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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도심 여행자들의 룸메이트 룸메이트 줄리아 밀라노
피렌체의 이사벨라, 뉴욕의 그레이스, 바르셀로나의 안나, 밀라노는? 밀라노는 줄리아다. 전 세계에 26개 호텔을 보유한 룸메이트 체인은 각 호텔마다 가상의 사람 이름을 붙이는 전략으로 친근한 이미지를 만들어왔다. 파트리시아 우르퀴올라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아 화제가 된 룸메이트 줄리아 밀라노Room Mate Giulia Milano를 중심으로 도시 여행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룸메이트의 성공 비결을 공개한다.


룸메이트 줄리아 밀라노 호텔 로비. 로비 벽면 상부에 걸린 자유로운 감성이 돋보이는 그림은 로컬 아티스트들의 작품이며 바닥에 깔린 러그는 파트리시아 우르퀴올라와 스페인 러그 회사인 간Gan과의 협업으로 만든 제품이다.


호텔 객실은 이탈리아 디자인 특유의 화사한 색감이 돋보이며 집과 같은 친근한 느낌을 준다. 카시나와 협업해 제작한 가구를 중심으로 실용적이면서 모던한 이탈리아 가구 브랜드를 곳곳에 배치했다.

룸메이트 줄리아 밀라노 호텔
오픈 2016년
대표 키케 사라솔라Kike Sarasola
객실 수 85개(스탠더드, 슈페리어, 디럭스, 주니어 스위트, 펜트하우스 5개 타입)
가격 평균 240~360유로
크리에이티브 디렉팅 파트리시아 우르퀴올라 스튜디오, patriciaurquiola.com
주소 Via Silvio Pellico, 4, 20121 Milano
웹사이트 room-matehotels.com/en/giulia

룸메이트라는 부티크 호텔 체인의 성공 신화를 쓰고 있는 주인공은 키케 사라솔라Kike Sarasola다. 원래 스페인의 국가 대표 승마 선수였던 그는 2004년 부상을 당하며 스포츠계를 떠났고, 2005년 첫 번째 룸메이트 호텔을 마드리드에 론칭했다. 부부가 함께 떠난 뉴욕 여행이 호텔을 여는 계기가 되었다. “뉴욕 중심부에서 마음에 드는 호텔을 찾을 수가 없었다. 여행에서 돌아와 결심했다. 도심에 위치하면서 디자인이 독창적이고 합리적인 가격에, 넘치지 않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호텔을 만들겠다고 말이다. 나는 호텔 전문가는 아니지만 손님으로서는 전문가다. 승마 선수였을 때 전 세계의 많은 호텔에 머물렀다. 호텔에서 좋은 인상을 받았던 점과 그렇지 않았던 점을 철저하게 분석했다.” ‘도시 여행자가 원하는 부분에 집중하여 서비스를 제공한다’라는 콘셉트로 태어난 룸메이트는 2005년 이후 현재 9개 도시에 26개(2019년 8월 기준)를 운영하는 호텔 체인으로 성장했다. 2016년에는 유럽 내 권위 있는 호스피탤리티 어워드 중 하나인 트래비 어워드Travvy Award에서 ‘베스트 호텔 유럽’을 수상했고, 에어비앤비의 고객군을 타깃으로 하는 비메이트닷컴BeMate.com 서비스를 시작하기도 했다. 비메이트닷컴은 전 세계 12개 도시의 약 1만 개 아파트를 에어비앤비 숙소처럼 제공하는 서비스다.

키케 사라솔라는 호텔마다 각기 다른 정체성을 만드는 과정의 첫 번째는 건물을 선택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이름을 붙이는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호텔에 얼굴과 이름, 성격을 부여하고 이에 맞춰 디자인을 한다. 글로벌 호텔 체인과 달리 친구 집에 머무는 듯한 느낌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룸메이트 호텔 체인은 아늑하고 감각적인 디자인 역시 중요하게 여긴다. 그동안 로렌조 카스틸로Lorenzo Castillo, 라사로 로사비올란La′zaro Rosa-Viola′n, 파스쿠아 오르테가Pascua Ortega, 토마스 알리아Toma′s Alia 등 다양한 디자이너들이 호텔 디자인에 참여했다. 2016년에 오픈한 룸메이트 줄리아 밀라노 호텔은 파트리시아 우르퀴올라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았다. 호텔은 밀라노의 명품 아케이드인 비토리아 엠마누엘레 2세 갤러리아와 마주하고 있고 두오모 성당에서 도보로 3분 거리인 중심부에 위치해 있다. 지상 5층, 지하 1층짜리 19세기 고딕 건축 양식의 건물은 원래 밀라노 은행 본사가 있던 곳으로, 1950년대 이탈리아의 레트로 감성과 현대적 미감이 어우러지도록 레노베이션했다.


