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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2018 월간 <디자인>이 주목한 디자이너 20팀 4

문승지


계원예술대에서 감성 경험 제품 디자인(현 리빙 디자인)을 공부했다. 친구들과 함께 졸업 전시 작품으로 선보인 ‘캣 터널 소파’가 해외 유명 매체에 소개된 것을 계기로 스웨덴 패션 브랜드 코스의 쇼룸을 위한 가구 ‘포 브라더스’를 디자인했다. 팀버랜드의 팝업 스토어, 레코드 쇼룸을 위한 가구, 서울시와 협업한 ‘김치의 새로운 모습’ 등 가구 디자인을 베이스로 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최근에는 디자이너 매니지먼트 겸 코워킹 그룹 ‘팀 바이럴스’를 만들어 가구는 물론 인테리어, 제품, 브랜드 아이덴티티 등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며 활동하고 있다. www.munseungji.com

플랜 B를 향해 나아가는 가구 디자이너
“몇 년 전부터 지속되는 북유럽 디자인 열풍의 이유를 직접 알아보기 위해 잠시 덴마크에 다녀올 생각입니다. 북유럽 디자인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고 싶어요.” 2년 전, 반려동물을 위한 가구와 스웨덴 패션 브랜드 코스와의 협업 프로젝트로 해외에서 먼저 주목받은 가구 디자이너 문승지가 서울을 떠나기 전 인터뷰할 당시 남긴 말이다. ‘현장에 답이 있다’고 믿는 그는 그렇게 덴마크에서 1년 반을 보내고 2017년 서울로 돌아왔다. 이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혈혈 단신이었던 그가 10여 명의 디자이너와 함께 ‘팀 바이럴스(Team Virals)’라는 그룹을 만든 것이다. 가구 디자인뿐만 아니라 인테리어, 제품, 브랜드 아이덴티티 등 다양한 분야의 디자이너와 협업하며 프로젝트의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 기획했다. 부산의 베이커리 카페 ‘뉴벨’을 위한 인테리어와 가구 디자인, 업사이클링 브랜드 레코드(re;code)와 함께 장애인 생활 시설을 위해 디자인한 의자 등 팀 바이럴스라는 이름으로 현재 여러 프로젝트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아직 많은 결과물을 보여주진 않았지만 문승지가 이끄는 디자인 그룹이라는 것만으로도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 그 이유는 그가 지난 프로젝트를 통해 보여준 디자인 철학과 행동력 때문이다. 2011년 친구들과 함께 졸업 전시 작품으로 선보인 ‘캣 터널 소파’가 미국의 온라인 매거진 <코어 77>, 영국의 <데일리 메일> 등에 소개되며 해외 매체에서 먼저 관심을 보인 문승지는 이 작품이 계기가 되어 2013년 코스의 쇼룸을 위한 의자 ‘포 브라더스(Four Brothers)’를 디자인하게 된다. 합판 한 장으로 만든 포 브라더스는 자투리를 남기지 않는 콘셉트와 조형적 디자인으로 주목받으며 문승지라는 이름을 해외에 더 많이 알리게 한 작품이다. ‘반려동물’이라는 단어조차 생소했던 시절 ‘엠펍(MPup)’이라는 브랜드를 론칭해 ‘도그 하우스 소파’, ‘펫 베드’ 등을 만들어 디자인을 통해 반려동물과 쾌적하고 즐거운 동거 생활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당시 직접 판매와 유통을 경험하며 국내에서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것을 깨닫고 결국 1년 만에 브랜드를 접어야 했지만 국내 시장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 밖에도 여러 국내 기업과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상업 디자이너로서 순조롭게 활동하던 그가 돌연 모든 것을 내려놓고 덴마크로 떠난 것이다. 무작정 시작한 덴마크살이를 통해 그가 얻은 것은 사람이다. 영국, 프랑스, 일본 등 세계 각국의 디자이너를 친구로 만들어 문화와 디자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자신의 인생을 바꾼 교훈도 하나 얻었다. “한국 사람들에게 플랜 A는 당장 무조건 해야 하는 일이고 플랜 B는 A를 하다 안 되면 택하는 대안이잖아요. 하지만 제가 만난 유럽 친구들의 생각은 그와 반대예요. 하루하루 해야 할 일이 플랜 A이고 꼭 이루고 싶은 자신의 미래 모습이 플랜 B예요. B를 이루기 위해 A를 차곡차곡 해나가는 거죠. 저는 스토리텔링과 디자인에 관한 저만의 철학을 만들고 인정받는 게 플랜 B예요. 그러러면 좋은 디자인으로 돈도 많이 벌고 유명해져서 개인 작품 활동도 왕성하게 할 수 있어야겠죠.” 플랜 B를 향해 1년, 2년을 쌓고 있는 그의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이유다.


