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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왜 굳이 로컬 숍 연구 잡지인가 브로드컬리


1 <브로드컬리> 5호. 발췌한 문장과 인물 사진이 여백을 만들어 긴 인터뷰 내용의 호흡을 조절한다.  2 <브로드컬리>3호. 소개한 가게의 정보와 인터뷰 질문을 전면에 배치해 디자인했다.

펴낸곳 브로드컬리(발행인 및 편집장 조퇴계), broadcally.com
디자인 금종각(대표 이지현), goldenbelltemple.com
가격 1만 5000원

<브로드컬리>는 2016년 2월에 시작한 로컬 숍 연구 잡지다. 지금까지 5권을 냈고 로컬 빵집, 소규모 독립 서점 등 3년 이하의 자영업자를 인터뷰한다. 최근에는 퇴사자가 차린 서울의 3년 이하 가게를 취재하며 ‘하고 싶은 일해서 행복하냐’고 물었다. 각 호에 10개 내외의 가게를 다룬다.


조퇴계
<브로드컬리> 발행인




“퇴사나 창업이 마치 삶을 완성시키는 수단처럼 소비될 때 사람들이 정말 궁금해하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했고, 그걸 밝혀내고 싶었다. 자영업이란 일종의 구덩이에 뛰어드는 것이다. 구덩이의 깊이와 모양은 어떤지, 토양의 성질은 어떨지 가늠할 수 있어야 준비운동을 하고 적합한 연장을 챙길 수 있다. <브로드컬리>는 이런 사람들에게 일종의 가이드가 되고자 한다.”


소규모 서점을 즐겨 찾는 이들이라면 한 번쯤 집어 들어봤을 법한 책이 있다. 로컬 빵집, 독립 서점, 제주도 이주, 퇴사 등 한바탕 달궈진 이슈 속 가게들을 진단하는 로컬 숍 연구 잡지 <브로드컬리>다. 발행인 조퇴계가 로컬 숍 주인을 인터뷰한 내용으로 전개되는 이 책은 로컬 숍 운영에 대한 내막을 서슴없이 밝힌다. 여기서 다루는 공간의 기준은 명확하다. 서울의 3년 이하 가게 중 ‘가게 안에 들어갔을 때 주인의 취향과 관점이 세세하게 묻어난 곳’이지만 너무 유명한 곳은 열외다. ‘3년 이하’를 전제로 한 이유도 흥미롭다. 3년 차 자영업자란 부동산 계약을 한 번 연장하고 곧 다음 계약을 해야 하는 현실적인 고민을 앞둔 이들이기 때문이다. 인터뷰의 질문은 정곡을 향한다. 돈은 얼마 정도 모아두고 퇴사했는지, 책이 정말 팔릴 거라 생각했는지, 원했던 삶의 방식은 일궜는지 등. 흔히 미디어에서 보여주는 낭만적인 삶이 아닌 현실에 직면한 자영업자의 솔직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이윽고 재정 상황까지 묻는 질문이 이어진다. 집은 월세인지 전세인지, 가게 보증금과 월세는 얼마인지, 시설비는 얼마나 들었고 매출 구조는 어떻게 이뤄지는지. “나랑 같은 연봉에 재산이 비슷하다고 생각했지만 알고 보니 부모님이 해주신 5억짜리 아파트가 있다면 얘기는 달라지죠. 현실적인 내용을 빼면 충분한 정보가 되지 못해요.” 그렇다고 돈 이야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한 가게의 주인이 되기까지 선택의 과정과 일을 꾸려나가는 방식을 뭉뚱그리지 않고 구체적으로 옮겨 적는다. 그리고 여기에 드러난 경험과 전략에는 오늘날 우리가 서울을 살고 즐기는 방식이 함축돼 있다. 이쯤이면 조퇴계에게도 묻고 싶어진다. ‘책 팔아서 먹고살 수 있느냐’고. “작년까지만 해도 그렇지 않았어요. 평균 월 매출 100만 원, 어느 달은 29만 원이었을 때도 있거든요.(웃음) 이제 그만해야지 했다가, 그래도 마지막으로 딱 한 번 변화를 주고 끝내기로 결정했죠.” 그가 29만 원을 말하면서도 웃을 수 있었던 이유는 금종각의 디자인 리뉴얼 덕분이다. 지난해 초,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던 4호를 발행하면서 디자인을 전면 교체했는데, 특별하게도 모든 과월호도 개정판으로 다시 펴냈다는 것이다.

내용은 그대로 두고 판형을 3분의 1로 줄인 새 디자인은 책의 물성이 강조되면서 여러 권이 모일수록 존재감이 배가되는 인상을 만들어냈다. 한편 표지에는 책이 다루고자 하는 내용을 적어 읽어보고 싶은 마음을 유발시키고 내지는 핵심적인 문장을 좌수에 배치해 300여 쪽도 술술 넘어가도록 디자인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리뉴얼 이후 매출이 바로 30배나 뛰어올랐고 지난 5월에 발행한 5호는 한 달 만에 2000부가 전량 소진되는 기록을 세운 것. ‘악몽과 싸우고 침상에서 눈물을 훔치던 과거’를 디자인이 구원했다는 인상적인 일화다. <브로드컬리>는 인생을 걸고 가게를 운영하는 이들이 내주는 커피 한 잔, 책 한 권의 가치를 안다. 그리고 ‘사상 없는 물질은 공허하고 물질 없는 사상은 무력한 법’이라는 말에도 공감한다. 그렇기에 조퇴계는 오늘도 높은 월세와 권리금,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복병을 끌어안은 험준한 도시에서 분투하는 이들을 위한 서바이벌 가이드를 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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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유다미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19년 9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