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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오피스 디자인 전문 기업의 탁월한 접근 방식 퍼시스그룹 사옥 리뉴얼


퍼시스 본사의 업무 공간. 1명 단위로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인 인디비주얼 존은 책상의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는 자사의 모션데스크가 설치돼 있다. 반면 자리 비울 시간이 많은 직원들은 잠깐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컬래버레이션 존을 주로 이용한다.


퍼시스 리뉴얼 프로젝트의 첫 단추라 할 수 있는 로비 공간 ‘생각의 정원’.
사무 환경의 변화는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요즘 뜨는 커뮤니케이션 툴을 도입한다고 해서, 최신식 공유 오피스에 입주한다고 해서 단번에 얻어지는 결과가 아니다. 씨앗 하나가 움트기 위해서는 적절한 일조량과 양분으로 꽉 찬 토양 등 다양한 조건을 갖춰야 하듯 사무 공간 역시 소프트웨어적 변화와 하드웨어적 변화가 유기적으로 맞물려야 하는 복잡한 과정이다. 데스크, 체어 등 기초적인 오피스 가구부터 공간 설계, 컨설팅까지 사무 환경에 대한 토털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 퍼시스. 그들이 최근 리뉴얼한 사옥은 그 자체로 오피스 디자인에 대한 모범적 접근 방식을 보여준다. 퍼시스의 리뉴얼 프로젝트는 2016년 퍼시스의 로비 ‘생각의 정원’을 시작으로 본사 업무 공간, 2018년 통합 연구소 공간 ‘스튜디오원’까지 차근차근 단계를 밟으며 진행됐다. 경제 전문지 〈포브스〉의 보도에 따르면 레니얼 세대가 예상하는 한 직장에 머물 수 있는 최대 기간은 3년이다. 이들은 직장에서 역량을 발전시킬 수 있는 자율적 기회를 찾지 못하면 언제든 떠날 생각이 있다고 답했다. 전 세계적 기업들이 너나없이 레니얼 세대를 연구하는 이유도 능력 있고 젊은 직원을 조직에 안착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퍼시스 역시 레니얼 세대 직원의 분포도가 85%로 가장 많았다. 이들이 다니고 싶은 직장, 일하고 싶은 사무실을 만드는 것을 본사 리뉴얼의 목표로 삼았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인 자율좌석제를 도입한 계기도 스스로 동기부여할 수 있는 요소를 만들어주기 위해서다. 자율 좌석제란 협업 대상이나 직무의 특성에 맞게 매일 자리를 선택하는 방식을 말한다.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기 전 퍼시스 내부 사무환경연구팀은 철저한 사전 조사를 진행했다.

‘랩톱만 가지고도 업무가 가능한가’라는 명확한 기준 아래 자율 좌석제를 적용할 직원과 고정 좌석제를 유지할 직원을 구분한 것이다. 퍼시스는 오래전부터 대다수 직원이 노트북을 사용했고 사내 모바일 환경이 잘 구축되어 있어서 자율 좌석제를 보다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었다. 퍼시스의 주된 업무 공간은 삼삼오오 모여서 소통할 수 있는 공간과 더불어 개인 업무 공간, 회의실, 임원실, 탕비실을 콤팩트하게 배치한 것이 특징이다. 본사 임직원들은 직접 자신의 업무 공간에 필요한 요소를 고민했고 이를 바탕으로 네 종류의 오피스 존이 탄생했다. 첫 번째는 1인 단위로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인 인디비주얼 존으로 책상의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는 모션데스크가 설치된 구역이다. 두 번째는 컬래버레이션 존이다. 교육, 미팅, 외근 등 자리를 비울 시간이 많은 직원이 잠깐 동안 예약해서 사용할 수 있는 자유로운 공간으로 꾸몄다. 3명 단위의 소규모 집단이 몰입하여 일할 때는 포커스 존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120도의 넓은 책상에는 다양한 자료를 놓고 사용할 수 있으며 모니터 앞부분을 차단해 독립적인 공간에서 일할 수 있다. 특히 미팅이 잦은 퍼시스의 업무 특성을 고려하여 회의실은 스탠딩 형태의 공간과 16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대회의실 공간으로 목적과 규모에 맞게 다양화했다. 직원들은 매일 아침 출근하여 그날의 근무 스타일에 맞추어 자리를 예약하고 개인 라커에서 노트북과 사무용품이 정리된 스마트 워킹 백을 꺼내 들고 원하는 자리에 앉아 일을 시작한다. 특히 접객용 장소로만 이용됐던 로비층에서도 직원들이 자유롭게 근무할 수 있다는 점이 돋보인다. 한편 퍼시스의 로비 ‘생각의 정원’은 차갑고 딱딱한 컬러로 임직원의 활용도가 저조했던 공간을 편안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생활 공간’과 일과 삶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 ‘감의 공간’으로 새롭게 디자인했다.