좋아하는 장소, 나만의 아지트가 있다면?
지난여름 도산공원 근처에 오픈한 작업실 바이럴 스테이션(Viral Station).
2018년의 해시태그용 키워드를 하나 꼽는다면?
#디너 #dinner
최근의 디자인 (이슈) 중에서 가장 납득이 가지 않는 것은?
애플 에어팟.
2018년에 꼭 시작하고 싶은 것과 꼭 그만두고 싶은 것은?
여행, 일만을 위한 삶.
작년 한 해 나를 가장 놀라게 한 것은?
스마트폰 무선 충전 시스템.



포 브라더스의 후속작으로 벤딩 기술을 더해 만든 ‘이코노미컬 체어(Economical Chair)’.

정다영


NHN, CJ E&M, 디스트릭트에서 10년 넘게 다양한 온·오프라인 사용자 경험을 설계했다. 계원예술대, 오산대, 제주대 등에서 디지털 GUI에 대해, 디자이너들의 커뮤니티인 디자인 스펙트럼에서는 여성 디자이너로서의 삶에 대해 강연하기도 했다. 현재는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UX혁신팀에서 UX & GUI 디자이너로 일한다. 저서로 <포토샵 디자인 강의>(2015), <플래시, 살짝만 건들면 웹이 살아난다>(2006)가 있다.

