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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크리에이터가 반드시 알아야 할 젊은 레트로 7 미래로 후진하는 패션 산업

 

패션은 언제나 트렌드의 최전방에 있는 분야다. 이런 패션이 ‘어제의 옷장’을 뒤진다는 것은 상당히 흥미로운 현상이다. 사실 레트로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한 것은 20세기 중반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패션 역사가 앨리스터 오닐Alistair O’neill은 1965년을 ‘혁신과 발명에서 역사적 스타일을 강탈하고 해석하는 방향으로 관심이 전환된’ 해라고 이야기했는데 날로 복잡해지는 사회와 현대화에 대한 회의와 반성이 반문화anti culture 현상을 낳았고 이 중 한 갈래로 과거의 스타일을 교차, 변용시키는 레트로 패션이 등장한 것이다.1) 20세기 말에 들어 밀레니엄에 대한 불안과 기대가 교차하며 레트로 패션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증폭됐고 이런 양상은 21세기에도 이어졌다. 2001년 <보그>는 ‘가장 영향력 있는 트렌드로 레트로를 지목하고 디스코와 그런지 룩 패션이 거리를 휩쓸게 될 것이라 예견했는데 실제로 2000년대 초반부터 1970년대의 보헤미안, 뉴 히피 현상, 글램 록 스타일 등이 성행했다. 그리고 뒤이어 각진 어깨를 강조한 1980년대풍 테일러드 재킷이 트렌드의 반열에 올라서기도 했다. 레트로 현상은 2018년 하이패션과 매스패션을 가리지 않고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비록 그 양상은 미세하게 다르지만 말이다.


1) 1971년 이브 생로랑이 1940년대 스타일을 새롭게 해석한 컬렉션 ‘40년대’를 발표하기도 했다. 


흘러간 시간을 런웨이에 늘어놓은 럭셔리 브랜드





2018 S/S 컬렉션에서 프라다가 선보인 프라다 코믹스 컬렉션.

두 세기에 걸쳐 레트로의 흐름을 신속히 포착하고 선구적으로 실행에 옮긴 것은 오트 쿠튀르의 패션 하우스들이었다. 알렉산드로 미켈레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앞세운 구찌는 빈티지 스타일을 새로운 브랜드 코어로 장착하며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2015 F/W 컬렉션에서 마크 제이콥스, 샤넬, 프라다 등이 앞다퉈 선보인 그래니 룩2), 이듬해 돌체앤가바나와 타미힐피거가 런웨이에 올린 플라워 패턴 모두 패션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레트로 트렌드를 여실히 보여준다. 표현과 형식 면에서 보자면 오늘날 레트로 룩은 20세기의 그것에 비해 한층 세분화되고 해체주의적이며 탈중심적인 성향을 보인다.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일 수도 있지만, 20세기 말 최신이라고 여겼던 1980~1990년대의 아이템과 룩이 레트로의 범주에 새롭게 포함된 것 역시 최신 레트로 룩에서 발견되는 특징이다. 일례로 올해 S/S 시즌 프라다가 포스트 페미니즘을 주제로 선보인 컬렉션을 들 수 있는데, 여성 만화가 9명의 그래픽 아트를 입힌 이번 컬렉션은 1970년대의 펑크 요소를 재해석해 가미한 모습이었고 1980~1990년대 프라다의 상징적 소재라고 할 수 있는 나일론을 적극 활용한 점 역시 눈에 띄었다.

2) 또는 그래니 시크라고 부르는 이 스타일은 말 그대로 ‘할머니 패션’을 뜻한다. 본래 1970년대 소녀들이 자신들의 할머니 세대인 1920~1930년대 여성들의 패션 스타일을 즐겨 입었던 것에서 유래한 것으로 롱스커트와 체크무늬, 큼지막한 브로치 등이 특징이다.


글로벌 스포츠웨어가 20세기를 기리는 방식


아디다스의 아디컬러 S/S 컬렉션. 포토그래퍼 찰리 잉그만Charlie Engman과 감독 데이비드 레인David Lane이 연출한 캠페인 룩북이 아디컬러의 레트로 감성을 한층 부각시킨다.