기존 로비 공간에서 쇼룸 공간을 과감히 없애고 퍼시스의 경 철학과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녹여낸 공간을 만들어 이를 경험하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퍼시스의 가치를 체감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생각의 정원은 전체적으로 우드와 따뜻한 조명, 자사의 패브릭 가구가 중심이 되는 편안한 라운지 형태로 만들었으며 1층과 2층을 연결하는 높은 층고에는 국 디자이너 폴 콕세지의 작품 ‘Gust of Wind’가 걸려 있다. 종이 형태의 설치 작품들이 펄럭이는데 한 장 한 장에는 퍼시스가 추구하는 핵심 가치인 ‘Think, People, Space, Life’ 등 18가지의 키워드가 새겨져 있다. 그다음으로 주목할 만한 공간은 퍼시스그룹의 통합 연구소인 스튜디오원이다. 1989년 대한민국 최초의 가구 연구소로 출범한 퍼시스그룹 연구소는 오피스 연구소, 의자 연구소, 홈가구 연구소 3개로 나뉜 조직이 여기저기 분산돼 있어 교류가 어렵고 연구개발에 집중하기 어렵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이에 사무환경연구팀은 샘플을 개발하고 목업을 품평하는 연구원의 업무 특성을 적극 반하여 스튜디오원의 레이아웃을 다시 구획했다. 빛이 잘 들어오지 않아서 대체로 어두웠던 분위기는 화이트 컬러와 차분한 그레이, 우드 계열의 컬러로 산뜻하게 바꾸었다. 더불어 물성이 살아 있는 대리석과 타일 등을 인테리어에 곳곳에 배치하여 디자이너들이 창의적 감을 받을 수 있도록 세심하게 디자인했다. 스튜디오원 1층은 계단식 세미나 공간과 소규모의 캐주얼한 미팅 공간, 신제품을 품평할 수 있는 공용 공간, 널찍한 키친 부스로 구성되었다. 특히 과거에는 본사 지하 공간이나 비상구 등 남는 공간에 모여서 신제품을 리뷰했는데, 1층에 넓게 구획한 품평실은 이러한 불편함을 단번에 해결해주었다.

지상에는 각 층에 퍼시스, 시디즈, 일룸의 브랜드 연구소가 자리하며 브랜드마다 어울리는 키 컬러를 사용하여 사무 환경 전체에 아이덴티티를 불어넣었다. 사무환경연구팀이 스튜디오원의 업무 공간을 디자인할 때 가장 중점을 둔 것은 연구원, 디자이너들이 가장 편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각 조직의 소통 창구를 넓히는 것이었다. 이른바 우연한 만남을 통해 뜻밖의 통찰을 얻어낸다는 단어 ‘세렌디피티’를 공간에 재현한 것이다. 각자의 데스크톱을 써야 하는 환경을 고려해 개인 공간은 고정 좌석제를 유지하여 독립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했다. 반면 대형 회의실이 아니더라도 즉각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창구가 필요하다는 연구원들의 피드백을 반하여 좌석과 좌석 사이에 놓을 수 있는 수납 겸 테이블을 새로 개발했다. 사용자의 니즈에 맞춰 디자인한 사무 가구는 이뿐만이 아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적다가 회의실로 이동하여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이동용 화이트보드, 높이 조절과 이동이 용이한 작업대 등 연구원들이 직접 고안한 솔루션을 스튜디오원 곳곳에서 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연구원들의 의견이 가장 많이 반된 공간은 목업 공간과 CMF(Color Material Finishing, 컬러 소재 마감) 라이브러리로 구성된 지하 1층의 팹랩이다. 자재가 운반되는 동선부터 작업에 효율적인 공간을 직원들이 직접 설계하고 제작한 것이다. 현재 연구원들은 먼 거리에 있는 생산 공장에 가지 않고도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제로 직접 만들어보며 시제품 연구에 열중할 수 있게 되었다.

CMF 라이브러리는 퍼시스그룹의 여러 브랜드에서 사용했던 패브릭, 가죽, 마감재 등 다양한 샘플을 한데 모아둔 곳이다. 연구소 간의 공유를 통해 비효율적인 자재 낭비를 줄이고 팀원들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공간으로 기능한다. “말하지 않으면 다들 잘 몰라요.” 퍼시스 본사 곳곳을 투어하면서 사무환경연구팀 팀장이 자주 했던 말이다. 계단 하나도 걷고 싶도록 디자인하고 비좁은 유휴 공간, 직원들의 동선 하나까지 세심하게 살폈다며 오피스 디자인을 설명하다가도, 직원들에게 이러한 의도를 말하지 않으면 모른다면서 우스갯소리로 건넨 말이었다. 사무환경연구팀은 공간 설비가 완전히 끝난 지금도 여전히 직원들에게 리뉴얼에 대한 불만 사항과 피드백을 받는다. 물론 부지런히 디자인에 반할 계획이다. 오피스 디자인이란 말하지 않으면 잘 모를 만큼 미묘한 변화를 통해서 어떤 공간에서 일하든 ‘자연스럽도록’ 만드는 일일 것이다. 말하지 않으면 알 수 없다던 팀장의 말은 퍼시스 사무환경연구팀이 조직의 방향성과 임직원이 일하는 방식을 철저히 관찰하고 연구하여 기존의 사옥을 성공적으로 리뉴얼했다는 방증이 아닐까?


