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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디모레 스튜디오가 창조한 부티크 호텔 호텔 생마크
호텔은 한 도시를 대표하는 랜드마크가 되기도 하고 그 자체로 풍부한 경험의 공간이 되기도 한다. 최근 파리를 상징하는 부티크 호텔로 떠오르는 호텔 생마크 뒤에는 디모레 스튜디오가 있다. 26개의 객실을 둔 이 작은 호텔을 파리의 숨은 명소로 변신시킨 마법의 주문을 공개한다.


파리 오페라 지구에 위치한 호텔 생마크 입구. 


로비에 들어서면 간결한 디자인의 리셉션이 투숙객을 맞는다. 아르데코 스타일을 바탕으로 기하학적 문양을 적용한 것이 공간 전체를 아우르는 특징이다. 
호텔 생마크 
오픈 2016년
대표 나디아 뮈라노, 드니 누리 
객실 수 26개(슈페리어, 이그제큐티브,디럭스, 트리플, 프레스티지,스위트 6개 타입)
가격 평균 140~220유로
공간·가구 디자인 및 컬렉션 디모레 스튜디오(브리트 모란, 에밀리아노 살치), dimorestudio.eu
주소 36 Rue Saint-Marc, 75002, Paris, France
웹사이트 hotelsaintmarc.com

김양아 이노션 월드와이드 유럽 본사에서 다양한 플랫폼에 기반한 소비자들의 브랜드 경험을 디자인하는 브랜드 익스피리언스의 디렉터로 근무하고 있다. 퍼블리에서 ‘Taste Makers’라는 주제로 호텔 디자인에 관한 칼럼을 진행했으며 이를 발전시켜 마케터 관점에서 해석한 글로벌 호텔 디자인의 스토리를 전달한다. 

지금 유럽 시장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디모레 스튜디오는 그 이름 자체가 수식어로 사용될 정도로 유수의 럭셔리 브랜드 플래그십과 호텔 작업을 휩쓸고 있다. 스타 디자이너나 건축가 이름이 호텔 앞에 수식어로 붙곤 하는 ‘디자인 호텔’은 이제 더 이상 새롭지 않지만 호텔 생마크Hotel Saint Marc는 좀 특별하다. 디모레 스튜디오의 디자인 감성이 유감없이 발현된 호텔 생마크는 파리의 여느 부티크 호텔과의 차별화에 성공했다는 평과 함께 파리지앵들마저 가장 머물고 싶어 하는 호텔로 손꼽는다. 색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철저히 자유로운 독창적인 감각과 예술성으로 주목받아온 디모레 스튜디오는 ‘Dimore = Design icon and art’라는 공식을 쓰고 있으며, 이는 가장 상업적인 공간에서조차 예술적 심미안을 추구하는 소비자 테이스트의 진화를 상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호텔이나 레스토랑 등의 공간 디자인에서 감지되는 흐름 중 하나가 공간의 작품화로, 가구와 조명, 천장에 이르기까지 공간을 구성하는 요소를 기성 제품이 아닌 맞춤 제작하는 방식으로 공을 들이고 있다. 2016년 파리 2구의 중심인 오페라 지구에 오픈한 호텔 생마크는 디모레 스튜디오의 명성에 힘입어 오픈 전부터 기대감이 컸다. 호텔이 들어선 건물은 그 자체로 파리의 역사다. 본래 1791년에 한 백작의 저택으로 지어진 건물은 프랑스 대혁명 당시에는 파리를 대표한 신문사로 유명했던 르 나시오날Le National의 본사로 사용되었다. 20세기에 들어서는 파리에서 유명한 이탈리아 레스토랑 르 포카디Le Poccardi로 명성을 날렸다. 그 후 몇 년간 오피스 빌딩으로 사용되다가 2013년에 나디아 뮈라노Nadia Murano와 드니 누리Denis Nourry가 부티크 호텔로 만들기 위해 매입했다. 이들은 파리의 대표적인 디자이너 중 한 명인 크리스티앙 라크루아Christian Lacroix가 디자인한 호텔 프티 물랭Hotel du Petit Moulin의 소유주이기도 하다. 