미래 환경을 설계하는 현실 디자이너
사물의 원형이 디지털을 만나 2차원에서 3차원으로 옮아가는 시대, 사용자는 그 간극을 연결해줄 디자인이 필요하다. 삼성전자 UX 디자이너 정다영은 본질과 기술 간 가장 유연한 소통 방식을 설계한다. 세계적인 기술 포럼에서 예상하는 모호한 미래를 발췌하고 해석해 당장 다음 분기에 소비자의 손에 쥐여주는 게 그의 일이다. “신기술을 습득하는 최고의 방법은 실무에 투입돼 일을 해보는 거예요. 그 툴을 사용해야 하는 프로젝트를 맡아 스스로 발등에 불을 떨어뜨려요. 밤을 새우고 여기저기 물어 완성해내며 체득하는 게 체질에 맞아요.” 정다영은 플래시나 포토샵 등 새로운 기술이 나올 때마다 발 빠르게 실용서를 출간하고 종종 튜토리얼 강연을 한다. 실무 디자이너들 사이에서 알아주는 실력파 디자이너로 통하는 이유다. 그는 스스로 ‘디자인 비전공자’이자 ‘무자격자’, ‘저질 체력’이라고 고백하지만 ‘현장’과 ‘실력’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가졌다. 2000년 초반 처음 디자이너로 일을 시작했던 디스트릭트(D’strict)에서 그는 삼성 애니콜 웹사이트의 서비스 유지·보수, SK커뮤니케이션즈의 싸이월드 2.0 인터페이스 디자인에 참여하며 기초를 다졌다. 컨버전스 익스피리언스(CX) 팀을 처음으로 꾸리던 2006년 네이버에 합류해서는 당시 웹 디자인을 총괄하던 조수용 본부장 아래서 ‘한글한글 아름답게’, ‘스마트 에디터’, ‘네이버 Me’ 등 대표적 서비스의 영상, 프로모션, UI 디자인 작업을 고루 진행했다. 이후 CJ E&M으로 이직한 뒤에는 엠넷의 아시안 뮤직 어워드(MAMA), 인기 절정이던 <슈퍼스타K> 등 콘서트와 방송 디자인 지원을 거쳐 CJ E&M의 모바일 게임 퍼블리싱까지 다루며 플랫폼의 영역을 넓혔다. 2015년 옮긴 삼성전자에서는 기어 S2의 워치 페이스 디자인으로 시작해 최초로 아몰레드 디스플레이를 장착한 기어핏의 프로덕트 총괄을 맡았으며 이후 갤럭시의 음성 비서 S-보이스 시절부터 최근의 인공지능 비서 빅스비(Bixby)까지 인터페이스를 담당했다. 시대별 가장 핫한 서비스를 그 누구보다 발빠르게 학습하고 체득해야하는 업무의 연속이었던 셈이다. 정다영은 고교 졸업 후 막연하게 애니메이터의 꿈을 안고 화실 문하생 생활을 전전하던 중 플래시를 사용한 <마리이야기>, 포토샵으로 그린 <언플러그드보이>를 보고 강력한 ‘도구의 힘’에 끌렸다. 고가의 투명 필름을 잘라 붙이지 않고도 컴퓨터만 있다면 마음껏 그림을 그릴 수 있다니! 누구나 쉽게 디자인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저작 도구’는 그 때부터 그의 꾸준한 관심사가 됐다. 지난해 12월 1일 열린 그의 IDAS 과정 졸업 전시에서도 정다영은 누구나 SNS 광고 마케팅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템플릿 앱을 선보였다. 한편, 졸업 전시장 입구에 걸린 졸업자들의 스튜디오 프로필 사진 중에 양팔 가득 두 아이를 안고 활짝 웃고 있는 정다영은 단연 눈에 띄었다. 경력 단절의 늪에서 살아남은 여성 디자이너로서의 정체성도 그를 설명하는 중요한 요소다. “성공한 여성 디자이너분들 보면 가정을 내려놓고 일에만 매진한 경우가 많은데 저는 못 그랬어요. 아니, 안 그랬고, 다시 한다 해도 안 그럴 거예요. 그러다 보니 어떤 면에서는 눈 딱 감고 달려야 할 때 못 달린 것도 같지만, 저는 이만하면 잘했다고 스스로를 믿고 다독여요. 이렇게 위태위태하게 버티는 게 최선이고 현실이잖아요.” 그리고 덧붙였다. “어쨌거나 저는 아직도 제가 디자이너라는 게 가끔 신기하고 마냥 자랑스럽거든요.” 정다영은 지금까지 많이 만나거나 다뤄졌거나 디자이너 하면 단박에 떠오르는 전형은 아니다. 하지만 분명히 존재했으며 한 번도 멈추지 않은 디자이너다. 그는 가장 현실적인 땅을 딛고 가장 빠르게 미래를 디자인하고 있다. 


좋아하는 장소, 나만의 아지트가 있다면? 
이태원초등학교와 보성여중·고를 나왔다. 기억 속의 모습은 많이 사라졌지만 이태원 일대는 모두 여전한 마음의 고향. 
2018년의 해시태그용 키워드를 하나 꼽는다면? 
#인공지능 #AI 
최근의 디자인 (이슈) 중에서 가장 납득이 가지 않는 것은? 
(다소 과도하게) 기술적 툴을 다룰 줄 아는 ‘풀스택 디자이너(full-stack designer)’가 되어야 한다는 말. 
2018년에 꼭 시작하고 싶은 것과 꼭 그만두고 싶은 것은? 
집필 중인 모바일 UI 디자인 서적 출간하기, 꼭 그만두고 싶은 건 ‘야근 철야'. 
작년 한 해 나를 가장 놀라게 한 것은? 
실시간 동시 통역기인 구글의 픽셀버드(Pixel Buds), 라인의 마스(Mars).



삼성 갤럭시 S5 공식 웹사이트 디자인 삼성전자 입사 전 제일기획과 함께 진행한 공식 PR 사이트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참여해 기획과 구성, 콘텐츠 촬영부터 페이지 디자인과 인터랙션까지 공을 들였다. 

