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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삶의 맥락을 이어주는 건축가 쉬톈톈
올해 3월 <아키텍처 리뷰>와 <아키텍츠 저널>이 만든 세계적 권위의 여성 건축가상 WIA(Women in Architecture) 시상 분야 가운데 45세 이하의 여성 건축가에게 시상하는 모이라 젬밀Moira Jemmill 신진 건축가상 수상자가 발표되었다. 노미네이트된 후보 중 유일한 아시아 건축가인 쉬톈톈徐甜甜이 그 주인공이다. 베이징에 위치한 중국 최대 아티스트 빌리지인 송장 아티스트 커뮤니티, 중국 내몽골의 오르도스 미술관 등 쉬톈톈의 작품을 살펴보면 건물이나 건축의 개념을 넘어 도시와 사회 자체를 거대한 건축물로 보고 있다고 느끼게 된다. 특히 이번에 신진 건축가상을 받은 송양 프로젝트는 송양 지역 전체를 대상으로 박물관, 다리, 기념관 등을 차례로 건축한 5년간의 대규모 프로젝트다. 하지만 그녀의 건축물은 결코 화려하지 않다. 특정한 시대적 스타일도, 혹은 대도시의 건축물에서 느껴지는 현대적이고 웅장한 분위기도 느껴지지 않는다. 대신 건축물이 자리한 마을과 지역을 꼼꼼히 해석한 결과물이 보인다. “늘 환경과의 밀접한 연관성을 고려하는 쉬톈톈의 프로젝트는 지속 가능성을 담고 있다. 이는 국제적으로도 주목하고 활용해야 할 지점이다”라고 언급한 모이라 젬밀 신진 건축가상 심사위원의 평은 전 세계가 왜 쉬톈톈이라는 이름을 주목하는지, 또 앞으로 더욱 주목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이기도 하다.


1975년생. 칭화 대학교 건축학과 졸업 후 하버드 대학교 디자인 대학원에서 도시 디자인 석사과정을 마쳤다. 로테르담 OMA/렘콜하스. 보스턴 LWA 아키텍츠 등을 거쳐 2004년 베이징에 DnA 디자인&건축 설계 사무소를 열었다. 2006년 WA 중국 건축상, 2008년에는 뉴욕 건축 연맹과 영국 <건축 리뷰>에서 각각 선정한 젊은 건축가상을 받았으며 2009년 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20명의 젊은 건축가에 선정됐다. designandarchitecture.net


송인강을 끼고 마주해 있는 시먼과 시먼유 지역을 연결하는 ‘시먼 브리지Shimen Bridge.’(2017)
16세에 건축학과에 입학할만큼 일찌감치 건축에 관심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건축의 어떤 점에 흥미를 느꼈나?
사실 별다른 생각은 없었다. 일종의 감이었다. 처음 학과를 선택할 때 건축이 가장 재미있겠다고 생각했다.

칭화 대학교와 하버드 대학교에서의 경험이 어땠는지 궁금하다.
칭화 대학교에서는 엔지니어링 중심의 교육이 이뤄졌다. 반면 하버드는 대중이 공간이나 건축을 쉽게 다루고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과정에 중점을 두었다. 무엇보다 도시 디자인을 공부하며 건물 자체가 아니라 좀 더 큰 맥락에서 건물을 다양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당신의 건축 설계사무소인 DnA는 공중화장실, 박물관, 공장 프로젝트 등 지역과 공공을 대상으로 한 프로젝트를 주로 진행했다. 송장 아티스트 커뮤니티의 경우, 아시아 최대의 예술가 마을로 불릴 만큼 대규모 프로젝트였다.
송장 아티스트 커뮤니티는 자발적인 아티스트 커뮤니티에 중점을 둔 프로젝트였다. 비슷한 예를 들자면 베이징의 798 예술구가 있다. 그곳은 아티스트보다 공간이 더욱 부각되는 느낌이다. 송장 지역은 원래 버려진 공장 터였지만 이제는 아티스트와 디자이너를 위한 건축물, 많은 예술가의 레지던스가 들어섰다. 하지만 그것은 씨앗일 뿐, 무엇보다 중요한 핵심은 이 지역이 어떻게 변모해가는지를 지속적으로 주목하는 것이다. 이는 공간, 사람, 지역이 일종의 맥락을 찾는 과정이기도 하다. 건축가는 이 맥락을 이어주는 데 도움을 주어야 한다.