이들은 오랜 역사를 가진 건축물에 현대적 미감을 불어넣을 디자이너로 일찌감치 디모레 스튜디오를 낙점했고 2년간의 공사 기간을 거쳐 지금의 모습을 드러냈다. 호텔 입구에 들어서면 리셉션에서부터 로비, 컴포트 존으로 이어지는 공간에서 호텔 생마크만의 수준 높은 감각을 경험할 수 있다. 리셉션은 블랙과 화이트를 교차시켜 완성한 대리석 타일과 붉은 장미에서 모티프를 얻은 컬러로 호텔 바닥과 벽을 장식했고 호화로운 느낌의 벨벳 소재를 더해 로비 디자인을 완성했다. 금속 테이블과 섬세한 패턴의 러그를 매치한 컴포트 존에 들어서면, 큰 창으로 들어오는 파리의 햇살과 창밖으로 보이는 거리의 모습이 어우러지며 그 자체로 그림 같은 풍경을 선사한다. 전체적으로 호텔에서 느껴지는 감각은 아르데코 시대의 스타일로 1930년대 파리를 물들였던 고색창연한 색감과 분위기를 현시대에 고스란히 옮겨놓은 느낌이다. 호텔 생마크는 일반 호텔과 달리 각 객실을 투숙객 개인의 프라이빗한 아파트 공간처럼 디자인했다. 가장 작은 방인 슈페리어 룸이 20m² 정도로 일반적인 파리 부티크 호텔 규모인 14m²보다 넓고 쾌적하다. 옐로, 버건디, 핑크, 그린, 스카이블루, 퍼플 등 객실에 사용한 메인 컬러와 그에 따른 스타일이 각기 다르며 객실은 슈페리어, 이그제큐티브, 디럭스, 트리플, 프레스티지, 스위트 등 여섯 가지 타입으로 구성된다. 벨벳과 금속 장식, 디모레 스튜디오가 제작한 가구와 20세기 가구 컬렉션은 마치 오래전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도도하게 빛을 내며 또 한데 어우러진다. 일반적으로 호텔 객실에서 사용되는 전신 거울을 특정한 패턴과 컬러로 장식하고, 화장실과 욕실로 통하는 문처럼 사용한 것도 이곳만의 독특한 요소다. 이 호텔 내부에는 레스토랑이 없다. 대신 푸른 식물과 햇살을 누릴 수 있는 파티오와 빵과 과일, 커피 등 조식 메뉴를 즐길 수 있도록 1층에 별도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투숙객이라면 누구나 이 공간을 시간 제한 없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오후에 그들의 노트북이나 책을 들고 내려와 여유로운 시간을 즐기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조식 타임이 지난 12시 이후에는 티타임을 즐기면서 먹을 수 있는 간단한 메뉴를 무료로 제공한다. 

추가적으로 이 호텔에서 주변 레스토랑과 연계해 제공하는 메뉴를 룸서비스로 주문할 수 있다. 레스토랑이 없는 대신 투숙객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호텔 생마크만의 효율적인 방식으로 3제공하는 것이다. 이곳의 총괄 디렉터 조셀랭 위테Josselin Hu¨tter는 호텔 콘셉트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제한된 크기 때문에 호텔 하면 연상되는 모든 공간을 구축하는 것은 좋은 선택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레스토랑이 건물 내에 들어섰다면 객실을 비롯한 다른 모든 공간이 축소되었을 것이다. 레스토랑 대신 넓은 로비와 공용 공간, 가든이 딸린 조식 공간, 스파 등에 집중했다. 26개의 객실을 둔 작은 부티크 호텔임에도 사람들이 예상하는 그 이상의 가치를 제공하는 것, 그것이 호텔 생마크의 선택이다.” 건물 지하층에는 별도의 스파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모든 투숙객은 예약을 하면 누구의 방해도 없이 단독으로 공간 전체를 1시간 동안 이용할 수 있다. 다른 중가격대의 부티크 호텔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가장 차별화된 서비스로, 고객이 원하는 핵심 콘텐츠에 집중한 간결한 공간 구성에서 호텔 생마크가 투숙객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가치를 느낄 수 있다.


스카이블루 컬러를 메인으로 장식한 프레스티지룸. 총 26개의 객실은 여섯 가지 타입으로 나뉜다. 부드러운 파스텔 컬러를 기본으로 하고 벨벳과 금속 장식, 디모레 스튜디오가 제작한 가구로 각 객실마다 개성을 살려 디자인했다. 


컴포트 존은 오후 4시부터 ‘어니스트 바Honesty Bar’라는 이름으로 변신한다. 바텐더가 없는 일종의 셀프 서비스 형태의 미니 바로, 투숙객이 마신 와인 혹은 샴페인의 이름과 방 번호를 남겨 놓으면 된다. 


호텔 생마크의 조식 공간으로 시간 제한없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Philippe Servent. 

디모레 스튜디오 공동 대표   

브리트 모란 & 에밀리아노 살치 

“이탤리언 엘레강스는 색에서 가장 잘 표현된다.”


디모레 스튜디오 미국 출신의 브리트 모란Britt Moran과 이탈리아 출신의 에밀리아노 살치Emiliano Salci가 2003년에 설립한 디자인 스튜디오로, 현재는 20여 명의 디자이너와 함께 일하고 있다. 2005년부터 인테리어 디자인 분야에 진출해 주거 공간과 호텔, 럭셔리 쇼룸 등 상업 공간 작업을 하며 현재 유럽을 넘어 남미와 미국, 아시아 지역까지 세를 확장하고 있다. 에르메스와 이솝의 밀라노 숍, 로마 펜디 본사의 VIP 룸인 ‘펜디 프리베’ 등이 대표작으로 꼽힌다. (왼쪽부터)브리트 모란, 에밀리아노 살치. 

