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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다시 디자이너에게 영감을 준 인상주의 라뜰리에

혹자는 디자이너를 고대 그리스 신화 속 대장장이의 신 헤파이스토스에 비교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신들의 전령사 헤르메스와 닮았다는 이야기도 한다. 이러한 두 가지 상반된 시선은 모두 타당하다. 결국 디자이너란 대장장이의 투박한 손과 (크리에이티브란 신을 향해 노래하는) 시인의 목소리가 한 몸에 깃든 이들을 가리키니까. 예술가의 영감과 엔지니어의 논리라는 쉽게 맞물릴 수 없는 두 영역이 만날 때 비로소 창의력이 불꽃을 튄다. 그런데 지난 10월 이런 디자이너의 정체성과 무척이나 닮은 공간이 문을 열어 눈길을 끌고 있다. 동대문 현대시티아울렛 11층에 위치한 아트랙티브[1] 테마파크 라뜰리에가 바로 그 주인공. 1400㎡가 넘는 규모의 공간에 조성된 라뜰리에는 대전충청지역 소주회사 맥키스컴퍼니(대표 조웅래)가 7년간 150여억 원을 들여 만든 테마파크로 첨단 IT로 빈센트 반 고흐, 클로드 모네, 모리스 위트릴로 등 19세기의 대표적 인상주의 화가들의 작품을 구현해낸 것이 특징이다. 네이밍 역시 인상주의가 ‘빛의 회화’로 불리는 것에 착안해 빛을 의미하는 ‘light’와 작업실 ‘atelier’를 결합한 것이다.



[1] 아트랙티브(art+interactive)란? 명화 콘텐츠와 IT의 만남으로 예술(art)과 상호작용(interactive)이 가능함을 나타내는 조어. 인터랙티브 캐릭터와의 대화, 미디어 아트를 통한 오감의 자극 등으로 명화 속 공간을 경험하거나 명화 속 주인공이 되어볼 수 있다.



라뜰리에 입구. 문이 닫혔을 때(위)와 열렸을 때.

 

얼핏 ‘어린이 미술 체험 공간 같은 거 아냐?’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라뜰리에는 디자이너의 상상력과 창의성을 자극하는 멀티 콘텐츠 플랫폼에 더 가깝다. 이 아트랙티브 테마파크는 크게 5개의 공간과 3개의 스페셜 어트랙션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 공간마다 콘텐츠와 접근 방식이 다양하다는 점이 눈에 띈다.

 

서울 한복판에 상륙한 인상파 화가들의 아지트


테르트르 광장.

 

입구를 지나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공간은 테르트르 광장. 19세기 말 반 고흐, 드가, 마네 등이 모여 작품에 대해 논하던 이 낭만의 공간은 스페인 출신 화가 에두아르 레옹 코르테스의 작품 ‘테르트르 광장’의 배경이 된 것으로도 유명하다. 거리의 아기자기한 상점들을 고스란히 재현해낸 것도 놀랍지만 더 흥미로운 것은 글로프 빵집에서 풍기는 갓 구운 빵 냄새. 시각뿐 아니라 후각 역시 예술 체험의 도구로 삼은 점이 재미있다. 




라뜰리에 갤러리.

 

광장을 거쳐 체험자가 맞닥뜨리게 되는 공간은 라뜰리에 갤러리다. 얼핏 수많은 명화가 걸려 있는 평범한 전시 공간 같지만 이곳에서 무척 매혹적인 체험을 할 수 있는데, 바로 인터랙티브 캐릭터들과의 대화다. 우체부 조셉 룰랭, 여류 화가 베르트 모리조 등 첨단 기술로 재현한 명화 속 인물들이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말을 건네 놀라움을 선사한다.





눈 내리는 몽마르뜨 거리(위)와 모리스 위트릴로의 작업실. 정교하게 재현한 작업실 한편에서는 소인국처럼 꾸며놓은 홀로그램도 볼 수 있다. 이처럼 라뜰리에 곳곳에 배치한 홀로그램을 찾아보는 일은 이곳에서 경험할 수 있는 또 다른 재미다.

 

눈 내리는 몽마르뜨 거리를 서울 한복판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은 놀라운 경험이다. 두 번째 공간으로 라뜰리에는 눈 내리는 이 거리를 현실감 있게 재현했다. 일부러 공간의 온도를 낮추고 인공 눈을 연출하기도 했다. 또한 창문 너머로 한껏 흥에 겨워 먹고 마시는 가상의 캐릭터들의 모습도 볼 수 있어 현실감이 배가된다. 그렇다고 라뜰리에가 단순히 첨단 기술만 내세운 공간은 아니다. ‘몽마르뜨의 화가’로 불리는 모리스 위트릴로의 작업실이 그 좋은 예다. 19세기 화가들이 사용했던 화구와 아기자기한 소품으로 꾸민 이 공간은 철저한 고증을 거쳐 재현해낸 것으로 어려운 가정환경으로 인한 화가의 우울함을 잘 담아내고 있다. 또한 이곳은 기획자들이 얼마나 인상주의 화가들에 대해 깊이 있게 연구하고 사려 깊게 재현했는지 엿볼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마들렌 꽃시장. 

