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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바이럴 아트와 기술이 만난 마을 라이스 코드 프로젝트
주식인 쌀을 사는 데 기호가 크게 작용하지 않는 건 일본도 한국과 비슷하다. 농협 외에 별다른 판로가 없던 한 마을에서 자기 지역의 쌀을 소비자들이 골라 사게 만든 주목할 만한 마케팅 사례가 있다.












광고 회사 하쿠호도는 시골 마을 이나카다테와 함께 라이스 아트를 카메라로 스캔하면 구매로 연결되는 마케팅을 진행했다.


프로젝트를 진행한 2년 동안 방문객들은 4~9월에 한해 라이스 아트를 관람했다. 3년 차부터 예산 문제로 중단됐지만 하쿠호도는 여전히 마을의 관광 포스터를 맡는 등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일본 북동쪽 아오모리현에 있는 이나카다테라는 작은 마을의 주요 생산품은 쌀이다. 1000년 동안 생계 수단으로 벼농사를 해온 이 마을은 일본인의 식생활이 서구화되며 쌀 소비량이 줄면서 위기를 겪었다. 마을 인구가 줄어드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남은 이들의 고령화 속도도 빨라졌다. 그리고 2014년, 일본 최대 광고 회사 중 하나인 하쿠호도가 이 마을을 구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냈다. 논 여러 곳에 색깔이 있는 품종의 벼를 심어 거대한 미술 작품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마을 주민들은 스케치를 따라 빨간색, 보라색, 주황색, 초록색, 노란색, 흰색의 벼를 심었다. 3월에 모내기를 하고 9월 수확기에 이르는 동안 그림은 점점 어떤 모습을 드러냈고 때로는 변하기도 했다. 하쿠호도의 적극적인 홍보와 입소문으로 일본 안팎의 여러 미디어에 이들의 ‘라이스 아트rice art’가 소개됐다. 논에 그려진 그림과 마을 주민들의 위기 극복 스토리는 인터넷에서 화제가 됐고, 지자체는 관광객을 위해 ‘라이스 아트 역’이라는 특별 기차역까지 만들었다. 라이스 아트가 절정인 여름, 초록빛 논에 펼쳐진 거대하고 정교한 그림을 보기 위해 관광객들이 이 작은 농촌 마을을 찾았다.이들이 단지 관광객들에게 볼거리와 사진 장소를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마을을 ‘구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라이스 아트 자체는 이미 새로운 것이 아니었다. 이나카다테의 쌀 판매량을 늘린 진짜 비밀은 그림 안에 숨어 있었다. 하쿠호도는 퀄컴의 ‘이미지 인식’을 활용해, 관광객들이 ‘재미있는 것을 보고 사진을 찍고 싶은 마음’과 쌀 판매를 직결시켰다. 전망대에 올라 논에 드러난 그림을 스캔하면 QR코드를 인식하듯 정보를 읽어 특정 사이트가 열리도록 설계한 것이다. 기모노를 입은 여인, 후지산과 날개 옷 설화, 울트라맨, 마릴린 먼로, 모나리자,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한 장면이 곧바로 온라인 쌀 주문 링크로 이어졌다. 이 원리는 라이스 아트를 찍은 사진을 인식하는 것으로도 기능했다. 쌀 소비자들에게는 신기술을 이용해 직접 쌀을 선택해 사고, 대기업의 유통망을 거치지 않은 채 소규모 지역사회와 경제적 교류를 하며, 자기가 선택한 쌀을 맛보고 평가하는 체험치가 쌓였다. 라이스 아트 이후 마을 방문자 수는 전체 주민 수의 30배가 넘는 25만여 명을 기록했다. 이나카다테의 쌀은 낮은 브랜드 인지도로 자체 유통량이 매우 적었으나 라이스 아트를 선보인 첫해 매출이 전년 대비 3배로 뛰었다. 신기술을 체험하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는 좋은 사례로 남은 ‘라이스 코드’는 2014년 칸 크리에이티비티 페스티벌 아웃도어 부문 금상을 받기도 했다. 얼핏 낯설어 보이는 ‘신기술과 농촌 마을의 만남’에는 쌀 판매를 책임지는, 우리로 치면 농협에 해당하는 지역 JA와 광고 회사 하쿠호도의 호흡이 큰 몫을 했다. ‘라이스 코드’는 지역에 대한 관심과 기술력을 크리에이티브로 접목하는 데 적극적이었던 하쿠호도의 광고 전문가와 이나카다테 JA가 긴밀하게 협업한 결과다. 이 프로젝트를 진행한 하쿠호도의 다카노하시 아이로는 이나카다테 인근 마을 출신으로, 일본 전체 쌀 산업의 속사정을 잘 알고 있었고, 하쿠호도 내 기술 연구 부서인 스다 랩을 설립한 스다 가즈히로와 함께 이미지 인식이라는 새 기술을 활용할 방안을 적극 모색했던 것. <아사히 신문>은 당시 공개된 라이스 아트를 두고 “지상에 펼쳐진 거대한 그림인데도 정교함에 놀라게 되며, 일본다움이 가득한 작품”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당시의 사진은 스스로를 ‘논 아트의 마을’로 소개하는 이나카다테 사무소 홈페이지에서도 볼 수 있다. www.vill.inakadate.lg.jp