송양 프로젝트는 건물 단위가 아니라 지역, 도시 단위의 개발이고 건축을 통해 콘텐츠를 모색하는 프로젝트였다.
이 프로젝트는 중국의 소외된 지역이 소규모 건축이나 혁신 기술 개발, 장인 정신의 부활 등을 통해 대안을 모색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스위스 농촌의 관광 개발이나 일본 농촌의 공공 미술 프로그램과도 비슷하다. 송양 프로젝트는 이러한 연장선에 있으면서 동시에 지역 공예와 유산을 통합하여 지역공동체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프로그램이었다. 프로젝트는 각 마을 공동체, 시 정부 및 지역 공예가와 협력했고 송양 지역의 건축 역사에서 영감을 얻었다. 수백 명의 인구가 살고 있는 수백 년 된 마을 전체가 사라져버릴 수도 있는 상황에서 공간이나 환경, 역사와 세대, 그들의 자부심까지, 모든 것을 포괄해야 했다.


시먼 브리지의 전경. 1950년대에 세운 아치형 구조물을 되살렸으며, 다리 중간에 사람들이 모이는 광장을 만들었다. ©Wang Ziling


갤러리와 아티스트 레지던스 등으로 구성된 ‘바이타시 후통 갤러리Baitasi Hutong Gallery.’(2018). ©Xiazhi


‘갈색 설탕 공장Brown Sugar Factory’은 송양 지역의 낡은 설탕 공장을 레노베이션해 공장과 더불어 지역문화 커뮤니티를 위한 공간으로 바꾼 프로젝트다. ©Wang Ziling
당신은 프로젝트를 통해 항상 ‘미래를 위한 디자인’을 이야기해왔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가?
지금 중국의 대도시를 제외한 지역은 과거를 간직하지도, 미래로 나아가지도 못하고 있다. 1970년대 이후 산업화를 겪으며 대도시를 중심으로는 높고 매끄러운 고층 건물만 즐비하게 들어서는 반면, 작은 마을은 버려지거나 혹은 관광지가 되어버리고 있다. 과거의 유산이나 전통마저 사라진 장소나 지역의 경우 건축적 접근이 달라야 한다. 유럽의 도시와 비교하자면, 유럽인은 역사나 문화적 맥락에서 건축을 바라보지만 중국 지역사회에서의 건축이란 과거가 아니라 미래에 이 지역만의 커뮤니티와 문화가 만들어질 수 있을까, 이것이 어떻게 지속 가능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 대부분 5~10년이 걸리기 때문에 건축물이 완성되는 시점부터 해당 지역은 물론 그 지역 사람들에게 어떤 삶의 환경을 제공할 것인가에 대한 예측과 계획이 반드시 필요하다.

현재 많은 중국의 건축가들이 해외에서 유학하고 중국으로 돌아와 독창적인 건축물을 만들어내고 있다.
해외에서 공부한 건축가들이 현재 중국의 건축에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비교적 공통적인 특징이라면 이제는 점차 중국의 전통과 유산을 탐구하려고 한다는 점이다. 건축이 지닌 의미와 목적을 현재의 이슈에 적용하는 방법을 찾고 있는 것 같다. 알다시피 중국은 급속한 도시화와 기술 변화, 문화의 혼돈을 겪고 있다. 건축가들은 그 혼돈 속에서 답을 찾기 위해 과거를 돌아보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중국에서 파트너 없이 최초로 건축 설계 사무소를 설립한 여성으로 당신을 주목하기도 한다.
스스로 여성이라는 자각을 한 적은 별로 없다. 건축이 재미있고 흥미로운 대상이기에 프로젝트를 하는 것뿐이다. 사람들이 나의 건축을 보고 ‘여자가 한 것 같지 않다’는 말을 할 때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건 그들의 생각일 뿐, 내가 어떤 프로젝트에 치열하게 임했다면 여성 건축가가 아니라 그냥 건축가로서 임무를 수행한 결과다. 디자인에 남성과 여성의 구분이 필요할까? 물론 여성에 대한 편견이나 제약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지만 그것이 나의 건축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당신에게 건축 디자인은 무엇인가?
보이는 것을 단순화하고 핵심을 끄집어내는 것. 나는 소재나 형태를 먼저 고민하기보다 그곳에 적층된 맥락을 먼저 생각한다. 건축가는 지역과 각각의 맥락에 숨은 의미와 맥락을 해석하는 일종의 미디어라고 생각한다.

현재 직면한 과제가 있다면?
건축은 언제나 제약과 한계에서 시작한다. 나는 이 제약을 어떻게 영감으로 바꿀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한 가지 더. 그것이 자리하는 장소와 사람에 대한 고민은 건축가로서 늘 해결해야 하는 과제다.

그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프로젝트에 앞서 해당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공부하고 현지 사람들을 만난다. 송양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는 그 지역에 살았던 사람들의 삶, 설탕 공장의 역사, 쌀 와인 등 다양한 각도로 지역에 대해 공부했다. 마치 고고학자처럼 호기심을 가지고 탐색하다 보면 어떤 것이든 영감이 될 수 있다. 대규모 주거 지역 공동체를 건설한다면 공동체와 지역사회를 연계시키기 위한 노력을 할 것이다. 이는 단순히 건축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에 관한 탐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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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글 오상희 기자 사진 제공 DnA 건축사무소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19년 9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