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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책이 바꾸는 라이프스타일 맛있는 책 읽기, 벨기에 쿡 앤드 북


‘쿡 앤드 북’ 문학 섹션의 내부. 

클래식과 재즈 섹션. CD, LP도 함께 살 수 있다. 와인 바에서 와인을 마시거나 원하는 사람은 피아노 연주도 가능하다.
클라이언트 세드릭 레긴(Ce´dric Legein), 데보라 드리온(De´borah Drion)
건축· 공간 디자인 들라쿠루아 & 프리앙트(Delacroix & Friant, www.delacroix-friant.be)
가구 셀렉션 인스토어(www.instore.be)

서점이 ‘반드시’ 책을 읽으러 갈 필요가 없는 곳으로 변모하기 시작한 게 최근의 일은 아니다. 과거의 서점은 지식을 채우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한 곳이었지만 이제는 여러 사람이 뒤섞여 문화와 여유를 즐기는 공간으로 탄생 혹은 재탄생하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2006년 벨기에 브뤼셀에 문을 연 ‘쿡 앤드 북(Cook and Book)’은 이런 ‘제3의 공간’을 일컫는 대표적인 서점이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콘셉트를 성공적으로 유지하며 운영하고 있다. 쿡 앤드 북은 브뤼셀 시내 한복판에 위치한 올루빌리스(Wolubilis)라는 대형 문화 센터에 들어서 있다. 공동대표인 세드릭 레긴(Ce´dric Legein)과 데보라 드리온(De´borah Drion) 부부는 각각 레스토랑 매니저와 변호사였다. 아내 드리온은 책방을 내고 싶은 오랜 꿈이 있었고, 레스토랑 매니저였던 남편을 만나 ‘책과 음식을 함께 선보이는 공간’을 떠올리게 된 것이다. ‘북 앤드 쿡’이 아니라 ‘쿡 앤드 북’이라는 이름이 의미하듯 책과 함께 음식을 즐기는 레스토랑에서 지식 못지않은 미식을 동시에 충족시킨다.

무엇보다 이곳은 테마가 각기 다른 9개의 섹션으로 나뉘어 있다. 이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서점 안에 구분된 작은 섹션이 아니다. 두 개의 빌딩에 나누어져 있는 쿡 앤드 북은 블록 A라 부르는 건물에 5개의 섹션과 함께 섹션마다 레스토랑이 자리해 있고, 블록 B에 4개의 섹션과 레스토랑이 자리해 있다. 섹션은 순수 예술, 코믹, 여행, 클래식과 재즈, 아동, 문학, 영문학, 라이프스타일, 요리로 구분된다. 이 부부는 각각의 공간을 ‘9개의 다른 우주’라고 표현한다. 이 서점은 각 공간마다 디자인 콘셉트가 명확하다. 알록달록한 컬러로 구성한 아동 섹션, 시가 라이터의 불꽃 모양이 인상적인 천장 벽화가 눈에 띄는 클래식과 재즈 섹션 등 각 섹션은 모두 평소 디자인에 관심이 많던 이 부부의 기획 아래에 이뤄졌다. 특히 천장에 800여 권의 소설책이 매달려 있는 문학 섹션은 마치 누군가의 마법으로 책을 천장에 붙여놓은 듯한 환상적인 경험을 더해준다. 그뿐 아니라 문학 섹션에서는 페루치오 라비아니(Ferruccio Laviani)가 디자인한 카르텔의 조명 부지(Bougie)를 함께 만날 수 있으며, 예술 섹션에는 잉고 마우러(Ingo Maurer)의 캄파리 펜던트 조명과 아르네 야콥슨(Arne Jacobsen)의 오리지널 의자도 볼 수 있다.

섹션마다 다양한 음식이 제공되는 가운데 클래식과 재즈 섹션에서는 와인도 함께 즐기며 작은 콘서트나 쇼케이스를 관람하기도 한다. 문학 섹션에서 낭독회가 개최되는가 하면 250여 명까지 수용 가능한 테라스에서는 자유롭게 책을 읽거나 이야기할 수 있다. 쿡 앤드 북에서 먹고 마시고 읽는 행위를 통해 서점을 넘어 책과 음식,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문화적 교류를 통해 영감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많은 돈이나 시간이 필요한 게 아니다. 잠시라도 쉬고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장소, 그리고 이를 경험할 수 있는 콘텐츠만 주어진다면 말이다. 그리고 책은 여전히 그 중심에서 가장 중요한 재료가 된다. 현재 쿡 앤드 북은 브뤼셀에 2곳의 서점을 운영 중이고 파리에 1개 지점을 오픈할 예정이다. cookandbook.de


아동 섹션. 가족 단위 방문객을 위해 널찍한 테이블을 놓았다. 아이들은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한 층 위에서 놀 수 도 있다.