최중호


건국대에서 제품 디자인을 공부한 그는 대학교 3학년 때 만든 디자인 그룹 아이디얼그라피의 아트 디렉터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때 만든 청사초롱 조명은 해외에 그의 이름을 알리게 한 작품으로 취업보다 독립 디자이너의 길을 걷게 된 계기가 되었다. 스튜디오를 운영하며 제품 양산 시스템을 제대로 배워볼 필요를 느낀 그는 팬택에 입사해 2년간 디자이너로 일했다. 이곳에서 배운 디자인 프로세스는 합리적인 가구를 만드는 데 도움을 주었고 인테리어 디자인으로까지 이어졌다. 보버라운지, 샤누, 알렉스72 호텔의 레스토랑 페일 & 섬머 등의 공간 프로젝트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3M, 아메리칸 스탠다드, 코웨이, 삼성, LG 등 굵직한 기업의 파트너로 일하며 비데, 정수기, 스피커, 이어폰, 핸드폰 같은 다양한 프로젝트를 선보인다. www.joonghochoi.com

소비자 친화적인 산업 디자이너
SNS의 확장은 우리의 라이프스타일은 물론 정보를 채집하는 방식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이제 브랜드 론칭은 SNS에서 한다 해도 과언이 아닌 요즘, 몇 년 전부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의 피드에서 눈에 띄게 올라오는 사진이 하나 있다. 세련된 인테리어와 가구를 배경으로 찍은 사진 속 공간은 명동에 있는 레스토랑 보버라운지다. 금색 몰딩과 빛에 반짝이는 화려한 조명, 회색 벽과 패브릭 가구가 조화를 이루며 정제된 디자인을 보여준 이곳은 인플루언서들 사이에서 일명 핫 플레이스로 통한다. 가구와 조명, 인테리어가 입소문 나며 클라이언트에게 성공적인 브랜드 론칭을 안겨준 이는 바로 리빙과 산업 디자인업계에서 이미 실력을 검증받은 디자이너 최중호다.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발표한 가구와 조명, 기업과 협업한 스피커, 비데 등을 선보여온 그가 보버라운지를 통해 처음으로 공간 해석 능력을 보여준 것이다. 집밥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는 좋은 음식에 대한 욕구를 레스토랑을 통해 소비하듯 인테리어 또한 자신의 집에서 채우지 못한 부분을 레스토랑의 의자와 테이블, 조명 등을 통해 누릴 수 있도록 한 것이 최중호식 디자인 접근법이다. 그래서인지 그가 디자인한 보버라운지의 공간을 보고 그대로 집에 적용하고 싶다며 문의가 자주 온다고. 보버라운지의 성공은 다른 공간 프로젝트를 연결하며 레스토랑 샤누, 알렉스72 호텔의 레스토랑, 청바지 브랜드 세븐티 스튜디오 등으로 이어졌다. 이 중에서도 샤누와 세븐티 스튜디오는 조금 남다른 방식으로 진행한 협업 프로젝트로 눈길을 끈다. 스타 셰프를 앞세워 홍보하는 여느 레스토랑과 달리 샤누는 ‘셰프와 디자이너의 만남’이라는 콘셉트로 디자이너가 셰프의 취향을 어떻게 해석하고 공간에 녹여냈는지에 대한 과정을 보여줬다. 특히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는 셰프가 요리뿐만 아니라 그림을 통해서도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도록 레스토랑에 큰 캔버스를 설치해 주기적으로 페인트를 덧칠해가는 방식의 퍼포먼스까지 디자이너가 디렉팅한 점이 독특하다. 세븐티 스튜디오는 뮤지컬 배우 아이비와 청바지 디자이너 김지후, 정승규 그리고 최중호가 공동 투자해 만든 브랜드인데 여기서 최중호는 가구, 공간, 브랜드 아이덴티티 등 디자이너의 재능을 투자하고 지분을 갖는 방식으로 참여했다. 브랜드를 만든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는 이유는 디자이너라는 직업을 생소하게 여기는 사람들을 위해 직접 친절하게 답해주고 싶어서다. “우리나라에는 아직까지 디자이너가 하는 일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는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우리가 만든 물건과 공간을 소비하는 사람들에게 이를 잘 설명해주는 것 또한 디자이너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클라이언트와 디자이너는 물론 소비자가 같은 편이 돼야 프로젝트가 성공할 수 있기에 최중호는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에 적극적이다. 이러한 그가 이끈 공간 프로젝트의 성공은 다시 기업과의 제품 디자인 프로젝트로 이어졌다. 가정용 가구와 이질감 없는 디자인의 가전제품을 만들고 싶은 브랜드들이 그를 찾는다. 공간에 대한 남다른 접근 방식을 제안하고 제품 양산 시스템을 적용한 가구 디자인을 선보이며, 사람들의 소비 성향을 분석해 결과를 내놓는 최중호는 합리적인 프로세스와 소비자 친화적인 디자인으로 사람들의 삶에 자연스럽게 디자인을 녹여내고 있다. 


