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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Project 피크닉을 운영하는 글린트 김범상
세계적인 건축가 알바루 시자는 “건축주나 프로모터가 첫 번째 건축가다. 건축주가 품질에 관심이 없다면 절대 좋은 건물이 나올 수 없다”라고 말했다. 어디 건축뿐인가. 좋은 디자인의 지분의 절반은 좋은 클라이언트에게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글린트 김범상 대표는 역량 있는 건축가와 디자이너, 테넌트들을 한데 모은 피크닉의 ‘첫 번째’ 건축가다.


김범상 전시 기획사 글린트 대표.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에 재학하며 한때 영화감독을 꿈꾸기도 했다. 2013년 <ECM, 침묵 다음으로 아름다운 소리>를 기획하며 문화·예술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고 2015년 아르코 미술관에서 <즐거운 나의 집>을 선보여 다시금 주목을 받았다. 전시, 공간, 이벤트를 통해 기억할 만한 경험, 새로운 관점 및 생각을 담아내는 데 주력한다.
전시 기획사인 글린트가 자체 플랫폼을 연 것이 흥미롭습니다. 어떻게 이런 공간을 기획하게 됐나요?
전시를 기획할 때면 늘 물리적, 현실적 한계에 봉착하곤 했어요. 글린트의 전시 기획 자체가 다른 전시와는 다소 차이가 있거든요. 전시 자체가 주는 조형적 만족감도 중요하지만 저는 그보다는 콘텐츠가 차곡차곡 쌓여 어떤 감정을 이뤄내는 방식에 더 관심이 있습니다. 소설이나 영화가 그러하듯이 말이죠. 저는 글린트의 라이벌이 빔 벤더스 감독의 다큐멘터리라고 생각해요. <피나>나 <도시와 옷에 관한 노트>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을 보면 늘 다양한 주제를 새로운 방식으로 보여주잖아요. 그렇다 보니 기존 전시 공간이 아닌 우리만의 공간을 갖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솔직히 먼 미래의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피크닉 건물을 보는 순간, 이런 기회가 다시 오기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건물을 매입하고 프로젝트를 강행했죠.

건물의 어떤 점이 그토록 매력적이었나요?
건물 위치가 좋았어요. 복작복작한 남대문시장과 힐튼호텔이 위치한 남산 순환로.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지역 사이를 잇는 연결 고리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실 건물까지 올라오기가 쉽진 않잖아요.(웃음) 그래도 살짝 숨겨져 있는 듯한 공간이라는 점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죠.

말씀하신 대로 대로변에 위치한 건물들과 비교하면 접근성이 탁월하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하지만 콘텐츠와 공간이 매력적이라면 충분히 상쇄될 거라 생각했어요. 사직동 꼭대기에 있는 카페라도 기꺼이 찾아가는 시대잖아요? 오히려 접근하기 어려운 것이 사람들에게 ‘언젠가 한번 가봐야지’ 하는 생각을 품게 만드는 것 같아요. 서울 안에 있고 대중교통만 닿는다면 승산은 충분할 거라 생각했습니다.