Interview

다카노하시 아이로, 스다 가즈히로
하쿠호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관광객이 사진을 찍고 싶어 하는 마음과 농산물 판매를 연결시켰다.”

‘라이스 코드’ 아이디어를 떠올린 계기는 무엇인가?
당시 ‘하쿠호도 스다 랩’에서 이미지 인식 기술을 활용한 새 광고 모델을 개발 중이었다. 라이스 아트는 그때 이미 20년 역사를 갖고 있었으며 주요 관광 자원으로 활용되곤 했지만 쌀 판매에는 크게 기여하지 못했다. 풍경을 활용한 이미지 인식 기술을 적용하기에 라이스 아트는 최적의 대상이었다.

라이스 아트는 QR코드와는 다르다. 색과 패턴을 인식하는 원리가 궁금하다.
퀄컴사의 기술은 풍경을 코드가 아니라 하나의 화면으로 인식한 후 그 속에서 특정 부분을 추출해 인식한다. 이나카다테의 라이스 아트는 전망대의 특정 각도에서 관람하도록 되어 있어 인식하기 쉬웠다. 날씨나 일조량의 영향으로 인식이 어려울 때는 GPS를 활용한 위치 정보를 추가해 오류를 최소화했다.

프로젝트 전체를 진행하는 데 얼마나 걸렸나?
개발과 준비에 6개월이 걸렸고 프로젝트는 2년 동안 진행했다. 2년 중 라이스 아트 관람이 가능한 건 4월부터 9월까지였다. 3년 차부터 예산 문제로 중단됐지만 하쿠호도는 여전히 이나카다테 마을의 관광 포스터를 맡는 등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색깔이 들어간 개량 품종 쌀에 대해 일본 소비자들의 거부감은 없었나?
라이스 아트에는 일반 벼와 품종 개발로 만든 색깔 벼를 함께 사용했다. 색이 들어간 벼는 식용이긴 하지만 코드 인식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판매한 품종은 아니었다. 당시 그림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라이스 아트에서 가장 많이 사용한 색은 초록색이다. 이 초록색 벼가 이 지역의 일반 식용 쌀이자 특산물이다.


Interview

다카토시 아사리
이나카다테 마을 사무소 상공 관광 계장

“처음엔 어색해하던 농부들도 변화에 참여했다.”

농부들은 휴대폰을 이용한 새로운 판매 방법을 처음에는 어색하게 여겼다. 하지만 디지털 거래에 익숙한 자녀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변화를 도모하는 과정에 동참했다. 하쿠호도와 협업한 라이스 코드 프로젝트는 2년으로 끝났지만, 하쿠호도는 지금까지 마을 사무소와 쌀 마케팅과 관련해 계속 인연을 맺고 있다. 현재 이나카다테에서 생산하는 쌀은 거의 대부분 지역 JA를 통해 수도권으로 출하하는데, 기존 판로를 위한 마케팅 방법을 고안하면서 장기적으로는 자체적인 유통망을 갖추는 게 지금 우리의 목표다. 이제 생산자도 농산품 유통에 대해 주도적으로 고심해야 하는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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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글: 박수진 프리랜스 기자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18년 4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