지난해 큰 성공을 거둔 나이키 에어맥스 97.
레트로 트렌드가 비단 럭셔리 패션 시장에서만 일어난 것은 아니었다. 캐주얼·스포츠 브랜드에서도 이런 경향을 엿볼 수 있다. 나이키, 아디다스, 리복 같은 글로벌 브랜드는 과거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던 제품들을 속속 새롭게 리바이벌했다. 나이키는 2017년, 스테디셀러 에어맥스 97의 20주년 레트로 버전을 출시해 스포츠웨어 시장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일본 신칸센에서 영감받은 유선형 디자인, 스카치 재질로 대표되는 에어맥스 97은 지난해 에어맥스 97 아시아, 에어맥스 97 CR7 등 다양한 한정판 제품으로 재탄생했다. 아디다스 코리아는 지난 1월, 1970년대에 인기를 끌었던 브랜드의 시그너처 스타일을 아디컬러 디자인으로 재해석한 S/S 컬렉션을 공개했다. 블루버드Bluebird, 페어웨이 그린Fairway Green, 스칼렛 레드Scarlett Red, 선 옐로Sun Yellow 네 가지 컬러로 이뤄진 이번 컬렉션은 스포츠웨어 시장에서 올해도 레트로 무드가 강세일 것임을 예견하는 듯했다.


왕년의 브랜드, 힙하게 돌아왔다


이스트팩과 프랑스 브랜드 메종 키츠네가 협업한 리미티드 에디션. 백팩, 숄더백, 트래블 백 등 다섯 가지 아이템에 메종 키츠네의 상징인 카모 폭스Camo Fox 패턴과 빨간색 스트랩을 더했다.






이스트팩 아티스트 스튜디오. 각각 겐조, 크리스토퍼 래번과 협업한 작품이다. 디자이너들은 이스트팩 제품 중 가장 고전적인 디자인이라 할 수 있는 패디드 파커Padded Pak’r를 모티브로 다양한 작품을 선보였다.


이스트팩의 프로바이더.

한동안 대중의 관심에서 다소 멀어졌던 브랜드들이 속속 트렌드의 중심으로 돌아온 것 역시 최근 패션계에서 벌어진 흥미로운 현상이다. 이스트팩, 잔스포츠 등 1990년대에 화려한 전성기를 누렸던 백팩 브랜드와 엘레쎄, 라코스테, 휠라 같은 패션 브랜드의 약진이 돋보인다. 이스트팩은 2012년 방영된 드라마 <응답하라 1997>의 인기에 힘입어 재도약의 기회를 마련했다. 대표 모델 ‘프로바이더’와 ‘피나클’은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매년 평균 2배에 가까운 판매 신장률을 기록하며 고공행진을 펼쳤다. 이스트팩은 20세기 감성을 이어가는 한편, 컬래버레이션을 통한 절충주의 전략도 동시에 구사하고 있다. 컬래버레이션은 레트로 브랜드들의 절충주의 전략에서 매우 중요한 구실을 한다. 지난해 이스트팩은 폴앤조, 스티키몬스터랩, 아미AMI, 메종 키츠네 등 국내외 브랜드와 총 네 차례 컬래버레이션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2016년에는 겐조, 베트멍 등 15개 패션 브랜드 디자이너들과 ‘이스트팩 아티스트 스튜디오’를 선보이기도 했다.


휠라 ㅋㅋㅋ팩 티셔츠.






휠라가 마운틴듀, 펩시콜라 등과 협업한 제품들.



휠라와 ‘해브 어 굿 타임’의 컬래버레이션.


휠라 역시 ‘왕의 귀환’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브랜드다. 2000년대 초까지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이후 10여 년간 긴 침체기를 거쳤던 이들 브랜드는 대대적으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재정립하며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였다. 휠라는 지난해 1분기 매출이 3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선 데 이어 상반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00% 이상 성장했다. 이 브랜드의 성장을 견인한 것 역시 레트로였다. 2016년 테니스화(테니스화는 휠라의 브랜드 정체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아이템으로 평가받는다)를 모티브로 한 ‘코트디럭스’ 신발을 출시해 100만 족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데 이어 지난해에는 1990년대에 유행한 빅 로고 티셔츠를 전면에 내세워 큰 성공을 거뒀다. 지난해 10월 종합 온라인 쇼핑몰 AK몰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기본 로고’, ‘빅 로고’를 키워드로 한 스포츠 브랜드 의류 상품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24% 신장했다. 특히 휠라 리니어 빅 로고반팔 티셔츠의 신장률은 무려 402%에 달했다. 이에 대해 휠라의 한 관계자는 “특별히 향수를 느끼지 않더라도 디자인 자체에 매력을 느낀 10~20대들의 구매가 늘어난 영향이 크다. 헤리티지에 입각하되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휠라의 아이템이 밀레니얼 세대의 취향을 정확히 공략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휠라의 밀레니얼 세대 공략은 아이덴티티를 다루는 방식에서도 드러난다. 로고의 F자와 한글 자음 ㅋ의 형태적 유사성에서 착안해 선보인 ㅋㅋㅋ팩 티셔츠, 위트 있는 일본의 스트리트 편집매장 ‘해브 어 굿 타임’과 펩시콜라, 마운틴듀, 메로나 등과의 협업 제품도 10~20대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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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글: 최명환 기자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18년 3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