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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지금 가장 현실적인 공간 디자인 스튜디오 플랏엠
플랏엠은 지금 가장 현실적인 동시에 실험적인 디자인 스튜디오다. 감각적이라고 느꼈던 장소에서 이들의 손길을 발견하기란 이제 그리 어렵지 않다. F&B와 패션, 리빙, 라이프스타일에 이르는 영역에서 활약하는 플랏엠의 프로젝트는 2000년대 초반부터 두드러진 작은 가게의 성장과 함께 각기 개성이 다른 공간에 대한 니즈, 상공간의 성격이 어떤 양상으로 변해왔는지를 보여주는 프리즘 같다. 플랏엠의 밀도 높은 결과물은 시간이 흐를수록 특유의 여백과 정제미를 보여주는 데에 이르렀다. 이는 단순한 스타일의 발현이 아니라 상황과 사용자의 니즈를 정확히 이해하고 반영하는 그들만의 크리에이티브라 할 수 있다. 최근 플랏엠은 스튜디오의 운영 방식을 바꾸면서 디자인 스튜디오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또 다른 실험을 하는 중이다. 프로젝트를 시작한 2005년 3월 20일부터 플랏엠이 겪어온 시간은 흔히 디자인 스튜디오가 경험하는 위기, 그리고 극복 혹은 성장 과정이기도 하다. 이는 비슷한 규모와 연차의 스튜디오는 물론 이제 스튜디오를 막 시작한 젊은 디자이너들에게 더욱 와닿는 이야기일 것이다. 조용하지만 단단하게 쌓아 올린 그들의 스펙트럼을 통해 이제 15년 차가 된 디자인 스튜디오의 현재를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인터뷰는 선정현 대표를 중심으로 조규엽, 이동훈 디자이너가 함께했다.


플랏엠 옴니 디자인과 라이프스타일공일에서 실무를 익힌 선정현이 2005년 설립했으며 현재 이동훈, 조규엽 디자이너를 포함해 3명이 함께 일하고 있다. 홍대 산울림소극장 1층에 위치한 수카라와 리빙 편집숍 루밍, 패브릭 브랜드 키티버니포니, 에이랜드, 제로 컴플렉스, 비아인키노, 그라더스, 으라차차 한의원, 노부, 스트로모브카 등의 공간과 가구 디자인을 맡았으며 2016년 가구 프로젝트 ‘논픽션홈nonfictionhome’을 선보였다. <서울에 집 없다> 전시 기획을 비롯해 금호미술관 <뉴 웨이브II, 공공에 관한 생각>전에도 참여했으며 비아인키노의 <바우하우스>와 <프리즘 오브 라이프>전을 공동 기획했다. flatm.kr(플랏엠) nonfictionhome.kr(논픽션홈) (왼쪽부터) 플랏엠의 이동훈 디자이너, 조규엽 디자이너, 선정현 대표
옴니 디자인과 라이프스타일공일에서 일하다가 독립해 2005년 플랏엠을 시작했죠. 어떤 계기가 있었나요?
특별한 계획이 있었던 건 아니에요. 옴니와 라이프스타일공일에서 일하는 건 힘들긴 했지만 재미도 있었고 많이 배웠죠. 다만 이 길이 내 길이 맞나, 다른 일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며 방황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어려서 그랬던 것 같아요.(웃음) 일을 그만두고 나서 음원 사이트 주크온(지금은 벅스로 통합) 사무실 디자인을 맡게 되었는데, 일을 하려면 사업자등록증이 필요하다고 해서 플랏엠을 만들게 되었어요.

플랏엠이라는 이름은 중립적이면서 중성적인 이미지인데, 어떻게 짓게 된 이름이에요?
아파트 동에서 의미가 없는 M동처럼, 특별한 의미 부여를 하고 싶지 않았어요. 시작할 때부터 스타급 디자이너가 되겠다거나 대규모 스튜디오로 성장하겠다는 생각보다는 여러 명이 모여서 같이 재미있게 일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요.

