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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EDITOR’S LETTER 지금 디자이너들에게 필요한 성교육은 젠더리스

지난 3월 8일 맥도날드가 로고를 뒤집었습니다.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맥도날드의 상징인 골든 아치 M을 W로 뒤집은 것이죠. W는 말할 것도 없이 ‘Woman’을 뜻합니다. 이날 하루 맥도날드의 웹사이트와 공식 SNS가 로고를 바꾸었고, 캘리포니아주 린우드 지점의 간판을 실제로 뒤집었습니다. 또한 조니워커는 100년 역사상 처음으로 로고를 여성으로 바꾼 한정판 ‘제인 워커’를 선보였습니다. 3월 한 달 동안의 판매 수익은 여성 단체에 기부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물론 기업의 실천과 도덕성이 결여된 사회 이슈 마케팅은 의도와 달리 거센 비난에 직면하기도 하지만, 여성들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세상이 조금씩 진화하고 있다는 사인이겠지요. 한편 핑크와 블루로 양분되던 아이들의 세계는 지금 한창 변화가 일어나는 중입니다. 오래전부터 남녀를 가르는 젠더별 완구에 대한 비판이 높았는데, 그것이 아이들의 젠더 스테레오타입의 고착화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로 지금 전 세계 완구업계 최대 이슈는 젠더리스이며, 실제로 미국의 유통업체 타깃은 완구 코너 내 성별 카테고리를 없앴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완구 제조업체들도 젠더별 장난감을 없애는 추세입니다. 코딩을 배울 수 있는 장남감도 남아용으로 강조하지 않으며 바비 인형 광고에는 남자아이가, 공구 장난감 모델로 여자아이가 등장하기도 합니다. 어른들의 세계보다 더 근본적이며 진보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죠. 이렇게 자란 아이들의 젠더 관념을 따라가려면 아주 많이 늦긴 했지만, 뒤늦게나마 이 시대의 디자이너들에게 필요한 성교육은 고정된 사회적 성 역할 개념이 없는 젠더리스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직도 주위를 둘러보면 성 역할에 갇혀 있는 크리에이티브 천지니까요. 젠더 감수성 리스트 항목에 체크를 하다 보면 스스로를 평등하고 개방적이라 자신했던 사람이라 할지라도 얼마나 관습과 수많은 편견에 사로잡혀 있는지 놀라게 될 겁니다. 생각지도 못했던 편견이 우리 집 안부터 지뢰밭처럼 펼쳐져 있으니까요. 이제 높은 젠더 감수성은 디자이너와 마케터, 크리에이터에게 반드시 필요한 능력이자 감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 젠더리스 디자인의 최전선이라 할 수 있는 패션계는 고정관념과 장벽을 무너뜨리는 데 한창입니다. 몇 년 전부터 페미니즘이 주요 이슈로 떠올랐고, 디올은 지속적으로 페미니즘을 표방하고 나섰습니다. 더 나아가 구찌를 비롯해 보테가 베네타, 겐조, 발렌시아가 등이 남녀 통합 컬렉션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럭셔리 패션 브랜드 외에도 자라, 유니클로를 비롯한 SPA 브랜드까지 소재, 디자인, 컬러를 넘어 남녀 모두에게 어필하는 젠더리스 트렌드를 따르고 있습니다. 그뿐 아니라 트랜스젠더, 더 다양한 인종, 플러스 사이즈와 일반인 모델이 런웨이를 걷기 시작했습니다. 한마디로 관습적으로 따르던 젠더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는 의미인데, 이는 특정 브랜드의 취향이라기보다는 세상의 변화에서 영향을 받기 때문일 겁니다. 2012년 <타임>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중 한 명이자, 통계를 통해 미래를 예측하는 한스 로슬링 카롤린스카 의학원 교수는 한국의 저출산과 인구 문제에 관해 매우 흥미로운 의견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저출산 극복은 인구 정책만으로 되는 게 아니라 페미니즘을 통해 적극적인 양성 평등이 이뤄질 때 변화가 시작된다는 것이 요지입니다. 그는 ‘저출산 문제의 핵심은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 사고’라고 지적했습니다. 매우 긍정하게 되는 그의 주장에 따라 출산 장려, 보육 정책에 앞서 성 평등 정책과 페미니즘을 지원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겠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성적 차이를 무시하자는 것이 아닌, 고정된 사회적 역할의 경계를 없애자는 젠더리스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사회가 된다면 양성 평등이나 페미니즘, 미투 운동을 부르는 비정상적인 일들은 자연히 사라지지 않을까요? 관용도가 높고 다양성이 넓어진다면 그가 누구이든 더욱 살기 좋은 세상이 될 것이며, 보너스로 그렇게 염려하는 저출산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 그 어떤 정책이나 운동보다 가장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라이프스타일을 창조하는 디자이너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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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글: 전은경 편집장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18년 4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