주력 분야인 공간 디자인 외에 가구와 패브릭 등의 컬렉션을 지속적으로 론칭하고 있다.
공간 디자인은 매우 포괄적인 영역이다. 공간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가 디모레 스튜디오를 대표한다고 여기기에 모든 요소가 조화롭게 어우러지는지 끝까지 살펴야 하고, 적재적소에 우리가 만든 가구를 놓는 것이 당연하다. 가구 컬렉션를 론칭하는 이유는 포트폴리오에 제품 하나를 더하기 위함이 아니라 이 가구가 현재 시장에서 어떤 호응을 이끌어낼지 반응을 살피기 위해서다. 새로운 컬렉션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색 자체 그리고 색의 관계를 이용해 많은 실험을 하는 편이다. 이탈리아 남부의 저택에서 느껴지는 우아함, 이탤리언 엘레강스는 색을 통해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호텔 생마크에서 효과적으로 실험해볼 수 있었다.

호텔 프로젝트는 디모레 스튜디오에게 어떤 의미인가?
여행자들을 위한 새로운 세계를 창조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호텔은 우리에게 항상 최고의 프로젝트다. 여행은 이제 우리의 삶에서 뗄 수 없는 일부분이 되었기 때문에 호텔은 그곳을 방문한 여행자들에게 완전히 새로운 무언가로 느껴져야 한다. 호텔 생마크는 1791년에 지은 건물의 오랜 역사를 바탕으로 디모레 스튜디오만의 DNA를 보여주어야 하는, 어쩌면 우리에게 가장 큰 도전 중 하나인 프로젝트였다. 금속 같은 차가운 소재와 부드럽고 따뜻한 느낌의 패브릭을 대비시키고 다채로운 컬러를 조합해 비밀스러운 느낌과 동시에 층층이 겹쳐지는 시대 분위기를 드러내고 싶었다. 굳이 모든 시설을 완벽하게 갖춘 호텔이 아닐지라도 이러한 분위기가 여행객들에게 충분히 흥미로운 요소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호텔 생마크가 어떤 공간이 되길 원했나?
호텔 생마크가 여행자에게 거의 집처럼 느껴지는 공간이기를 원했다. 이제는 대부분의 호텔이 ‘집과 같은 편안함’을 내세운다. 이 말은 어쩌면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곤 해서 그것만으로는 더 이상 특별한 감흥을 주기 어렵다. 편안하면서도 새로운 어떤 지점을 발견하게 하는 공간이 오랫동안 존재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호텔 생마크만의 예술적이고 감각적으로 느껴지는 어떤 특별한 지점이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경험하고 싶어 하는 새로움에 대한 대답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특히 자주 여행을 다니는 사람이라면 이곳에 사용한 패브릭 컬렉션과 컬러의 조합만으로도 머무는 동안 많은 영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동시에 현대적이면서 고풍스러운 오브제를 배치하여 다양하고 폭넓은 취향을 보여주는 공간으로 만들 수 있었다.

디모레 스튜디오의 시그너처 디자인이 호텔 생마크에 어떤 식으로 반영되었나?
변화무쌍한 색과 패턴에서 느낄 수 있듯 다양한 시도를 조합하는 것이 핵심이 될 수 있겠다. 평소에 우리가 주조색으로 사용하지 않았던 색을 선정하고, 이와 배치되는 강렬한 개성을 가진 색을 배치해가며 어떤 새로운 느낌을 주는지 하나하나 실험한다. 이와 비슷한 과정을 거쳐 결과가 잘 나온 공간이 이솝Aesop의 밀라노 숍이라 생각한다. 이솝의 대표색인 초록색과 다양한 색을 조합해 흥미로운 공간을 만들었다.

호텔은 사적인 공간이 있고 동시에 여러 사람이 함께 모이는 공간이 있다.
로비나 레스토랑, 복도 등은 여러 사람이 부딪히는 공동의 영역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공간을 디자인할 때는 많은 사람을 만족시킬 ‘강렬한 무언가’를 창조해내야 한다. 개인의 주거 공간 프로젝트는 한 명의 취향을 만족시키면 되지만, 여러 명이 방문하는 호텔은 첫 방문 시 어떤 느낌을 받느냐가 투숙객의 재방문과 직결된다. 제각각의 다양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디자인 요소인지 세심하게 검토하고 확신이 선 경우에 선택한다.

디모레 스튜디오는 스타일 혹은 취향을 대변하는 말로 자리 잡았다는 생각이 든다. 일종의 테이스트taste 메이커로서 디모레 스튜디오는 어떠한 취향을 창조해왔나?
“디모레 스튜디오는 이제 마치 하나의 형용사와 같다.” <월페이퍼>에서 이렇게 우리를 소개했는데, 이 말이 우리의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우리는 사람들이 공간을 바라보는 시각을 차근차근 바꾸고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있는 공간은 나의 이야기와 취향, 예술성을 전달할 수 있어야 하고, 공간에서 누구나 즐거움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것 말이다. 우리는 이 두 가지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기존 틀에서 벗어나 더 대담해져도 좋다는 것, 그리고 모든 것이 완벽하게 구비된 공간이 아닐지라도 자신만의 취향과 감각을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이라면 그 자체로 충분히 아름답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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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글 김양아 담당 김만나 기자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19년 8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