초기부터 지금까지 F&B부터 패션, 리빙, 라이프스타일 등 다양한 영역을 아우르며 작업했어요. 보통 프로젝트 의뢰는 어떻게 들어오나요?
스튜디오 초창기에 홍대 산울림소극장 1층에 있는 레스토랑 수카라 공간 디자인을 했어요. 다행히 수카라가 운영이 잘돼서 입소문이 났고, 그때부터 인근 F&B 숍으로부터 디자인 의뢰가 들어오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플랏엠이 맡은 숍은 대부분 감각적이면서도 다양한 요소가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어요. 그래서 사람들이 좋아하는 공간이 많고요. 특히 요즘 어떤 가게가 많아지는지를 플랏엠의 시기별 프로젝트를 보니 느낄 수 있겠더라고요.
초반에는 F&B 쪽이 많았어요. 2000년대 초반 즈음 카페나 작은 식당이 많아지기 시작했을 때와도 맞물린 것 같아요. 최근에는 확실히 편집숍이나 카페와 서점, 리테일 숍이 결합된 복합적인 성격을 띤 프로젝트가 많아졌어요.

의뢰인 입장에서도 가게 규모는 작을지라도 자신의 취향이나 콘셉트를 명확하게 반영하기를 원하고, 이에 따라 전문 디자이너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생긴 것 같아요. 그 시점이 플랏엠이 설립된 시기와 비슷한 2000년대 중후반 즈음이 아닐까 싶고요. 그 시기에 제품이나 공간, 건축 등 다양한 분야의 소규모 디자인 스튜디오가 많이 생겼죠. 그때와 지금을 비교해서 크게 달라진 점이 있나요?
그런 인식의 변화는 반가운 일이죠.하지만 명확히 말하면 과거와 크게 달라진 점은 없어요. 지금도 가장 큰 문제는 예산이고요. 작은 가게 운영자는 예나 지금이나 예산이 많지 않아요. 하지만 그만큼 더 책임감을 가지고 임했던 것 같아요. “이 금액에도 할 수 있나요?” 물어오면 “한번 해보겠습니다”라고 말하고 열심히 했던 거죠.(웃음) 플랏엠은 디자인부터 시공까지 진행해요. 의뢰인들이 우리가 끝까지 마무리해주기를 바라고, 우리 역시 현장을 끝까지 함께 하고 마무리하며 배우는 게 더 많으니까요. 물론 지금은 디자인만 하는 프로젝트도 있어요. 재료비도 많이 달라졌고요. 단적인 예로 예전에는 공사 후 쓰레기를 버리는 데 7만 원이었는데, 지금은 70만원은 필요하거든요. 서울 인근에 버릴 곳이 없으니 더 멀리 가져가야 하니까요. 그럼에도 전체 인건비는 재료비나 공사비에 비해 그다지 변하지 않았어요. 다만 우리에게 주어진 금액 내에서 좀 더 효율적으로 조율하고 운용하는 노하우는 생긴 것 같아요.


프린트 베이커리의 갤러리 쇼룸 ‘라이크 레지던스Laik Residence’(2018). ⓒSally Choi
한 인터뷰에서 이제는 ‘공사 범위를 줄이고 설치 작업으로 공간을 디자인한다’는 이야기도 했는데, 디자인을 위해 ‘설치’를 한다는 지점이 흥미로웠어요. 어떤 의미인가요?
대부분의 매장은 임대 형태예요. 건물주가 따로 있죠. 예전에는 타일이나 벽도 모두 바꾸고 없던 화장실도 만들었는데, 2~3년 있으면 나가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더라고요. 공들여 만들었는데 비용이나 노력이 아깝더라고요. 그래서 이제는 다르게 공간의 성격을 구성하는 방법을 찾아가고 있어요. 그 방법 중 하나가 가구, 조명의 배치로 주어진 공간의 조건(악조건이라도)을 이용하게 되는 방식을 ‘설치’라고 표현한 거예요.

사람들이 플랏엠을 찾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요?
플랏엠의 결과물에서 날 것, 흔히 로우raw하다고 하는 느낌을 선호하는 것 같아요. 지금은 집중할 곳에 집중하고 웬만하면 본래의 모습 그대로 살리는 방향으로 디자인하려고 하는데, 이런 점도 좋아하는 것 같고요. 특히 2~3년 전부터는 가능한플랏엠이 생각하는 방향으로 의뢰인을 좀 더 설득하려고 해요. 예전에는 의뢰인이 제시한 레퍼런스나 의견을 많이 반영하려고 애썼는데, 궁극적으로 그러한 타협의 결과물은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하더라고요. 우리가 설득해 완성한 결과물이 처음엔 낯설지라도 결국 확실한 색깔이 생기는 것 같아요.