격자 무늬 패턴을 디자인 요소로 사용한 배스룸.


로비와 객실에 사용한 조명은 오 루체 제품이고, 카르텔의 소파 등 간결하면서 아름다운 형태를 지닌 가구를 조화롭게 배치했다.


호텔 지하에 위치한 스파. 크기는 작지만 사우나와 휴식 공간이 알차게 구성되어 있어 여행의 피로를 풀기에 좋다.


조식 공간. 밀라노에서 열리는 패션 & 디자인 위크 기간에는 호텔 로비부터 조식 공간에 걸쳐 다양한 이벤트가 열린다.
룸메이트 줄리아 밀라노의 로비를 장식한 은은한 색감의 대리석은 두오모 성당의 외관을 장식한 대리석과 동일한 핑크 칸토리아 마블로 완성했다. 두오모가 최초로 만들어진 시대의 밀라노 도시 구획 형태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한 격자 무늬를 로비와 객실 곳곳의 포인트 요소로 사용했다. 핑크와 그린, 블루 등 복고풍을 연상시키는 색상이 차분하게 객실을 감싸는 가운데 이탈리아 헤리티지가 느껴지는 가구를 마음껏 즐길 수 있다는 것도 이곳에서 경험할 수 있는 호사다. 1935년에 게리트 리트벨트Gerrit Rietveld가 디자인한 위트레흐트Utrecht 암체어를 파트리시아 우르퀴올라가 재해석해 생산한 제품이 대표적이다. 객실은 두오모 성당의 대표 컬러인 푸른색과 이끼색, 겨자색 등을 메인 컬러로 삼았고 호텔 곳곳에 놓인 가구는 각 공간에 맞춰 새롭게 제작한 것이 대부분이다. 카시나와 협업 제작한 가구를 중심으로 카르텔, 모로소의 가구, 플로스와 올루체의 조명, 크바드라트 커튼 등을 적재적소에 배치하여 룸메이트 줄리아만의 아늑하고 경쾌한 느낌을 완성했다. 다른 호텔의 객실에 비해 훨씬 다양하고 많은 종류의 가구를 사용해 실제 집과 같은 편안한 느낌을 준다.



주니어 스위트 룸 내부. 블루 그린 등의 색감이 파트리시아 우르퀴올라가 맞춤 제작한 가구들과 어우러져 아늑한 느낌을 전한다. ©Roommate Giulia
룸메이트 호텔 체인은 어느 도시에 있건 풍성한 조식이 유명한데, 도시 여행자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든든한 아침 식사라 여기기 때문이다. 복층 형태인 조식 공간은 로비와 함께 룸메이트 줄리아 밀라노 호텔을 대표하는 공간이다. 신선한 과일과 샐러드, 빵, 치즈, 햄 등을 알차게 차려놓고 별도로 웰빙 푸드 공간을 두어 투숙객이 원하는 형태의 웰빙 음료를 직접 만들어 먹을 수 있다. 조식 서비스는 아침 7시부터 정오까지 운영한다. 친구 집에 놀러 가서 아침에 늦잠을 자듯이 편하게 자고 여유롭게 아침을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새벽에 체크아웃하거나 일찍 나가는 투숙객에게는 박스에 간단한 아침 식사를 담아주는 세심한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호텔 지하 1층에 있는 사우나와 터키식 배스 공간은 프런트에 요청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투숙객은 다른 손님과 마주칠 필요 없이 예약을 통해 1시간 단위로 프라이빗하게 사용할 수 있으며 간단한 음료도 주문 가능하다. 룸메이트 줄리아 밀라노 호텔에 가면 스태프들의 이름표를 눈여겨보길 바란다. “Do you stay with me?”라는 위트 넘치는 글귀를 적어 투숙객들이 스태프 개개인의 이름을 부르며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유도한다. 청소가 끝난 객실에 들어가면 스태프들이 손글씨로 직접 쓴 엽서가 놓여 있는데 환영 인사부터 시작해 “오늘 정해진 스케줄이 없다면 좋은 여행 코스를 추천해주고 싶다” 같은 매일 다른 메시지를 건넨다.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라는 물음에 ‘바로 여기, 룸메이트’라 답하는 키케 사라솔라의 야심은 점차 확장하고 있다.

김양아 이노션 월드와이드 유럽 본사에서 브랜드 익스피리언스 디렉터로 근무하고 있다. 퍼블리에서 ‘Taste Makers’라는 칼럼을 진행했으며 이를 발전시켜 마케터 관점에서 해석한 글로벌 호텔 디자인의 숨은 전략을 소개한다.