아름답지만 조금은 우울한 모리스 위트릴로의 작업실과 달리 마들렌 꽃시장은 활력으로 가득하다. 테르트르 광장이 빵 굽는 냄새로 후각을 자극했다면, 이곳은 꽃 향기로 밝은 시장의 분위기를 재현한다. 시장이라는 콘셉트에 맞게 자연스럽게 연출한 F&B 숍들은 전략적인 공간 기획과 배치라는 측면에서 디자이너에게 공부가 되기도 한다.


라마르틴 광장에 있는 노란 방. 놀랍게도 그림이 아닌 실제 공간 사진이다.

 

뒤에 다시 설명하겠지만, 라마르틴 광장은 기술집약적 체험 요소가 복합적으로 일어나는 공간이다. 토크쇼와 뮤지컬 등 액티브한 공연이 이어지는데 배우들의 연기에 홀려 디테일을 놓쳐서는 안 된다. 고풍스러운 오브제들로 재현한 에밀 졸라의 서재, 공간 안에 고스란히 풀어놓은 듯한 반 고흐의 노란 방은 체험의 가치를 한층 높인다.

 


 

포름 광장에 재현한 ‘밤의 카페 테라스’(위)와 ‘밤의 카페’

라뜰리에의 대미를 장식하는 공간은 포름 광장이다. 그 유명한 반 고흐의 ‘밤의 카페’와 ‘밤의 카페 테라스’로 광장 내∙외부를 연출했는데 공간 한쪽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 반 고흐에게 직접 말을 건네볼 수도 있어 흥미롭다. 또 살아생전 반 고흐와 친분이 남달랐던 우체부 조셉 룰랭의 우체국에서는 편지 쓰기를 체험해볼 수 있어 좀 더 능동적인 체험도 가능하다.



조셉 룰랭의 우체국에서 편지 쓰기를 체험하는 모습.

 

춤추는 인상주의, 스페셜 어트랙션

이곳을 찾은 디자이너들에게 기자는 반드시 테마파크 곳곳에서 경험할 수 있는 3개의 스페셜 어트랙션을 놓치지 말고 꼭 체험하길 추천한다. 그만큼 이곳이 주는 인상이 강렬했다. 




뮤지컬 <고흐의 꿈>(위)과 홀로그램 토크쇼 ‘에밀 졸라의 서재(명작 X-File)’. 사진 제공: 라뜰리에

 

특히 라마르틴 광장에서 진행하는 뮤지컬 <고흐의 꿈>과 홀로그램 토크쇼 ‘에밀 졸라의 서재(명작 X-File)’는 전통적인 뮤지컬과 토크쇼가 스토리텔링에 뿌리를 두고 정교하게 테크놀로지와 엮였을 때 얼마나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부푼 기대를 안고 아를 지방에 도착한 반 고흐의 설렘을 표현한 뮤지컬이 넓은 공연장을 종횡무진 누비는 배우의 움직임에 맞춰 확장된 그래픽 효과를 보여준다면, 반 고흐의 죽음 이면을 파헤치는 토크쇼는 어둡고 비밀스러운 분위기에 맞게 정교하고 세밀한 특수 효과를 보여준다. 


오랑주리 미술관(모네의 정원).

 

마들렌 꽃시장 한편에 마련한 또 다른 스페셜 어트랙션 ‘오랑주리 미술관(모네의 정원)’은 클로드 모네의 수련 연작을 바닥과 앞뒤좌우 벽 네 면에 영상을 매핑해 모네가 살아생전 그토록 사랑했던 지베르니의 연못 한 가운데에 서 있는 듯한 착각마저 들게 한다.

 

기술은 예술을 낳고 예술은 기술을 낳는다

미술사를 조금이라도 안다면 인상주의 탄생의 배경 이면에 사진술의 발달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기술의 발달로 재현의 족쇄에서 벗어난 화가들이 자신의 감성을 적극적으로 캔버스 위에 표현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랬던 인상주의가 200여 년이라는 긴 시간을 지나 다시금 기술과 조우했다. 예술은 기술에 새로운 모티브를 주고 기술은 예술을 다시금 변화시켰다. 재미있는 것은 19세기의 기술이 예술의 창작 과정을 리디자인했다면, 21세기에는 예술의 체험 방식을 재구성했다는 점이다. 예술과 기술의 이종교배가 탄생시킨 라뜰리에의 시대정신은 오늘날 디자이너들에게 다시금 무한한 영감의 원천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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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글: 최명환 기자, 사진: 이기태 기자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17년 1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