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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그 전시, 누가 기획했을까? 국립한글박물관 ― 김희수
문자 박물관은 분명 고유의 문자를 지닌 민족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이지만 이를 전시로 풀어내는 것은 조금 다른 문제다. 문자라는 익숙한 소재와 박물관의 엄숙함의 결합이 자칫 고루하다는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시 기획자 입장에서 여간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국립한글박물관 김희수 학예연구관에 주목하는 이유는 그가 이러한 편견에 정면으로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한글을 박제하거나 유물화하는 대신 전시 형태로 확장해 현재성을 부여한다는 점은 디자이너들에게도 귀감이 될 만하다.


학부와 대학원에서 목공예를 전공한 후 공예 디자인으로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국립민속박물관에 재직하는 동안 다수의 특별전과 지역 순회전을 치렀고 미국 스미스소니언 한국실 설치에도 참여하는 등 한국의 민속 생활사 전반의 다양한 전시를 기획·진행했다. 2014년 10월 개관을 앞두고 국립한글박물관에 합류해 현재까지 국립한글박물관 전시 운영과 학예연구관으로서 전시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국립한글박물관 개관일 2014년 10월
건축 디자인 종합건축사사무소 도시인
조직 구성 전시운영과장(이애령), 학예연구관(김희수), 전시 기획자 7명, 전시 디자인 학예연구사 (김은재)를 비롯해 공간 디자이너 1명, 그래픽 디자이너 1명, 영상 디자이너 1명
예정 전시 <사전의 재발견>
전시 영역 한글을 주제로 한 문화 전반
주소 서울시 용산구 서빙고로 139
웹사이트 www.hangeul.go.kr

한글이라는 한정된 분야의 전시를 기획하는 점이 흥미롭다. 어떻게 팀에 합류하게 됐나?
대학에서는 공예를 공부하고 2000년부터 줄곧 박물관에서 학예직으로 근무했다. 팀 합류 직전에는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주로 전시를 기획하는 일을 담당했고 그 외에 유물 조사 및 연구 등 학예사로서의 기본 업무를 했다. 국립한글박물관에 합류한 것은 2014년으로 개관 전부터 세팅을 도왔다. 얼핏 문자라는 주제를 다루는 게 한정적일 것 같지만, 문자는 한 나라의 생활 문화를 담고 있는 그릇인 만큼 그 폭이 오히려 넓다고 볼 수 있다. 아직 4년이 채 되지 않은 박물관이라 실험해야 할 부분도 많고 새롭게 개발해야 할 콘텐츠도 많아 가능성은 오히려 무궁무진하다.

전시를 풀어나가는 데 어려움은 없나?
아무래도 다루는 주제가 글자이다 보니 소장 자료가 대부분 문서나 서지류 같은 책이다. 굳이 하나를 더 더하자면 서예 작품 정도이고. 우리끼리 종종 우스갯소리로 소장 자료를 단순 진열하면 2년 안에 전시할 거리가 남아나질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웃음) 가치는 있지만 일반 대중이 쉽게 관심 갖기 어려운 분야인 만큼 무엇을 보여주느냐는 물론 어떻게 보여주느냐가 중요하다. 처음 개관을 준비할 때부터 박물관의 독자적인 정체성을 만들기 위해 고민했다. 한글의 가치가 박제화된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의 살아 있는 문자로 여겨지길 원했다. 스쳐 지나가는 뻔한 전시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관람객과 소통할 수 있는 좋은 기획을 짜는 게 필수다. 전시 공간 디자인이나 영상도 마찬가지다. 주요 유물인 책 내용을 설명할 때 좀 더 친절하고 명확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게 중요하다.

