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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Interview 스튜디오 KO
프랑스 출신의 건축 듀오 스튜디오 KO. 지난해 문을 연 이브 생로랑 뮤지엄을 디자인하며 현재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가장 주목받는 스튜디오가 됐다.

최근 유러피언 사이에서 가장 주목받는 휴양지로 꼽히는 모로코 마라케시. 특히 몇 해 전부터 건축 붐이 일면서 하루가 다르게 발전을 거듭하는 중이다. 그런데 무려 18년 전 마라케시의 가능성을 알아본 2명의 젊은 프랑스 건축가 팀이 있었다. 카를 푸르니에Karl Fournier와 올리비에 마르티Olivier Marty로 이뤄진 스튜디오 KO다. 프랑스의 유명 예술학교 에콜 데 보자르E ´cole Nationale supe´rieure des Beaux-Arts 동문인 두 사람은 졸업 후 2000년 파리에 자신들의 이름 앞 글자를 딴 건축 사무소 스튜디오 KO를 설립했다. 2001년 마라케시, 2012년 런던까지 세 곳에 사무실을 열며 빠르게 성장한 이들의 디자인은 기본적으로 모던함에 뿌리를 두고 있다. 스튜디오 KO는 자신의 확고한 정체성을 변주해가며 파리에 오스마니안Hausmannian* 양식의 아파트를 설계했고 모로코 아틀라스에서는 붉은색 점토로 이뤄진 기하학적 건축물을 선보이기도 했다. 부호들의 별장과 호텔 프로젝트로 다소 작업 범위가 한정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찰나 이들은 또 한번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다. 스튜디오 역사상 첫 뮤지엄 프로젝트인 이브 생로랑 뮤지엄을 디자인한 것이다. 2017년 10월 문을 연 뮤지엄은 마라케시의 지역색과 프렌치 메종 특유의 고상함이 잘 어우러졌다는 평가를 받으며 월페이퍼 디자인 어워드 2018 Wallpaper Design Awards 2018 최고 공공 건축물 부문을 수상했다. ‘모던한 스타일을 대변하는 건축가’라는 수식어에 대해 ‘스타일이 아닌 태도’라고 바로잡아주는 이들에게 마라케시에서의 경험과 디자인 철학에 대해 물었다.



스튜디오 KO의 칼 푸르니에(왼쪽)와 올리비에 마르티.

스튜디오 KO 2000년 파리에서 시작한 건축 스튜디오. 개소 1년 후 우연히 방문한 모로코 마라케시의 분위기에 반해 아무도 개척하지 않은 미지의 땅에 두 번째 사무실을 오픈했다. 초기에는 주로 프랑스 부호들의 별장을 짓다가 심플하고 우아하며 자연과 어우러진 디자인으로 이름이 알려지면서 모로코의 빌라와 리조트, 런던의 호텔, 파리의 레스토랑 등으로 활동 반경을 넓혀갔다. 2017년 마라케시에 이브 생로랑 뮤지엄을 선보이며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리게 됐다. www.studioko.fr

*1800년대 파리의 도시 개발 정책에 따라 지은 건물들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전형적인 양식이다. 당시 사업을 주도한 조르주외젠 오스만Georges-Euge`ne Haussmann의 이름을 땄다.


프랑스에서 활동하다 별안간 마라케시에 사무실을 연 이유가 궁금하다.
파리에 사무실을 연 이후 둘이서 함께 처음 떠난 여행지가 마라케시였다. 우리는 마라케시의 분위기에 완전히 압도됐다.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인연들로 정말 우연히 모든 일이 일어났다. 이후 모로코에서 스튜디오를 운영하면서 발견한 전통 공예술은 이제 우리 디자인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2006년에는 레스토랑 그랑 카페 드 라 포스트Grand Cafe de la Poste를 선보였다.
그랑 카페 드 라 포스트는 1920년에 건축해 우정국으로 사용하던 건물을 레노베이션한 것이다. 특히 우리가 신경 쓴 부분은 건물 중앙의 거대한 계단이었다. 드가의 작품 속 발레리나들이 오르락내리락할 것 같은 미장센을 연출하고 싶었다. 그랑 카페 드 라 포스트가 위치한 신시가지 겔리즈Gueliz는 고층 건물이 즐비한 지역이다. 아마 이 건물마저 없었다면 이곳의 옛 정취는 완전히 사라졌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현지인들은 과거의 향수를 담고 있는 이 건물을 랜드마크로 여기고 있다.

모로코의 빌라 프로젝트들은 하나같이 자연과의 조화가 훌륭하다. 어떤 방식으로 자연경관을 디자인에 적용하고 해석하나?
최대한 많이 이해하고 적게 행동하려고 한다. 장소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소리를 듣고, 빛을 바라보고, 미세한 진동을 느낀다. 그다음 우리의 아이디어를 대입시킨다. 자연에 대한 관찰이 프로세스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다. 자연 앞에서 우리는 창조하기 이전에 겸손해지는 법을 먼저 배워야 한다.

