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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예능과 정치의 기묘한 동거 지상파 방송국의 개표 방송 디자인

올해도 어김없이 대선 레이스의 종착역은 개표 방송이었다. 많은 국민들이 밤늦은 시간까지 숨죽이며 새로운 대한민국의 대표를 기다렸고 TV를 보는 수 시간 동안 환희와 탄식의 엇갈림이 이어졌다. 지상파 3사를 포함한 각 방송사는 오랫동안 품고 준비해온 비장의 카드를 꺼내 보였는데, 특히 KBS, SBS, MBC 3사에선 화려한 모션 그래픽을 앞세운 모습이 눈에 띄었다. 18대 대선 당시 각종 패러디 영상을 제작해 화제를 모은 SBS는 이번에 한층 더 앞선 모습을 보여주었다. 독자 개발한 바이폰(VIPON, Vote Information Processing Online Network)을 십분 활용해 드라마 〈왕좌의 게임〉을 패러디한 ‘권좌를 찾아서’, 포켓몬 고를 패러디한 ‘투표몬’ 등을 방송 중간중간에 삽입해 시청자들의 흥미를 유도했다. 다른 두 방송사 역시 SBS의 지난 개표 방송에 자극을 받은 듯 다양한 영상 효과를 쏟아냈다. MBC는 예능 프로그램 〈복면가왕〉을, KBS는 자사의 장수 프로그램 〈전국노래자랑〉을 각각 ‘복면표왕’, ‘전국득표자랑’으로 패러디해 선거 방송이 전체적으로 예능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천문학적 비용과 첨단 기술력을 동원한 점 또한 돋보였다.


<전국노래자랑>을 패러디한 KBS 개표 방송.


미디어 아트를 활용한 MBC 개표 방송.




SBS 개표 방송 .

KBS는 광화문광장의 이순신 장군과 세종대왕 동상 사이에 스파이더 캠을 설치해 개표 방송 최초로 증강현실 기술을 도입했고, 터치스크린을 활용한 투표 분석으로 주목도를 높이고자 했다. 또 MBC는 로봇을 이용한 실시간 데이터 서비스 ‘로봇M’을 전면에 내세웠다. ‘방송의 꽃’이라 부르는 개표 방송은 각 방송사의 자질과 역량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기회인 만큼 이들의 보이지 않는 자존심 대결이 대단했다. 하지만 시청자들의 반응은 각 방송사의 자화자찬에 비해 뜨뜻미지근했다. 특히 모션 그래픽에 지나치게 욕심을 부린 탓에 다소 산만했다는 평. 또 일부 방송에서는 서체 간 균형이 맞지 않고 합성한 그래픽 요소들의 해상도가 서로 달라 섬세함이 떨어졌다. 디자인적 완성도와는 별개로 개표 방송이 엔터테인먼트화되어가는 것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재독 철학자 한병철은 〈투명 사회〉에서 모든 것이 투명해지고 투명해지길 강요받는 오늘날, 정치가 필연적으로 호흡이 짧아지고 즉흥적 성격을 띠게 되며, 그러다 결국 잡담과 같이 얄팍해질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지상파 3사의 개표 방송은 이처럼 변형되어가는 정치 커뮤니케이션을 보여주는 방증 같았다. 형식은 결국 비언어적 언어다. 방송 3사가 이를 의식했든 하지 않았든 이들의 디자인은 정치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이 변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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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글: 최명환 기자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17년 6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