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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News
Interview 1 크래프팅 플라스틱스! 손으로 만드는 ‘뉴 하이엔드’ 플라스틱
디자인과 기술의 경계가 흐려진다는 것은 이런 게 아닐까? 복잡한 기술을 설명하지 않더라도 이를 구현하는 과정 그 자체로 이미 디자인이 완성되는 것. 본질적인 원리와 아름다움이 하나로 연결돼 있는 것. 독일과 슬로바키아를 오가며 활동하는 크래프팅 플라스틱스!는 종종 작업실이 아닌 실험실에서 흰 가운을 입고 비커나 플라스크와 씨름하는 디자인 스튜디오다. 제품의 외형을 넘어 제품의 라이프사이클을 디자인하는 이들은 '물질의 순환을 연구하는 사람'이라는 정의가 어울리는 신인류 디자이너다.


©Igor Smitka 크래프팅 플라스틱스!Crafting Plastics! 베를린과 브라티스라바(슬로바키아 수도)를 오가며 활동하는 듀오 디자인 스튜디오로 제품 디자이너 블라스타 쿠부쇼바Vlasta Kubuˇsov´a와 영화 미술을 다루는 프로덕션 디자이너 미로슬라우 크랄Miroslav Kra´l이 2016년부터 꾸려왔다. 소재와 디자인 리서치의 다학제적 접근을 추구하며 차세대 바이오플라스틱이라고 인정하는 ‘100% 오일프리, 생분해성’ 소재를 사용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www.craftingplastics.com


지난 4월 밀라노 국제가구박람회에서 갤러리스트 로사나 오를란디는 ‘죄책감 없는 플라스틱Guiltless Plastic’이라는 디자인 이니셔티브를 론칭했다. (그리고 지난 6월, 예고한 대로 프로젝트 홈페이지를 열었다. www.guiltlessplastic.com) 그녀는 해안가를 뒤덮은 플라스틱 폐기물에 대한 디자인계의 각성을 촉구하며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만든 다양한 가구와 실험적인 결과물을 선보였는데, 크래프팅 플라스틱스!의 조명 ‘바이오플라스틱 유니버스Bioplastic Universe’도 그중 하나였다. 언뜻 털실 뭉치처럼 보이는 4개의 오브제에 불을 켜면 지구, 달, 화성 등의 모습이 미묘한 음영으로 드러난다. 직접 개발한 100% 생분해되는 바이오플라스틱 소재에 미역 등을 활용한 천연 염료로 색을 입혀 손으로 엮은 것. “이 안경은 당신보다 오래 살지 않을 겁니다This eyewear won’t outlive you”라는 흥미로운 태그 라인의 100% 바이오플라스틱 선글라스는 4월 말부터 배송을 시작했다. 이들은 플라스틱을 공예와 같은 방식으로 다루겠다고 말한다. 소재라는 본질에 대한 재해석은 디자인 과정과 방식, 결과물, 그리고 어쩌면 세상을 진정한 ‘하이엔드’로 탈바꿈시킬지도 모른다.


지난 밀라노 국제가구박람회에서 선보인 조명 오브제. 바이오플라스틱 유니버스. ©Dana tomeckova

 

 

스튜디오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합니다.
우리는 바이오플라스틱이라는 소재에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하기 위해 시작한 스튜디오입니다. 바이오플라이스틱이란 옥수수 전분과 같은 식물이나 미생물을 재료로 한 플라스틱입니다. 이 소재를 개발하기 위해 2015년부터 슬로바키아 기술 대학교 STU(Slovak University of Technology)의 생태학적 플라스틱 분야 R&D 권위자인 잉 파벨 알렉시Ing. Pavel Alexy 교수 팀과 3년에 걸쳐 협업해왔습니다. 우리가 연구한 차세대 바이오플라스틱은 딱 필요한 만큼만 지속할 수 있도록 합니다. 제품 생애 주기 마지막에는 퇴비로 쉽게 폐기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죠. 산업적인 손으로 의미에서뿐 아니라 가정 내에서도 말 그대로 퇴비화할 수 있도록 개발을 거듭하고 있으며, 앞으로 여러 종류의 복합 바이오 물질을 만들 예정입니다.