이브 생로랑 뮤지엄의 경우 이브 생로랑의 후원자이자 연인이었던 피에르 베르제Pierre Berge´의 제안으로 시작된 것으로 안다.
긴 시간 다져온 우정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사실 피에르 베르제와 스튜디오 KO는 오랜 인연이 있었다. 모로코의 북부 해안 도시 탕헤르Tangier에 베르제의 별장이 하나 있는데 그 건물도 우리가 디자인한 것이다. 당시 베르제는 입찰 경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 그는 우리가 마라케시를 얼마나 사랑하고 또 얼마나 이곳을 잘 이해하고 있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에게 프로젝트를 의뢰한 것 같다. 그는 모로코에 대한 우리의 사랑이 건물에 잘 배어나길 바랐고 그렇게 실현된 것 같다.


이브 생로랑 뮤지엄 입구의 중정. 밤에는 LED 창에서 빛이 나온다. ©Dan Glasser


청색 모로코 타일이 돋보이는 이브 생로랑 뮤지엄의 분수. ©Dan Glasser


이브 생로랑 뮤지엄 외관. 인근의 마조렐 정원 Jardin Majorelle에는 이브 생로랑과 피에르 베르제가 함께 지내던 별장이 있다.©Nicolas Math´eus, 2017
처음 진행한 뮤지엄 프로젝트였던 만큼 그동안 해온 프라이빗한 공간과는 접근 방식이 사뭇 달랐을 것 같은데.
아무래도 뮤지엄이다 보니 장애인 시설이나 화재 안전 등 고려해야 할 규정이 많았다. 사실 우리가 해온 어떤 건축물보다 규제가 많았던 프로젝트였다. 마라케시에는 건물 외관 컬러에 대한 규제도 있기 때문에 외관 소재에 대한 고민도 해야 했다. 하지만 공간에 대한 본질적 접근 방식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 개인적으로 건축의 완성도 때문에 뮤지엄이 성공했다고 보지는 않는다. 뮤지엄의 성공은 그 안에 있는 이브 생로랑의 마법 같은 디자인 덕분이다.

건축이 지역의 풍광과 무척 잘 어우러진다. 혹시 마라케시의 전통 건축 공법을 적용했나?
아니다. 공법 자체는 완전히 현대식이다. 그렇게 보이는 건 아마 그 지역의 재료만 사용해 건물을 지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모로코에서 구한 테라코타, 타일, 대리석 등을 활용했는데 그 덕분에 뮤지엄이 마치 오래전부터 그곳에 있었던 것 같은 인상을 준다. 우리는 레이스 천과 같은 느낌을 주고자 테라코타 벽돌을 패턴처럼 쌓아 외관을 완성했다. 건축 공법은 아니지만 부분적으로는 모로코 전통 방식을 차용했는데 뮤지엄 로비 유리창에 사용한 스테인드글라스가 대표적이다. 추상적인 이미지의 스테인드글라스는 창 너머로 보이는 청색 모로코 타일의 분수와 잘 어울린다.







자연과 모던한 건축물이 조화를 이루는 빌라 G. ©Dan Glasser


외젠 외젠Euge`ne Euge`ne 내부. 상업용 온실이었던 건물을 레스토랑으로 개조했다. ©Yann Der


그랑 카페 드 라 포스트의 중앙 계단. 1920년대 건축물의 원형을 최대한 보존했다. ©Pascal Montary

이브 생로랑은 ‘마라케시를 통해 색을 배웠다’고 말한 바 있다. 마라케시는 스튜디오 KO에 어떤 영감을 주는 도시인가?
도시의 색. 마라케시의 색은 햇빛으로 인해 매 순간 바뀐다. 어느 시간, 어느 동네에 있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예를 들어 메디나Medina 동네에서 느끼는 색과 팔미에Palmeraie 동네에서 느끼는 색의 결이 다르다.

그 외에 영감을 주는 것이 있다면 소개해달라.
예술에서도 영감을 얻곤 하는데 특히 제임스 터렐의 작품을 좋아한다. 광학 효과를 이용한 그의 작품은 정말 대단하다. 매년 방문하는 이탈리아 베네치아도 우리에게 영감을 주는 도시다. 방문할 때마다 늘 새로운 요소를 발견하게 된다.

17년간 모로코에서 활동했다. 스튜디오 KO의 활동이 간접적으로나마 모로코의 현대건축 발전에 이바지했다고 생각하나?
우리가 답할 수 있는 질문이 아닌 것 같다.(웃음) 언젠가 누군가 그렇다고 이야기해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할 것이다. 우리는 그저 이곳에서 추상적인 방향으로 작업을 이끌어왔고 앞으로 더 추상적인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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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글 양윤정 통신원 / 편집 최명환 기자 / 디자인 정명진 아트 디렉터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18년 9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