좋아하는 장소, 나만의 아지트가 있다면? 
청담동의 뮤직비디오 바 ‘빠라바라밤’. 
2018년의 해시태그용 키워드를 하나 꼽는다면? 
#마이크로행복 
최근의 디자인 (이슈) 중에서 가장 납득이 가지 않는 것은? 
평창 동계올림픽을 기념해 출시한 롱 패딩. 
2018년에 꼭 시작하고 싶은 것과 꼭 그만두고 싶은 것은? 
다양한 협업 프로젝트, 불규칙한 생활. 
작년 한 해 나를 가장 놀라게 한 것은? 
이케아와 헤이의 컬래버레이션.


인테리어와 가구, 조명, 집기 등을 디자인 총괄한 레스토랑 보버라운지. 


함영훈


함영훈(1979년생)은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아티스트이다. 홍익대 커뮤니케이션 디자인과 재학 시절 친구들과 프로젝트 그룹 니모닉을 결성해 활동했다. 이후 네오위즈, 엔씨소프트, 네이버 등 IT 회사를 거쳐 2013년 스튜디오 니모닉을 시작했다. 그 외에 아티스트로서 빛갤러리, 팔레드 서울, 레스빠스 갤러리 등에서 개인전을 열기도 했다. 네이버, KT, 현대카드, 신세계 파미에스테이션, 롯데타워 등의 사이니지를 디자인했고 최근에는 평창 동계올림픽 픽토그램을 디자인했다. 책 <좋아 보이는 것들의 비밀, 픽토그램> (2013)을 냈다. www.haamyounghoon.com 

