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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Interview 최종우
영국의 자동차 회사 맥라렌에서 제품 디자이너로 일하는 최종우는 흥미롭게도 자동차 스타일링을 제외한 기술, 의료 등 기타 영역 제품을 디자인한다.


최종우 영국 센트럴 세인트 마틴스에서 프로덕트 디자인을 공부하고 로열 칼리지 오브 아트(RCA)와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ICL)에서 이노베이션 디자인 엔지니어링으로 학위를 받았다. 현재 영국의 자동차 회사 맥라렌에서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일한다. 엔지니어와 디자이너의 소통을 돕는 ‘대체 불가능한 조율자’ 역할을 자처한다.

1989년 설립한 맥라렌은 포드 머스탱을 기초로 한 개조 모델 M81 머스탱을 시작으로 BMW 760의 V12 엔진을 개조한 슈퍼카 맥라렌 F1으로 잘 알려진 회사다. 맥라렌에서 디자이너는 어떤 일을 하는지 궁금하다.
맥라렌은 자동차 기술·디자인 회사로 F1 레이싱카뿐 아니라 기차 안에 들어가는 스마트 테크놀로지(엔진)나 휠체어를 대신할 로보틱 목발 등 미래 산업에 기여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디자인한다. 맥라렌의 가장 큰 자산은 데이터-드리븐data-driven 회사라는 것이다. 레이싱 경주에서 굉장히 세분화된 초 단위까지 기록을 체크하는데 이 기술력을 바탕으로 현재 다양한 비즈니스에 적용, 발전시키고 있다. 맥라렌은 레이싱, 오토모티브, 어플라이드 테크놀로지, 마케팅 등 크게 네 그룹으로 나뉘어 있는데, 나는 어플라이드 테크놀로지 그룹 내 디자인팀 소속이다. 맥라렌 하면 흔히들 떠올리는 자동차는 오토모티브 내 스타일링팀이 맡고, 나는 이를 제외한 비즈니스의 제품을 다루는 디자이너다. 근래 적어도 영국 내에서는 제품 디자인의 정의가 어떤 형태적인 것을 만드는 것만을 뜻하지 않는다. UX/UI/서비스 분야까지도 하나의 제품 디자인 영역으로 보고 있기에 향후 좀더 다양한 분야의 프로젝트에 참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에 맡은 프로젝트는 어떤 것인가?
가장 최근 작업으로 미래의 F1 경주용 차에 대한 선행 디자인 연구를 하고 있고 연말에 결과물이 외부에 공개될 예정이다. 바로 이전 프로젝트는 자동차에 들어가는 엔진을 비롯해 컴퓨터로 치면 CPU와 메인 보드에 해당하는 4개의 부속 프로덕트를 리디자인한 것이다. 엔진을 어떻게 디자인하면 기술적으로 우위에 있을지, 엔진 크기를 줄여 경량화 그리고 제조 생산 단가를 얼마큼 낮출 수 있는지 등을 보여주려 노력한 프로젝트다. 회사 비즈니스의 프로덕트 아이덴티티(PI)를 따르면서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산업 디자이너가 엔지니어링 영역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게 목표이기도 했다. 자동차 엔진 영역은 그동안 디자이너가 접근하지 않는 분야였지만 회사 내부적으로 미래의 기술 분야까지 디자이너가 깊게 참여하여 프로젝트를 완성시킬 수 있도록 꾸준히 시도하는 중이다. 이런 시도는 회사의 영업적 측면에서도 분명 도움이 될 거고, 자연스럽게 디자이너들이 할 수 있는 디자인 영역을 넓힐 수 있다고 본다.


리차드 밀과 맥라렌이 협업한 시계. 그라핀 신소재를 사용해 현존하는 기계식 무브먼트 중 가장 가벼운 38g이다.


자동차 내부에 들어가는 기계 부품을 리디자인한 프로젝트.

