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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2013코리아디자인어워드] digital media 인터랙티브 블라인드
디지털 미디어 분야는 표현 매체와 접근법에 한계가 없어지면서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기가 불가능해졌다. 그만큼 심사의 어려움도 컸다. 운전자의 뇌파와 차의 움직임을 시각화한 포스트비주얼의 ‘기아자동차 3D 디지털 크로키 아트’, 기업 CSR의 정석으로 평가받은 네이버의 ‘한글 캠페인’, 프로필에 포트폴리오를 공유하는 비주얼 SNS ‘비쥬메’가 최종심에 올랐지만, H9의 ‘인터랙티브 블라인드’가 올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디지털 미디어가 기술과 결합해 화면에서 뛰쳐나오는 시류를 포착해 자발적으로 즐기며 작업한 그들의 도전은 주목할 만하다.


디자인 H9(대표 김민철), www.h9design.co.kr
프로모션 영상 ATCS(대표 선계용, 임학진)
디자이너 조현철, 이은택, 김요셉, 신현준, 최우식, 배윤찬
발표 시기 2012년 10월

블라인드가 만들어낸 세상에 없는 경험
UX 디자인 컨설팅 회사 H9은 그 이름부터 독특하다. UX 디자인의 핵심은 기계와 사람의 소통이라 믿는지라 알파벳 순서를 바꿔 새로운 단어를 만드는 애너그램(anagram)을 이용해 영단어 ‘Machine’를 쪼개고 재조합 했다. 이렇게 해서 나온 획득한다는 의미의 에이치(achi)와 가장 높은 단계를 뜻하는 나인(nine)을 합친 단어 H9에는 ‘최상의 결과를 만든다’는 자신감이 깊게 배어있다. UX 팀, VI 팀, 그리고 안드로이드, iOS, 바다, 윈도 등 웹·모바일 디벨럽먼트에 능한 개발팀이 모여 기술력이 필요한 복잡한 프로젝트를 한 큐에 해결하는 덕분인 걸까. 삼성전자 등 대기업의 선행 프로젝트를 주로 하는 H9은 지금까지 채용 공고 없이 모두 내부 추천으로 멤버를 꾸려왔다.

공통점은 ‘creative work’을 꿈꾸는 사람들이라는 것. 남의 일 하기에 만족하지 않고 제 작업에 목마른 그들은 작년 전경이 탁 트인 언주로 대로변의 빌딩으로 이사가면서 눈길을 끄는 물건을 발견했다. 빌딩 사무실 창문마다 빠짐없이 존재하는 블라인드다. 한 번 들었다 내리는 게 여간 귀찮지 않아 계속 제 자리를 유지하는 붙박이 신세가 되기 일쑤인 블라인드가 새로운 사무실 창문 양 끝에 장대하게 이어진 모습은 H9에게 새로운 경험이 탄생하는 색다른 창작 공간처럼 다가왔다. 그리고 곧 입주 전에 끝내야 하는 그들만의 긴박한 프로젝트, ‘인터랙티브 블라인드(Interactive Blind)’가 시작됐다. 먼저 블라인드를 총 25개 구역으로 나눈 후 구역 천장마다 모터와 센서를 설치하고 이와 연동하는 프로그램을 구축해 모바일 디바이스와 연결했다. 이제 리모컨 역할을 대신할 아이패드 스크린에는 원형 컨트롤러를 갖춘 세로 막대의 열주가 최소 단위의 블라인드와 그 높이를 즉물적으로 대변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은택, 최우식, 조현철, 신현준, 배윤찬
인터랙티브 블라인드’의 기본적인 디바이스는 아이패드와 아이폰이다. 아이패드가 모든 블라이드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중앙 원격 센터 같은 느낌이라면 아이폰은 좀 더 간략해진 느낌이다. 왼쪽에서 두번째 아이폰 화면은 제스처 모드로, 버튼을 누르고 허공을 휘저으면 아이패드 상의 드로잉과 같은 효과를 만들어낸다. 아래 사진은 실제 인터랙티브 블라인드가 설치된 사무실 전경 .


스위치 켜듯 막대 아래를 건드려 활성화하고 볼륨 조절하듯 컨트롤러를 위아래로 움직이면 저 멀리 매달린 블라인드가 물리적으로 똑같이 반응한다. 막대 숲 전체에 드로잉하듯 부드럽게 선을 그려도 블라인드는 그 흔적대로 스르륵 쫓아간다. 아이패드 대신 아이폰의 제스처 모드를 활용해 허공에 궤적을 남겨도 결과는 마찬가지. 생각대로 요동치는 블라인드, 말 그대로 세상에 없는 경험이다. 게다가 이게 끝이 아니다. 입주 기한 때문에 맞춤형 모터 센서 대신 기성품을 변형해 쓰는 바람에 당장 구현이 힘든 기능들이 자체 센서와 결합만 하면 블라인드는 더 똑똑해진다.

기상청 날씨 정보와 연계하는 건 기본. 라이트 모드에서는 직사광선에 대항해 기울어지고, 키네틱 모드에서는 접근한 사람 키만큼 블라인드가 조절된다. 기울기까지 5단계로 조절할 수 있는 블라인드는 자연광을 활용해 난방과 조명에 쓰이는 에너지를 절약하는 역할까지 한다. 이런 똑똑이가 마냥 재미로만 쓰이면 낭비다. 만약 유저의 생활 패턴을 기억해 맞춤형으로 진화한다면 이는 이미 서비스 디자인 아이템. 불 꺼진 사무실 블라인드에 프로젝트 매핑을 활용하면 예술가와 광고주 모두 탐낼 만한 특별한 미디어가 될 수 있다.

이미 인터랙티브 블라인드를 설치해달라는 주문까지 받았다니 자발적인 작업이 돈도 버는 일석이조다. 하지만 이번 프로젝트가 중요한 점은 구성원들이 상상하던 것을 멋지게 실현하는 데 성공했다는 것. 앞으로 제2, 제3의 성공이 가능하다는 용기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회사의 커다란 자산이 될 것이다. 인터랙티브 블라인드는 2013 iF 디자인 어워드 커뮤니케이션 부문에서 골드를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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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전종현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13년 1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