브랜드를 분석하는 픽토그래퍼 
존재감을 과시하지 않고도 미세하게 공간의 인상을 좌우하는 픽토그램은 바람의 전령사 헤르메스를 닮았다. 자기 과잉으로 충만한 신들 가운데 겸허히 자신을 비우고 투명하게 이들의 말을 전하는 헤르메스처럼 픽토그램은 한껏 몸을 낮추고 장소 안에 스며들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이런 지나친 겸손 때문일까, 공기의 소중함을 망각하듯 우리는 어쩌면 너무 쉽게 픽토그램을 평가절하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올해 픽토그래퍼 함영훈을 주목해야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래픽 혹은 아이덴티티 디자인의 하위 개념 정도로 여겨지던 픽토그램에 오롯이 자신의 정체성을 투영한 그의 포지션은 독특하고 그만큼 흥미롭다. 함영훈과 픽토그램의 인연은 대학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3명의 친구들과 만든 브랜드, 도로시 프로젝트1) 홍보차 픽토그램을 활용한 그림일기를 블로그에 업로드한 것이 입소문을 타면서 자연스레 ‘픽토그램 디자이너’라는 이미지가 생겨난 것. 특히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 세이클럽에 1년가량 연재한 픽토그램 시리즈가 인기를 끌며 IT 회사와 연을 맺게 된 그는 네오위즈, 엔씨소프트, 네이버 등을 거치며 자연스레 실무 감각을 익히게 됐다. “처음에는 일러스트레이션의 또 다른 표현으로 픽토그램을 활용했어요. 하지만 차츰 주관적인 일러스트레이션과 달리 픽토그램은 철저히 이성과 논리의 영역 안에 있다고 느껴졌습니다.” 그렇다고 그가 자신의 그림문자를 논리의 영역에 묶어두기만 한 것은 아니다. 그는 픽토그램을 소재로 한 순수 예술 작업도 병행하는데 2011년 코즈매틱 브랜드 헤라와 협업한 미디어 작품 ‘트윙클 페이스(Twinkle Face)’는 아모레퍼시픽미술관, 삼성 SDS 크레듀 등에 소장되기도 했다. 사실 회사를 나와 2013년 스튜디오 니모닉을 설립한 목적도 순수 예술 작가로서 본격적인 활동을 이어가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가 독립을 선언했을 즈음, 해외 유명 건축가를 기용한 사옥이나 대형 건축 프로젝트가 늘어나며 뜻밖의 기회들이 생겼다. 예술과 디자인 두 영역에서 활동하는 투 트랙 전략을 구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아티스트 함영훈이 표준과 규범의 틀 안에 정형화되지 않은 작가의 정신을 반영하고자 노력한다면, 디자이너 함영훈은 철저하게 자기 색을 감추고 브랜드 안에 녹아들려고 노력한다. “보통 회사들이 브랜딩 전략 수립이나 전용 서체 개발에 많은 투자를 하지만 픽토그램 개발은 간과하는 경우가 많아요. 이 경우 인테리어 회사들이 기존에 나온 소스를 활용해 사이니지를 구성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런 것들이 공간의 아이덴티티를 무너뜨리는 결과를 낳죠.” 반면 함영훈은 로고와 전용 서체의 조형성을 철저하게 분석한 뒤 이를 기반으로 한 픽토그램을 디자인하기 때문에 브랜드 정체성이 공간까지 전이된다. 지난해 선보인 평창 동계올림픽의 픽토그램 시스템은 그의 진가를 다시 한번 확인시킨 프로젝트였다. 동계올림픽의 로고와 한글 획의 조형성을 모티브를 디자인한 그의 디자인은 고유성과 독창성을 겸비하고 있다. 특히 디자이너 오틀 아이허(Otl Aiche)의 1976년 뮌헨 올림픽 픽토그램을 교본처럼 생각하기에 이번 프로젝트는 더욱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디자인과 예술 사이를 영리하게 넘나드는 함영훈의 활동은 2018년에도 변함없이 이어질 듯하다. 현재 그는 소마미술관의 사이니지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며 3월경 프린트 베이커리 삼청점에서 개인전도 가질 계획이다. 화이트 큐브부터 화장실 문턱까지 영역의 구분 없이 공간 곳곳을 점령한 그의 그림문자는 지금 이 시간에도 각자의 자리에서 남다른 아우라를 발산하고 있다. 

1) 당시 친구들과 만든 프로젝트 그룹이 니모닉. 함영훈이 운영하는 스튜디오 이름과 같다.


좋아하는 장소, 나만의 아지트가 있다면? 
을지로에 있는 클리크 레코드 (Clique Record). 
2018년의 해시태그용 키워드를 하나 꼽는다면? 
#평창동계올림픽 
최근의 디자인 (이슈) 중에서 가장 납득이 가지 않는 것은? 
없음. 
2018년에 꼭 시작하고 싶은 것과 꼭 그만두고 싶은 것은? 
주일 예배, 흡연. 
작년 한 해 나를 가장 놀라게 한 것은? 
딸아이의 성장과 변화.



평창 동계올림픽의 픽토그램 가이드. 확정된 로고의 조형성과 한글 획의 특징을 모티브로 시스템을 디자인했다. 


유랩


사진은 유랩의 김종유. 2007년 김종유, 김현진이 설립한 유랩은 브랜딩 & 공간 디자인 그룹이다. 청담동의 명소가 된 카페 미엘을 시작으로 세븐 스프링스 잠원점을 비롯한 12개 지점, 이태원의 마노핀 플래그십 스토어 등 주로 F&B 공간 디자인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이를 위해 공간을 넘어 음식에 이르는 전방위적 연구를 하며, 최근에는 일산의 현대 모터 스튜디오 키친을 통해 지금까지 탐구해온 식음 공간의 본질을 담아냈다. designstudioulab.com