기획 특별전 <나는 몸이로소이다>의 경우 국내 최초로 번역한 한글 해부학 교과서라는 소재를 전시로 확장한 점이 눈에 띈다.
책은 일본 해부학자 이마다 쓰카누의 <실용해부학>(1888)을 제중원 의학생 김필순이 우리말로 번역해 1906년에 발간한 것이다. 우리는 이번 전시를 단순한 유물전으로 꾸미고 싶지 않았다. 다양한 방식으로 당시의 분위기를 전하고 싶었고 전시 공간 연출에도 각별히 신경 썼다. 그 시기의 건축물, 즉 석조전, 인천·군산 등지에 남아 있는 건축물을 조사해 조형적 모티프를 공간 연출에 반영했다. 또 당시 몸에 대한 동서양의 시각 차이를 그려낸 영상 <손탁호텔 어느 OO의 죽음>을 제작해 전시장 입구에서 시청할 수 있도록 했다. 참고로 손탁호텔은 국내 최초의 근대식 호텔인데 서구 문물이 유입되어 혼란스러운 시대 분위기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2016년부터 한글 실험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한글을 소재로 디자이너, 아티스트와 협업하는 프로젝트로 지금까지 총 두 차례 진행했다. 한글이 우리나라만이 갖고 있는 유일한 콘텐츠인 만큼 여러 크리에이터와 함께 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출발한 것이었다. 이 프로젝트는 해외 문화원에서 먼저 선보이고 국내에서 전시하는 순서로 진행되고 있다. 재작년에는 <훈민정음해례본>을 주제로 강구룡, 김가든, 안마노, 오혜진, 일상의실천 등 그래픽 디자이너들이 참여해 도쿄 한국문화원에서 전시했다. 또 작년에는 미국 LA 문화원에서 소리를 주제로 한 전시를 열기도 했다. 작가들에게 단지 주제만 던져주고 마는 것이 아니라 3~6개월간 박물관과 아티스트가 함께 연구하고 고민하면서 만들어간다. 박물관이 보유한 원형에 대한 지식과 디자이너들의 독창성을 결합해 시너지를 내도록 하고 있다. 내년에는 프랑스에서 세 번째 프로젝트를 열 계획이다.

상설 전시실 출구에 마련한 동시대 타이포그래퍼들의 글자로 이뤄진 포토월이 인상적이다.
첫 번째 한글 실험 프로젝트 당시 인연을 맺은 양장점 장수영 작가와 협업해 만든 것이다. 포토월은 여러 서체 회사와 양장점, 한동훈, 윤민구 등 젊은 타이포그래퍼들의 작업으로 이뤄져 있는데 국립한글박물관이 유물뿐 아니라 동시대적 콘텐츠도 다룬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우리에게 디자인은 매우 중요한 요소다. 한글은 문자로서의 내용적 측면 외에 조형적 특성도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조직 구성원 중 디자이너의 비중이 높고 외부 디자인 스튜디오와 활발히 협업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10월 한글날을 맞이해 준비하고 있는 전시가 있다면?
한글날보다 조금 이른 9월 20일경 <사전의 재발견>이라는 전시를 진행할 예정이다. 낱말이나 단어의 뜻풀이가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모습을 비교해서 보여주는 전시다. 또 한국 최초의 국어사전이 만들어지던 개화기 전후를 조망하는 전시가 될 것이다.


월간 <디자인>이 주목한 국립한글박물관의 전시

<나는 몸이로소이다>





총괄 이애령
기획 김희수, 고은숙, 윤창남, 임정연
공간 디자인 백정은, 박소정
영상 조현교
포스터 디자인 눈디자인 noondesign.com
해부학 교과서 원문 이미지와 근대 개화기 시대 출판물(소설, 신문 등)에 나타나는 레이아웃, 서체, 장식 등의 특성을 적용했다. 전시 공간 디자인에서는 과거의 사건과 시간을 소환하기 위해 근대건축 공간의 대칭 구조와 문, 기둥 장식을 강조한 점이 돋보인다.


<광고 언어의 힘>





총괄 이애령
기획 김희수, 김은재
공간 디자인 김은재, 백정은
포스터 디자인 프랙티스 we-practice.com
당대의 사회 문화를 읽어낼 수 있는 창인 ‘광고’를 ‘말(언어적)’과 ‘글(디자인, 레터링)’이라는 ‘광고 언어’의 관점에서 접근해 한글을 보는 시각의 다각화를 모색했다.


<한글 실험 프로젝트소리x글자: 한글디자인>





총괄 이애령
기획 김희수, 김은재
포스터 디자인 스튜디오 텍스트 texttexttext.com
한글 디자인을 소리의 이미지화라는 시각적 차원과 소리의 채집·기록이라는 음성적 차원의 상관성으로 풀어낸 전시다. 김현석, 김윤태, 정진열, 빠키, 하지훈, 네임리스, 왕현민, 장성 등 9팀이 참여했다.


<순간의 풍경들, 청구영언한글 노랫말 이야기>





총괄 이애령
기획 김희수
공간 디자인 백정은
영상 조현교
포스터 디자인 CBR 그래픽 cbrgraphic.com
가인 남파 김천택이 고려 말엽부터 편찬한 고시조집 ‘청구영언’을 주제로 한 전시. 영상 등을 통해 노랫말을 이해하기 쉽게 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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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글 최명환 기자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18년 9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