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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새로운 시작을 여는 문 21그램의 펫포레스트
21그램은 반려동물의 사후 수습부터 펫 로스 상담, 유기견 입양까지 아우르는 선순환 플랫폼을 구축하는 스타트업이다. 이들에게 죽음은 성숙한 반려동물 문화를 위해 가장 세심한 디자인을 필요로 하는 마지막 과정이다.


펫포레스트 내부에 마련된 납골당에는 납골함 700기를 보관할 수 있다.


경기도 광주에 2017년 1월 문을 연 펫포레스트는 장례식장과 화장 시설, 남골당을 한곳에 갖춘 시설이다


전문 작가가 만드는 반려견 피겨는 보통 15cm 크기로, 제작에 한 달 정도 걸린다.

대한민국에서 현재 반려동물의 사체를 처리하는 합법적인 방식은 두 가지다. 지차체에 등록된 동물 장묘 시설을 이용하거나 개별적으로 생활 쓰레기봉투에 담아 폐기하는 것. 2016년 1월 21일 개정된 동물보호법은 기존에 폐기물로 간주했던 동물 사체를 동물장묘업 등록 사업장에서 처리할 경우 폐기물로 보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지만, 이는 복잡했던 폐기물 처리 시설 기준을 준수해야 할 필요가 없어졌을 뿐 반려동물 인구의 피부에 와닿는 내용은 아니었다. 이마저도 전국적인 합법 시설은 25곳 정도이고 수도권에는 10여 곳에 지나지 않는다. 수많은 장례가 음지에서 이뤄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분당 성 요한성당을 지나 광주 방향으로 차를 달리기를 15분, 그곳에 정확히 1년 전 국내 최초로 장례식장과 화장 시설, 납골당을 한곳에 갖춘 시설이 생겼다. 반려동물 장례 서비스를 다루는 스타트업 21그램이 기획하고 운영하는 펫포레스트 1호점이다. 연면적 713.96㎡에 5층 규모의 새하얀 건물은 언뜻 소박한 성당처럼 생겼다. 흔히 생각하는 혐오 시설의 느낌보다 교외 갤러리나 카페를 연상시킨다. 21그램의 권신구 공동대표는 건축 사무소를 운영하던 2014년 초, 반려동물 장례식장을 설계해달라는 의뢰를 받았다. 인터넷의 정보는 극히 제한적이었고 수소문 끝에 찾아간 반려동물 장례식장은 충격적이었다. 공장의 창고 같은 허름한 시설과 섬뜩한 느낌을 주는 화장로가 노출되어 있고, 비용을 책정하기 위해 사체의 무게를 다는 저울까지 있었다. “반려동물을 잘 키우는 데까지는 관심이 많고 다양한 서비스가 존재하지만 생로병사에서 ‘사(死)’에 해당하는 마지막 부분만 유독 충분한 인식과 인프라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권신구 공동대표는 섬세한 디자인을 요하는 분야인 만큼 역량을 살려 직접 도전해보고 싶어졌다. 그렇게 2015년 반려동물 유골함을 디자인해 판매한 것을 시작으로 반려동물 장례용품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후 뜻을 같이하는 사업가 이상흥 현 펫포레스트 대표를 만나 2년간의 준비 끝에 마침내 2017년 1월 펫포레스트 1호점을 열었다. 21그램의 권신구, 이윤호 공동대표는 펫포레스트의 기획부터 건축과 인테리어, 운영 전략을 담당했고 펫포레스트는 현재 9명의 직원이 상주하며 장례 절차를 상담하고 진행한다.

광주의 펫포레스트는 2개의 추모 공간과 3구의 화장 기기, 대형 테이블이 놓인 라운지 공간의 벽면을 따라 납골당을 배치했다. 5층에는 먼 산이 바라다보이는 야외 발코니를 갖춘 널찍한 대기 공간도 갖췄다. 장례와 화장을 치르는 데 소요되는 시간은 3시간 남짓. 층별로 기능과 동선을 분산시켜 여러 건의 장례를 치르더라도 각 보호자에게 충분한 추도의 공간을 제공하고자 했다. 펫포레스트가 지난 한 해 치른 장례는 2000건 정도로 한 달에 150여 건, 매일 평균 5건 정도다. 고객들은 55%가 서울에서, 나머지 대부분은 성남과 용인 등 수도권에서 온다. 제주도에서부터 반려동물의 사체를 아이스박스에 넣고 날아온 보호자부터 49제를 치른 보호자, 서울 끝자락 열악한 지하 세대에 반려견과 단둘이 살던 할머니 보호자가 어려운 형편에도 모든 것을 최고급으로 해 장례를 치러달라 부탁한 이야기 등 저마다의 스토리가 애잔하다.

