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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지금 기억해야 할 ‘디자이너 종이 브랜드’ 한솔제지 인스퍼









“나는 책을 디자인할 때 분명한 이유가 없으면 색을 쓰지 않는다. 단순하면 디자인이 수월할 것 같지만 흰색 종이를 선택하는 것조차 상상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같은 흰 종이라도 재질이 다르면 느낌이 다르기 때문이다.” 무지의 아트 디렉터이자 그래픽 디자이너인 하라 겐야가 <디자인의 디자인>에서 말했다. 그가 고심한 흔적이 그대로 녹아 있는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 초대장은 2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종이와 디자인의 상관 관계를 논할 때 회자되는 대표적인 작품이다. 하라 겐야가 디자인한 나가노 동계올림픽 초대장은 두께감 있는 흰색 종이에 디보스 가공으로 글씨를 눌러 새겨 만들었다. 종이의 질감과 콘텐츠의 조화를 살려 눈 덮인 설원 위에 뽀드득 소리를 내며 흔적을 남긴 발자국을 연상시키는 디자인이었다. 이는 종이를 단순한 인쇄 재료가 아닌 아이디어의 핵심적인 촉매로 바라본 결과다. 대부분의 콘텐츠가 더 빠르고 편리한 디지털을 무대로 펼쳐지는 요즘, 종이라는 플랫폼은 역설적으로 더욱 공고한 존재의 이유를 갖게 됐다. 아무리 생생한 디지털 스트리밍 동영상일지라도 직접 보고 손으로 질감과 두께를 만지는 것만 못하다. 그래픽이나 컬러만으로는 느낄 수 없는 질감과 촉감, 무게가 더해져 디자인을 완성하는 것이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제지 회사 아조위긴스Arjowiggins, 이탈리아에는 페드리고니Fedrigoni가 있다면 한국에는 한솔제지가 있다. 1965년부터 명맥을 이어오는 한국의 대표적인 제지 회사 한솔제지는 지난 6월 1일 인스퍼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발표했다. 아조위긴스와 페드리고니가 각각 회사명이자 대표 브랜드명이듯 한솔제지도 몽블랑, 매직칼라, 페스티발이라는 대표 제품군 위에 존재하는 새로운 브랜드 개념 체계를 꾸린 것이다.

한솔제지가 보유한 수많은 종이 라인업 중 특히 디자이너들이 주로 찾는 지류는 고급 인쇄 용지와 색지, 무늬지로 흔히 ‘팬시 지류’라고 아우르는 제품인데 바로 이를 지칭한 패밀리 브랜드 개념이다. 한솔제지의 인스퍼Insper는 ‘인스파이어링inspiring’과 ‘페이퍼paper’의 합성어로, 디자이너에게 영감을 주는 종이가 되고자 하는 브랜드 에센스가 직관적으로 드러난다. 브랜드 론칭만큼이나 한솔제지가 고심한 부분은 온라인상에서의 ‘페이퍼 페어링paper pairing’ 기능과 새로운 브랜드 경험이다. 인스퍼의 웹사이트는 기존의 오프라인 샘플 북의 강점을 이용하되 더욱 찾기 쉽고 비교, 선택하기 쉽도록 많은 정보를 직관적인 이미지 중심으로 정리했다. 제작물의 종류와 예산, 디자인 콘셉트 등에 따라 질감, 색상, 두께감 등의 카테고리로 종이를 추천해주는 브랜드의 온라인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제작물 특성에 맞는 종이를 추천해주는 페이퍼 페어링을 통해 디자이너는 종이에 대한 궁금증과 갈증을 해소할 수 있다. 또 추천한 종이로 제작한 디자인 제작물 사례를 볼 수 있으며 종이에 대한 정보와 함께 디자인 회사, 디자이너, 인쇄소 정보도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종이를 구입하려는 디자이너들의 가장 가려운 부분은 특정 지류를 사용한 화장품이나 식품 패키지의 적용 사례와 세세한 후기다. 새롭게 구축한 인스퍼의 웹사이트는 자체적인 미디어 플랫폼을 자처하며 직관적이고 생생한 브랜드 커뮤니티로 기능하고자 한다. 비싸고 들여오기 어려운 수입지를 대체할 국산 종이의 추천이나 후가공 시 유의점을 일러주는 고수들의 ‘꿀팁’도 웹사이트 내 페이퍼 그라운드 섹션을 통해 구축할 예정이다. 한솔제지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올해 말을 목표로 인스퍼의 이름을 딴 국내 최초의 종이 디자인 공모전 인스퍼 페이퍼 어워드(Inspiring Paper Awards, IPA)를 개최할 예정이다. 종이를 이용한 다양한 디자인 아이디어를 활성화시킬 인스퍼 페이퍼 어워드는 기존의 상금 중심, 마케팅 용도 위주, 단발성 공모전 개념에서 벗어나 기업의 오랜 전문 분야이자 핵심 가치를 아이덴티티로 내세운 디자이너들의 창작 플랫폼으로 꾸려나갈 계획이다. www.insp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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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글: 김은아 기자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18년 7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