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해주세요!
본문 바로가기
Design News
넷플릭스의 디자인 전략
넷플릭스를 DVD 진열대 이상으로 만드는 것은 플랫폼 곳곳에 자리 잡은 치밀한 디자인 전략이다. 콘텐츠 몰입에 방해를 주지 않는 동시에 넷플릭스라는 강력한 브랜드를 구축하는 각각의 디자인 요소는 플랫폼 제국의 영토 확장에 앞장서는 첨병들이다.

시대 흐름을 반영한 BI


2016년 발표한 로고. 앱의 런처 아이콘과 아이덴트 영상 등에 활용 중이다.


2014년 선보인 현재의 BI.


2004년부터 2014년까지 사용한 BI.
창업 당시 넷플릭스 로고는 일반 소규모 DVD 대여점에서 볼 수 있는 그저 그런 형태였다. 세리프 서체의 ‘NET’ 부분을 필름 롤이 감싸고 있는 초창기 아이덴티티의 미숙한 완성도는 가히 넷플릭스의 흑역사라 할 만하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와 새로운 로고를 선보이며 넷플릭스는 본격적인 아이덴티티 구축에 들어간다. 헤르만 아이덴벤츠Hermann Eidenbenz의 그라피크Graphique 서체를 활용한 로고는 지금 우리에게 익숙한 넷플릭스 로고와 여러모로 닮았다. 붉은색 바탕에 입체적 느낌의 흰 글씨를 아치형으로 구성했는데 캡라인capline을 일정하게 맞추고 하단 부분은 양 끝에서 가운데로 모일수록 짧아 보이도록 디자인한 것이다. 둥글게 말린 느낌은 초기 로고의 필름 롤 심벌에서 차용한 것. 2014년에는 다시금 새 로고를 선보였는데 기존의 아치형 구조는 유지했지만 좀 더 플랫한 형태로 변화했다. 그리고 2년 뒤인 2016년에 추가로 새 로고를 발표했다. 알파벳 N만으로 간결하게 구성한 이 BI는 이전 아이덴티티와 병용하고 있다. 런처 아이콘으로도 활용하는 이 로고는 상대적으로 스크린 화면이 작은 스마트폰이 주요한 콘텐츠 소비 디바이스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브랜드의 성장을 상징하는 아이덴트






프로그램이 시작할 때 등장하는 로고 애니메이션.
지난 2월 넷플릭스는 새로운 아이덴트ident를 공개했는데 로고가 정면으로 돌진하며 다양한 컬러가 뿜어져 나오는 것이 특징이다. 이는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한 넷플릭스의 변화를 상징한다. 심벌 N에서 뿜어져 나오는 다양한 색상은 스토리와 콘텐츠 창작 커뮤니티 그리고 전 세계 사용자들의 다양성을 의미한다. 기존 아이덴트와 달리 검은 배경을 사용했는데 이는 어떤 사용 환경에서도 넷플릭스의 정체성을 명확히 각인시키고자 하는 의도라고. 밝은 대낮에도 가시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검은 배경이 유리하다는 뜻이다. 업데이트된 아이덴트 영상은 서비스상 오류를 막기 위해 2월 1일 이후 새롭게 공개하는 오리지널 콘텐츠부터 순차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2019년 말 즈음이면 모든 오리지널 콘텐츠에 적용할 예정이다.


현실적인 선택, 넷플릭스 산스



서체 개발 달턴매그, daltonmaag.com

지난해 넷플릭스는 서비스에 사용하던 고담Gotham 서체를 자체 서체로 대체했다. 이유는 생각보다 현실적이다. 당시 넷플릭스의 브랜드 디자인을 이끌었던 노아 네이든Noah Nathan이 온라인 디자인 전문 매체 <It’s Nice That>과 진행한 인터뷰에 따르면, 고담의 폰트 사용료가 매년 상승해 1년에 100만 달러 이상을 지불해야 했고 이런 상황이 자체 서체 개발로 이어졌다. 콘텐츠 라이선스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빅데이터를 동원한 넷플릭스이기에 서체에 무리한 비용을 투자하는 것은 낭비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넷플릭스는 영국의 서체 디자인 회사 달턴 매그Dalton Maag와 ‘넷플릭스 산스Netflix Sans’를 공동 개발했으며 이는 독자적인 브랜드 구축에 긍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


바로 ‘당신에게 주목하는’ UX


개인화된 맞춤형 콘텐츠를 추천하는 넷플릭스 웹사이트.