21그램은 궁극적으로 이곳을 찾는 보호자들에게 유기견의 입양을 제안해 늘어나는 유기견 문제의 해결책을 모색하고자 한다. 장례를 치른 보호자들은 적어도 반려동물을 끝까지 책임진 경험치를 지닌 동시에 펫 로스로 고통받고 있는 이들이고, 유기견은 이미 사람에게 상처를 입어 더 많은 책임감과 사랑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문화는 공감에서 시작되지만 소비에서 확장된다고 생각해요. 반려동물 장례 문화를 정착시키려면 반려동물 가족의 공감을 얻어내는 게 일순위입니다. 한 가지 예로 반려동물 장례에서 리무진 서비스를 시작했을 때 고급 밴이나 장례 전용 리무진을 생각했어요. ‘폼 나게’ 장례식장까지 모시고 오고 싶었거든요. 정중하게 트렁크에 관을 싣고 반려인은 편안하게 뒷자리에 앉아 오면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막상 보니 다들 울면서 반려견을 꼭 껴안고 뒷자리에 함께 타시더라고요. 소비자에 대한 이해는 이렇게나 중요합니다. 디자이너가 함부로 상상해서는 안 되고, 철저히 경험을 토대로 소비자와 공감해야 좋은 디자인이 나올 수 있으며, 여기서 소비가 일어나고 문화도 생겨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죽음은 종종 다음 생애로 나아가는 문에 비유되곤 한다. 그 문을 어떤 마음가짐으로 열고 나가는지에 따라 열린 문 앞에 펼쳐질 사회의 그림이 달라진다. 21그램은 그 문에 묵직한 무게를 더하고 있다.


펫포레스트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동물 전용 화장로 제작업체인 일본 산토이Santoy사에 의뢰해 수입한 동물 전용 화장기 3기를 사용한다.




3층과 4층에 걸쳐 있는 납골당은 탁 트인 밝은 공간으로 추모 음악제 등의 커뮤니티 행사 장소로도 활용된다.


장례 지도사가 반려동물의 사체를 수습하는 공간.

Interview

권신구
21그램 공동대표

“구매자와 사용자가 다르다는 걸 이해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반려동물 장례식장을 기획하면서 반려동물 문화가 자리 잡은 해외 사례를 많이 접했을 거 같다.
미국의 경우는 사람처럼 공동묘지에 매장하는 경우가 많다. 일본은 특이하게 이동식 장례라는 것이 있다. 물론 장례식장도 있지만 집 근처로 직접 장례 지도사가 온다. 우리와 죽음을 대하는 태도가 다른 데서 비롯되는데, 일본은 집 안에 유골함을 두거나 집 근처에서 마지막 과정을 치르는 것에 거부감이 별로 없다. 도심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신사 안에도 동물 묘지나 납골당이 있다.

반면 우리나라 반려동물 보호자들은 장례에 대해 어떤 인식은 갖고 있다고 보나?
우리나라는 종종 반려동물을 키운다는 사실조차 쉬쉬한다. 아파트 생활이 일반화되어 있는데 아파트 관리 규약에 반려동물을 키우지 못하게 하거나 허락을 받아야 하도록 되어 있는 곳이 많기 때문이다. 장례 문화 자체가 거의 없을 뿐 아니라 매우 혼재되어 있는 것도 문제다. 불법인 줄도 모르고 사체를 땅에 묻었던 어느 보호자는 펫포레스트 서비스를 알고 난 뒤 파묘를 해서 다시 장례를 치르기도 했다.

국내에 반려동물이 인기인 데 반해 바로 떠오르는 대표 서비스 브랜드는 없는 것 같다.
대기업은 유통에 능하고 소비자에 대한 데이터도 많은 걸 강점이라고 말하는데, 오히려 사람에 대한 이해도가 높으니까 자연히 구매자만 잡으면 된다는 식으로 잘못 흘러가기 쉽다. 반려동물이 뜨는 비즈니스라는 얘기는 대부분 ‘많이 키운다’, ‘소비율이 높아진다’, ‘1인 가구가 늘어 반려동물에 투자를 많이 할 거다’라는 식의 단편적인 접근이다. 그러다 보니 결국 ‘싸면 된다’, ‘프리미엄이면 된다’라는 식의 단편적인 상품 개발만 되풀이되고 있다. 사실 반려동물 산업은 가만히 들여다보면 서비스 하나하나가 참 어렵다. 먼저 구매자와 사용자가 다르다는 걸 이해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반려동물 물품의 경우 구매는 사람이 하는데 사용은 반려동물이 한다. ‘대박’을 외치기 전에 반려동물 인구가 그 어느 때보다 많아졌는데 동시에 왜 유기견이 역대 최고치로 늘어났는지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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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글: 김은아 기자 사진: 21그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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