다양한 협업자와 함께 공간을 만들었는데요.
사실 대단히 전략적으로 팀을 구성한 것은 아니었어요. 오랫동안 알고 지내거나 개인적으로 호감을 갖고 눈여겨보던 이들과 함께 공간을 만들어갔죠. 예를 들어 건축 레노베이션을 맡은 NIA건축의 최종훈 소장은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한 경험이 있고 친분도 있어서 의뢰를 했습니다. 디테일에 엄격한 그의 스타일이 복잡하고 정형화되지 않은 공간과 맞물렸을 때 독창적인 시너지를 낼 거라 생각했거든요. 사이니지 디자인에 참여한 mmmg는 남산에 자리해 있던 터라 함께 이 지역의 밑그림을 그려나가면 좋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로고를 디자인한 워크룸 김형진 실장은 mmmg의 제안으로 함께하게 됐고요. 이렇게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참여 디자이너가 늘어났습니다. 카페 피크닉의 테이블을 디자인한 스탠다드에이는 장인 정신을 갖고 질 좋은 원목을 다루는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피크닉에 입주한 제로컴플렉스와 키오스크키오스크에 대한 이야기도 좀 해주세요.
평소 제로컴플렉스 이충호 셰프와는 친분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피크닉 건물을 본 그가 선뜻 먼저 입주할 뜻을 밝히더군요. 제로컴플렉스가 들어오면서 그동안 해보고 싶었던 도전을 해보기 시작했습니다. 일례로 피크닉 건물 앞에 작은 온실을 하나 마련했는데요, 이곳에서는 제로컴플렉스에서 사용하는 식재료를 일부 직접 기릅니다. 제가 예전에 뉴욕의 농장 겸 레스토랑 ‘블루힐 앳 스톤 반스Bule Hill at Stone Barns’에서 강한 인상을 받았거든요. 작게나마 유사한 실험을 해본 것이죠. 키오스크키오스크의 민진아 대표는 예전에 글린트에 근무한 적이 있었어요. 소규모 독립 브랜드에 대한 이해가 넓다는 점을 알고 있어서 젊고 감각 있는 방문객을 끌어모을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죠.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롤모델처럼 생각한 공간이 있었나요?
호주 태즈메이니아에 모나MONA(Museum of Old and New Art)라는 미술관이 있어요. 호주에서 가장 큰 개인 미술관으로 알려져 있는데 다 허물어진 와이너리를 개조해 만든 공간이죠. 각각의 공간이 일관성 있는 톤 & 매너를 지닌 것은 아니지만, 모든 스페이스가 프로그램에 최적화되어 있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공간 자체의 아우라도 상당하고요. 어렴풋이 그런 공간을 꿈꿨던 것 같습니다. 다만 이게 처음부터 마스터플랜이나 구체적인 계획을 갖고 있었던 게 아니다 보니 시행착오도 많았죠.

평소 건축과 디자인에 관심이 많은 대표님도 이번 프로젝트가 쉽진 않았군요.
피크닉을 만들며 느낀 것 중 하나는 취향과 안목 이상으로 구체적인 목표와 방향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사실 저는 디자이너를 신뢰하고 맡기는 편이에요. 좋은 디자이너를 파트너로 선정하는 것 자체가 클라이언트의 디자인이라고 생각하거든요. 하지만 돌이켜보면 좀 더 구체적인 디렉션을 줬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후회도 조금 듭니다.

피크닉에서 특별히 추천하고 싶은 공간이 있다면요?
아무래도 루프톱이 아닐까요? 사실 처음에는 옥상에 아무것도 두지 않고 넓은 광장처럼 연출했으면 했어요. 하지만 최종훈 소장의 생각은 조금 달랐고 결국 건축가의 뜻을 따르기로 했죠. 후정도 추천하고 싶은 장소입니다. 뜰과숲이 조경을 맡았는데 워낙 식물에 대한 조예가 깊어 빠르게 진행했어요. 매일 새롭게 변하는 모습을 보며 류이치 사카모토조차 놀랐죠.(웃음)

다음에는 어떤 전시를 선보일 계획인가요?
바로 다음으로는 재스퍼 모리슨의 전시를 생각하고 있어요. 재스퍼 모리슨 스튜디오가 직접 연출한 국제 순회전을 가져오는 것인데 베를린의 바우하우스 뮤지엄에서 이 전시를 보고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내년에는 헝가리 수교 30주년을 맞아 글린트만의 방식으로 기념전을 풀어내는 것도 구상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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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크닉을 운영하는 글린트 김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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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인터뷰·글 최명환 기자 / 디자인 정명진 아트 디렉터 / 사진 박순애(스튜디오 수달)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18년 9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