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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OBBA 이소정


이화여자대학교에서 환경 디자인을 공부한 후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건축대학원을 졸업했다. 네덜란드의 OMA, 한국의 매스스터디스에서 근무하다가 2012년 곽상준과 OBBA를 시작했다. 다양한 형태의 주택 프로젝트를 비롯해 서초동 R타워 등을 디자인했으며 국내외의 여러 전시 프로젝트에도 참여했다. 2018년 젊은 건축가상을 수상했으며 같은 해 벨기에 건축 트리엔날레 초청으로 설치 작품 ‘플로팅 아일랜드’를 선보였다. o-bba.com






(왼쪽, 순서대로) 서초동에 위치한 오피스 시설이자 근린 생활 시설인 ‘더 일루션The Illusion’, 2018 벨기에 건축 트리엔날레에서 선보인 유선형 파빌리온 ‘더 플로팅 아일랜드The Floating Island’, 가평의 주택 프로젝트 ‘더 패이드The Fade’. 모두 ⓒ신경섭
OBBA는 첫 프로젝트인 다세대주택 ‘비욘드 더 스크린Beyond the Screen’으로 2014년 젊은 건축가상을 받으며 일찌감치 주목받았다. 주택은 스킵플로 형태로 각 세대를 배치하고 계단과 복도 면적을 줄이는 등 이전의 다세대주택과는 다른 콘셉트가 특히 인상적이었다.
사실 주거 경험은 현관문을 열기 전부터 시작된다. 다세대주택의 경우 특히 복도는 늘 어둡고 답답했다. 여기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거의 없었다. 그런 공간을 변화시키고 싶었다. 이에 따라 불필요한 공용 면적을 줄이고 복도는 환기와 채광을 고려한 환한 공간으로 바꾸었다.

일상을 관찰하고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 OBBA가 프로젝트에 접근하는 방식인가?
맞다. 비욘드 더 스크린 프로젝트 진행 당시는 초창기 시절이라 정식 사무실도 없어서 우리가 맡은 그 주택 건물에서 3개월 정도 임시 사무 공간을 차려놓고 일했다. 그때 항상 주변을 걸어 다니며 인근의 다세대주택을 살펴보곤 했다. 이를 통해 ‘주택이 왜 이래야만 하지?’와 같은 질문을 하고, 결국 ‘다르게 할 수도 있구나’라는 방향을 찾게 됐다. 홍제동의 신혼부부 주택 ‘작은 집’도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신혼부부가 선택할 수 있는 주거 형태가 빌라나 아파트뿐일까? 우리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아파트 전세와 비슷한 금액으로도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주택을 지을 수 있다는 선택지를 제안해보고 싶었다.

특히 주거의 다양한 선택지는 앞으로 더욱 필요해 보인다. 그만큼 삶의 형태가 더욱 다양해지기 때문이다.
기존의 아파트에 익숙해져 있는 사람들은 다른 형태를 생각하기조차 쉽지 않다. 경험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건축가나 디자이너가 다양한 연구와 상상을 통해 그 가능성을 열어주어야 한다. 생각과 경험의 폭을 넓혀주는 일이 가장 중요한데, 결국 공간이 사람을 변화시키기 때문이다.

OBBA의 홈페이지를 보면 프로젝트별로 주제 포스터가 있다.
홈페이지를 찾아온 사람들이 포스터를 보고 호기심을 갖는 과정 자체가 OBBA의 의미인 ‘경계를 넘어서는Office for Beyond Boundaries’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건축은 결국 사용자를 위한 것이다. 우리의 결과물이 완공된 사진으로써 바로 다가가기보다는 사람들이 포스터 이미지를 보며 ‘이것이 무엇일까’ 하는 자신만의 생각을 유도해보고 싶었다. 사무소 이름을 ‘오빠OBBA’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는데, 그런 의외성도 재미있다. 사람들이 여기에서 좀 더 관심을 가지면 이름의 뜻을 찾게 될 것이고, 그때 OBBA의 진짜 의미를 발견하게 되는 거다. 건축을 대하는 과정도 이처럼 쉽고 자연스러웠으면 좋겠다.


