 할인 제휴를 맺을 수 있게 됐다.

최근에는 미국에서 활동하는 것으로 안다.
루트임팩트 대표직을 내려놓고 지금은 ‘상상력을 책임지는 관리자’라는 뜻의 CIO(Chief Imagination Officer) 직함을 달고 있다. 미국행을 선택한 것은 본격적인 해외 비즈니스를 위해서였다. 현재 루트임팩트는 라스베이거스 구 도심에 10명이 거주할 수 있는 건물을 임대해 디웰 하우스로 꾸몄다. 자포스( Zappos) CEO 토니 셰이(Tony Hsieh)가 주도하는 라스베이거스 다운타운 프로젝트를 통해 공간을 임대했다. 국내와 달리 라스베이거스에서는 건물을 매입해 임대업을 하는 것이 쉽지 않은데, 미국 록펠러 재단과 손잡고 커뮤니타스아메리카를 별도로 설립해 프로젝트2)를 진행 중이다. 이 밖에 미국 뉴저지 주 뉴어크 구도심 재생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기로 결정했는데, 그동안 루트임팩트가 해온 여러 사회 혁신 모델을 미국과 다른 나라에 이식할 수 있을지 그 가능성을 모색 중이다.

1) 루트임팩트 설립자인 정경선은 2012년 창립 이래 줄곧 CEO로 활동하다가 최근 CIO로 직함을 변경했다. 현재는 루트임팩트 COO였던 허재형이 뒤를 이어 CEO를 맡고 있다.
2) 쇠퇴한 구도심을 지역 주민과 창업가, 예술가를 위한 공간으로 만드는 프로젝트. 2012년에 시작해 큰 성공을 거뒀으며 공유 가치 창출의 교본으로 불린다.


헤이그라운드 건물 외관. 큼지막한 정사각형 창문은 ‘입주사들이 저마다 하나의 창문을 갖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60명가량이 앉을 수 있는 계단석을 설치한 라운지. 그 옆 대회의실 사이에 개폐형 도어를 두어 필요 시 공간을 확장할 수 있도록 했다.

Interview
허재형, 최지훈, 김은영 루트임팩트 CEO, 매니저, 디렉터



“공간을 통해 연대감이 생기길 원했다.”

2014년 문을 연 디웰 하우스부터 헤이그라운드까지 모두 성수동을 기반으로 한 점이 흥미롭다.
애초에 두 프로젝트 모두 체인지 메이커들이 함께 모여 살고 일하는 커뮤니티를 조성해보면 어떨까 하는 상상에서 나온 비즈니스다. 2014년 부지 선정 당시 서울 시내 전역을 놓고 여러 데이터를 조사했다. 당시 신림동, 명륜동, 문래동 등도 물망에 올랐는데 입주 구성원들이 부담을 느끼지 않는 적정 가격과 대중교통과의 접근성을 고려해 성수동을 선택했다. 무조건 가격만 생각할 수는 없었다. ‘그들만의 리그’가 되는 것만큼은 피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열려 있는 커뮤니티 조성을 위해 접근성 역시 꼼꼼히 따져봐야 했다.

일반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비즈니스가 아닌 만큼 입주 조건도 남달랐을 것 같다.
무엇보다 사회문제 해결에 뜻이 있고 이를 비즈니스 안에서 풀어나가고자 하는 기업을 최우선에 두었다. 또 한 가지 기준은 커뮤니티 조성에 대한 의지 여부였다. 단순히 업무 공간이 필요해서 입주를 희망하는 회사보다는 함께 협력해 문화를 만들고 싶어 하는 회사를 찾았다. 다양성을 존중하는 헤이그라운드의 문화적 코드에 부합하는 조직인지 여부도 신청서나 인터뷰를 통해 확인했다.

입주사 간의 관계를 촉진시키는 프로그램도 있나?
온·오프라인상에서 다양한 접점을 만들어가고 있다. 특히 오프라인 이벤트로 최근 네트워킹 위크와 네트워킹 파티를 진행했다. 그런데 우리가 프로그램을 제공하지 않아도 입주사 간에 자생적으로 함께하고자 하는 의지가 엿보이더라. 예를 들어 최근 한 회사는 요가 프로그램을 시작했고 플라워 클래스, 심리 상담, 이메일 마케팅 워크숍 등이 열리기도 했다. 우리가 모든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제공하기보다는 자연스럽게 교류가 일어나는 장을 만드는 데 좀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연대와 교류를 촉진시키는 공간 구성이 흥미롭다.
물리적 환경을 만드는 데만 급급하지 않고 이 공간의 사용자가 누구인지, 그리고 이들이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면밀히 파악했다. 크게 보자면 탁월한 업무 환경, 자부심을 가질 만한 공간을 선사하고자 했다. 또 공간을 통해 연대감이 생기길 원했다. 일반 사무실에선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부분을 공용 공간에 할애했는데 수익만을 목표로 하는 공간 비즈니스였다면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다. 우연한 마주침, 느슨한 연대가 이뤄질 수 있도록 개방감 있는 수직적인 라운지 공간을 연출했다. 프라이버시가 보장된 전용 공간과 공용 공간을 적절히 배합했는데 각각의 영역을 배치하는 데에도 많은 고려를 했다.

가구 선택에도 많은 공을 들였다.
3개월간 인테리어 디자인을 했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가구에 할애했다. 허먼 밀러부터 이케아까지 브랜드에 구애받지 않고 공간에 최적화된 가구를 고르려고 애썼다. 예를 들어 입주사들이 모여 있는 2층부터 5층까지는 최대한 담백한 느낌의 가구로 구성했다. 6~7층은 인더스트리얼풍 가구로 꾸몄으며 8층은 도심 속 리조트 분위기가 나도록 안락하면서도 이동성 좋은 가구 위주로 배치했다. 테이블은 제작 가구가 많은데 기성 가구와 잘 어우러지도록 했다. 또 공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사무 가구를 디자인했다.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성동구 집계에 따르면 이 지역에만 200여 개의 사회적 경제 분야 조직이 모여 있다고 한다. 이들을 더 단단하게 연결시켜 협력적인 구조를 만들고 싶다. 연결된 커뮤니티를 토대로 흩어져 있을 때는 하기 어려웠던 일들을 도모하고자 한다. 헤이그라운드가 그 과정에서 중요한 거점이자 플랫폼이 될 수 있을 거라 기대하고 있다.


탁 트인 느낌을 주는 라운지 공간. 자연 채광을 최대한 끌어들이고자 한쪽 벽을 비워 쌓기 공법으로 구성한 점도 눈길을 끈다.


사무 공간. 공간에 맞게 자체 제작한 사무 가구를 배치했다.


7층의 인터랙션 라운지. 주로 1인 기업이나 소규모 조직이 이용하는 공간이다. 높이가 낮은 소파 세트와 라운지 체어로 편안한 분위기를 유도했다.


스카이라운지와 테라스. 8층 전체를 공용 공간으로 조성해 입주 멤버들 간의 커뮤니케이션을 유도했다.


1층 인포데스크. 상당히 넓은 편이다. 허재형 CEO는 “보통 이곳에 앉아 일하는 분들이 연배가 있는 어르신들인 만큼 충분한 공간을 확보해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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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글: 최명환 기자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17년 10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