아동 섹션의 일부. 알록달록한 공간 연출이 돋보인다. 



요리 섹션. 간단한 요리 도구도 갖추고 있다.


유니언 잭의 컬러와 붉은 양탄자를 모티브로 한 영문학 섹션.

Interview
세드릭 레긴 & 데보라 드리온 쿡앤드북 공동대표

“사람들은 공간에서 읽고 먹고 즐기는 시간을 더 많이 필요로 할 것이다.”


책과 음식을 결합해보자는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비롯되었나?
처음에는 ‘책과 음식을 함께 즐기는 곳’이라는 작은 아이디어만 있었다. 우리는 음식과 디자인을 마음껏 접할 수 있고, 사람들과 만나서 이야기 나누고 즐기는 장소가 있었으면 했다. 음식을 먹는 일은 기본적이면서 중요한 욕구이고 모든 사람은 반드시 먹어야 하니까. 생각해보면 책도 그렇다. 누구나 (책을 좋아하건 싫어하건) 책을 한 번도 접해보지 않은 사람은 없다. 특히 우리는 쿡 앤드 북이 어린이부터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함께 모여 앉을 수 있는 공간이기를 바랐다. 이곳은 정확히 말하면 식사를 할 수 있는 테이블이 높은 서점이나 책을 인테리어 소재로 쓴 레스토랑 그 어느 쪽도 아니다. 레스토랑형 서점, 서점형 레스토랑 모두를 포괄한다.

공간을 어떻게 구분하고 디자인했나?
사실 건물 자체는 브뤼셀시 소유다. 브뤼셀 시장은 극장이나 문화 공간 등을 마련하고 싶어 했고, 그중 일부를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모아뒀던 재산을 다 썼다.(웃음) 9개의 섹션은 원래 그렇게 나뉘어 있었던 것으로, 이를 그대로 살렸고 동선도 거기에 맞게 디자인했다.

11년째 쿡 앤드 북을 성공적으로 운영해온 비결이 있다면?
우리는 디자인이나 시스템에만 의지하지 않는다. 단순한 서점, 일반적인 레스토랑이 아닌 만큼 우리의 시스템과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협력자와 직원들이 중요하다. 일차적으로 각 공간마다 손님을 맞는 직원이 공간과 책에 관해 설명해주고 안내해줘야 하니까. 책을 집어 들고 읽게 하는 것만이 우리의 의무가 아니다. 관심사에 대한 다양한 콘텐츠를 더욱 직접적으로 제시하는 것이다. 그것이 우리의 차별점이기도 하다. 사람을 위한 공간은 결국 사람에 의해 발전하고 유지된다.

앞으로 서점은 계속 생존할 수 있을까?
디지털 시대에 좀 더 다양하고 깊숙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할 것 같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사람들은 점점 더 ‘진짜’를 만나길 원한다. 아마 10년 전부터 이런 현상이 계속된 것 같다. 물론 상황은 점차 나아질 거라 생각한다. 우리가 처음 문을 열었을 때 경제는 어려웠고, ‘아마존’이라는 거대 온라인 서점도 우리를 위협하고 있었다. 심지어 작년에는 테러리스트들이 브뤼셀을 공격했다. 어려움은 언제나 있었다. 하지만 이제 아마존이 오프라인 서점을 열지 않았나. 벨기에의 경제도 점차 나아지고 있다. 사람들은 더 많은 꿈을 꾸고, 기분 좋은 일탈을 원할 것이다. 그리고 진짜 공간에서 더 많이 읽고, 더 맛있는 것을 먹고 여가를 즐기려고 할 것이다.

앞으로 서점이 갖춰야 할 키워드가 있다면?
최적화된 환경, 명확한 셀렉션, 그리고 보다 세분화된 큐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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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글: 오상희 기자 사진제공 쿡 앤드 북(CookandBook) ⓒby2photographe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17년 9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