‘간섭자’로서의 공간 디자이너
영수증에는 생략되어 있지만 결제할 때마다 매번 우리는 공간에 대한 비용을 지불한다. 물건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동시에 그곳에서의 경험을 소비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공간 디자인은 연극 무대의 세트를 만드는 것과 비슷한 점이 있다. 사람들은 마치 배우처럼 실제의 무대 위에 새롭게 사방의 면이 더해진 공간에서 기획된 프로그램에 따라 일상의 많은 시간을 보내며 살아간다. 공간 디자이너 집단으로서 유랩(Ulab)의 독특한 태도는 이들이 무대 계획을 넘어 연출, 즉 프로그램의 기획과 운영에도 개입한다는 점에 있다. 나쁘게 말하면 월권인 셈이고, 스스로의 표현에 따르면 ‘간섭’이다. 첫 번째 작업인 ‘미엘’에서는 특히 더 의욕적이었다. 장사 경험이 없는 29세 여성 클라이언트였다. “그때는 뭔가 해보려고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어요. 스태프들의 운동화까지 관여하고 싶을 정도로.” 당시 김종유 소장은 자신이 오너가 아님에도 직접 서빙을 하며 직원과 셰프 면접을 보고, 첫 1년 치 전시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데까지 참여했다. “어느 날은 주방 업무에 관여한다는 이유로 셰프랑 멱살까지 잡고 싸웠어요. 그런데 설전을 하고 집에 가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틀린 얘기가 아닌 거예요.” 서로의 전문적인 영역에 대한 이해와 존중의 필요성을 느낀 것이다. 이후 김종유 소장은 다음 프로젝트였던 르 알라스카를 진행하며 르 꼬르동 블루의 요리 과정을 수료했고, 공간 완성에 필요한 여러 입장을 헤아리는 과정을 거쳤다. 그리고 디자이너의 역할은 공간을 통솔하는 것이 아니라 간섭하는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공간이 가진 콘텐츠까지 연구하는 전방위적 연구는 이후 차곡차곡 싸여왔다. 김종유 실장은 브랜딩과 공간 기획을 주요 업무로 하는 공동 대표 김현진 실장과 함께 그 찬찬한 과정을 밟으며 유랩을 이끌고 있다. 그리고 유랩은 선에서 시작해 3차원의 공간으로 구현하는 과정 모두를 결코 허투루 할 수 없음을 몸으로, 시간으로 체득해갔다. 지난해 완성된 현대 모터 스튜디오 프로젝트는 그러한 10여 년의 과정 끝에 이뤄진 결과다. 유랩은 음식을 만드는 주방과 음식을 먹는 장소가 서로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지 않았던 과거의 주막이 식음 공간의 본질적인 원형이라 생각했고, 주막의 공간 형식의 스케일을 키워 거대한 주방과 환기 덕트, 그리고 그 옆에서 기둥을 가로지르는 20m 길이의 롱 테이블로 구성된 공간을 만들었다. 현재 진행 중인 교보문고 프로젝트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도 유랩은 클라이언트의 요구를 수행하는 것이라기보다는 대형 서점을 운영하는 입장인 것처럼 보였다. 유랩은 올해로 창립 11년을 맞는다. 개소 당시 ‘연구소’라는 뜻의 이름을 지으며 10년간 실험을 거친 뒤에 개명할 것을 계획했지만 지금도 여전히 유랩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 이들에게는 앞으로도 아직 많은 실험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장소, 나만의 아지트가 있다면? 
청담동 카페 미엘. 10년 전 우리의 첫 프로젝트였고 여전히 건재하고 있어 짠하고 사랑스럽다. 
2018년의 해시태그용 키워드를 하나 꼽는다면? 
해시태그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이제부터시작이다’가 눈에 많이 띄었으면 좋겠다. 
최근의 디자인 (이슈) 중에서 가장 납득이 가지 않는 것은? 
사진 찍기용으로 소비되어버리는 공간 디자인. 
2018년에 꼭 시작하고 싶은 것과 꼭 그만두고 싶은 것은? 
바쁘다는 이유로 더 이상 좋은 전시들을 흘려보내지 않고, 올해는 문화적으로 질 좋은 영양분을 많이 흡수하고 싶다. 
작년 한 해 나를 가장 놀라게 한 것은? 
김백선 디자이너의 부고. 이제 막 자신의 디자인을 해외에 멋지게 알리기 시작한 선배 디자이너의 죽음에 한동안 가슴이 먹먹하고 안타까웠다. 


카페 미엘 내부는 물결이 치는 듯한 파동을 형상화하여 공간에 흐르는 시간의 흔적을 곡면의 벽으로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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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디자인>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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