파트리시아 우르퀴올라
룸메이트 줄리아 밀라노 호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시간이야말로 공간 디자인에 영감을 주는 중요한 요소이고 동기를 부여한다.”


파트리시아 우르퀴올라 스페인 마드리드 건축대학에서 건축학을 전공하고, 이탈리아 밀라노 폴리테크니코를 졸업했다. 비코 마지스트레티, 아킬레 카스틸리오니와 함께 일하며 이들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루이비통, 카시나, 카르텔 등의 브랜드와 다양한 협업을 했고 2007년부터는 혼다, 파나소닉, LG 같은 세계적인 기업의 디자인 컨설팅을 맡고 있는 디자인 전략가이기도 하다. 자국을 빛낸 공로로 스페인 왕실에서 수여하는 훈장(Order of Isabella the Catholic)을 수상했고, <타임>이 선정하는 ‘디자인 거장’ 부문에 톰 딕슨, 마르셀 반더스, 마크 뉴슨, 하이메 아욘과 함께 선정되기도 했다.
룸메이트 줄리아 밀라노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공간 전반에 담고 싶었던 분위기는 무엇인가?
투숙객이 친구 집에 방문한 것처럼 편안함을 느끼기를 원했다. 라이브러리의 서고 혹은 호텔 로비에서 느껴지는 분위기, 객실 안에 배치된 심플하면서도 실용적인 디자인의 가구 등을 통해 투숙객을 따뜻하게 맞이하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 이곳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가구나 예술품 등으로 투숙객에게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을 전달하는 것 또한 중요하게 생각했다. 호텔이 위치한 도시 특유의 감성을 반영하는 것을 기본으로 삼았다.

이번 작업에서 가장 크게 영감을 받은 요소를 꼽는다면?
룸메이트 줄리아 밀라노 호텔의 테마는 밀라노라는 도시 자체에 있다. 밀라노를 떠올렸을 때, 생동감이 넘치고 신선하며 동시에 누구든 두 팔 벌려 환영하는 느낌이었다. 밀라노라는 도시에서 내가 느낀 색감과 소재, 도시 건축에서 영감받은 기하학적 패턴 등 모든 것을 조화롭게 공간에 구현했다. 무엇보다 호텔이 자생적인 생명력을 가지고 이 도시와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데에 중점을 두었다.

룸메이트 줄리아 밀라노 호텔에 사용한 디자인 콘셉트는?
밀라노의 과거를 들여다보며 이 도시의 유산이 무엇인지 고민했다. 1950년대와 1960년대 그리고 1980년대 등 밀라노의 디자인사를 대표하는 중요한 시기를 반영하는 레트로 감성의 빈티지한 컬러를 주조색으로 활용하고 이탈리아의 생동감이 느껴지는 가구를 배치했다. 호텔 로비 한쪽에는 롬바르디 지역의 테라코타 벽돌을 곡선의 벽면 형태로 배치하여 직선 형태의 로비에 3차원의 공간감을 부여했다. 격자무늬 벽지와 카펫, 두오모 성당에 쓰인 은은한 컬러의 핑크색 대리석 등 밀라노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알아챌 수 있는 많은 디테일을 현대적인 방식으로 입혔다. 처음 호텔을 구상할 때 생각한 것 이상의 퀄리티가 구현되어 매우 만족스럽다.

베를린의 다스 슈투Das Stue, 이탈리아 코모 지역의 일 세레노Il Sereno, 밀라노 포시즌스 호텔 스파 등을 디자인했다. 호텔 작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무엇인가?
사람들이 여행지에서 바라는 것, 휴식 공간에서 기대하는 것이 무엇인지 항상 고민한다. 호텔은 수준 높은 미감을 가진 사람들이 바라는 바를 만족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호텔이 들어설 주변 환경을 살펴보며 구체적인 접근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이 공간에 머무는 하루 동안 어떤 일이 펼쳐질지 상상한다. 어떤 가구를 배치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시간에 따라 무엇을, 어떻게 담아야 할지 고민하는 일이다. 이 장소에 머물며 보낼 시간이야말로 공간 디자인에서 영감을 주는 중요한 요소이다.

제품과 공간 등 다양한 영역에서 디자인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원동력은 어디에서 오는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관계 맺는 일 자체를 즐기는 편이다. 그들의 필요를 완벽하게 이해할 때 디자인 작업을 시작하려 하는데, 각각의 필요에 대한 최적화된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나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안 매우 다양한 사람을 만난다. 수많은 만남 속에서 매일 배우고 심지어 배워야 할 것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유연한 시각으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디자이너에게 가장 중요하고, 그런 과정을 통해 나는 많은 것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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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글 김양아 담당 김만나 기자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19년 9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