9월 5일부터 2020년 4월 5일까지 덕수궁 고궁에서 개최되는 <덕수궁-서울 야외 프로젝트: 기억된 미래>전의 야외 설치물 ‘대한연향’. 덕수궁 중화전 앞마당 박석 위에 설치된 작품으로, 이곳은 과거 중요한 국가 의례를 치르던 상징적 공간이었다. 전시 작품은 금속 구조물과 오색 반사 필름을 통해 고종 재위 말년에 열린 연향(궁중 잔치)을 상상하며 격동의 시대를 살아갔던 그 시대의 감정을 서로 다른 요소의 충돌을 위한 매개체로 표현했다. 오색 반사 필름은 시시각각 바람과 빛에 반응하면서 빛을 반사하거나 박석 위에 오색 빛을 투영하면서 역사적 장소에 새로운 풍경을 더한다. ©노경


신당동에 위치한 의류 제조 기업 HWN 사옥. 질감이 서로 다른 3개의 콘크리트 박스를 쌓아 올린 형상으로, 마치 같은 원단을 쓰더라도 가공 방식에 따라 서로 다른 스타일의 청바지가 만들어지듯 같은 콘크리트로 각기 다른 질감의 세 가지 콘크리트를 만들어 사용했다. ©신경섭 


역삼동에 위치한 주택 ‘오픈 & 클로즈드’. 2세대가 함께 사는 곳으로, 채광과 프라이버시를 모두 고려해 공간에 볼륨을 줬다. ©신경섭 


오픈 & 클로즈드는 2층을 거실, 식당 등이 있는 공용 공간으로 기획했다. 주택 담벼락에는 치핑 콘크리트와 적삼목 루버 재료를 혼용해 공간의 깊이감을 더했다. ©신경섭 
OBBA에게는 경험이라는 화두가 무척 중요한 것 같다.
태초의 건축이 동굴에서부터 시작되었다는 말도 있듯, 우리의 모든 경험은 곧 공간과 건축이 된다. 바위에 걸터앉는 행위를 통해 단순한 돌덩이가 의자가 될 수도 있는 것처럼 말이다. 작은 제스처 하나로 돌의 가치와 의미가 달라지는 것이 아닐까. 우리는 경험을 통해 가치가 만들어지는 그 접점을 찾으려고 한다.

어떤 방식으로 일하는지 궁금하다.
OBBA의 경우는 내가 진행하다가 곽상준 소장에게 토스하고, 곽 소장이 하다가 다시 나에게 토스하는 식으로 진행한다. 일부러라도 이 방식을 택하는 이유는 그래야 서로 다른 지점이 보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성향을 말하자면 나는 논리적으로 계속 질문을 던지는 편이다. ‘그냥 좋다’라는 느낌에서도, 왠지 모르게 끌리는 데에서도 이유를 찾으려고 한다. 그것이 정리되고 데이터베이스화되었을 때 더 큰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고, 또 다른 방식으로 적용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가장 어떤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어떤 방식을 제안했는데 그것이 클라이언트에게 어필되지 않거나 시공사나 현장에 따라 진행 상황에 변수가 생길 때, 심의 과정에서 난항을 겪을 때 등 셀 수 없이 많다. 심지어 태풍과 같은 불가항력적인 상황이 올 때도 있다. 끊임없는 돌발 상황이 생긴다. 매번 고통스럽고 그 고통의 부위는 매번 다르다. 그래도 한두 부위가 계속 아픈 것보다는 낫지 않나 싶기도 하다.(웃음)

요즘 어떤 화두를 고민하고 있나?
사람들이 공간을 더욱 가볍고 빠르게 소비하는 것 같다. 경험이 다변화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결국 오랜 가치를 지닌 건축이나 공간을 찾기 힘들어진다. 이런 변화의 이유가 무엇인지, 여기에 어떻게 대처하고 변화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고 있다. 특히 공급자의 논리에 의해 도시를 잠식해오던 건물이 노후화되고 있는 지금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개발 당시에 도시 계획에 대한 충분한 고찰이 이루어지지 못한 데 대한 폐해나 문제점을 알지 않나.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우리가 더욱 적극적인 개입을 해야 할 때인 것 같다.

정확히 누구의 어떤 개입을 이야기하는 건가?
특히 공공 프로젝트에서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우리가 디자인 측면으로도 늘 불만을 갖고 있는 보도블록은 관공서에서 납품하는 것만 사용해야 한다는 원칙이 있다. 새로운 제안을 했을 때 공공 기관에서 원하는 건 명확한 레퍼런스인데, 그러자면 민간 프로젝트에서 이런 시도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조건이 생긴다. 하지만 공공, 도시 건축 생태계는 건축가 한 두명의 노력만으로 이루어지기는 힘들다. 비용 측면에서 새로운 시도에 보수적일 수는 있지만 관계 부처가 다양한 프로젝트를 시도한다면 민간 프로젝트에서도 새로운 원동력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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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글 오상희 기자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19년 1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