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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2019 밀라노 디자인 위크 리뷰 7개의 방, 주목할 만한 전시
매년 4월, 밀라노 도시 전체는 거대한 축제장으로 변모한다. 도시의 색은 선명해지고, 거리엔 디자인 순례자들의 유쾌한 발걸음이 오간다. 올해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 만개했던 화제의 전시를 소개한다.

디모레 스튜디오의 타임머신





디모레 스튜디오Dimore Studio를 소개하는 홈페이지 글 하단에는 “디모레 스튜디오는 기억을 해석하고 꿈을 만든다”라고 쓰여 있다. 이탈리어로 ‘디모레’는 ‘머물다’라는 의미로, 유년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풍경에 매혹되었다는 그들은 ‘노스탤지어’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 예를 들면 그들이 연출한 공간은 1970년대 이탈리아 남부에 있을 법한 저택이 연상되지만 공간 사이사이에서 위트와 작은 파열의 요소가 함께 감지되는 식이다. 디모레 스튜디오가 밀라노 디자인 위크 기간 동안 선보인 전은 지난 2017년, 95세로 작고한 가브리엘라 크레스피Gabriella Crespi의 디자인을 회고하는 전시로 50년 전으로 여행하는 타임머신을 탄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한 시간 가량의 대기 줄을 기다린 끝에 오래된 아파트 느낌의 공간에 다다르니 갤러리 전체를 강렬하게 채운 끈적끈적한 음악이 귀를 감싸고, 핑크색 바닥 가운데 모래 언덕을 소복이 쌓은 공간이 등장한다. 가브리엘라 크레스피가 1970년에 설계한 황동 사각 테이블과 유리 램프, 1980년에 디자인한 청동 이클립스 테이블 등을 디모레 스튜디오의 가구 컬렉션과 함께 연출한 것. 디모레 스튜디오는 시대와 장소를 짐작하기 어렵지만 따뜻하고 몽환적인 느낌이 드는 어딘가로 우리를 데려다 놓는다.

기획 디모레 스튜디오, dimorestudio.eu
참여 작가 가브리엘라 크레스피 스튜디오, gabriellacrespi.it


로사나 오를란디가 기획한 <로 플라스틱 마스터스 피스>전



지난해 ‘길틀리스 플라스틱Guiltless Plastic’이라는 디자인 이니셔티브를 발표한 로사나 오를란디는 이번 밀라노 디자인 위크 기간에 레오나르도 다빈치 박물관 철도 전시관에서 전을 열었다. 피에트 헤인 에이크Piet Hein Eek, 브로디 네빌Brodie Neill, 파트리샤 우르키올라Patricia Urquiola 등 전 세계 스타 디자이너 29명이 참여한 전시로, 이들은 로사나 오를란디의 부름에 한걸음에 달려왔다. 2002년 갤러리를 오픈한 이후 로사나 오를란디의 작가 지원과 멘토링은 명성이 자자했고 이를 거쳐 차례로 스타 디자이너 반열에 오른 이들이 고향을 찾은 셈이다. 한편 길틀리스 플라스틱 선언의 연장선에서 개최한 신진 디자이너 공모전, 제1회 ‘로 플라스틱 프라이즈Ro Plastic Prize’ 우승자 3명이 가려져 시상식과 전시가 진행됐고, 토크 프로그램도 열렸다. 로사나 오를란디는 자신의 여름 휴양지인 사드데냐의 해변에서 산처럼 쌓인 플라스틱 더미를 보고 “플라스틱이 유죄인가, 아니면 플라스틱의 남용과 오용이 문제인가?”라고 말했다. 그렇다, ‘죄가 없는’ 플라스틱의 변신은 무죄이고, 반갑기까지 하다.