스트리밍 중인 영상.
UX는 넷플릭스 디자인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넷플릭스 추천 시스템의 핵심은 각 회원에게 알맞은 콘텐츠를 적재적소에 제공하는 것. 특히 2016년 1월 이후 서비스 제공 국가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각 지역 회원들에게 개인화된 콘텐츠를 추천하는 것이 이들의 숙제였다. 넷플릭스는 사용자의 시청 패턴과 콘텐츠를 면밀히 분석하고 이에 맞는 콘텐츠를 매칭시킨다(이때 사용자의 국적을 그다지 고려하진 않는데 한국에 거주하는 20대 여성의 취향이 독일에 사는 70대 할아버지와 같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시청자의 취향과 기호만큼 보유 콘텐츠에 대한 세분화도 중요한데 태거tagger라고 불리는 직원 50여 명이 이 일을 수행한다. 이들은 매일 콘텐츠를 보며 분류의 기본이 되는 태크tag를 작성하는데, 첨단 기술을 활용할 것 같은 분류 체계가 사실 ‘인간 지능’으로 완성된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이렇게 만들어진 태그를 기반으로 넷플릭스 콘텐츠를 약 5만 개의 카테고리로 분류하는 것이 이들의 일이다.


선택의 역설을 부수는 포스터 아트워크







미국의 사회행동학자 배리 슈워츠Barry Schwartz는 너무 많은 선택지가 주어졌을 때 판단력이 흔들려 결정을 내리기가 힘들어지는 현상을 ‘선택의 역설’이라 칭했다. 오늘날 콘텐츠의 양이 방대해지면서 사람들의 결정 장애가 가속화되고 있는데 많은 플랫폼은 이를 타개하기 위해 묘안을 내놓는다. 넷플릭스의 추천 시스템도 그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개인화된 섬네일 포스터 디자인이 이를 대변한다. 재미있게도 넷플릭스는 같은 콘텐츠라도 포스터를 여러 버전으로 제작한 뒤 사용자의 취향에 맞춰 노출시킨다. 지난해 인기를 끈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을 예로 들자면 액션물을 선호하는 사용자에게는 이병헌과 김태리가 총을 겨누고 있는 포스터를, 시대극을 좋아하는 사용자에게는 단아하게 한복을 차려입은 김태리가 나온 포스터를, 로맨스를 선호하는 사용자에게는 포옹하고 있는 두 주인공의 모습이 담긴 이미지를 선보이는 식. 이는 가입자들의 콘텐츠 선택 시간을 단축하도록 유도하는 장치다. 최근 <블랙 미러: 밴더스내치> <당신과 자연의 대결> 같은 인터랙티브 필름을 선보일 때는 모션 포스터를 적용하며 다시금 눈길을 끌었다.


켜켜이 쌓은 콘텐츠 무더기, GUI



오리지널 콘텐츠의 티저 영상까지 챙겨 보는 넷플릭스 마니아라면 예고편 영상 마지막에 등장하는 스택stack* 이미지를 기억할 것이다. 2015년경 넷플릭스 글로벌 브랜드팀과 뉴욕의 디자인 전략 회사 그레텔Gretel은 모든 터치 포인트를 통합적으로 시각화하기 위해 이 같은 비주얼 아이덴티티를 구축했다. 블랙-레드-화이트로 이어지는 레이어가 좌우로 이동하며 화면 전환을 이루는데, 이때 스택은 살아 움직이는 일종의 카탈로그 역할을 한다. 당시 그레텔은 옥외광고와 버스 매핑 등 전방위에 이 디자인을 입힐 것을 제안했고 넷플릭스는 플랫폼 곳곳에 이 그래픽 아이덴티티를 활용 중이다.

* 그레텔의 설명에 따라 ‘스택’이란 표현을 그대로 따른다. 깔끔하게 정돈해 쌓은 무더기 정도로 의역할 수 있다.

Share +
바이라인 : 최명환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19년 6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