플랏엠 스튜디오는 연희동, 가로수길, 한남동, 서촌에 이어 최근 성산동 쪽으로 또다시 이사했어요. 일부러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당시 흔히 뜬다는 지역에 모두 플랏엠이 있었네요.
의도한 건 아니에요.(웃음) 망원은 더구나 생각도 하지 않던 곳이에요. 지난해부터 일하는 환경을 좀 바꿔보자고 생각하던 차였고, 스튜디오 내부적으로도 변화가 많았거든요. 사실 원래 후보는 남산이나 을지로, 후암동 쪽이었죠. 지금처럼 가정집을 개조해 사무실로 쓴 적도 없었고, 처음에 이곳에 왔을 때는 분위기도 뭔가 우중충한 것 같아서 고민했어요. 하지만 1층은 사무실로, 지하층은 쇼룸으로 사용할 수 있는 조건이 나쁘지 않아서 그냥 저질렀어요. ‘옮겨보고, 아니면 다시 나가지 뭐’ 하는 생각이었으니까.(웃음)

이사하고 나니 어떤가요?
결과적으로는 만족스러워요. 이사 후 훨씬 안정된 느낌이 들어요. 지금까지 플랏엠 스튜디오가 있었던 곳은 늘 시끌벅적하고 변화가 많은 곳이었잖아요. 인근에 새로 가게가 생겼거나, 옆 스튜디오에서 어떤 프로젝트를 했다는 얘기를 들으면 괜히 신경 쓰이는 것도 있었고, 뭔가 긴장하기도 했거든요. 하지만 이곳은 조용한 주거지여서 온전히 일에만 집중할 수 있어요.
이동훈 디자이너 집도 이곳과 가까운 연남동이어서 좀 더 여유가 생긴 것 같고요. 무엇보다 이전에 5명이 함께 일할 때는 서로 프로젝트를 공유하는 일이 무척 어려웠어요. 신기하게 그때도 많은 인원이 아니었는데 대표, 디렉터 등으로 위계가 있었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지금의 환경이 훨씬 좋아요. 또 하나의 변화라면 처음으로 디자이너가 각자의 작업 공간을 갖게 되었다는 거예요. 예전에는 디자이너마다 작업 공간 구분 없이 함께 일하는 방식이었는데, 오픈된 장소라고 해서 의사소통이 잘 이루어지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 각자의 방이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는 실험실처럼 기능하면 좋겠어요.

내부적 변화가 있었다고 했는데 어떤 건가요?
팀원 2명이 지난해에 독립한 것도 큰 변화였고, 그러면서 내부 시스템을 조금씩 바꾸기 시작했어요. 예전에 5명이 일할 때는 한 번에 다섯 가지 일이 동시에 움직였기 때문에 저는 대표로서의 업무에 치중할 수밖에 없었거든요. 제가 비즈니스에 능한 사람이 아니어서인지 힘에 부치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제 기분이나 상황이 다른 사람에게도 영향을 주더라고요. 점점 디자이너로서 하나부터 열까지 실무를 다시 제대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지난해 말에 팀원들에게 ‘나도 실무에 뛰어들어 디자인을 해야겠다’고 선언해버렸어요. 지금은 조규엽, 이동훈 디자이너와 함께 모든 일을 나눠서 해요. 살림부터 프로젝트까지, 크고 작은 모든 사안을 동등한 입장에서 의논해요.


서울패션위크의 이벤트 쇼룸 ‘하이 서울 쇼룸’(2019). ⓒSally Choi


비아인키노 플래그십 스토어 1층에 위치한 서점 ‘라이프북스’(2018). ⓒSally Choi


스니커즈 브랜드 ‘grds’ 스토어(2018). ⓒSally Choi


일산 밤가시 공원 인근에 위치한 ‘페이어텐션 커피pay attention coffee’(2019). ⓒSally Choi
일종의 파트너십 관계가 된 건가요?
예전에도 파트너십 관계였지만, 그래도 그때는 내가 대표로서 책임감이 컸다면 이제는 그 짐을 조금씩 나눠 지고 있어요. 수입도 동등하게 나누고요. 3명 모두 실장으로 부르자고 제안하기도 했는데, 대외적으로 아직 대표 직함은 필요하다고 해서 일단 그냥 두고 있어요.