기획 로사나 오를란디 갤러리, rossanaorlandi.com
큐레이팅 로사나 오를란디
설치 부다피에리 사베리노 파트너스Vudafieri Saverino Partners, vudafierisaverino.it


닐루파 디포라는 무한 궤도



갤러리스트 니나 야사르Nina Yashar가 디자인 갤러리를 열며 선언한 세 가지 키워드는 ‘Discovering, Crossing, Creating’이다. 그녀는 발견과 교차를 통해 창조되는 어떤 순간들을 차곡차곡 쌓아왔고 그 시간들이 현재의 닐루파 갤러리를 만들었다. 닐루파 디포Nilufar Depot는 닐루파 갤러리보다 좀 더 외곽에 있는 창고형의 너른 장소로 10명의 디자이너가 참여한 전시를 열어 은하계의 항해로 관람객을 초대했다. 스페이스 캐비아Space Caviar가 디자인한 투명한 구 형태의 벌룬은 날카롭고 차가운 금속 의자, 녹아내린 형상의 추상 조각 등 홀 한가운데에 흩어져 있는 문제작들을 볼 수 있는 최상의 전망대였다. 전시가 열린 홀을 제외한 각 방은 아방가르드한 현대의 일상을 제안하는 공간으로, 1941년에 엔리코 페레수티Enrico Peressutti가 제작한 오리지널 장식장을 비롯해 닐루파 갤러리의 방대한 컬렉션이 펼쳐졌다. 갤러리 한쪽에서 열린 또 다른 전시는 새로운 조각의 출현을 암시하는 전으로 감도 높은 취향을 지닌 갤러리스트, 니나 야사르의 현재 관심사를 짐작하게 했다.

기획 닐루파 갤러리, nilufar.com
큐레이팅 스튜디오 베데트Studio Vede‵t
전시 디자인 스페이스 캐비아, 스튜디오 우르키올라Studio Urquiola(조각 전시)



에르메스가 돌담을 쌓는 일



2011년 홈 컬렉션 전시로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 처음 참가한 에르메스는 매해 가장 기대되는 전시 중 하나로 자리 잡았고 올해도 실망시키지 않았다. 차곡차곡 돌담을 쌓고 돌담으로 이어진 벽의 미로 속에 새로운 홈 컬렉션을 숨겨두었다. 저 많은 돌은 어떻게 운반하고, 쌓고, 미로처럼 만들었을지 테니스 코트의 변신이 놀랍기만 하다. 전시명을 날것의 재료를 뜻하는 이라 붙이고, 제품이 태어난 배경에 감사하는 마음을 전했다. 색색의 월페이퍼를 돌담길 사이에 카페트처럼 깔고 고리버들 소재를 전통적인 세공 기술로 엮어 만든 피크닉 바구니를 올려두거나 바버 & 오스거비의 테이블 램프를 고운 모래와 함께 배치하는 식이다. 이번 컬렉션의 브로슈어를 보면 이런 문장이 있다. “이것은 세심한 관찰의 이야기다. 마호가니의 규칙적인 고리 모양은 어느 봄의 이야기를, 야크의 털은 중앙아시아 대초원의 추운 겨울을, 흑화강암의 치밀한 결은 지하세계의 힘에 대해 이야기한다.” 돌을 하나씩 분류하여 돌담을 쌓아가는 것처럼, 재료를 세심하게 들여다보는 일에서 인간과 자연이 조우할 수 있다고 전시는 말한다.

기획 에르메스, hermes.com
아트 디렉터 샤를로트 마코 페를망Charlotte Macaux Perelman
컬렉션 제작 스튜디오 에르메스Studio Hermes



코스의 바이오 브릭 파빌리온



패션 브랜드 코스가 선보이는 전시에는 옷이 등장하지 않는다. 자신들의 브랜드 가치를 공간으로 표현하는 코스가 올해 택한 건축가는 아서 마무마니Arthur Mamou-Mani다. 팔라초 이심바르디Palazzo Isibardi에서 선보인 구조물에는 ‘침엽수’를 의미하는 ‘코니페라Conifera’라는 이름을 붙였고, 이 구조물은 소재와 제작 방식에서 새로운 세대의 건축이라 할 만하다. 전나무와 플라스틱의 합성물을 3D 프린터와 로봇을 이용해 단단한 바이오브릭bio-brick으로 만들고 이를 700여 개 쌓아 올려 파빌리온을 완성했다. 바이오브릭은 완전 분해가 가능한 소재로, 쉽게 말하면 100% 자연으로 돌아가는 플라스틱이다. 전시장 입구에 배치된 브라운 계열 설치물의 소재는 나무와 바이오 플라스틱의 합성물이고 너른 정원의 화이트 설치물은 반투명한 바이오 플라스틱으로 방문객이 설치물을 통과할 때 구조물 내부로 빛이 통과한다. 건축가는 이 프로젝트를 “3D 프린팅 방식이 재생 가능한 소재와 결합해 미래의 건축용 블록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에 대한 실험이자, 건축물이 자연으로 돌아가는 여정”이라 말했다. 인공적인 것과 자연의 섬세한 밸런스, 디자인의 범주를 확장하고자 하는 코스의 정체성과 맞닿은 근사한 파빌리온이 완성됐다.