2016년 처음으로 바이오플라스틱으로 만든 10개의 선글라스 프로토타입을 선보였습니다. “이 안경은 당신보다 오래 살지 않을 겁니다”라는 태그 라인이 흥미로운데요.
2016년에 선보인 첫 번째 컬렉션은 바이오플라스틱의 유기적인 미학을 손으로 직접 탐구해보는 과정이었어요. 우리는 ‘왜 친환경은 늘 초록색이거나 갈색이어야 할까? 반짝이고 섹시하고 유혹적일 수는 없을까?’ 하고 스스로에게 물어봐요. 옥수수 전분이나 슈거 비트 등에서 추출하는 PLA(polylactide)와 조리용 기름에서 나온 PHB(polyhydroxybutyrate), 식품 산업에서도 모양을 잡기 위해 사용하는 안전한 첨가물을 배합해 만들었습니다. 이 제품은 충분히 견고하지만, 쓸모를 다했을 때 산업 폐기물 처리하는 곳에 배출하면 최장 90일 안에 자연 분해가 됩니다.

모든 것을 수제작한다고 들었어요. 말 그대로 공예처럼.
우리는 고분자 형태의 폴리머를 자유자재로 결정화하는 방식을 터득했고, 소재의 구조와 표면의 결함에서 생기는 미학을 찾아내고자 했어요. 각종 추출물을 얇게 시트지 형태로 만든 다음 안경 프레임 모양을 그려 레이저 커팅으로 잘라냈습니다. 자연스럽게 모든 제품에는 저마다 고유한 개성이 깃들게 되지요. 바로 이 과정에서 렌즈 부분과 다리를 잇는 금속 힌지가 없는 콘셉트를 정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어떤 제품이건 그 제품이 어떻게 하면 바로 그 상태로 폐기될 수 있을지를 모색하니까요.


크래프팅플라스틱스!의 선글라스 첫번째 콜렉션.


힌지와 같은 금속 부품을 사용하지 않아 100% 생분해가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크래프팅 플라스틱스!는 플라스틱 폐기물이나 지구 온난화 등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이미지 연출에 능하다. 

2017년 11월 킥스타터에서 성공리에 펀딩을 진행한 ’컬렉션 2’선글라스는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컬렉션 2는 기술적 진보에서 비롯되었는데요, 고온에서도 버틸 수 있는 견고함을 더했습니다. 플라멘트 3D 프린팅 또한 가능해졌는데, 프린팅 기술이 만들어내는 섬세한 구조를 보자마자 모두들 푹 빠졌어요. 다른 제품에서는 되도록 숨기려는 내부 구조를, 우리는 사람들이 마음껏 감탄할 수 있도록 자랑스럽게 노출시키기로 했습니다. 5월까지는 크라우드 펀딩으로 주문받은 제품을 배송하느라 아주 바빴습니다. 2018년 하반기에는 디자인 편집숍에 컬렉션1,컬렉션 2를 유통하고, 웹사이트 판매도 시작하려고 합니다. 

이 선글라스들은 기존의 다른 바이오플라스틱 소재 제품과 어떻게 다른가요?
이전의 바이오플라스틱 아이웨어 제품은 고온에서 견디기 힘들었고 쉽게 부러지는 게 사실이었어요. 몇몇 회사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생분해성 첨가제가 아니라 기름을 섞은 바이오플라스틱을 첨가하곤 했습니다. 우리는 타협하지 않고, 100% 바이오플라스틱 소재를 고집하며 더욱 견고하면서도 제조하기에 유연하고 110℃까지 견디도록 업그레이드했습니다. 제품의 품질을 확신하기에 100% 평생 품질 보증을 장담합니다.