다시 도면부터 현장까지 모든 실무를 해보니 기분이 어때요?
관리자로서 오래 일해왔기 때문에 누군가의 결과물을 판단하는 건 사실 어렵지 않아요. 그런데 막상 직접 하려니까 맞는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팀원들한테 솔직하게 물어봐요. ‘잘 모르겠으니까 봐달라, 괜찮냐, 이게 맞는지 저게 맞는지 모르겠다’ 이런 식으로. 디자인이 이상하다고 하면 당황스럽기도 하고 창피하기도 한데, 그럼 늦게까지 더 일하게 되더라고요. 솔직하게 말하고 나니 오히려 일이 더 재미있어졌어요. 체력은 좀 달리지만.(웃음)

대표였던 사람이 다른 디자이너와 동등하게 일하는 건 팀원 입장에서도 쉽지 않은 변화일 것 같아요.
사실 대표가 디자인을 가장 잘하는 사람은 아니에요. 3~4년 차 디자이너가 일은 더 잘할 수 있고, 또 디자이너별로 각자 잘하는 영역이 따로 있죠. 하지만 결국은 구조와 운영의 문제인 것 같아요. 디자인 스튜디오가 성장하면 프로젝트가 늘어나고 더 많은 디자이너도 필요해져요. 결국 전문적인 관리가 필요해지기 시작하죠. 커지는 규모를 감당하고 조율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런 노하우가 부족하니 결국 회사를 제대로 키우지 못하고 접는 경우를 많이 봤어요. 이는 선배 세대에서 겪은 문제이기도 해요. 우리도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고 있고, 운영 측면으로 다양한 방식을 시도해보는 거예요. 물론 지금 시도하는 이러한 수평적인 운영 방식을 막 시작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삐그덕거릴 때도 많아요. 예민할 때는 엄청 싸우고, 서로의 아이디어에 대해 진짜 신랄하게 비판하거든요. 하지만 대화하고 공유하면서 분명 시너지를 내고 있는 건 분명해요.

멤버별로 각자 어떤 장점이 있나요?
저는 콘셉트를 잡는 감이 빠른 편이에요. 한번 믿으면 그대로 가는 뚝심도 있고요. 2014년에 조규엽 디자이너를 영입했는데, 그때부터 완결성 있는 가구 디자인이 작업에 더해지기 시작했어요. 그를 중심으로 논픽션홈 활동을 하면서, 공간의 성격을 완성시키는 가구와 조명 디자인까지 플랏엠의 활동 범위가 넓어졌죠. 또 입사 8년 차인 이동훈 디자이너는 규모가 큰 프로젝트를 조율하고 정리하는 능력이 뛰어나요.

최근 플랏엠의 프로젝트 중에서는 비아인키노 플래그십 스토어가 무척 인상적이에요. 가구 쇼룸이면서 내부에 서점과 카페를 두었죠. 흔한 구성이라고 생각했는데, 각각의 영역이 억지스럽거나 튀지 않고 하나의 공간처럼 서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느낌이었어요.
가구 쇼룸이지만 쇼룸처럼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이 의뢰인이 생각이었어요. 사람들이 편하게 들어오는 장소로 만드는 것이 1순위였고요. 현재 1층에 자리한 ‘라이프북스’ 서점 자리에는 원래 카페를 계획했어요. 하지만 카페는 음료나 베이커리를 구매하지 않으면 들어가기 힘들잖아요. 그래서 누구나 편하게 들어올 수 있는 서점으로 바꿨죠. 인문학을 기반으로 한 서점을 기획하고 조규엽 디자이너와 친분이 있는 정지돈 작가에게 책 큐레이션을 맡겼어요. 동네 도서관 같은 느낌을 주고 싶었고, 그래서 서가 안쪽에 작은 정원도 두었죠.

