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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디자인, 패턴, 소재가 삼박자를 이루는 옷 페르마타 디자이너 최혜진, 모델리스트 윤권진


최혜진 디자이너, 윤권진 모델리스트.
페르마타(Fermata)는 리넨을 사용한 내추럴한 원피스와 재킷 등을 만든다. 곡의 박자를 잠시 늦추거나 멈추도록 지시하는 음악 용어처럼 급격하게 변하는 패션 시장과 현대 사회에서 잠시나마 여유를 찾을 수 있는 옷을 디자인하는 것이 목표다. 2009년 브랜드를 설립한 뒤 파리 프레타포르테(Pret-A-Porter)와 후즈 넥스트(Who’s Next)를 중심으로 유럽과 도쿄, 상하이 등의 패션 박람회를 통해 브랜드를 알린 이들은 2014년 한남동에 쇼룸을 오픈했다. 국내 론칭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페르마타 스타일’을 유행시킬 만큼 인위적인 멋을 덜어낸 자연스럽고 편안한 디자인의 옷은 여전히 주목받고 있다. 무엇보다 페르마타는 부부가 함께 만드는 브랜드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디자이너 최혜진과 모델리스트 윤권진은 지난 10년간 함께 페르마타 스타일을 구축해왔다. 최소의 절개선으로 최대의 드레이핑 효과를 내는 여성스럽고 우아한 실루엣이 초창기 페르마타의 주요 디자인이었다면 최근에는 어깨선에서 자연스럽게 툭 떨어지는 박시한 실루엣을 선보인다. 편안함을 강조하지만 자칫 뚱뚱해 보이지 않게 하는 것이 관건으로 패턴은 단순하지만 절개선이 없어 밸런스를 잡는 과정이 가장 어렵다. 봉제선이 몸을 옥죄지 않도록 편안하면서도, 여성스러운 스타일이 잘 묻어나도록 패턴을 제작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사실 두 사람이 결혼하던 당시만 해도 남편 윤권진은 모델리스트가 아닌 삼성전자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었다. 늘 연구원 일에 답답함을 느끼는 남편을 보며 아내 최혜진이 모델리스트가 되길 권유했다. 공대생의 피가 70%라면 나머지는 예술적이고 끼가 많은 사람이라는 판단이었다. 이에 평소 친분이 있던 모델리스트에게 도제식으로 패턴을 배운 윤권진은 1년이 지난 후부터 페르마타 패턴을 하나씩 만들어나갔다. 아직 초보였기에 한 벌 한 벌의 패턴을 완성하기까지 전문가에 비해 훨씬 많은 시간이 소요됐지만 이 또한 투자라고 생각하고 버틴 시간이었다. 이후 페르마타에서 2년 정도 패턴 실무를 익힌 윤권진은 박춘무 디자이너가 전개하는 데무(Demoo)에서 1년간 모델리스트로 일했다. 낮엔 데무에서 일하고, 밤엔 페르마타 작업을 하며 투잡 아닌 투잡을 하던 끝에 페르마타의 해외 주문량이 늘면서 본격적으로 자신들의 브랜드에 집중하게 됐다.

두 사람은 부부지만 일할 땐 여느 디자이너, 모델리스트와 다르지 않다. 최혜진이 디자인 아이디어와 영감을 설명하고 작업 지시서, 샘플 패브릭을 전달하면 윤권진은 패턴 작업에 돌입한다. 특이한 점은 별도의 작업실 없이 집 안의 식탁과 마당에서 디자인 스케치를 마무리하고 거실에 있는 캐드 시스템을 통해 패턴을 뽑는다는 것이다. 초창기엔 일일이 손으로 패턴을 떴지만, 워낙 수와 기계 사용에 능통한 윤권진은 캐드 시스템을 갖춘 뒤로 모델리스트 일에 더 많은 재미를 느끼고 있다. 두 사람의 시너지가 특히 빛을 발하는 스타일은 드레이핑이 많은 옷. 손에 익은 라인이 아닌, 몸을 따라 자연스럽게 주름이 생기는 드레이핑 디자인을 상상하며 VR 게임을 하듯 머릿속에 옷을 3D 형태로 입체화하고 이것을 선으로 표현한다. “사실 여전히 옷보단 수와 도형이 좋지만 제가 느끼는 패턴의 매력은 여기에 있어요. 아내가 어떤 옷을 만들고 싶다고 하면 그걸 이미지로 그리기보다는 선으로 풀이하죠. 그래프처럼 패턴의 아웃라인을 딱 맞게 정리하는 겁니다.” 함께 일하며 가장 뿌듯한 순간은 두 사람의 소통이 잘 이뤄져 디자인, 패턴, 소재 삼박자가 고루 맞았을 때다. 패브릭의 두께나 늘어나는 정도 등에 따라 패턴도 달라져야 하기 때문에 이 세 가지가 기가 막히게 잘 맞을 땐 만족스러울 수밖에 없다. 평소엔 투닥거리는 부부지만 일에 대해선 누구보다 만족스러운 조력자로, 특히 최혜진은 평면을 입체적으로 바꾸는 상상력이 뛰어난 남편의 능력을 높이 평가한다. 페르마타 론칭 전까지 패션 브랜드의 디자이너로 일하며 여러 모델리스트와 작업해왔지만 이렇게 한 번에 디자인을 이해하는 사람은 없었다는 평이다. 윤권진 역시 일하면서 가장 기쁠 때는 아내의 평가가 좋을 때다. 결국 디자이너가 원하는 바를 제대로 캐치했다는 점에서 성취감이 큰 셈이다. 함께 일할 때 제일 중요한 건 서로의 분야를 침범하지 않는 것. 각자의 스타일을 강요하기보다는 스스로 원하는 구심점을 찾아야 한다. 바로 이것이 지난 10여 년간 페르마타의 의미처럼 천천히, 여유롭게 브랜드를 이끌 수 있었던 비결이다.






2017 S/S 컬렉션. 체형에 따라 자연스럽고 편안한 실루엣을 선사하는 페르마타 특유의 무드를 유지하면서도, 이번 시즌에는 블라우스와 팬츠 라인을 강화했다. 1960년대 영화와 중세 드레스에서 발견되는 핀턱과 네크라인의 여밈 부분, 단추 장식 등의 디테일을 통해 디자인에 위트를 더한 것이 특징이다. 자체 개발한 식물 패턴 프린트를 더한 기모노 스타일의 랩 원피스, 네크라인의 끈을 조절해 파인 정도와 주름을 내 방식대로 연출할 수 있는 디자인 등이 인상적이다.











페르마타의 초창기 시그너처 디자인. 최소의 절개선으로 최대의 드레이핑 효과를 내는 여성스럽고 우아안 실루엣이 특징이다. 실크 소재를 이용해 앞은 심플하지만 등 라인은 깊게 파인 백리스 드레이핑 드레스, 어깨선과 옆선의 절개 없이 제작한 드레이프 실크 드레스, 부드럽게 몸을 따라 흐르는 실크 소재 원피스 등이 대표 아이템이다. 이처럼 페르마타에서는 뒷모습을 강조한 반전 디자인의 원피스, 한 판으로 연결된 언밸런스 디자인의 드레스를 다양하게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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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글: 이은경, 편집: 김민정 기자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17년 4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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