기획 코스, cosstores.com
참여 작가 아서 마무마니, mamou-mani.com
프로그램 파라메틱 디자인,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 3D 프린팅, 바이오 플라스틱


알칸타라, 태피스트리 룸의 과거와 현재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럭셔리 소재 브랜드 알칸타라Alcantara는 팔라초 레알레Palazzo Reale에서 전시 <디/코딩de/coding>을 진행했다. ‘밀라노 왕궁’이라 불리는 팔라초 레알레는 비스콘티 가문 사람들이 살았던 궁전으로 다양한 예술품과 함께 태피스트리 룸이 존재한다. 가는 염색 실로 그림을 짜 넣는 태피스트리는 18세기 들어 단지 장식품이 아니라 방 안의 모든 벽을 뒤덮는 기법으로 발전했다. 사방의 벽뿐 아니라 의자 커버까지 태피스트리로 제작해 마치 방 전체가 실로 짠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고. 알칸타라는 밀라노 왕궁 내 원형이 잘 보존된 태피스트리 룸을 빌려 4명의 현대 작가에게 내주고 알칸타라 소재의 새로운 가능성을 실험했다. 교회와 왕실의 중요한 예식에 사용한 태피스트리의 주제는 성서나 교리에 나오는 교훈적인 내용부터 신화까지 다양하다. 수많은 상징으로 얽힌 그림을 상징 이전의 상태로 되돌리는(디코딩) 작가들의 상상력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졌다. 고요한 태피스트리 룸에 거대한 외계 생명체가 들어선 듯한 설치물, 태피스트리의 2차원 이미지 위에 알칸타라 소재를 적용해 3D 입체 영상으로 구현해낸 식이다.

기획 알칸타라, alcantara.com
큐레이터 도미틸라 다르디Domitilla Dardi, 안젤라 루이Angela Rui
참여 작가 퀴 레이 레이Qu lei lei, 스페이스 파퓰러Space Popular 등 4팀


루이 비통의 오브제 노마드 신작



산업 디자이너들의 창의적인 시각과 루이 비통의 공예 기술이 만나 이루어낸 ‘오브제 노마드’ 컬렉션은 2012년부터 선보인 이래 꾸준히 확장되어 45점에 이른다. 올해는 팔라초 세르벨로니Palazzo Serbelloni에서 오브제 노마드 신작이 공개되었다. 나선형 계단을 오르면 귀족의 대저택을 연상시키는 비밀스러운 공간이 등장하고 어두운 무대 위 핀조명을 받은 주인공처럼 각각의 컬렉션이 영롱한 자태를 뽐낸다. 별이 흩뿌려진 듯한 형상으로 메인 전시실 천장을 가득 채운 조명은 바버 & 오스거비의 벨 램프bell lamp다. 캄파냐 형제는 누에고치 형상의 라운지 체어를 선보였고, 아틀리에 오이의 서펜타인 테이블은 베이스의 뼈대를 부드러운 월넛 나무를 교차해 우아함 속에 긴장감이 느껴진다. 한편, 건물의 중정에서는 시게루 반이 설계한 페이퍼 구조물 전시도 함께 진행됐다.

기획 루이 비통, louisvuitton.com
참여 작가 캄파냐 형제, 아틀리에 오이, 마르텐 바스, 아틀리에 비아게티 등 15팀
페이퍼 아키텍처 설계 시게루 반, shigerubanarchitec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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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글 김만나 기자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19년 6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