특히 서점 안쪽의 정원은 정말 인상적이에요. 책과 정원이 어우러진 분위기가 안정감을 주더라고요. 해가 비칠 때 나무 그림자가 공간 내부로 길게 늘어지는 풍경도 무척 아름답고요.
아, 그건 일종의 그림자 기술이죠. 그림자까지 디자인 요소로 내부에서 다양한 변화가 느껴지도록 하고 싶었어요. 일부러 조성한 것이 아니라 원래 거기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보이도록 하고 싶었죠. 조경 팀에 맡길 수도 있었지만 우리가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직접 나무도 심었어요.

우후죽순 생겨나는 최근의 문화 공간을 보면 결국은 내부 운영 프로그램과 기획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점에서 플랏엠이 비아인키노에서 진행한 전시도 기획했다는 점도 흥미로워요.
<바우하우스>와 <프리즘 오브 라이프> 전시는 사람들에게 이곳을 알리고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올 수 있도록 한 기획이었어요. 우리가 직접 서점에서 물건을 팔고 기획도 하며 이곳에 무엇이 더 필요한지를 지속적으로 살필 수 있거든요. 그래서 지난 1년 동안 서점에서 아르바이트도 했어요.(웃음) 어떤 장소에서 발생하는 상황, 사람들 반응, 사건까지 관찰하는 일이 중요한 것 같아요. 그래서 변화의 여지를 빠르게 감지하거나 관찰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더 선호하는 경향도 있고요.

2016년부터 ‘논픽션홈’이라는 가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요. ‘책은 읽지 않아도, 우린 앉아 있다’라는 논픽션홈의 주제도 독특하고, 웹사이트의 메인 페이지에는 제품 소개보다 가구에 대한 단상을 적은 소설가 정지돈의 글이 올라와 있더라고요. 단순한 제품 론칭이나 컬렉션 전개라기보다는 일종의 퍼포먼스처럼 보이기도 해요. 어떻게 시작하게 된 프로젝트인가요?
사실 우리끼리 술 먹다가 ‘이렇게 만들어도 팔릴까? 사람들이 좋아할까?’를 이야기하던 중 떠오른 아이디어예요. 가구나 조명, 소품에 대한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는데, 실제 프로젝트를 통해 여러 가지 실험을 하는 것은 어려우니까 우리가 직접 가구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싶었어요. 논픽션홈의 활동은 가구의 구조와 소재에 대한 실험인 동시에 사람들의 행동이 가구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를 살피는 것까지 모두 포함해요. 그 과정과 결과를 기록하는 것까지도.

쇼룸이 아닌 전시장에서 논픽션홈을 선보이는 방식, 논픽션홈을 주제로 한 에세이를 선보이는 것 또한 그런 기록의 일환인가요?
맞아요. 기록의 결과를 플랏엠의 프로젝트에 적용할 수도 있고, 가구에 대한 우리만의 레퍼런스를 만드는 거죠. 이는 플랏엠의 활동 반경이 넓어지는 기회가 되기도 했어요. 실제로 논픽션홈 이후 전시 기획이나 참여 요청이 들어왔어요. 최근에 진행한 금호미술관 <뉴웨이브II: 공공에 대한 생각> 전시 참여도 미술관 측에서 플랏엠의 논픽션홈 활동에 주목하고 의뢰했거든요. ‘공공’이라는 주제가 흥미로웠는데, 우리는 이를 주거와 연관 지어 풀었어요. 플랏엠이 주거 프로젝트를 많이 하지는 않지만 리테일 숍이나 가구 모두 그 본질은 주거에서 출발한다 생각했고, 주거의 한 단면으로 장 전시를 기획했어요. 어린 시절 들어가 숨거나 놀았던 옷장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어요.

