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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2017 월간<디자인>이 주목한 디자이너 12팀 법랑과 칠보를 통해 현대를 빚는 디자인 [함]


서울대에서 금속공예를 전공한 김윤진(1983년생)과 바르셀로나에서 IED 산업 디자인을 공부한 권중모(1982년생)로 이뤄진 함은 칠보와 법랑 기법을 활용한 모던 라이프스타일 제품을 만든다. 동시대의 디자인과 공예를 기반으로 오랫동안 지니고 사용하고 싶은 제품을 선보이는 게 목표다. 획일화돼 찍혀 나오는 디자인보다 가마 속에서 유약과 금속의 변형으로 생기는 우연한 미를 중시한다. haam-by.com (왼쪽부터) 권중모, 김윤진

Q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중모 가스 마시는 것. 전기 가마를 사용할 때 플라스틱 보안 면이 녹아내린다. 내가 마시는 환경 호르몬 수치가 얼마나 될까?
윤진 손으로 하는 작업이 많아지다 보니 두 번째 손가락이 휘는 것.

Q 나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이 있다면?
윤진 쇼핑 혹은 잠.
중모 생각했던 디자인이 실물로 나왔을 때 스트레스가 해소된다. 물론 거기까지 가는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받긴 하지만.

Q 좋아하는 브랜드는?
중모 브라운, 비트라, 후카사와 나오토를 좋아한다.
윤진 위트 있고 귀여운 MSGM도 좋아하지만 아크네(Acne)도 좋다. 사카이(Scai)처럼 반전 있는 스타일도.

Q 최근에 산 물건은?
윤진 이영주 작가의 귀고리.
중모 벼룩시장에서 금속으로 된 문손잡이와 오래된 조명 스위치를 샀다.

Q 늘 영감을 주는 대상은?
중모 마르텐 바스(Maarten Bass). 네덜란드 공항에 설치된 리얼 타임 시리즈처럼 그의 창의적인 작품에서 영감을 받는다.
윤진 영국의 도예가 루시 리(Lucie Rie).


법랑과 칠보를 통해 현대를 빚는 디자인
함(Haäm)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함이 디자인한 접시와 촛대를 보면서 이렇게 말한다. “요즘 물건 같지 않다.” 이 말은 곧 유행을 따르지 않고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독특함이 있다는 뜻이다. 함은 칠보와 법랑이라는 기법과 소재를 활용해 생활 식기를 비롯한 라이프스타일 제품을 만들어낸다. 칠보는 금과 은에 유리를 녹여 바르는 전통 기법이다. 하지만 함은 단순히 칠보 기법만 사용하지 않고 구리와 적동, 단동 등을 주재료로 하는 법랑을 혼합하는 기법을 연구한 끝에 컨템퍼러리한 이미지를 연출해냈다. 함을 이끄는 2명의 디자이너 권중모, 김윤진은 각각 금속공예와 산업 디자인을 전공했다. 예술의 경지를 추구하는 공예가와 동시대 디자인에 촉각이 곤두서 있는 산업 디자이너가 결합해서인지, 함의 디자인은 시간을 비켜 가면서도 세련됐다. 권중모, 김윤진의 공식적인 첫 시리즈 ‘에이션트 에이지(Ancient Age)’는 해외에서 먼저 인정받기 시작했다.

2015년 4월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 디자인계의 대모라 일컫는 로사나 올란디(Rosana Orlandi)가 함의 제품을 셀렉트하여 소개한 것이다. 권중모와 김윤진이 처음 만난 곳은 2014년 파리 메종 & 오브제였다. 당시 김윤진은 한국공예·디자인문화 진흥원 공모에 선정돼 전시를 하던 중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산업 디자이너로 활동하던 권중모가 그의 작품을 보고 브랜드를 함께 하자고 제안한 것. 둘의 공통된 관심사는 금속에 색을 입힌 제품을 디자인하는 것이었다. 단순히 금속에 페인트칠하는 기법만 사용하던 권중모는 입체적인 빛깔을 표현하는 칠보와 법랑에 마음을 빼앗겼고 이를 상품으로 브랜딩하고자 했다. 권중모와 김윤진은 함이라는 브랜드명을 혼례를 앞두고 신부와 신랑이 주고받는 함에서 따왔다. 신랑이 함에 선물과 옷감을 보내면 신부는 그것으로 옷을 지어 신랑에게 보내는 함의 의미처럼 오랫동안 소중하게 지니고 싶은 생활 식기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담았다.

함의 대표적인 라인 ‘에이션트 에이지’는 가마를 구울 때마다 구리에 새겨지는 다채로운 문양이 특징이다. 이는 산업 디자이너와 공예가 사이에 생기는 시선 차이에 의해 우연히 탄생한 것이다. 김윤진은 공예가 입장에서 금속에 올린 칠보와 법랑이 매끄럽게 나온 것만 취급했는데 권중모의 눈에는 크랙(crack)이 심한 불량이 더 아름다워 보였던 것이다. 칠보와 법랑은 본래 유약의 종류, 습도, 온도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똑같은 불량을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들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여러 변수의 폭을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을 정도가 됐을 때 이를 제품화했다. 금속의 변형을 유연하게 받아들임으로써 디자이너의 의도와 재료의 성질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제품을 만들어내게 된 것이다.

함은 생활 식기를 오브제로 활용하는 소비자가 많아지면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영역으로 확장해가는 중이다. 앞으로 함이라는 브랜드를 지속시켜나갈 뿐만 아니라 인테리어, 공예 작품, 설치 작품을 아우르는 전시도 열 계획이다. 칠보와 법랑이라는 전통 분야를 더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디자인으로 연마하는 함의 모습은 덴마크 전통 디자인을 잇는, 힘 있는 브랜드 조지 젠슨(Georg Jensen)과 닮아 있었다.


캔들 홀더 리버스 시리즈(Candle Holder Revers Series, 2015) 9개의 각기 다른 디자인으로 구성된 촛대 시리즈. 장초, 티라이트 캔들 등 초의 종류에 따라 촛대 형태를 다르게 디자인했다.


스퀘어 베이스(Square Vase, 2016) 꽃병은 원통 형태가 주를 이룬다는 점에서 착안해 완전히 다른 사각형으로 만든 제품이다. 각 면에 아름다운 음영이 드리우게 디자인한 것으로 3종 시리즈로 구성했다.


베이스 리미티드 에디션(Vase Limited Edition, 2015) 칠보와 법랑을 혼합해 사용하는 과정에서 화병 외벽에 다양한 색상의 결정을 만들어냈다. 자연에서 모티브를 얻은 미적 요소를 표면에서 결정이 흩어지고 뭉치는 모습으로 표현했다.


에이션트 에이지 시리즈(Ancient Age Series, 2015) 구리를 주재료로 하여 가마에서 구울 때 생기는 자연스러운 문양이 특징이다. 법랑과 칠보가 매끄럽지 않게 나왔지만 우연한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킨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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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글: 백가경 기자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17년 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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