바이오플라스틱으로 만든 제품이 시장에서 유통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무엇인가요?
미래의 소재는 생산과 응용 면에서 모두 기능적이면서도 지속 가능해야 하고 제조 면에서 유연해야 한다고 봅니다. 동시에 무엇보다 다양한 환경에 무해한 물질로 분해되어야 하고요. 바이오플라스틱이라는 소재가 활성화되려면 전 세계 공통의 라벨링, 폐기물 수집과 분리 방식의 표준화, 열화 과정 수립이 절실합니다. 특히 소재의 사이클 중 마지막 처리 방식이 제일 어려운데, 이를 모으는 인프라 시스템이 없는 데다 소비자들 또한 복잡한 라벨 정보에 혼란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현재 우리의 제작 규모는 한정적이지만 감사하게도 점진적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좋은 점은 새로운 기기가 필요 없다는 것이에요. 우리 소재는 기존의 프레스 기기와 3D 프린터, 인젝션 몰딩 기기를 그대로 사용합니다.

선글라스뿐 아니라 조명, 커피 테이블(프로토타입) 등에 바이오플라스틱이라는 소재만을 사용합니다. 철이나 나무 등 다른 소재와 연계할 수도 있을까요?
우리는 지속 가능한 소재로 제품을 만들고, 시작과 끝이 있는 생애 주기를 가진 제품을 위한 솔루션을 모색합니다. 그렇다고 다른 재료를 배제하는 것은 물론 아니지만 우리가 디자인하는 모든 제품은 우리의 디자인 원칙을 충족시켜야 합니다. 단일 소재이거나 사용 후 쉽게 분해돼 안전하고 친환경적으로 폐기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게 재활용이건, 무해한 물질로 매립하는 것이건 말이죠. 우리의 바이오플라스틱 소재는 나무나 종이, 가죽과도 잘 어울립니다. 방금 말한 이런 재료 모두 자연 분해가 가능한 것이고요. 금속이나 유리도 좋아합니다. 이런 것들은 재활용해도 본래의 물성을 잃지 않으니까요.

지금 가장 심각한 플라스틱 폐기물 관련 문제는 어떤 것이라고 보나요?
우리는 플라스틱 폐기 문제에 대해 적어도 세 가지 다른 해답을 찾아야 합니다. 우선 더 이상 폐기물이 바다와 강으로 흘러가지 않아야 해요. 그다음은, 두 번째라고 해서 결코 덜 중요한 것이 아닌, 미세 플라스틱이 생활 환경에 스며들지 않는 것이고요. 마이크로플라스틱은 해양 생명체의 먹이사슬을 교란할 뿐 아니라 인체에도 해롭습니다. 세 번째로 또 하나 큰 문제는 원유로 만든 플라스틱의 분해 과정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예요. 이산화탄소는 온실가스의 주범으로 꼽히죠. 이는 당장이든 500년 후든 마찬가지로, 결과적으로 지구온난화를 부추길 것입니다. 석유로 만든 플라스틱 사용을 멈추지 않는 한 이 재앙을 피할 방법은 없습니다. 크래프팅 플라스틱스!의 소재를 태우거나 매립할 때 나오는 이산화탄소는 이 소재를 만드는 데 쓰인 식물을 기를 때 필요한 정도의 양에 불과합니다. 제로-무공해(zeroemission) 소재라고 불러도 좋을 것입니다.

디자이너들이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할 부분이 있다면요?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제품을 디자인하는 것에서 제품의 라이프 사이클을 디자인하는 것으로 말입니다.
간단하고 빠른 하나의 솔루션이란 없습니다. 하지만 재활용이 가능하고 생분해가 가능한 플라스틱 제품이 늘고 있으며 100% 바이오플라스틱 소재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는 것 모두 효과적인 도움을 줄 것입니다. 또한 차세대 바이오플라스틱의 가격 또한 감당할 수 있을 만큼 합리적이어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패러다임의 전환이 몇 년은 더 걸릴 테니까요. 제조 공정에 드는 에너지 또한 청정 에너지를 사용하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입니다. 결국 변화는 서로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총력을 따로 또 같이 기울일 때 가능하다고 봅니다.

 

크래프팅 플라스틱스!의 소재 연구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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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 : 김은아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18년 8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