최근에는 속초에서 2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했어요. 지역 프로젝트는 오랜만에 한 것 같아요.
예전이라면 서울 이외의 지역 프로젝트는 하지 않았을 거예요. 하지만 이제 각 지역에서 발현되는 다양한 프로젝트와 크리에이티브가 앞으로의 방향성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하나는 문우당서림이 운영하는 문구점이에요. 문우당서림은 방문자의 성별이나 연령이 다양하고 실제 운영도 무척 잘되고 있어요. 의뢰인에게 ‘왜 흔히 생각하는 카페가 아니고 문구점을 만들려고 하느냐’고 물어봤는데 ‘어렸을 때 방과 후에 놀러 가던 곳이 서점이고 문구점이었다’고 말하더라고요. 서점이나 문구점이 여전히 본래 기능에 충실하면서도 지역 주민에게는 휴식처이자 놀이터로 기능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어요. 다른 하나는 카페 프로젝트인데, 서울에서 살다 속초로 이사 간 의뢰인이 채식주의자를 위한 카페를 만들고 싶어 했어요. 서울에만 집중된 문화 쏠림 현상이 기이하다고 생각하던 차에 서울 이외의 지역에서 관찰되는 이런 현상을 보며 공간의 본질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됐죠.

일하면서 ‘여전히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이 있나요?
우리와 같은 직업군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공감하겠지만 일 자체가 무척 불안정해요. 다음 프로젝트가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죠. 플랏엠은 다행히 프로젝트가 꾸준히 들어왔고, 하나씩 해오다 보니 지금껏 유지해왔지만 여전히 돈 버는 일이 제일 힘든 것 같아요. 우리는 노동이 멈추면 수입이 멈추는 직업이 아닌가요. 의뢰인에게 디자인 비용을 말하는 것도 여전히 어렵고, 공사 마감은 어떻게 하면 될까, 점심에 무엇을 먹을까 생각하는 일도 어려워요.(웃음)

요즘 플랏엠의 가장 큰 고민은 뭔가요?
주변에서 “플랏엠 오래 했네”라는 이야기를 종종 들어요. 보통 건축 스튜디오가 10년 정도 되면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하는 데 비해 공간 디자인 스튜디오의 연차는 왜 다르게 느낄까 의문이 들더라고요. 공간은 경험이나 공부를 해야 하는 영역이라고 생각하기보다 단순히 장식이나 무언가를 채우는 개념으로만 생각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우리가 공간이나 가구에 관심을 가지게 된 기간이 짧은 이유도 있고요. 심지어 생활 방식이 좌식에서 입식으로 바뀐 지도 오래되지 않았잖아요. 우리부터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렇다면 플랏엠이 생각하는 좋은 공간은 어떤 모습인가요?
시간이 지나도 사람의 손길과 움직임이 닿을 만한 여지를 만들어주는 곳이 아닐까요? 그런 점에서 전문가가 생각하는 좋은 디자인이 사용자에게는 아닐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결국은 완공이 아니라 그 후의 시간으로 그 가치가 결정되는 거죠. 그래서 우리는 완공 이후, 사용자가 머무르게 되는 너머의 시간까지 고민하며 디자인 하려고 해요. 주어진 공간을 억지로 감추거나 이기려하지 않으면서 그 공간의 문제를 다루려 하고요. 그게 좋은 공간인 것 같아요.


한남동 가나아트센터 갤러리 내 가구 디자인(2018). ⓒSally Choi


가구만으로 공간을 기획한 논픽션홈 전시‘지붕 아래 바’(2018). ⓒSally Choi


서울패션위크에서 선보인 설치 전시 중 ‘문 없는 피팅 룸’(2019). ⓒSally Choi

플랏엠에게 영감을 준, 최근 인상 깊었던 세 가지

아니 알베르스Anni Albers와 릴리 레이치Rilly Reich가 협업한 텍스타일 전시(바르셀로나, 1929)
비아인키노에서 진행된 바우하우스 전시를 준비하며 알게 된 숨은 천재들의 전시.

존 파우슨John Pawson의 ‘비주얼 인벤토리Visual Inventory’에 대한 유튜브 강연
주변에 있는 평야, 그림자, 빛과 같은 일상의 요소들을 다시 생각하게 된 영상.

자하 하디드Zaha Hadid의 몬순 레스토랑(삿포로, 1990)
자하 하디드의 놀라운 면모를 발견한 프로젝트. 팀원들과 밤늦도록 이야기 할 정도로 쇼킹했던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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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인터뷰 전은경 편집장 정리 오상희 기자 인물 사진 박순애(스튜디오 수달)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19년 9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