퍼시스그룹 사옥 리뉴얼
공간 디자인·건축 퍼시스홀딩스 브랜드 디자인실, 퍼시스 사무환경연구팀, 퍼시스 연구소
주소 서울시 송파구 오금로 311
홈페이지 fursys.com


개인적으로 몰입하여 일할 수 있도록 설계한 독립 유닛. 주로 창가에 설치하여 편안한 휴식 공간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스마트 워크에 최적화된 개인 사물함, 스마트 워킹 스토리지(SWS). 전자 키는 슬림하게 디자인하여 손잡이로도 사용할 수 있다.


자리 예약 시스템을 도입한 스탠딩 형태의 회의실.


퍼시스그룹 통합 연구소 ‘스튜디오원’ 외관.


스튜디오원의 세미나 공간. 계단식으로 설계하여 시제품 품평이나 각종 발표 시 직원들이 편하게 모일 수 있게 했다.


스튜디오원 지하 1층에 마련한 팹랩. 금속, 목공 목업이 가능한 작업실과 CMF 라이브러리로 구성했다.


스튜디오원의 키친 부스. 연구원, 디자이너들이 가장 편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각 조직의 소통 창구를 넓히는 것에 중점을 뒀다.


우드와 따뜻한 조명, 자사의 패브릭 가구가 중심이 된 생각의 정원. 임직원들이 편하게 모여 휴식하거나 개인적인 사무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코지한 분위기로 꾸몄다.


본사 업무 공간 중 컬래버레이션 존. 여러 명이 자유롭게 협업할 수 있는 공간이다.

김정윤

퍼시스 사무환경연구팀 팀장

“사무 환경은 일하는 방식과 기업 문화의 변화를 서포트하는 역할이다.”

국내에서 사무 환경에 대한 고민이 많은 클라이언트가 많아지는 추세인가?
예전에는 기업이 회사에 찾아와 의견을 구하는 수준이었다면 요즘은 기업 내부에서 사무 환경만 고민하는 팀이 생겨나고 있다. 예를 들면 스마트워크추진팀, 조직혁신팀, 기업 문화와 촉진팀 같은 이름을 달고 말이다. 기업이 퍼시스의 제품을 구매해서 단순히 실행하는 게 예전의 모습이었다면 지금은 조직 변화와 사무 환경을 연결해서 사고하는 기업이 상당히 많아졌다. 퍼시스는 이런 추세에 맞게 더 많은 연구를 통해 먼저 내부에 적용해보고 피드백을 들으며 사무 환경 개발에 힘쓰고 있다.

자율 좌석제, 개방형 오피스, 핫 데스킹 등 자율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자유로운 근무 환경을 마련한 기업이 많아지고 있다. 회사 차원에서 자율적인 직원을 맞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퍼시스 내부에서는 직원 교육에 더 힘쓰고 있다. 직급별 교육은 물론이고 신입 사원 교육도 전보다 더 중요해졌다. 자율성이 중시되면 예전처럼 선배가 후임을 옆에 두고 가르치는 과정이 불가능할 때도 생긴다. 처음 회사에 입사한 직원으로서는 자칫 방치된 느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온라인을 통해 축적된 직무 지식을 배울 수 있는 시스템을 컨플루언스나 지라 등 여러 커뮤니케이션 툴을 활용해 개발하는 중이다.

퍼시스가 생각하는 최고의 오피스 디자인은 무엇인가?
자신에게 잘 맞는 사무실이다. 나아가 기업에 잘 맞는 디자인이겠다. 자율 좌석제가 모든 기업의 최선이 아닌 것처럼 업무 분야와 특성, 조직 문화를 고려한 오피스 디자인이 최고라고 생각한다. 일하는 방식을 바꾼다는 것은 회사의 의지다. 직원들 자리는 애자일agile(부서 간 경계를 허물고 팀원에게 의사 결정 권한을 부여해 신속하게 업무를 진행하는 방식) 형태로 바꿔놓고 기존의 조직 체계를 그대로 유지한다면 사무 환경을 바꿀 수 없다. 기업이 방향성을 갖고 환경을 바꿔나가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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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백가경 프리랜스 기자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20년 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