RCA의 졸업 작품 ‘아보카돗Avocadot’은 음식을 담을 수 있는 작은 저울이었다.
내가 공부한 ‘이노베이션 디자인 엔지니어링’ 전공은 엔지니어화된 디자이너를 양성하는 것이었다. 졸업 당시 나는 엔지니어라기보다 디자이너라서 가질 수 있는 확고한 역량을 부각시키고 싶었다. 그래서 프로덕트부터 코딩, 애플리케이션, UI까지 시스템 전체를 디자인하기로 했다. 나는 사실 디자인 다음으로 음식에 관심이 많다. 아보카돗은 비콘이라는 블루투스 기술을 탑재해 모바일과 데이터를 연동시키는 스마트 저울이다. 식품 패키지 뒷면에 적혀 있는 칼로리 정보는 사실 섭취량이 달라지면 실생활에 적용하기 힘들다. 아보카돗은 사용자가 식사 재료를 담으면 영양소나 칼로리에 대한 정보가 앱으로 전달되는 방식이다. 기존 칼로리 앱은 보통 일일이 먹은 것을 입력해야 하기 때문에 불편한 면이 있다. 사실 제품이나 엔지니어링 자체에 집중하기보다는 ‘실제 사용자들이 스마트한 기술에 쉽게 접근해 일상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해결하고자 도전한 프로젝트였다.

요즘 영국은 스스로를 테크네이션이라 부르며 유럽 최대의 테크 허브로 부상하고 있다고 들었다. 실제 현지 분위기는 어떤가?
지금 영국에서 가장 큰 화두는 ‘기술 도시tech city’다. 실리콘밸리에 견줄 만한 첨단 기술 기업들의 클러스터인데 한국에서 말하는 ‘4차 산업’ 열풍처럼 널리 회자되는 말이라고 보면 된다. 정부에서는 VR 같은 분야를 적극 지원하고 그 어느 때보다도 스타트업에 도전하는 젊은이가 많다. 친한 주변 친구들만 해도 절반이 넘는 인원이 각자의 스타트업을 꾸려가고 있다. 영국은 실리콘밸리 같은 환경이라기보다 학교에서 지원하는 규모가 크다. RCA의 경우 ‘이노베이션 RCA’라고 해서 졸업 작품 중 비즈니스적으로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면 비용이나 공간을 적극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있고, 임페리얼 칼리지 오브 런던의 경우 엔지니어링 부문에 여성 인력이 현저히 적다 보니 오로지 여성을 위한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한다.

학교에서 공부한 제품 디자인과 기업에서 기대하는 제품 디자이너로서의 역할이 상충되지는 않나?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제품 디자이너는 많은 부분이 사라졌다. 일단 채용 인력이 현저히 부족하다. 가전이나 전자 기기의 경우 이전에는 출시국에 따라 디자인이나 기능이 조금씩 바뀌곤 했는데 요즘에는 소프트웨어가 그런 부분을 다 해결해준다. 자연히 이를 총괄하는 UI/UX 디자이너가 주목받고 제품 디자이너는 전체 비즈니스에서 비중이 많이 줄어든 거다. 스마트폰 디자인을 예로 보아도 외관상으로는 더 이상 대대적인 변화가 없지 않나. 제품이 점점 미니멀해진다는 게 어떤 면에서는 (제품 디자인의) 위기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궁극적으로는 엔지니어와 디자이너 사이의 간극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많이 하게 됐다. 고전적 의미의 제품·산업 디자이너라는 타이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말이다.

앞으로 어떤 디자이너로 성장하고 싶은가?
요즘 그래스호퍼grasshopper라는 알고리즘 모델링 프로그램을 1년 넘게 공부하고 있는데, 디자이너들이 주로 쓰는 툴은 아니다. 미적인 용도로서의 툴 학습이 아닌 본질적인 원리를 이해하고자 노력 중이다. 궁극적으로는 디자이너가 이해할 수 있는 엔지니어링의 극단까지 도달해보는 게 목표다. 산업 디자이너라는 타이틀에서 벗어나, 요즘 많이들 이야기하는 ‘이노베이션’에 대해 정의 내릴 수 있는 디자이너가 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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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글 김은아 기자 / 디자인 김상현 / 사진 제공 맥라렌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18년 1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